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서울 정동에 2층 양옥으로 단정한 서양식 손탁호텔이 개업했다. 이 호텔의 2층은 귀빈객실이고 아래층은 보통객실과 식당으로 꾸며졌다. 대지 184평 위에 세워진 이 호텔은 독일인 손탁(Sontag) 여사가 1895년에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은 경운궁 건너편 집을 헐고 다시 양옥으로 지은 것이다. 원래있던 집은 그동안 외국인들의 집회소 구실을 하였고 청일전쟁 뒤에는 미국이 주축이 된 사교모임인 정동구락부의 주 모임장소였다.
이 호텔의 주인인 손탁여사는 독일 알사스 로렌 출신으로 1885년 그녀의 형부인 러시아인 웨베르가 주한공사로 부임할 때 32세의 젊은 나이로 그를 따라 들어왔다. 온화하고 단정한 그녀는 형부 웨베르의 권세를 등에 업고 어느새 외교계에서 만만치 않은 실력자로 성장하여 명성황후를 알현한 후에는 왕실에서 외국인 접대업무를 맡게 되었다. 때로는 명성황후의 측근에서 서양요리며 서양음악을 소개하고 또 왕족이나 대신들을 위해 서양 식기나 기구들을 수입하여 설치를 주선하다가 마침내는 왕실에서 쓰는 서양물품 일체를 도맡아 관장하기도 하였다. 이 호텔이 초기 선교사들의 연락처가 되기도 하였다.
김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