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개요
- 산행코스 : 계라리고개-봉덕산-첨봉-주작산 덕룡봉-작천소령-오소재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실제거리 19.1Km(도상거리 14.6km) , 접속 0.9km
- 산행일시 : 2024년 7월 31일(수) 08:40~19:10(10시간 30분)
★ 기록들
7시 30분, 강진버스터미널에 도착했지만 계라리 가는 첫 버스는 벌써 출발했는지 보이질 않는다. 할 수 없이 40분을 기다려 8시 10분 차에 올라타자, 기사는 계라리 교차로에 하차하라고 한다. 거의 1km 떨어진 계라리고개 생태이동통로 밑을 통과하자 중계탑으로 향하는 포장도로에는 시그널이 촘촘하게 달려있다. 이번 구간 마루금도 지난 구간처럼 좋을 줄 알았다. 중계탑을 지나자마자 그런 기대를 무참하게 꺾어버리며 잡목, 가시덤불과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특히 명감(청미래) 나무는 이 구간에 주요 서식지마냥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어, 일단 그 속에 들어갔다간 빠져나오기 어려웠다. 등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손등과 손목을 매섭게 할퀴면서 피를 보게 만들었다.
오늘은 폭염경보를 발령한 날이었다. 덥기도 하지만 무척 습했다. 온갖 해충들이 속도가 늦어지는 내 주변을 떠나질 않았다. 덕골재를 넘어서서 봉덕산(277.3m)엔 9시 53분에 도착했다. 풀이 우거져 처음엔 정상석이 없는 줄 알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석문저수지가 보이고 민가가 가까이 있어 마을회관의 안내 방송이 다 들렸다.
10시 35분 편도 1차로 포장도로인 새고개에 내려섰다. 주변에 도로 공사 중인 인부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무더운 날 혼자 산에서 내려오는게 흔한 풍경은 아니겠지. 무덤으로 향하는 넓은 길을 따라 올라가자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길이 분산되기라도 하면 십중팔구 가시덤불과 잡목에 포위당했다. 급기야 종아리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져 밑을 보니 땅벌 수십 마리가 벌집 주변을 저공 비행하고 있었다. 피한다고 피한 것이 명감이 빼곡한 가시덤불 속이었다.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그들의 영역을 침범했는지 집단 테러를 당하고 말았다. 엉덩이, 허벅지와 종아리, 팔목과 손등을 동시 다발적으로 쏘아댔다. 지난 구간에도 땅벌의 급습을 받아 일주일 만에 가려움증이 진정되었는데, 또다시 일주일 동안 가려움증에 시달려야 했다.
11시 45분 삼각점이 있는 204.7봉에 자리를 잡고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해충퇴재제와 모기기피제를 뿌린 다음 도시락을 꺼냈다. 그래도 진드기는 그러거나 말거나 바지와 배낭 여저저기를 돌아다녔다.
13시 05분 첨봉(354m)에 도착했다. 화원지맥 분기점이기도 해서 꽤 많은 시그널이 달려있다. 안내판에는 작천소령까지 빼곡한 청미래 덩굴과 억새, 잡목 때문에 없던 길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늘이 없는 날등은 마루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잡목이 자리하고 있어 때때로 등산화의 감촉까지 동원해야 했다. 그래도 작천소령까지는 계라리고개에서 첨봉 구간보다 훨씬 진행하기 수월했다.
덕룡산 갈림길을 지나자 장쾌하게 주작산 주릉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15시 7분 주작산 덕룡봉에 도착했다. 주작산(428m)은 왼쪽에 위치해 있다. 주작산은 봉황의 머리에 해당하고 우측 날개 부분은 오소재까지 이어지는 암릉구간, 왼쪽날개는 작천소령 북쪽에서 덕룡산 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라 했다. 주작을 완성하려면 머리 부분까지 다녀와야 하지만 도저히 주작산 정상까지 다녀올 엄두가 안 난다. 폭염과 잡목만 없어도 욕심을 내볼 만 하지만 오늘은 온전하게 오소재까지 가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오소재까지 이어지는 암릉구간은 마치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축소해서 갖다 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15시 30분 작천소령으로 내려섰다. 안내판에는 수양리재로 표기되어 있다. 오소재까지 4.5km 거리라고 되어 있지만 평지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은 그 두배가 소요될 것이다. 해남군에서 등산로 정비를 깔끔하게 잘해놨다. 적절하게 로프를 잘 설치했고, 필요에 따라 나무데크를 만들어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했다. 국립공원공단과 대비되는 단면이다. 차라리 국립공원공단을 폐지하고 그 관리를 지자체에 위임하면 어떨까? 공단은 위험하면 비법정탐방로라고 하면서 막아버리지만 지자체는 어떻게든 시설보완을 해서 사람이 다닐 수 있게 하고 있다. 비법정탐방로의 로프를 다 철거해서 사고라도 나면 공단은 책임이 없다고 하겠지.
암릉구간 바위를 오르내리는게 크게 힘들지는 않다. 오르막이라도 거리가 짧아서 피로가 쌓이지 않았고, 경사진 곳엔 바위에 물기를 머금고 있어도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내려서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만물상을 보는 듯한 바위군을 감상하고, 저 멀리 고금도와 고금대교를 포함하여 강진만의 아름다운 모습 등 볼거리가 많았다. 올봄 완도에 갈 때 고금대교를 부러 걸어가면서 땅끝기맥의 아름다운 산줄기를 감상했었다. 이번에는 거꾸로 강진만과 고금도, 완도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날씨가 더워도 바람골은 있는 법! 널다른 바위 위에 자리를 잡아 맥주를 비우며 주변 경취에 취해본다.
다음 구간 대둔산과 두륜산이 가깝게 다가올 수록 오소재는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길은 점점 좋아지고 간식과 물이 바닥나자 오소재에 터치다운했다. 우리나라 3대 약수터인 오소재 약수터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약수터에 들러 염치불구하고 옷을 벗고 대충 씻은 다음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려는데 해남주민이 물을 길으러 왔다. 그분께 부탁을 하자 고맙게도 해남버스터미널까지 태워줬다.
목포행 버스는 이미 끊겼고 남아있는 차편은 광주행밖에 없었다. 19시 55분 광주행 직행버스에 이어 지하철로 이동하여 KTX 타고 집에 들어오자 23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벌떼에게 집단테러를 당하고 보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너무 가렵다. 내일 병원에 가야 하려나?
첫댓글 돌쇠님 안녕하세요?
어느새 진행하신 땅끝기맥도 벌써 후반부에 접어들었군요.
땅끝길 특유의 가시잡목을 헤치면서 지맥의 백미구간인 주작공룡능선을 넘으셨네요.
아기자기한 암릉길을 오르내리며 남도의 매력에 빠져들던 기억도 납니다.
저런! 벌떼에 쏘이면서 곤욕을 치루셨군요. 상처는 아물었는지 궁금합니다.
시원스런 구간 정경에 더위도 잠시 잊게 해 줍니다.
남은 구간도 안전하게 이어지길 바랍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방장님!
답장이 늦었네요. 산행 못지 않게 후기 작성하는 것도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미 땅끝기맥은 마쳤구요. 광주와 대전 산줄기를 답사하고 있습니다. 올해 유독 날이 더워서인지 진드기에 여러번 물리고 벌떼 공격도 여러번 받았습니다.
가을을 기다리게 되네요. 그때가 되면 지맥 진행은 훨씬 수월해지겠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