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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상상력의 놀이터 원문보기 글쓴이: 다림
한빛 문고 006 자전거 도둑
박완서 글 | 한병호 그림 184쪽|7,000원|1999년 12월 20일 출간 신국판 변형|초등 고학년 이상 |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 중앙독서교육 선정도서 │ 책읽는교육사회실천협의회 권장도서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필독도서 │ 새누리교육 선정도서 │ 한우리가 뽑은 좋은책 선정도서
서울시교육청 교과 연계 도서 선정 │ 부산광역시교육청 독서인증제 선정도서
단편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 (초등 학교),
'옥상의 민들레꽃'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
이 책을 펴내면서
외국 번역물을 포함하여, 창작 동화, 학습 교양물, 오락물 등 어린이를 타겟으로 하는 책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눈에 띄는 책을 고르려면 한참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또한 각 서점의 통계를 살펴보면, 학습물과 오락물이 어린이 베스트 코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자라나는 어린 정신의 지적 영양 불균형 상태의 심각성을 대변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에는 우리 작가가 쓴 명작이 없는가?”
이 질문에 대해 도서출판 다림이 한빛 문고 시리즈로 답하고자 한다.
어릴 때 읽은 좋은 책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재산으로, 혹은 한 개인의 장래를 바꾸어 놓을 만큼의 큰 힘을 갖게 되는 경험을 한 번쯤 하게 되는데, 어른들은, 출판인들은 눈앞의 경제성에만 급급하여 우리 어린이의 정서적 토양을 너무 메마르게 방치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그런 반성의 결과로 도서출판 다림에서는 김치보다는 햄버거와 피자를 좋아하는 어린이에게 우리문학을 통해, 우리정서를 심어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시리즈를 놓고 기존 작품의 리바이벌 출판이라는 간단한 결론을 내리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수십 년 혹은 세기를 뛰어 넘는 외국 작가의 작품은 아무런 의심 없이 명작으로 받아들이면서, 정작 우리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히 해 온 것이다.
다림의 편집자들은 한 권 한 권 한빛 문고 시리즈를 엮어 가면서 시대를 초월하는 예리한 통찰력을 지닌 훌륭한 작가와 만나고, 그야말로 보석 같은 우리 작가의 문장을 만나는 기쁨을 그대로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 데 많은 고민을 해 왔다. 그리하여 원작의 훼손 없이, 각 쪽에 어려운 한자말과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리는 방법으로 주를 달아 주었다.
또한 본디 어린 독자를 대상으로 쓰여진 작품이 아니어서 40-50여 장의 그림을 실어 행간에 담긴 내용을 다시 한 번 생각게 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그림 작가 역시 머리와 손끝에서만 그림을 풀어내지 않고 체험을 겸해서 원작과 호흡을 같이 했다. 때문에 작품에 대한 해석이 진지하고 그림이 수준급이어서 또 하나의 텍스트 역할을 한다. 그리고 책 끝에 200원고지 30매에 달하는 작품 해설을 담아 작가에 대해, 작품에 대해, 글 읽는 방법에 대한 자세를 제시해 준다.
작가 박완서는 79년 첫 동화집(어른을 위한 동화)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을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은 그 동안 여러 차례 제목이 바뀌어 출간되었으나 작품이 담고 있는 깊이에 비해 독자들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중 어린이들이 읽을 만한 작품을 선별하고 보태어 그림과 함께 《자전거 도둑》으로 새롭게 펴낸 것이다.
작가 박완서는 70년대라는 암울한 시대를 살면서 겪고 느꼈던, 소설로는 말하지 못할 답답한 심정을 동화라는 형식에 의탁해 풀어 냈다. 일찍이 70년대에 작가가 겪고 느꼈던 이야기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분명 답답해 하고 있는 것들이며, 반드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주제들이다. 발표 당시에는 어른들에게 따끔한 경고가 될 수 있었던 이야기가, 불과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는 어른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는 어린이들도 함께 생각해야 할 과제로 떠 오른 것이다.
특히 쉽게 소유하고 마음껏 즐기며 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소중하게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이다.
이 동화집에 실린 대부분 작품들은 미발표 원고를 첫 동화집으로 펴낸 것이어서 작가가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며, 또한 작가는 이번에 다시 《자전거 도둑》을 펴내면서 ‘동화책이란 늘 새로운 독자와 만날 수 있어서 늙을 줄 모르는 책’이 아닌가 싶어 새삼 동화를 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그림 작가 한병호는 10년 넘게 어린이 책에 개성 있는 그림을 그려 왔다. 최근 다림 출판사에서 나온 그림책 《황소와 도깨비》를 통해서도 독자들에게 성큼 다가가고 있으며, 김유정 단편집 《봄봄》에도 깔끔한 그림을 그려 한빛 문고 시리즈를 읽어 온 독자들이라면 친숙한 그림 작가다.
그림 작가 한병호는 이 책의 표제 작품인 '자전거 도둑'의 배경이 되는 청계천 상가를 수 차례 직접 돌아보는 등 작품의 분위기를 몸으로 느꼈다.
박완서 선생님은 원화를 보고 “아직도 서울에 이런 곳이 남아 있냐”며 작품의 분위기가 잘 살아나 있음에 만족스러워했다.
우리 시대 대표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을 하나씩 내면서 갖게 되는 부담과 책임감이 책을 만드는 데 더 큰 정성과 애정을 쏟게 하고 있다. 앞으로도 작가와 작품을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책을 만들도록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
《자전거 도둑》은 표제 작품 ‘자전거 도둑’과 함께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 '시인의 꿈', ‘옥상의 민들레꽃’, ‘할머니는 우리편’, ‘마지막 임금님’ 등 아이들이 읽을 만한 작품 6편을 실은 소설가가 쓴 동화집이다.
이 여섯 편의 이야기는 인간 사회를 혼탁하게 한 것이 무엇인지를 뚜렷하게 드러내면서 정직하고 용기 있는 주인공들을 통해, 특히 어린이의 맑은 시선으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생겨나는지 재미있고도 의미심장하게 일깨워 주고 있는 작품들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과 편리를 위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진 오늘의 세상. 이러한 세상은 과연 살 만한 곳인가?
오늘의 작가 박완서는 바로 이 점에 물음표를 던진다.
‘옥상의 민들레꽃’, ‘시인의 꿈’, ‘할머니는 우리 편’에 각각 등장하는 아이들은 작은 민들레꽃에서 소중한 자연의 생명력을 발견하고, 몸이 잘 사는 것에만 열중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이 정작 마음이 잘 사는 것은 놓치고 있음을 시인 할아버지를 통해 알게 되고, 깨끗하고 편리한 곳에서의 삶보다는 조금은 지저분하고 불편하더라도 자연과 호흡하며 욕심 내지 않고 사는 삶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할머니를 통해 깨닫게 된다,
또한 내일을 향해 마음을 열고 밝고 순수하게 살아가려는 이들에게는 어김없이 시련이 찾아드는 현실을 ‘자전거 도둑’,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 ‘마지막 임금님’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날 세워 둔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남의 자동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맞아 어쩔 수 없이 ‘자전거 도둑’이 돼 버리는 시련을 겪는 수남, 정성껏 기른 닭이 낳은 달걀을 팔아 도시로 수학 여행을 가지만 텔레비전 쇼에서 달걀을 하찮게 여기는 것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는 한뫼, 임금님보다 행복하다는 이유만으로 촌장 자리를 빼앗기고 감옥에 갇히고, 가족을 잃고 끝내는 사약까지 받게 되는 촌장의 경우가 그렇다.
그렇지만 자기 내부에 도사린 부도덕성을 견제해 줄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이 있는 고향을 향해 짐을 싸는 수남이의 모습과 시골의 살아 있는 자연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도시의 아이들에 대한 앙갚음을 대신하려는 한뫼의 모습과,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법을 알아낸 자연을 닮은 촌장의 마음만은 훼손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이 모두는, 오늘이 아무리 몸이 잘 사는 삶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상이 되었다 해도 마음이 잘 사는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의 친구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박완서의 작품을 통해 어린이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깨우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