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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산 백학장원 원문보기 글쓴이: hwd
(가공 식품)
-장만석의 천일염
육지와 5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청정 해역인데다 섬 전체가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는 증도에 자리한 태평염전은 1953년 염전을 일군 이후 지금까지 질 좋은 서해안 갯벌 천일염을 전통 방식 그대로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커서 바닷물이 많이 들고 난다는 사리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저수지에 저장하는 것으로 소금 농사는 시작된다. 사리 때 물을 채워 밀물의 수위가 가장 낮아지는 조금까지 쓰는 것이다. 음력으로 매달 보름과 그믐을 사리라고 하는데 염분과 미네랄 농도가 양수와 흡사한 물이 들고난다. 조금은 음력으로 매달 8일과 23일, 그러니 저수지 물은 보름마다 한 번씩 채워지는 셈이다.
저수지에서 내려보낸 바닷물은 증발지에서 오랜 시간(25일간) 머문다. 염전 전체 면적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증발지는 여러 단계로 구획이 나뉜다. 약간의 경사를 두고 물을 ‘꺾어서’ 대기 때문이다. 3~8도로 염분 농도가 가장 낮은 해수부터 시작해 물의 증발량에 따라 차츰 농도가 진해지도록 구획을 정리해서 바닷물을 가둔다. 논두렁처럼 염전에도 길이 있다. 흙이 아닌 물로 채워진 수로인데 가둬놓은 물꼬를 터주면 이 수로를 타고 물이 흘러 내려간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염전의 소금물을 모두 ‘해주’라는 함수 창고에 가뒀다가 날이 좋아지면 다시 수로를 통해 물을 댄다. 해주는 소금물 농도에 따라 여섯 단계로 구분해서 갖춰놓은 것이 특징이다.
농도가 진해진 바닷물은 결정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소금으로 만들어진다. 하루에 한 단계씩 밑으로 내려보내는데 맨 마지막 단계에서 하얗게 영글면 소금을 채취한다. 오전 6시에 마지막 결정지에 내려보낸 소금이 바람을 잘 만나 영글면 오후 4시부터 긁어낸다. 그 아홉 시간 안에 만들어진 당일 소금이야말로 최고의 맛을 내는데 햇볕과 바람이 모두 도와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천일염은 결정지의 마지막 단계에서 어떤 방법으로 생산하느냐에 따라 장판염과 토판염으로 나뉜다. 장판을 깔아놓은 상태에서 마지막 증발을 시키고 소금을 얻으면 장판염이고 자연 상태의 갯벌을 그대로 다져 만든 토판에서 소금을 얻으면 토판염이다. 전통 방식이야 당연히 토판염이겠지만 땅을 다지고 관리하는 일이 까다롭고 힘들어 많은 양을 생산하지는 못한다. 요즘 유독 토판염의 인기가 높아졌는데 갯벌의 미네랄 성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금인 까닭이다.
천일염은 그 자체로 선하고 귀한 소금이며 미생물이 풍부한 갯벌에서 얻은 까닭에 미네랄이 풍부하다. 창고에 쌓아두는 천일염은 일 년 이상 간수를 뺀 후에야 판매하는데 그래야 떫은 맛이 빠지고 해로운 광물질이 녹아 나온다. 하지만 소금은 살아 잇는 생물체와도 같아 습한 곳에 있으면 습기를 머금는 까닭에 3~4년 충분히 간수를 빼야 맛이 달고 해가 없다.
‘소금은 대발이 으뜸’이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온 터라 발이 굵은 소금을 찾았더니 햇살이 강한 7~8월 소금은 발이 굵어도 맛은 오뉴월 증발에 못 미친다며 소금 장인이 허허 웃는다. 소금은 됫박에 담아 파는데 발이 굵어야 공간이 많이 생기는 법이라 이문을 많이 남기고 싶은 상인들 계산속에서 나온 말이라는 설명이다.
‘자고로 소금은 말이지, 치맛자락이 살랑거릴 정도로 옆으로 부는 오뉴월 바람에 만든 게 최고거든. 그래야 증발에 달고 보드레한 소금이 만들어지는 거니까. 하필 그때가 섬에 그득한 해송에서 꽃가루가 날아오는 철이야. 송홧가루 앉은 소금이 맛있다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것이지.’
-김막동의 토판 천일염
토판염은 일반 염에 비해 열 배 이상의 노동력을 필요로 합니다. 또 비가 오면 개펄이 굳을 때까지 며칠을 쉬었다가 다시 결정지에 롤러를 굴려 평평하게 한 뒤라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량도 무척 적습니다.
토판염이 일반 염보다 점수를 높이 사는 이유는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세광염전 토판염은 객토부터 흙 고르기, 결정지 다지기, 판 고르기, 롤러 다지기 등 전통 방식으로 토판을 만드는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으며 최고 품질의 소금을 얻기 위해 결정지에서 한두 번만 체렴한다. 그래야 개펄이 소금에 섞여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김윤세의 죽염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죽염을 듬뿍 묻혀 양치를 합니다. 양치라는 미명하에 죽염을 두 숟가락 정도 먹는 것이지요. 생수에 죽염을 10% 정도의 농도로 탄 물을 눈에 넣으면 처음엔 따가워도 곧 편안해집니다. 시력을 보호하고 눈을 밝게 하는 데 그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어요. 그런 다음 커피 대신 따끈한 간장차를 한 잔 마십니다. 몸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몸 안에 있는 냉기가 빠지지요. 아침 식사를 한 후에는 잘 구운 마늘을 죽염에 찍어 먹습니다.
마늘을 죽염에 찍어 먹는 것은 인산 선생이 제시한 인산 의학 최고의 핵심 처방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하루에 다섯 통 정도, 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증세에 따라 10~20통을 먹는다고 한다. 마늘을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쪽만 내어 뚝배기나 프라이팬에 올려 가스 불로 구운 다음 껍질을 벗겨 죽염을 찍어 먹는 것이다. 매운맛이 가셔서 고역스럽지는 않다. 아침 나절에 섭취하는 죽염 양만 어림잡아도 몇 숟가락은 될 것이다.
죽염을 만드는 과정은 까다롭고도 섬세하다. 서해안 천일염을 가마니째 쌓아두고 중금속 성분인 간수를 3~5년에 걸쳐 뺀다. 남해안과 지리산 일대에서 3년 이상 자란 마디가 굵은 대나무로 만든 통에 천일염을 다져 넣고, 거름기가 없는 깊은 산속에서 퍼 온 황토를 반죽해 대통 입구를 막아 가마에 구워내면 첫 번째 작업이 끝난다. 이때 반드시 소나무 장작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 대나무의 유황 성분과 소나무의 유용 성분, 무쇠 가마의 철 기운이 대통 속에 스며들어 몸에 이로운 약이 되기 때문이다. 대통이 타서 재가 되고 소금이 기둥처럼 굳으면 다시 분쇄해 똑같은 과정을 여덟 번 반복한다.
마지막 아홉 번째 과정에서는 온도를 섭씨 1600도 이상으로 높이는데 이때 죽염이 쇳물처럼 펄펄 끓어 완전히 녹아내린다. 이 과정에서 소금 속에 남아 있던 독성이 모두 사라지는데, 흘러내린 죽염을 하루 동안 식히면 단단한 돌처럼 굳는다. 이 알갱이를 분쇄한 것이 바로 아홉 번 구운 죽염이다. 이 모든 과정은 25일에 걸쳐 진행된다.
죽염은 수시로 죽염 알갱이나 곱게 분쇄한 죽염 가루를 반 스푼 정도 입에 넣고 침으로 녹여가며 먹는데, 소화력을 도우며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조금씩 자주 먹되 건강한 사람은 한 달에 250그램 내외로 충분한데 중증 환자는 한 달에 1킬로그램을 먹기도 한다.
-류충현의 상황버섯 식초
탁월한 항암 효과가 있다는 상황버섯은 일반 버섯과는 달리 적당한 생육조건이 갖춰지면 일 년에서 최대 4년간 계속해서 자라는 다년생 버섯이다. 또 번식이 잘되지 않는 희귀한 담자균류의 다년생 버섯으로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활엽수 몸통이나 가지 등의 고목에서 자생한다. 상황버섯은 처음에는 노란 진흙 덩어리가 뭉친 것 같은 형태였다가 다 자라면 나무 그루터기에 혓바닥을 내민 모습으로 변한다. 겨울이 되어 성장을 멈추면 노란 부분이 진흙색으로 변하고, 봄이 되면 그 위에 다시 노랗게 자란다. 상황버섯은 맛과 향이 없는 게 특징이다.
-김광자의 어란
어란은 바다에서 잡은 민어, 숭어, 청어 등의 알을 건조시켜 만드는데, 어란 중에서도 4월과 5월에 잡은 숭어알로 만든 ‘영암어란’을 첫손에 꼽는다.
매년 4월부터 6월까지 알이 밴 숭어를 고르는 특별한 안목과 상처가 나지 않도록 알을 채취하는 기술, 천일염에 직접 담근 조선간장을 섞어 만드는 간수의 염도, 간수에 담갔던 알을 꺼내 아침저녁으로 서너 번씩 참기름 바르며 바람과 빛이 넉넉한 곳에서 말리는 정성이 필요하다.
영암어란은 5~6월에 알을 낳는 4~5년생 숭어의 알로 만들어진다. 숭어의 알을 1~2개월 정도 응달에서 자연 건조시켜 만드는 어란은 대표적인 귀한 음식이다.
어란이 마르는 기간 내내 하루에 한두 번씩 참기름으로 바르면서 뒤집는 과정을 계속해야 하는 매우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일 뿐만 아니라 재료도 구하기 힘들어 고가에 거래된다.
-이원복의 조청
자연의 꿀을 청이라 하는데 인공적인 꿀이라는 뜻에서 조청이라 하지요. 우리 조상은 곡물을 엿기름으로 발효해 식생활에 필요한 당분을 얻었습니다.
조청은 설탕처럼 정제하고 표백한 것이 아니기에 안심할 수 있고, 각종 영양소가 고스란히 살아있어 건강에도 좋다. 특히 항암 성분이 다량 함유된 수수와 도라지를 혼합해 만든 도라지수수 조청은 대도시 소비자들이 찾는 인기 건강식품이라고.
조청을 만들기 위해 우선 불린 수수를 찜통에서 찌고 도라지, 무, 조릿대 등을 가마솥에 넣고 4~6시간 끓여 농축액을 우려낸다. 그런 다음 이 농축액에 쪄낸 수수밥과 엿기름을 넣고 10시간 정도 삭히고 숙성한 조청을 다시 가마솥에 넣고 여덟 시간동안 졸여낸다. 이때 중요한 것이 불 조절, 조청이 타지 않도록 은근하게 오래 가열하기 위해 참나무 장작만 쓴다. 화력이 좋으면서도 불이 서서히 잦아들어 조청이 타지 않고 영양소와 맛도 살려주기 때문이다.
조청은 엿이 되기 전 단계로 수분 함량이 30~35퍼센트일 때 제품화한 것을 말한다. 참나무 가마솥에서 48시간 고아 만드는 전통 재래식 조청이다.
-오금자의 삼경차
삼경차는 오래 전부터 민간에서 전해 내려온 차로 뽕나무, 감나무, 은행나무에서 채취한 잎으로 만든다. 때문에 오금자씨는 매년 늦은 봄부터 여름까지 깊은 산속에 들어가 산에서 자생으로 자란 뽕잎, 감잎, 은행잎을 채취한다.
이렇게 채취한 잎은 모두 맑은 물로 씻어 말린 후 직접 손으로 썰고, 황토방에서 발효시키고, 가마솥에서 수차례 손으로 덖으며 차 잎 하나하나에 열기가 닿도록 정성을 들인다.
삼경차를 마시면서 혈액순환 저하로 생긴 지병이 나았다고 한다.
-정정범의 모싯잎 송편
모싯잎에는 식이섬유가 많고 칼슘과 아미노산도 풍부합니다. 항산화 성분 또한 풍부하지요. 진한 초록색을 띠며 독특한 향과 쫀득쫀득한 식감이 특징인 모싯잎 송편은 5~10월 사이에 딴 신선한 모싯잎을 깨끗이 씻어 삶은 뒤 쌀과 함께 곱게 갈아 반죽해 만든다.
-정요섭의 두유
두유에는 일반적으로 거품을 다스리는 기능을 위해 갖은 기름을 넣는데, 그 기름과 두유액이 잘 섞이게 하려면 화학 첨가제인 유화제를 쓰는 곳이 많다. 정요섭씨가 생산하는 두유는 간헐식 저온살균을 해서 영양소가 살아 있고, 기름은 커녕 어떤 화학 첨가제도 쓰지 않아서 자연의 맛 그대로 아주 담백한 맛이 난다.
-오희숙의 부각
제철에 난 채소나 해산물에 찹쌀 풀을 발라 틈틈이 말려두었다가 귀한 손님이 오면 튀겨냈던 부각이 가장 눈에 띄었다.
다시마, 김, 미역 같은 해조류와 고추, 콩, 감자 등의 국산 농산물에 양념을 한 찹쌀 풀을 발라 올리브유에 튀겨 만들고 있다.
-서대훈·유한순의 녹차부각
부각은 재료의 신선한 맛과 영양을 그대로 간직한 저장식으로 한국의 전통 먹을거리다.
햇볕이 좋을 때라야 부각이 잘되고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써도 잘 마르지 않으면 바삭한 맛이 살지를 않는단다.
찹쌀죽을 맛있게 쑤는데 찹쌀가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국물을 우릴 재료. 가마솥에는 물을 1/3만 넣어야 하는데 나중에 찹쌀가루를 넣고 죽을 쑤기가 편하단다.
채반에 다시마, 무, 양파, 마늘, 버섯, 생강, 마른 새우를 담아 와 물이 끓기 시작하기 무섭게 솥 안으로 들이붓는다. 마른 새우는 양파 망에 담아 넣었다. 싱싱한 재료들은 감칠맛을 내는 비결로 국물 맛이 깊어야 부각도 맛있단다. 깊은 맛이 우러나도록 무가 투명해질 때까지 푹 끓이다가 재료들을 바가지와 체로 모두 건져낸 다음 방앗간에서 빻아온 찹쌀가루를 넣고 죽을 쑤는데, 찹쌀가루가 솥 바닥에 눌어붙지 않고 잘 풀어져야 하기 때문에 여간 힘이 들어가는 게 아니란다. 찹쌀가루가 어느 정도 풀어져 되직해지면 소금과 멸치 액젓으로 간을 맞추고 땡초 다진 것과 녹차 가루를 넣어 맛을 낸다. 젓국은 한 3년이 된 것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