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부지런한 꿀벌이 슬퍼할 겨를조차 없다는 말을 공감하는 날도 오네요.
제가 슬픈 일을 당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바쁜데도 너무 행복하다는 뜻입니다.
담양 투어가 연속되는 가운데 오늘 일정은 추월 산-담양호-금성 산성-강천산입니다.
읍내에서 금성 산성까지 12km, 추월 산14km, 담양호13km 인데 금성 산성 소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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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멀게 느껴졌을까요? 남초등학교 괴담 중 베스트 1위는 소사가 창고에서
용을 봤고 사투를 벌인 끝에 용을 죽였다는 겁니다. 그래서 소풍만 가면 비가 온다고
했어요. 제 I. Q가 100은 됐을 텐데 곧이곧대로 믿었는지 몰라? 물론 자면서 비오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지요. 오늘 날 제가 교회경력 30년인데 그때 기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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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을 다 써버려서 지금 기도를 안 하는지도 모릅니다. 초5-2반 이상수 선생님이
담임이었고 봄 소풍이었을 것입니다. 70년대 담양 아스팔트도로는 터미널에서 경찰서
사이 천변리와 지침리길이 유일했고 이때 군청부터 금성면 쪽으로 아스팔트를 새로
깔았을 것입니다. 난생 처음 30 리나 돼는 소풍 길을 행군 대형으로 갔어요. 그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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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차가 없어서 3열종대로 교사 한 명이 인솔했어요. 다리가 너무 아팠던 기억이
나고 2시간 이상 걸었을 것입니다. 숫기 없던 제가 지명되어 나와서 부른 노래입니다.
당시 유행가 “낙엽 지던 그 숲속에 파란 바닷가에 떨리는 손잡아 주던 너“를 개사해
”청계천 다리 밑에 조그마한 움막집은 거지 떼들 안식처이다 매일매일 아침이면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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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고 애원하며 소리치던 너. 밥-좀 주소 악을 쓰면, 식순이 뛰어나와 밥 없다 소리치네.
거리 돌아서서 오늘도 굶었구나. 내일도 다시보자 잘 있어라 나의 식 순아“ 지금도
쪽팔려서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그 멀 던 거리가 내 적토마로 10분 만에 도착했어요.
부스에서 2,000원 주차료를 받는 걸 보니 행락객들이 오긴 오나봅니다. 가만있자 1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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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산 20만원이면 일당으로 충분합니다. 짓다 만, 편의 시설이 폐가처럼 서 있는 것이
송강정이나 면앙정처럼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반증이겠지요. 정말 아무 것도 없고
부스 하나 딸랑 있더라고요. 화장실 쪽에 오토캠핑장이 있었지만 500M면 너무 멀지
않나요? 패스. 담양투어 중 처음으로 맞는 화창한 날씨입니다. 산성 입구까지 2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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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 시멘트 길입니다. 암자에서 스님들이 닦아 놓았을까요? 오늘 날씨 좋습니다.
겨우 200M 왔는데 숨이 찼고 앞으로 1K를 더 가야 성을 볼 수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제가 에베레스트는 못 가봤어도 등산 경력5년인데 이정도야 껌입니다. 입구부터 진도
견 한마리가 졸졸 따라옵니다. 헉헉거려서 물을 손에 따라 줬는데 한 병을 다 쳐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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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놈이 내 온 몸이 오그라들게 손바닥을 핥았어요. 드디어 첫관문입니다.
가파른 계단이 꽤나 길어 보입니다. 금성 산성은 3개의 관문이 있습니다.
첫 번째 관문이 가장 가파르고 길더이다. 이정도면 리찌 화를 신어야 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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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인기척이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낮은 포복으로 셀-카를 찍었어요. 시멘트를
일부러 깐 것처럼 용암이 흘러내려 진지를 구축해놓았습디다. 천해요새가 따로 없네요.
안성의 죽주산성 보다 뷰는 더 좋아 보입니다. 금성 산성은 삼국시대에서 후삼국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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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졌다고 합니다만 제가 보기에 천년을 증명할 만한 노송이 없어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여러 번의 보수를 거쳤으니 동학농민운동 녹두장군부터 고려 말 정도까지 추론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후 정미의병(1908)당시 의병들이 항일운동을 할 때 베이스캠프이었고, 의병장
이었던 장성사람 기삼연이(위정척사파) 을미사변(1896)이 일어나자 의병300명과 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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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운동을 한 곳입니다. 우리가 아는 대로 을미사변은 백주대낮에 한 나라의 국모를
일개 낭인 나부랭이가 시해한 치욕스런 사건입니다. 이후 ‘불꽃처럼 나비처럼‘이란 영화가
나왔을 것입니다. 그때 써 놓은 후기를 인용합니다. 구한말, 불꽃처럼 짧은 생을 비극
적으로 마감해야만 했던 명성황후에게 가슴시린 사랑이 있었다는 맹랑한 상상은 자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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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겠다는 걱정도 없지 않았는데 원래 영화라는 장르가
사실과 허구가 적절히 가미되어 관객에게 보여 지는 것이라 이 영화에서 역사는 단지
배경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그 험난한 역사 속에서 쓸쓸하게 살다가 처참하게 사라져간
한 여인에게, 먼발치에서나마 두려움을 함께 느끼고 목숨이 다하도록 곁을 지켜낸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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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가슴 속에나마 품고갈 수 있었던 정인 한 사람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그리 나쁜
일은 아닐 듯싶습니다. 저는 김 용균 감독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개인적으로 명성황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중략), 제가 명성황후를 KBS 드라마를 통해 만나, 3번
4번씩을 보고 또 보면서 그 분을 존 애 하게 되었습니다. 명성황후가 일본 영사관과 자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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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 의해 시해 되고 화장 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룸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도록
꺼이꺼이 울었던 경험이 있어요. 이참에 이 나라의 국모를, 그토록 허망하게 떠나보낸
우리들 자신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판타지로 삼으면 어떨 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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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 산성에서 담양호는 금방입니다. 사진 몇 방 찍고 추월 산으로 넘어왔습니다.
담양 땜이 건설되고 초창기에(80년)용준이랑 밤을 따러 추월산자락에 딱 한 번 올라온
기억이 있습니다. 준기 형님은 용준이 매형이고, 일남이 형님은 우리 사돈(매형 네 형)
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굳이 설명하자면 담양신문 장 기자네 큰 형이 장0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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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이면 제가 우리 학교를 거의 접수했을 때인데 10년 차이가 나는 형들이 심부름을
열라 시켜먹는 겁니다. 완전 꼬마처럼 밤도 따고 술심부름도 했을 것입니다. 하여간 저는
우리 일남이 형하고는 사대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신혼살림 시작하고 형님 잘나갈 때
기아차 광주공장에서도 그렇고 추월 산에서도 나를 완전 꼬마취급을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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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구 아세아) 광천동 공장 얘기는 ‘광주 편‘에서 하기로 하고 패스합니다.
추월 산은 담양의 이름 관련하여 상징성이 있는 산입니다. 담양 고 '교가'가 아마도
“추성은 정든 고장“ 으로 시작할 것입니다. 담양에서 생활하는 애들이 추월 산에 있다는
소리를 오래 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대나무 마을인 담양은 인구 5만에서 조금 모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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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면적 46.000km2 중에 임야가 60%이니 단 한 번도 잘나가던 시절이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 시대엔 학구열이 높고 대부분 생활형편이 비슷했는데 텃새가 세서 어른들이 터가
좋지 않다는 말들을 하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유배당해 오는 양반들이 대부분 똑똑한
사람들일 것이고 나름 살아남기 위해 애쓴 흔적일 것입니다. 우리 고삐리 때는 1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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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번까지 깡패였습니다. 12인치 통바지에 우-라를 뜯어낸 교복을 입고 다녔고, 주변 순창,
창 평, 옥과, 서방 그리고 광주에서까지 학교 잘리면 모두 담양고로 왔으니까요? 담양에
제가 아는 파벌만 해도 우림, 라일락, 불사조 등등 있었고 1빠는 기춘, 영0, 일0, 경0이
일 것입니다. 기춘 형, 이상(문 영철, 태식, 상돈 형)은 생략하겠습니다. 추월 산 관련 두 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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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있어요. 제가 20대에 서울에 있었는데 담양 제임스딘(3년 선배)이
둥근달에서 직접후배에게 아킬레스건이 잘려 죽었다는 겁니다. 물론 두 가해자도 잘
아는 지인입니다. 그 유해를 이곳 담양 땜에 뿌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5년쯤 후에 수유리
에서 고향후배를 만났는데 담양 큰 형님들이 추월산에서 린치를 가했다는 소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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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20년이 넘은 이야기이니 잊혀 졌을 것이지만, 혹여 상흔이 가시지 않았다면 살모사가
어머니를 잡아먹는다잖아요 그만 잊었으면 좋겠네요. 추월 산 잘해놓았더라고요. 금성 산성
갔다 와서 그런지 더 이상은 못 가겠어요. 사진 몇 장 찍고 테크 다리만 건너갔다가 왔어요.
아는 얼굴 한 명을 못 만났네요. 몬츄라 바지를 입고 산행을 온 커플도 있고, 슬리퍼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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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아이들도 보았어요. 갑자기 쓸쓸해지려고 합니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여태 것 씩씩하게 잘 지냈고 만, 갑자기 추남을 하겠다는 이 변덕을 어쩌면
좋을까요? 오늘 일정은 여기서 접어야 할까 봐요?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 만큼 행복한
길은 없을 것입니다. 그 누군가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요. 말해 뭐해.
그렇다면 요놈은 군중 속 고독이 아닐까?
2019.10.9.wed.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