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3장은 학자들이 ‘마가의 묵시’라고 부르는 장으로, 세상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첫 본문은 예수께서 성전이 무너질 것을 예언하시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1~2절을 보겠습니다.
1 예수께서 성전을 떠나가실 때에, 제자들 가운데서 한 사람이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보십시오, 얼마나 굉장한 돌입니까! 얼마나 굉장한 건물들입니까!"
2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큰 건물들을 보고 있느냐? 여기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질 것이다."
이 본문을 필두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마지막 때에 일어날 재난의 징조에 대해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기가 그리스도라고 주장하며 사람들을 속일 것이고, 여기저기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며, 지진과 기근이 들 것인데, 그래도 끝까지 믿음으로 견뎌내어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전파되어야 끝이 올 것이랍니다.
이 본문 역시 마가복음이 기록된 시대의 상황을 반영합니다. 마태는 이 본문을 앞뒤 순서만 조금 바꾼 채 내용은 거의 그대로 가져가서 24장에 실었습니다. 서기 70년대와 80년대의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으므로 마태의 시대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로마의 강경 진압으로 예루살렘은 폐허가 되어 다시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유다는 구심점이 없어진 채 더욱 살기 힘든 나라가 되었고, 유대인은 고통 속에 허덕이다 서기 132년에 바르 코크바를 중심으로 저항군을 조직하여 다시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들은 한때 예루살렘을 탈환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결국 135년에 다시 진압되었습니다.
당시 로마제국의 황제 하드리아누스는 유대인들이 다시는 저항하지 못하도록 그들을 대거 팔레스틴 밖으로 쫓아냈고, 땅의 이름도 이미 멸족된 ‘블레셋 민족의 땅’이라는 뜻의 팔레스틴으로 바꾸었습니다. 유대인은 이때부터 떠돌이 민족이 되었고, 팔레스틴이라는 지명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팔레스틴에 그 옛날 블레셋 민족의 혈통을 이은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때 이후로 팔레스틴에 정착한 사람들은 아랍인의 후손입니다.
공관복음서에 기록된 마지막 때에 대한 본문의 원자료는 마가복음 23장입니다. 이 본문을 마태와 누가가 가져가서 마태는 자기의 복음서 24장에, 누가 역시 자기의 복음서 21장에 담았습니다. 복음서 저자들이 이 본문을 기록한 의도는 명확합니다. 서기 70년에 로마제국에 의해 자행되었던 대규모 재난이 다시 벌어질 경우에 대비하여 ‘그 날이 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지침서로 기록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재난이 극에 달할 때 해가 어두워지고 하늘에서 별이 떨어질 텐데, 그때 예수님이 직접 구름을 타고 내려오셔서 선택된 사람들을 사방에서 모을 것이랍니다. 그러나 그 날과 그 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늘 깨어있으라는 것이 이 종말론적 묵시를 기록한 목적이고 결론입니다.
과연 복음서 기자들이 예언한 대재앙의 날은 수십 년 후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고대했던 주님의 재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서기 1세기 말의 상황을 담은 이 기록을 21세기가 된 지금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한 예언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것이 한국 교회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