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여름이었다,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아세요.... 첫 문장) 내가 술을 마시는 것을 본 사람은 없다. 혼자 마신다. 정확히 운 좋은 신데렐라가 왕자를 홀리기 위해 유리 구두를 슬며시 벗어던진 밤 12시, 혼자서 소주 한 병 정신과 약을 안주로 마시고 잔다. 아무도 모르게! 제정신으론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평생 안 해본 일에 도전하는 것이라 나름 의미 있다. 인생의 후반전은 술이다.
술과 약을 먹으면 하이드가 된다. 나쁘진 않다. 나 혼자만의 하이드이므로! 내 몸의 피를 게코 도마뱀의 손에 붙은 빨판으로 마시는 자급자족의 뱀파이어가 된다. 이제 남은 날이 얼마 없으므로 마음껏 누리고 싶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경험했으므로 하여 난 원 없이 살다간 자이고 싶다. 삶이 행운행에서 특급의 불운으로 갈아탔다. 원래 행운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프랑수아즈 사강 (프랑스 여성작가, 1935~ 2004)
프랑스 파리 올림픽이 한창인 지금, 프랑수아즈 사강이 생각났다. 하늘이 내린 철저한 이과 남자이자 냉철한 연구원인 그러나 전 세계 40개국을 다녀온 자칭 여행 전문가인 한량 남편에게 그녀를 아냐고 물었다.
"프랑스 사강 간다는 말이지?"
"응............."
나이가 드니까 그냥 설명하기가 싫어진다. 삶에 흥미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대화중 누군가랑 동시에 말하면 그냥 도마뱀처럼 말의 꼬리를 스스로 잘라 버린다.....
19세에 발표한 소설 '슬픔이여 안녕(Bonjour Tristesse)이 명성과 부를 가져다주었다. 자유 방탕하게 마음 내키는 대로 살다 갔다. 전 프랑스 자크 시라크 대통령, 심지어 마약 중독자들과도 친분이 있었다. 특히 사강은 마성의 남자 장 폴 사르트르가 죽기 1년 전부터 열흘마다 한 번씩 그와 식사를 했다. 진심 난 그의 밑창까지 달린 틀니까지 닦아줄 자신이 있다. 사르트르와 대통령과의 만남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난 무조건 마성의 추남 사르트르이다.
자동차 스피드광이었다. 차 사고로 죽었다 살았다. 그럼에도 경험으로 배우고자 하지 않았으며 더 큰 경험으로 옮겨 갔다. 마약에 중독되었다. 스스로가 고통을 만들어갔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J'ai bien le droit de me détruire.)며 자신을 변호했고, 이후 두 차례 기소에서 모두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자신을 헤칠 권리가 있다고 당당하게 자신을 대변했다. 길들이지 못할 야생마 같았던 그녀도 떠나고 없다.
이별에서 이별한 많은 지인들을 떠올리며 난 어떻게 남은 나를 파멸로 이끌어 잘 쓰여진 비극의 파국으로 몰고 갈지를 고민해 보는 밤이다. 블로그 이웃들이 추천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밤은 나의 휴식이자 놀이터가 되는 장막을 펼쳐준다. 드라큘라 백작만이 무대에 나타나면 된다. 삶에서의 모든 경험들은 다 기적이다. 원래 없었던 나였기에!
잠은 또 다른 죽음의 연습 시간, 나를 죽이러 가는 시간이다. 오늘도 가뭇없이 사라지길!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영역도 있다. 부모를, 신을,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해야 할 뜨거운 밤이다.
삶으로부터 도망치는 시간이다. 철학도 종교도 그 무엇도 나를 푸념으로부터 끌어내지 못한다. 내 고통의 크기는 상상보다 큼으로! 종교가 제일 나쁘다. 줬다 뺏어갔다! 도로아미타불(徒勞阿彌陀佛)이다. 인샬라!
명문대학교 약학과 출신의 아름다운 어머님의 기대에 못 미친 나와 사랑받지 못한 나와 구박덩어리였던 나와 평생 무능력했던 이젠 잊고 싶은 핵 개발자 아버님, 모든 게 악연이다.
난 아직 아픔의 꿈에서 해방되지 못했으므로 아무도 용서할 생각이 없다. 부인하고 싶은 게 아니라 부인 당해왔다. 눈뜨는 게 배신이다. 크로노스의 낫으로 잘라버리고 싶은 삶! 심장이 느끼는 것과 눈동자가 보는 것의 괴리감으로 오늘도 우리 은하를 포물선처럼 건너간다. 순간에서 와서 순간으로 끝날 것인데 순간이 아닌 이 순간은 무엇이라 불러야 하나!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관한 바른 이해이다.
코로나 372번 참회하는 마음으로(?) 승정원 기록처럼 올립니다. 나를 위한 피의 고백서! 삶에서 못다한 말들, 그리고 그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던 지나간 시대의 비극인 <코로나 일지>. 한번 피해자는 영원한 피해자입니다. 누군가는 기록하고 기억해야할 <상실의 아픔>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좋은 이웃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너무나 망해 버린 삶, 누군가에겐 희망이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