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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여자] 장진
S#1. 영화의 시작
동치성의 얼굴이 떡하니 보인다...
이 친구가 영화 주인공이다.
치성의 얼굴은 술에 취했는지 벌게져 있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치성……. 고개를 돌려 옆에 서있는 전봇대를 지긋이 바라보다간…….
뭔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손을 갖다댄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잠시……. 사이…….
아무 느낌도 달라짐도 없다.
떠지는 그의 눈... 휑하니 맞은편을 응시한다…….
그러면서 지금의 상태가 고통스러운지 헉헉대는 신음을 토해낸다.
그리고 입술을 조아리며 뭔가 읊조리는데 잘 들리지는 않는다.
‘으... 으... 그 여자... 웃으면... 입술꼬리가 올라가고…….’
‘으...으... 그 여자 발목은 ... 요만한 게…….얇았지…….’
조금씩... 치성의 소리가 사그라지더니... 고요했던 주위의 소음들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치성이가 서있는 곳이 거리, 도로...차가 다니는...인적이 드문... 가로수도 있고...
밤에다가...우리 동네는 아니고 ... 버스가 끊긴... 바람도 부는 것이 가을 같은....
치성 발밑에 하얀 선...횡단보도인가...머리 위에 신호등...횡단보도 맞네....
힘든 그의 뒷모습에서 앞을 보니 건너편에 한 여자... 서있고...
잠시 아 저기 여자가 서 있네 라는 생각을 하려던 찰나에 그 여자, 휘리릭 치성 쪽으로 건너오고…….
몇 걸음 걷자마자 지나가던 웬 승용차가 빠샤!!!!!
여자, 그 차에 치이며 공중으로 날고…….
빨간불에 건너다 치여도 보험이 되나 라는 생각을 하려 하는데
그 공중으로 나는 여자를 치성이가 하도 빤히 쳐다봐서 생각이 싹 사라지고
다시 영화에 집중하게 되는데…….
치성이는 비록 몸을 못 가누는 술 취한 상태지만 공중에 뜬 그녀에게 마음의 소리 말을 거는데…….
치성 : ...........아.....파요?
여자 : 아직.... 잘 모르겠어요…….
치성 : 무지 ....높이.... 떠있어요....
여자 : 나... 보기 흉해요?
치성 : 새 .... 같아요..... 꼭.....
여자 : ...다행이다... 참....다행이다.....
치성 : 근데.... 진짜....안 아파요?
여자 : ......아직.... 하나도 안 아파요.....
치성 : ......아.....
여자 : .....근데..... 우리.... 어디서 본적 있나요?
여자.... 쿵...하며 땅에 떨어지고....
땅에 몸이 스며드는 듯이... 그렇게 눕혀진 채 …….
S#2. 눈이 부시도록.... 미칠 듯이 아름다워
도저히 슬픔 엇비슷한 것들이 근접할 수도 없을 것 같은 길..
그...길 위에 치성과 치성이의 애인이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치성이는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치성.... 그 모습을 곱게 즈려 담으며.....
애인은 그 노래를 그다지 열심히 듣는 것 같진 않다.
다만 여과 없이 쏟아지는 햇살을 피부로 눈으로 맞이하고 있다.
치성의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둘의 손은 깍지를 낀 채 걸음을 느끼며 흔들린다.
그리고 그 노래가 1절이 끝나고 2절로 넘어가며 자연스레 치성의 손이 애인의 손을 감싸 포개 쥔다…….
치성 : (노래한다) 그대로 그렇게 떠나간다면 난 정말 울어 버릴걸....
내 사랑하는 그대여 정말 가려나 내 가슴속에 외로움 남겨둔 채로
내 사랑하는 그대여 정말 가려나 내 가슴 속에 서글픔 남겨둔 채로
그대로 그렇게 떠나간다면 나 정말 어찌 하라고...
그대로 그렇게 떠나간다면 난 정말 울어버릴걸 …….
오, 그대여 한마디만 해주고 떠나요 지금까지 나를 정말 사랑했다고
오, 그대여 이 한마디 잊지 말아요 나는 오직 그대만을 사랑한다는 걸
애인 : 딴거... 또....
치성 : 딴거 또? ....댄스?
애인 : 아니... 아무거나... 잘하는 거...
치성 : 신곡....? 어.... 음.... 여자 꺼도 돼?
애인 : 여자 꺼도 알아?
치성 : 라디오에 나오잖아. 거기서 들었지...
애인 : 가사도 외워? 다?
치성 : 그냥... 조금...
치성...애인을 잡은 각지를 살짝 풀어 공을 쥐듯 손 모양을 바꾼다.
애인, 그 손을 느끼곤....
애인 : 슬라이더?
치성 : .... 미안해...
애인 : 아프지 마...이젠... 나 시합 구경 갈지도 몰라...
치성 : .... (말이 이상하다)
애인 :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도 말고...
치성 : ....어... 그래야지... ....음.... 노래.... 해줄까?
애인, 걸음을 멈춘다.
치성도....
애인 : 아니... 이제 됐어....
치성 : ...어...
애인 : 우리... 그만 만나자....
치성 : .... 어.... 그래?....
치성...그 속 깊은 어딘 가에선 온갖 난폭한 욕설과 분노도 있을 수 있겠지...
그게 다른 화각에선 보일수도 있겠고... 예를 들어...
‘시벌 ...년 ...가 가 가 ....개 같은...년... 죽여 불라’
애인 : 그렇게 해줘.... 우리 그만 하자 이제....
치성 : 음.... 응.....
고개 돌리니.... 앞쪽에 멋진 벤츠 한대 서있고...
치성 : 벤츠다.... 나중에 돈 벌면... 저거 산다고 했는데... 너도 태워주고...
애인 : 갈께....
애인, 손을 놓고... 간다.
가더니....
말하던 그 벤츠에 오른다.
벤츠도 애인도 간다.
치성 : 이번에도 사랑이 아니었다. 늘 이렇다... 늘 사랑이라고 생각 했는데...
지나고 나면 사랑이 아니었다. 난 아직도 사랑을 못해봤다. 첫사랑도 못해본거다.
난 첫사랑이 없다.
치성.... 코에서 코피가 주르륵 난다.
손으로 쓰윽 닦는다.
치성 : 후... 이 지긋지긋한 놈의 코피... 맨날 혼자 있을 때만 터진다...
(손목시계를 본다) 두시다... 병원에 가야 된다.
S#3. 병원 .... 조금은 단정하거나 위생적인 느낌이 없는지라
의료 사고가 금방이라도 날 것 같은 병원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의사의 방...
의사는 늙었다... 두꺼운 돋보기안경에 흰머리가 가득이고...
목소리나 가끔 토해내는 기침에선 심한 천식기가 느껴진다.
그런 노의사가 MRI 혹은 엑스레이 사진 같은 커다란 필름을 바라보며 깊은 사색에 잠겨 있다.
맞은편엔 영화의 주인공이자 모든 장면에서 아직 한번도 빠짐없이 나오고 있는 치성이가 앉아있다.
치성 : 그게 제 머린가요?
노의사 : 네? ....아...네.
치성 : 흑백이네요...
노의사 : .... 잠깐 계셔 보세요...
치성 : .... 머리카락은 안나오네요...
노의사 : 어...헷갈려요... 잠깐 계셔요...
시간 경과 잠깐....
노의사...치성... 둘 다 심각....
노의사 : 머리보단 심장 쪽이 더 문제구만...
치성 : 아... 이게 심장인가요?
노의사 : 아니..그건 폐고 심장은 이건데... 이게 이러면 안 되는데...
치성 : 그것도 흑백이네요...
노의사 : 다... 흑백이라니까
치성 : 이렇게 보니까 내가 새가슴이네...
노의사 : .....그게 문제가 아니고... 나도 새가슴이야.
치성 : .....
노의사, 사진을 내려놓으며... 한숨 푸욱...
노의사 : 종양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어... 악성...그리고 악성이 아닌 순한...
치성 : 그렇겠지요... 아무래도...
노의사 : 근데... 우리 동치성 환자께선... 이게 악성이에요. 여기 보세요...
(사진을 보며) 여기가 이렇잖아요. 이게 이러면 안 되거든... 요게 요렇게 되어버리면
이게 위험한거란 말인데.. 이게 보시다시피 이미 이래 돼버렸어요.... 타고 올라간 거야...
지금 막 돌아다니는 거지... 얘들 이러면 안 되거든...
치성 : (멍한 채).... 그러네요...
멍하다...
전화가 울린다.
노의사가 전화를 받는다.
노의사 : 네... 아 접니다. 아 그래요... 그게 그래 돼버리면 안 좋은데... 그럼... 어떻게 ...
치성 : 지금은 구월이다. 길어야 삼개월... 내년을 볼 수 없을 거라 얘기 하는 거다. 내 머린 이상하다.
흑백이고 게다가 악성이다. 맘에 안 든다. 술을 좀 먹어봐야겠다. 취하든 안취하든....
그냥... 조금만...한 만원어치 정도만....
S#4. 술집... 이런 스타일은 강남에선 도저히 찾아볼 수 없거니와 행여 있다 하더라도
소수를 위한 공간으로 사업성을 포기한... 그리하여 주인은 돈을 벌기보단 몇몇이 모여서
듣고 싶은 노래듣고 마시고 싶은... 그것도 무자료 술이나 집에서 담근 밀주 곡주 과일주
뿌리주들로 밤을 지새울 만한 그런 술집...
치성이가 문을 열고 그 술집의 탁한 공기를 찌푸리는 인상으로 느끼고 바텐 앞으로 걸어 들어온다...
몇몇 손님들의 자세와 흥청거림을 곁눈질로 느끼며 ....바 앞에 와서 앉는다.
주인 혹은 바텐더 : 외야수 왔어..
치성 : 네...
주인 혹은 바텐더 : 오늘은 왜 혼자야?
치성 : ... 저 늘 혼자 왔었어요...
주인 혹은 바텐더 : 그런가...히히...
옆쪽에 있는 여자 웨이트리스... 이연, 치성을 힐끔 바라보고 있다.
눈이 마주친다.
이연 : (어색하게) 오셨어.....요
순간 치성, 고개를 돌려 그 인사를 못 본다.
이연... 썰렁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그러면서 유리잔에 주스를 따른다.
주인 혹은 바텐더 : 시합 안했어?
치성 : 했는데... 전 안했어요...
주인 혹은 바텐더 : 어, 왜 안했어? 해야지... 1군 가야지... 어깨 쌩쌩해?
치성 : ....그냥... 좀 안 좋아요....
주인 혹은 바텐더 : 또 안 좋아? ....외야수 하지마...투수해. 투수가 죽이지... 고등학교 땐 날렸잖아...
투수 동치성...우투좌타... 오른짝으로 던지고 왼짝으로 때리고... 봉황기 6승 투수...
사상 네 번째 최우수 선수상이랑 우수투수상을 동시에 받은....
이연은 계속 힐끔힐끔 치성을 보고... 주스도 따르고...
치성....이상하다...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주르륵 흐른다...
주인 혹은 바텐더, 이연...그 눈물을 봤다.
주인 혹은 바텐더의 시끄러운 수다가 멈추었다.
둘... 약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주인 혹은 바텐더 : 외야수... 실망하지 마라. 너... 외야수로도 좋다. 울지 마라.
치성 : 여긴 공기가 너무 안 좋아요... 형. 여기서 며칠 있으면 암걸리겠다...
폐암 같은 거... 악성으로..후후...
이연, 주스를 치성 앞에 놓는다.
치성 : 저기요... 저 오늘 술 마실 건데...
이연도... 주인 혹은 바텐더도 그 소리에 놀란다.
치성 : 그냥 맥주나... 아니면... 양주... 잔에다가 한잔씩 팔죠? 얼음 넣어서...
S#5. 여관.... 손님이 들어오면 ‘어서오세요’란 말 대신 위아래로 흘기며
‘쉬다 가실꺼에요?’ 란 질문부터 나올만한 그런 여관의 가장 후미진 방.
머리가 지끈 속이 울렁 오묘하고 다양 복잡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쓸고 간 흔적으로 눈을 뜨는 치성....
눈앞에 보이는 이연....이는 동물원에서 사자우리에 이유 없이 들어가서 놀고 있는 토끼를 보듯 ...
마지막 재산을 털어 로또를 오만원어치 산 뒤 숫자를 맞춰보는 듯한 깊은 관심의 시선으로....
치성을 바라보네....
이연 : 눈떴네,... 보여요?
치성 : 어? 바텐더네.... 내가... 왜 여깄어?
이연 : 술도 못 먹으면서... 푸~
치성 : 나 어떻게 여길... 거기가 데리고 왔어요?
이연 : 그럼 내가 따라 왔나....
치성 : 나... 무거운데... 어떻게 들고 왔어요?
이연 : 접어서 봉투에 담아 왔어요... 왜요? 기억도 못하면서....
이연이가 커다란 봉투에 치성을 담아 힘겹게 걸어오는 모습이 잠깐 치성 머릿속에서 스친다.
치성 : 아...
이연 : 술도 못 먹는 사람이 무슨 술을 그렇게 먹어요? 참... 고거 먹고 그렇게 뻗는 사람은 처음 봐요...
치성 : 나... 담아온 봉투 어디 있어요?
이연 : 근데... 술 취한 사람치곤 잠을 참 곱게 자네요... 코도 안 골고...몸 뒤척임 하나 없이...
주사가 없으시네요... 그렇게 안 보이는데... 난 이제 가요... 방값 내가 냈어요. 나중에 주세요..
이연...문 닫고 나간다.
남아있는 치성.... 멍한 느낌의 얼굴로...맘속의 소릴 낸다.
치성 : 난 오늘... 남들에게 다 있는데 나는 갖지 못한 세 가지를 알았다.
나는 첫사랑이 없고 나는 내년이 없고 .... 나는 주사가 없다....
S#6. 여관 복도 .... 촉수 낮은 실내등이 주르륵... 노란색..... 그리고도 흐린...
이연... 방금 나온 그 주사 없는 남자가 남겨진 방문을 바깥쪽에서 잡고 등을 기대어 호흡을 고른다.
조금 전까진 멀쩡한 척 해놓고선 방금 전까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태연해 놓고선...
그래서 정말로 사심 없이 술 취한 놈 하나 여관에 눕혀 놓고 나오는 무감의 선량한 시민처럼 보여 놓고선...
왜...왜... 저런 숨을 고르고....그러다간...심지어는 입술 실룩거리다가...눈에 눈물도 고이고...
그 눈물 흐르는 소리가 그 방에 들릴까봐... 휘리릭....그 방 멀리 복도 어딘가...입구로 가든 비상구로 가든....
휘리릭...걸어 나가는...
이연.... 여자 주인공....
치성과 더불어 유일하게 이연이란 고유명사로 작품에 나오는....
그래서 그녀 그 울며 노란 복도를 휘리릭 걸어가는 얼굴에서....
S#7. 떠오르는 main title 아 는 여 자
아...여자 주인공 맞나보다.
S#8. 도우넛츠 가게... 온갖 도우넛... 제과빵이랑의 엄밀히 구별되는 맛과 디자인의
고품격 밀가루 빵... 이연이가 해떠있을때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이다.
형광색의 벽면과 디스플레이들이 밤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bar와는 철저히 구별된다.
저쪽 한쪽 귀퉁이에 선량하게 생긴 남자 손님들이 아, 여자도 한 둘 정도 보인다...
이것저것 다양한 종류의 빵을 시켜 놓고 모임을 갖고 있다.
마치 인터넷 모임에서 만난 이들처럼 화목하고 다정한 분위기의 사람들이 제각각 자기소개서부터
아니면 몇 번 만난 사이라 소개 생략하고 오늘 모임의 주제 안건 및 토의 방향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옆쪽으로 이연의 친구... 물론 여자 친구가 앉아 있다...
생긴 걸로 봐선 이연이랑 어렸을 때부터 친구거나 같은 동네에 죽 살아온 듯한 모양새...
생긴 걸로 어떻게 그걸 아냐고 의문을 갖을수도 있지만 원래가 그렇다
한동네에서 오래 산 친구는 생긴 거나 스타일이나 말투나 상상력이나 모두가 닮아 간다.
‘세상에~ 나 너 같은 놈은 처음봐!’ 뭐 이런류의 말을 자주 들어본 사람은
분명 십중팔구 일년이 멀다하고 자주 이사를 다니거나 전학을 다닌 사람들이다...
여하튼...
자기랑 닮은 친구에게 커피와 도우넛 몇 개를 가지고 다가오는 이연.... 그 앞에 앉는다.
(물론 근무 시간에 이러면 안 되지만)
친구는 이연이가 가지고 온 도우넛과 커피를 바라본다.
친구 : 뭐야? 못 보던 거네.
이연 : 어.. 새로 나온 거야... 안달아 ... 잘 팔려...
친구는 아무리 달아도 분명 잘 먹을 거였으면서 괜히 안달아? 라고 재차 묻더니 입에 넣고 살살 녹인다.
그리고 이연은 뭔가 할말이 있는 사람처럼 빤히 저 입속에 있는 것들이 목안으로 삼켜지길...기다리며...
멀뚱히 쳐다보고 있....... 었는데...그럴 줄 알았는데
허나... 이연은 그것들이 다 삼켜지길 기다리지 않았다.
이연 : 나... 그 사람 만났다.
친구 살짝 정적을 이루는가 했더니 ...예사로이 받아드리기로 맘먹고
도우넛 -살이 안찔테니... -을 하나 더 입에 넣는다.
친구 : 가끔 본다며? ...가게 단골이랬잖아....
이연 : 어, 근데... 이번엔 같이...
친구 : 얘기도 나눴어...?
이연 : 어... 잠깐...
친구 : 짧게?
이연 : 어...아니...다른 때 보단 ... 좀 길지... 같이...
친구 : 이거 맛있다... 잘 팔리겠는걸...
이연 : 나... 어제 그 사람이랑 ... 여관 갔어...
친구 도우넛 먹는걸... 아니...씹는걸... 더불어 목안에 넘기는걸... 스톱한다...
그리고 영화는 그 둘의 얘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 옆쪽의 동호회 모임으로 옮겨가고
이연과 친구의 모습은 저편으로만 보인다.... 물론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는 친구와 별 의식 안하는 이연이다.
동호회사람들은 자못 진지하고... 정숙된 분위기에서...
시삽 : 자 대강 다 모이셨으니까 이번 달 정모를 시작 하겠습니다.
박수를 치는 정말 선해 보이는 사람들...
시삽 : 저희 모임의 운영자이신 아이디 분홍복면 님의 기조연설이 있겠습니다.
분홍복면 : 아... 우리가 이렇게 동호회 모임으로 만난지도 이제 일년이 됐습니다.
일년...적다면 적은 세월이고 길다면 긴 세월이지요.... 그동안 많은 스타디와 워크샵을 통해
우리 회원 분들의 기량과 성숙도가 이제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지요...
그리하여 예정대로... 다음 주에... 우리 모임의... 중간평가의 시간을 갖도록 결정 했습니다.
선량한 회원들의 의미심장한 눈빛들...
저 뒤쪽에서 이연과 친구의 격한 내용의 대화가 추리되는 모습들이 보이고....
S#9. 야구장.... 마른 먼지가 스파이크에 뭉개져 피어오르고 태양도 뜨겁고...
마치... 그래, 죽기 참 좋은.... 날...그 아래 야구장
구석구석 각 포지션 별로 다양한 연습을 하고 있는 동치성의 팀....
토스배팅
티배팅
노크 볼
피칭 연습
수비 연습
주루연습
말해 더 무엇 하랴.... 이렇듯 수두룩이 연습하는 광경들....
그 속에 우리의 동치성 러닝을 뛰다간 이내 숨을 헐떡이며...멈춘다...그리곤 절망적으로 고개를 푹 숙인다...
동치성 외야 노크볼을 받고 있다.
외야수 치성... 자신에게 오는 타구들을 받아낸다...
하나
둘
셋
그러다가... 멍한 얼굴이 되며... 받기를 멈춘다...
또 날라 오는 타구를 또 안받는다.
타구를 때려대는 코치가 홈베이스 쪽에서 소리 지른다...
코치 : (소리 지른다) 야!!! 뭐해 짜샤!!!! 볼 안받아!!!!
치성 : (같이 지른다) 받아서 뭐해!!!!
코치, 멍하게 외야를 바라본다.
코치 : (소리 지른다) 너 미쳤냐!!!!!
치성 : (같이 지른다) 그래!!!! 미쳤다!!!!!
코치... 더욱 멍해지다가.... 방망이 놓고... 외야로 뛰어 간다
그러다가 중간쯤에서 자빠진다...
S#10. 샤워실...경기장에 붙어 있는
그래서 사우나나 때밀이는 전혀 찾아볼래야 볼 수 없는 그런 샤워실....
코치 : 샴프 줘?
치성 : .....
코치 : 얘기 들었다. 애인 하고 헤어졌다고?
치성 : .....
코치 : 다 그런 거야... 그렇다고 날아오는 공을 안받으면 어쩌자는 거야?
점수 줄까? 줘버려? 왜 그래? 도대체....
치성 : ......
코치 : 원래가 그런 거다... 볼을 놓치면 에라error다. 응? 실수...에라error... 여자를 놓치면... 그건 팔자다.
그건 누구의 에라error도 아닌 팔자야... 네 팔자에 그 여자가 아닌 거야.
여자 놓친다고 점수 뺏기는 것도 아니고.... 응? .... 사랑은 늘.... 어? ... 기다린다.
네가 가면 되는 거야... 기다리는 사랑한테... 걸어가!!! 볼넷으로 걸어가건... 몸에 맞아 걸어가건...
그냥 걸어가면...있어... 근데... 볼은 오는 거야. 방망이 들고 있으면 와.
글러브 끼고 이렇게 있으면 온단 말이야. 응? 샴푸 줘?
치성, 샴푸를 받아 짠다...
코치 : 다음 주에 1군 경기 통보 받았다. 마지막 기회다. 다시 마운드에 서란다... 감독님도 네 스타일 좋아해.
그날 실수는 잊어라. 네 실수 아니야..알아... 너도 그건 잊어.
코치, 나간다.
치성, 물 꼭지를 잠근다.
S#11. 코치가 좀 전에 얘기한 그날..... 어떤 야구장...관중도 들어와 있는.... 진짜 야구장
치성 외야수로 나가 있었다.
치성 : 야구시합에서 ... 모든 극적인 것들은 9 회말에 벌어진다.
- 전광판 9회말
치성 : 그리고 극적인 것을 연출 하는 것은 십중팔구 지고 있는 팀이 이기고 있는 팀에게 만들어진다.
- 전광판 ...점수차....
치성 : 극적인 것이 만들어지는 데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 누가 미치도록 잘하거나... 둘째, 누가 미친놈마냥 못하거나....
- 카메라 치성의 얼굴을 향해 들어온다.
치성 : 그날은 두 번째 경우가 벌어진 날이며... 주인공은 나다.
치성 : (글러브를 손으로 때리며 외야 수비 보며 소리 지른다) 파이팅!!!!! 끝내자!!!!
치성 : 그날... 그 시끄럽고 열광적인 경기장에서 그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지금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미쳤거나 내 귀가 미쳤거나 그 여자 목청이 미쳤거나.... 그래, 어린시절 폭포수 앞에서 ...
말을 배우며 득음을 한 사람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내 귀에 쩌렁쩌렁 들어왔다.
외야석... 중앙에서 한 여자와 남자가 떨어져서 서있는 채 있다.
여자는 미쳐 널뛰듯이 그 남자에게 미친 목청으로 소릴 지른다.....
지르는 얘기의 대부분은 사랑에 관한 소담한..... 단상이다.
여자 : 니가 생각하는 사랑이 이런 거니!!! 등신 같은 새끼야... 개자식!!!! 머저리 같은 자식!!!!
결국....또 누군가한테 가서 또 똑같이 울고 짜고 사랑한다 하겠지!!!!!
그리고 또 그게 사랑이구나 등신처럼 믿으면서 부벼대겠지!!!!
치성, 자꾸 신경이 외야석에서 들리는 쩌렁쩌렁한 여자 목소리에 간다.
그의 귀에 들어오는 그녀의 절규들....
여자 : 여기서 니가 날 버리고 내가 널 떠나도 넌 영원히 날 사랑하고 날 잊지 못할 거야 생각하겠지!!!!
병신새끼... 그게 얼마나 갈 것 같아? 일주일 한달?
그러다간 또 다른 여자 만나 사랑에 빠지면 지금 나는 사랑이 아니구나 생각하겠지!!!!
경기장.... 투수가 공을 뿌린다....
여자 : 니 사랑이 그래!!!!
타자가 공을 친다.....
공이 치성 방향으로 온다.
치성의 눈이 커진다.
여자 : 니 사랑의 허약함을 알아!!!! 죽어버려... 지금 날 사랑하고 있다면... 그렇게 사랑하다 죽어버려!!!!
치성 공보다 먼저 그녀의 소리가 귀에 와 있다.
아득히 높이 떠 있는 공!!!!
여자 : 그렇게 사랑하다 죽어버리면 니가 그렇게 원하던걸 이루잖아!!!!! 사랑을 잡아 등신아!!!!!
치성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간다.
치성.... 마치 자기에게 외치는 듯한 소리에 글러브를 내리고 뒤를 돌아 외야석으로 괭한 시선을 보낸다.
그 소릴 지르던 여자를 본다.
야구공은 하늘에서 내려 와 치성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야구장 난리가 된다.
각팀 선수 관중.... 모두가 치성을 보며 믿지 못할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주자들과 타자.... 여하튼 돌아서 홈으로 들어온다.
여하튼 전광판의 숫자는 변한다.
여하튼 카메라들은 터진다.
여하튼.... 극적인 순간은 벌어진 거다.
외야석 있던 여자...울부짖으며... 나가는데...그러다가 쓰윽 한번 운동장에 고개를 돌린다.
치성과 순간, 눈이 마주친다.
잠시 둘의 시선.....
치성 : 야구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순간을 내가 만들었다.
홈에선 상대팀이 감독과 선수를 헹가래 치고 있고
관중들 운동장으로 뛰어나와 외야수 치성을 헹가래 치고 있다.
다음날 신문.... 치성의 멍하게 헹가래 당하고 있는 모습....
치성 : 난 처음으로 스포츠 신문 일면을 장식했다.
신문기사 head copy [이상한 헹가래]
S#12. 버스 안 ..... 시간이 조금 늦었는지 몇 명 타지 않은....
그래서 치성이 여유있게 자리에 앉아 있다.
인서트로 DJ의 사연 읽는 얼굴과 엽서가 스치운다.
DJ : 오늘의 밤사연은 동작구 흑석동에 사는 필기공주라는 아이디 쓰시는 분의 사연입니다.
‘ 술이라곤 맥주 반잔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제 저녁에 찾아 와선 갑자기...
술을 먹겠다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왜 그래요? 라고 물어 봤지만... 아무 대답도 없이...
그냥 술을 달라고 하더군요. 한 만원어치만 먹겠다고....’
치성...물끄러미... 버스 스피커로 고개가 간다...
DJ 멘트가 흐르는 동안 이연이가 글을 띄우는 모습이 보인다.
S#13. 주유소 앞...인적이 드문..... 그래서 주유원들끼리 할일 없이 배드민턴이나 하고 있는....
DJ : ‘그래서 일단 그에게 술을 드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술도 못하시는 그 사람 거푸어 석잔을 마시더니..
오늘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냐? 그러시는 거에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그랬죠?
....그랬더니... 그 사람... 나... 머리도 심장도 흑백이다 그러시는 거에요...
그 말을 끝으로 그 사람은 그만 정신을 잃고 의자에서 떨어지셨지요.
치성...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 멘트가 흘러나오는 스피커를 멍하게 본다.
S#14. 치성의 집
소파에 기대어 왠지 불편한 시선으로 거실 앞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방송을 노려보듯 듣고 있다.
다른 방송의 다른 DJ이다
인서트로 DJ가 사연을 읽는 모습과 여관에서의 치성과 이연의 모습이 스쳐 나온다.
DJ : '그 사람을 일단 여관으로 옮겼지요. 힘없는 여자가 그 큰 남자를 부축해서 옮기는 게
보통 쉬운 일이겠어요. 그렇다고 봉투에 담아 갈수도 없는 노릇이고... 여관 침대에 그를 눕히고
잠든 그를 멍하니 지켜 봤어요... 그러다가... 왜 그랬는지 몰라요... 그 사람 옆에 슬그머니 누워 봤어요.
그 사람한테 좋은 냄새가 났어요. 심장이 너무 떨려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너무 크게 났어요.
그리고 그 소리에 술에 취한 그 사람이 깰 것 같아서 금방 일어났지요...
치성...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확 일어난다....
그리고 어디론가 뛰쳐나간다.
S#15. 술집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치성
두리번거리며 이연을 찾는다.
눈에 들어온 이연.
치성 그녀에게 곧장 달려가.... 그녀를 가로 막고 멱살을 잡는다.
술집에선 심야 라디오가 흘러 나온다.
치성 : 당신 뭐야? 당신 왜 그래? 당신...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이연...가까이 자신의 코앞에서 있는 치성의 눈을 본다.
그리고 약간의 떨림....
흘러나오는 DJ의 멘트
DJ : 그를 두고 여관을 나오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그 사람 옆에 더 있고 싶었는데... 그냥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냥 눈물만 났습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다인가 봅니다.
네... 오늘 사연 보내주신... 동작구 흑석동에 .... 필기공주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분께는
최신형 핸드폰을 선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오늘 마지막곡 들려 드리겠습니다. **의 ***들으면서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내일 밤 열시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편안한 잠자리 맞이하세요...
음악~~~~
이연 : 선물 드리려고 그랬어요. 핸드폰 선물해 드리려고.... 없잖아요?
이연, 자기를 잡은 치성의 손을 놓게 한다.
치성... 뭔가 주춤거리더니.... 지갑을 열어 만원짜리 몇 개 꺼낸다.
치성 : 어제 여관비....
이연 받는다... 그리고 살짝 세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고...
치성 : 맞아요....?
이연, 거슬러 주려하는데....
치성 : 됐어요....
후.... 뭐 할말도 그리... 할 짓도 그다지..... 치성 돌아 나간다...
S#16. 치성의 방
어두운... 자려는지... 누워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그러다가 벌떡 일어나 큰숨을 쉰다.
숨이 잘 안 쉬어진다....
가슴을 움켜진다....
알약 몇 알을 꺼낸다....
입에 털어 넣는다.
주전자에 입을 대고 약을 꿀꺽 삼킨다...
그때...대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
치성, 몸을 일으켜 세워... 대문 쪽으로 걸어간다.
몸을 붙이고 귀를 갖다 대어본다.
야밤 골목에서 사랑을 나누는 어느 남녀의 은밀한 밀어들...
진한 키스의 신음과... 속삭이는 사랑의 짧은 질문과 대답...
남 : 같이 있고 싶다... 오늘...
여 : 같이 있잖아 이렇게...
남 : 팔베개 해주고 싶다...
여 : 음....
다시 키스.....
치성 대문에 등을 기대고 그냥 듣는다.
남 : 가로등에 얼굴 반만 보여... 근데 너무 예쁘다...
여 : 보지 마... 창피해...
남 : 싫어...잠깐만.... 너무 예쁘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너란 게 너무 행복해...
여 : 아니야... 잘 몰라서 그래.... 오빠 밖에 없어 나 예쁘다고 하는 사람...
남 : 바보... 딴 놈들은 속으로만 생각하는 거야... 너... 너무 예뻐
여 : 언제까지 그런 말 해줄 거야.... ?
남 : 삼십년 정도만.... 그 담엔 이런 말 안 해줄 거야
여 : 피....
다시 키스
치성 : 좋겠다... 삼십년이나 살고...
남녀 화들짝 놀라는 소리....
그리곤 살짝 진정하고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치성 : 삼십년 동안 살수 있으면... 나도 그러겠다...
사이....
남 : 왜요? 삼십년 동안 못살아요?
치성 : 올해 안에 죽는대요. 삼십년 못살아요...
여 : 왜요? 아파요?
치성 : 난 별로 안 아픈데... 그럴 거래요. 의사가... 그런가보죠 뭐...
남 : 의사 말 듣지 말아요... 안 아프면 안아픈거지요... 왜 안자요? 근데?
치성 : 거기들도 안자고 뭐하잖아요...
남 : 그럼...이런 거 뭘 좀 하든가....
치성 : 그런 거 할 사람 없어요?
여 : 원래 없었어요? 아님... 없어졌어요?
치성 : 뭐가요? 사랑하는 여자요?
여 : 뭐... 거기가 남자니까 웬만하면 여자가 좋죠...
치성 : 사랑.... 사랑.... 기억이 안 나는 게 원래부터 없었네요... 사랑인줄 알았는데...지나고 나면
늘 아니더라고요... 하긴...정말로 사랑이라면 어떻게 헤어질 수가 있겠어요...?
어떻게 잊혀질 수가 있겠어요? 다 아니었어요... 사랑하는 사람... 원래부터 없었나봐요...
여 : 서운하겠다... 그때 사랑이라고 믿었었던 여자들...그런 소리 들으면 서운하겠어요...
치성 : 어쩔 수가 없잖아요... 사실인걸...
여 : 지금 생각하고 계신 것도 나중에 보면 잘못생각일수 있어요...
치성 : 잘못 생각 아니에요...
남 : 아니라잖아.. 네가 왜 우기냐?
여 : 누가 알아요? 나중에 죽을 때 죽는 그 마지막 순간에 전혀 생각지도 않은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아~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거구나... 라고 알게 될지...
치성 : 그럼 그거 무지 불쌍하네요... 결국, 사랑이었는데 알지도 못한 채 말하지도 못한 채
그때서야 느끼면서 죽어버리면... 그거 참 슬프다.
여 : 슬퍼하지 말아요... 아저씨... 그래도 삼개월이란 확실한 시간이 있잖아요... 우린 언제인지도 모르는데...
남 : 넌 왜 재수 없게 그런 말을 하냐... 오래 살 거야... 삼십년이라니까...
치성 : 그러네요... 복 받았네요... 삼개월이라고 알고 있으니... 뭐라도 생각하고 준비할 수 있으니...
여 : 사랑을 찾아요... 시간 충분한데....
치성 : 후후.....
남 : 근데... 이 집은 평당 얼마해요?
여 : 오빤 지금 그런 걸 왜 물어? 우리 집하고 비슷하겠지...
남 : 여긴 목이 더 좋은데...
치성 : 뭐 할 거 있음 더 하다가 가세요... 나 자야 되요...
여 : 네... 담에 뵈요...오빠 땜에 가시잖아...
남 : 안녕히 주무세요...
치성 : 나도 거기서 그런 거 많이 해봤어요... 거기 그런 거 하기 좋죠... 불빛도 은은하고...
나도 많이 해봤는데... 그땐 그게 사랑인줄 알고...
치성, 방으로 들어간다.
S#17. 그 이연이가 있는 도우넛 가게
친구가 찾아와 짧은 수다가 다시....
친구 : ... 어때? 진척이 있니?
이연 : 어...그냥... 전화번호를 알아...
친구 : 다 됐네.... 끝났네... 여관 갔다...연락처 안다...이젠 꼼짝 마라지 뭐....
아, 근데... 니네 집 얼마나 나가니 요새?
이연 : 왜? 난 그런 거 잘 모르는데....
친구 : 어, 아니.....
이연 : 넌 남자친구랑 잘 되가?
친구 : 뭐... 그냥... 만나는 거지... 몰라 되야되는거지....
이연, 부러운 듯...아니면... 그저, 건성인 듯...친구를 본다...
그리고 옆자리에 아이에게 도우넛을 먹이고 있는 엄마를 본다.
아이도 본다. 예쁘다
이연 : 애기 이름도 지어 놓았는데...
친구 : 너!!!!!! .... 아니...삼일도 안됐는데...그걸 어떻게 알아? 입덧 시작하니?
이연 : (무슨 말인가 하다가) 아니... 아니야... 바보...그런 거 아니고 그냥 나중에 애기 나면 이름말이야...
지어 놓은 게 세 개가 있는데 어떤 게 나은지 말해봐봐...
먼저.... 우랑이...아톰 여동생 이름인데... 안 좋아...?
친구 : .....(한심한 듯)...
이연 : 아니면... 연어... 물고기 이름 같은데... 부르기엔 나쁘지 않은데... 한자 뜻도 좋고...
친구 : (한숨....)...이연아
이연 : (뭐라 할까?)
친구 : (뭐라 말할게 없는 듯) 세 번째 걸로 해라...
이연 : 어?
친구 : 갈께.... 에휴...
이연 혼자서...아직 말하지 않은 세 번째 이름을 읊조린다.
이연 : 해안이... 해안.... 동..해안......
살짝 동해안 백사장이 보였다가 사라져도 좋고.....
S#18. 야구장...
유니폼 뒤의 동치성이란 이름이 크게 보였다간....
동치성...
테스트를 하고 있다.
치성이가 마운드에서 포수에게 볼을 뿌린다.
치성...볼, 빵빵 들어 간다...
감독, 옆에서... 그 볼을 보고 있다.
저쪽 어디에선가는 그의 볼을 숨어 보는 같은 팀의 몇 명.... 등 뒤의 백넘버만 보인다.
11번.... 13번....
11번 : 진짜로 선발투수로 내보내려나 보네? 감독이 미쳤구만...
13번 : 모를걸... 저 자식 고등학교 때 못 봤지?
11번 : 그때 뭐 좀 날렸단 건 알지요.. 근데... 그때랑 같나요? 여긴 프로고... 어깨도 한번 나갔다며요...
13번 : 봉황 준결승에서 저 자식을 만났었지....
11번 : 아... 형님이랑 만났었습니까... 그렇게 볼이 좋았습니까....?
13번 : 그런 볼은 처음이었다. 셋 포지션에서 155키로... 손댈 수도 없었지?
11번 : 아니... 형님도 고등학교 때 최고 아니셨습니까... 근데 손도 못 댔다고요?
13번...눈빛이 불탄다....
살짝 과거.... 인서트...
- # 고등학교 시절 또 다른 야구장
고등학교 투수 동치성..... 타석엔 고등학교 시절의 13번....
동치성과 13번의 눈빛이 빛난다...
동치성 볼을 뿌린다....
13번 : 태어나서 그런 무서운 볼은 처음이었지....
볼이 회전을 먹으면서... 13번의 옆구리를 향해 날아와 박힌다.
13번 동공이 커지고... 욱...
13번 : 피할 수도 없었다.
11번 : 아~ 가끔씩 궂은 날이면 옆구리가 저리신 다더니 그게 그때....
13번 : 그게 다가 아니었지....
13번, 데드볼로 1루에 진루해 있다.
약간의 리드....
순간, 동치성 살짝 1루를 보더니... 견제를 던진다...
13번 : 녀석의 견제구가 날 향해 날라 왔지...
11번 : 아니 무사만루에서 1루로 견제를 던졌단 말입니까?
1루수도 베이스에 없었을 텐데... 그러면 어떻게 됐지요?
동치성의 견제구... 13번의 옆구리 똑같은 자리에 박힌다...
13번의 얼굴은 이젠 거진 울음이다.
다시 영화는 현재로 돌아오고...
13번 : 안거였다. 그 때 저 자식이 사랑하던 여자애가 내 팬이었데...
11번 : 아니... 그렇다고 그런 빈볼을 던집니까? 미친놈이네...
13번 : (11번을 바라보며) 멋지잖아 임마... 우린 아웃카운트 잡으려고 던지는데....
동치성은 사랑 때문에 볼을 던졌잖아...
감독, 치성에게 다가간다.
감독 : 그게 몇 프로 정도 던진 거냐?
치성 : 80프로 정도요...
감독 : 어깬 괜찮냐?
치성 : ... 네...
감독 : 그냥... 시험 삼아 등판한다 생각해... 그리고 봐서... 내년엔 투수로 다시 가자...
치성 : ...내년이요?
감독 : 왜 방출이나... 트레이드 시킬까봐 겁나냐? 나...너 안 버린다.
감독, 가려는데...
치성 : 그러니까... 내년에 다시... 마운드에 서라구요?
감독 : (다시 멈춰 서서) 이번에 던지는 거 보고 결정할 거야...
그렇다고 무리하진 말자... 중요한건 내년이니까...
치성 : 내년 ... 이면.... 다음 해네요?
치성, 우울해진다.
S#19. 야구장 주차장
치성...가방을 들고 나간다... 주차장을 지날 때 즈음...
..13번... 스치며 자신의 고급 스포츠카에 오른다.
13번 : 동치성!!!
치성 : 아...네... 오랜만이네요...
13번 : .... 얘기 들었다. 경기장에서 보자...
치성 : 네....?
13번 : 같은 팀이니까... 맞을 일은 없겠지 뭐...
치성 : (그냥)........
13번 : 잘 보여 나한테... 담장 몇 개 넘겨서 승리 투수 만들어줄게...
13번... 유유히 사라진다.
어김없이 나는 코피....
치성, 손으로 쓰윽....
S#20. 버스 정류장
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 힘들게 퇴근 하는...
S#21. 치성의 집...
냉장고 문을 연다.... 초라한 치성보다 더 초라한 냉장고 안....
지갑을 연다... 지폐 몇 장....
한숨도 한번 쉬고....
S#22. 은행
직원과 치성...
직원 : 네... 어떻게 오셨습니까?
치성 : 돈을 좀 받으려고 그러는데...
직원 : (뭔 말이지?).....
치성 : ..그러니까... 대출 같은 거죠....
직원 : 아하....네..후후 강도인줄 알았어요? ...이상하다 싶었지요... 강도들은 대부분...
저쪽 창구를 이용하는데... 신규 가입이나 대출 창구 쪽은 잘 안 오지요... 히히...
치성 : 아...네.
직원 : 서류는....
치성 서류를 준다.
직원이 보고....
직원 : 집 담보로... 일억이네요...?
그때... 치성... 뒤쪽으로 아홉 명의 괴한이 들어 온다....
저번에 이연의 도우넛 가게에서
공기총을 들고 ... 고함을 지르며 들어 온다.
사람들 혼비백산.... 직원도 엎드리고... 허나, 치성...고요히 그들을 본다.
강도1 : 넌 뭐야? 새끼야? 안 엎드려? 죽고 싶어...
치성 : (엎드린 직원을 보며) 저기요... 우린 빨리 마저 하시죠... 저 가야 되는데...
강도2 : 이 새끼가 죽으려고 환장했나?
치성 , 그 말에 뭔가 세포들이 모두 일어난다.
치성 : (일어난다) 나...죽으려고 환장 같은 거안해... 나도 살고 싶어... 낸들...죽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나도 살고 싶다구... 니들...(강도들을 세어 본다) 하나...둘...셋...뭐이리 많아... 니들... 아홉 명!!!
야구부야 뭐야? 니들 아홉은... 그나마 살아보려고 이런 짓들을 하고 있지만...
난 죽으려고 대출 받는다. 니들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총까지 잡았지만... 난!!! 어차피 죽는 거
집담보로 대출 받는 거다... 누가 더 불쌍하냐!!! 누가 더 죽으려고 환장을 한거 같냐....?
S#23. 인터뷰... 가 나오는 치성의 집...
T.V 수상기로 나오는 인터뷰...
- # 모 경찰서 안
강도1 : 인터넷 은행 강도 동호회에서 만났습니다.... 맨 처음엔 서로... 그냥 정보도 교환하고...
스타일이 맞는 사람들끼리 연습도 같이 하고 일요일 날 워크샵도 하고...
질문 : 누가 주동이에요...?
강도2 : 제가 시삽이구요...운영자는 저쪽에 형이구요... 저 형이 등급도 올려주고.. 그래요...
강도1 : 사실...막~ 먹고 살기 힘들거나 한몫 잡아보려는 사람은 오히려 드물죠...
그냥.. 은행 강도라고 하면 왠지 매력 있고 그러니까...
질문 : 근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했어요....?
강도1 : 옛날에 여덟 명이서 조를 짜서 턴 적은 있다고 그러드라구요.. 그래서...
질문 : 기록에 도전해 보려구요?
강도2 : 그것도 그렇지만 원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으니까...
질문 : 은행에서... 그 대출받으러 왔다는 분하곤 대화를 오래 나눴어요?
강도1 : 우린 그냥 듣기만 했죠... 그 아저씨가 맨 처음엔 대출 얘기로 시작해가지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뭐라더라? ‘사진이 흑백으로 나왔네....또 뭐야?... 사랑이 뭐냐? 서부터 해가지고
강도2 : 그 다음부턴 대부분 사랑 얘기였지... 근데 제가 그랬죠. 사랑이 뭐 대수냐? 여자 만났다.
이름부터 물어보고... 이름 알면... 그 이름을 가진 그 여자를 사랑하는 거고...
그 다음에 나이 물어보고...그 다음에 좋아하는 음식... 취미...이렇게 질문부터 하면서...
뭐 평생 질문 하다보면... 죽을 때 아 이게 사랑이구나... 하는 거죠 뭐....
사랑이 뭐냐고 질문하ㅡ는게 아니고... 다른 거 질문만 평생하다 보면...그 사람 사랑하는 거지 뭐...
질문 : 근데 그 얘길 지금 왜 해요?
강도2 : 안 물어보셨어요?
질문 : 안 물어 봤는데요...
강도2 : 아무튼 그러니까... 일단은 이름부터 물어 보고... 쫙 하다보면...그게 사랑이다 이거죠...뭐....
질문 : 이름이 뭐에요?
강도2 : .... 본명이요?
화면 전환되면....
T.V수상기를 보고 있는 치성... 새겨듣는다.
그때 초인종 울리는 소리.... 같은....
치성 문을 연다...
이연 서있다...
치성 : 뭐야... 여길 어떻게... 이젠 날 미행까지....
이연 : (불숙) 핸드폰.... 선물이에요... 사연 채택 된 거 받은 상품이에요...사진도 찍히고...칼라고...좋아요...
치성, 불만스러운 얼굴로...여하튼 선물은 받는다.
치성 : 나, 돈 많아요... 누가 이런 거 해달라고 그랬어요? 그리고... 왜... 미행 같은 거 하고 그래요?
이연 : 미행 아닌데...
치성 : 그럼 어디서 알았어요? 복덕방에 물어봤죠? 이 아저씨 진짜... 주소 함부로 얘기해주지 말라니까?
이연 : 나... 왜 기억 못해요?
순간.... 치성 머릿속에서 수많은 영상들이 스쳐 지나간다...
치성 : 당황스럽다. 왜 기억을 못하냐는 질문엔 한 가지 답밖에 없다 ‘나 기억력 나빠요...’
차라리 ‘나 기억 안나요?’ 라고 물어보면... 날듯날듯 하면 하면서 안 나는데요... 라고 하면 되는데...
지금은 좀 당황스럽다.
유아...
어린시절...
중학교
고등학교...
청년...
어느 곳
언제라도....
어떤 상황이라도....
치성과 옆에 스치우는 이연의
몽타주.......
그러다가 다시....
치성 : 바에서 만 난거 말고... 언제 봤죠? 우리가...?
이연 : 여기서 서른아홉 발자국만 걸으면 우리 집이에요....
치성 : 네?
이연 : 처음 만났을 땐 쉰 발자국도 넘었었는데... 이젠 서른아홉 발자국만 가면 되요... 미행 한거 아니에요...
자기 입으로 손가락까지 써서 가르쳐 줬잖아요...
다시 슬쩍 과거로 들어가는 화면...
S#24. 이연의 집 문 앞...
이연과 이연 모...
그 앞에 학생 치성... 야구 유니폼...
까만 피부...까까머리... 손에 든 떡 접시...
이연모 : 어디로 이사를 온거니?
치성 : (손가락으로) 모퉁이 돌아 오른 쪽 두 번째 집이요...
그 손가락을 유심히 보는 이연...
치성 : 안녕히 계세요...
이연모 : 잘 먹고 접시 갖다 드린다고 전해주렴....
치성 돌아서서 간다.
그의 야구화.... 걸을 때마다 따각따각 소리가 난다...
그 소릴 들어가지 않고 듣는 이연...
작은 손가락을 움직여 그 발자국 소릴 센다.
S#25. 이연 방...
어린 이연...
치성을 생각한다....그러다가 누우면 어느새 어른 이연이 되어 있고...
S#26. 골목
또 다시 어느 과거....
이연 그 골목을 지나치는데... 대문 앞에 어떤 두 남녀...
치성과 어떤 여자... 키스 뭐... 비슷한 그런 걸 하고 있고...
그 모습을 보고... 이연 잠시 구경하다 무슨 소리가 들린다.
두근두근
귀를 이곳저곳에 갖다대어 보다간...
그 소리가 자신의 심장 근처에서 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창피해지며 후다닥 사라진다.
S#27. 술집 앞...
치성... 술집을 나온다.
주인인지 바텐더 인지...문 앞까지 나와 인사를 한다.
주인 혹은 바텐더 : 이제 알았으니까.... 자주 놀러와...
치성 : 그럴게요... 집도 가깝고... 자주 올게요...
이연 사라진 그 술집 앞을 간다.
문 앞에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
S#28. 술집
치성... 그의 어떤 여자와 주스 혹은 가벼운 술을 마시고...
이연...아무 말 없이 흘깃 하며 그를 보고....
S#29. 치성방
선물로 받은 전화기를 풀어 본다...
전화기 - 핸드폰... 예쁘다....
얼굴...무감하다...희망 없음이다.
그래서 그 희망 없음으로 떠든다.
치성 : 이걸 날 주면...뭐 하자는 거야? 내가 이걸로 누구한테 전화를 해? 사진도 찍히고 ... 카메라도 되고...
근데 뭘 어쩌자고... 오래가겠다...튼튼해서... 삼개월 넘게 가서 나 죽은 다음에도
삐리리삐리리 울려라...
이 여자가 날 뭘로 보고... 정상으로 보고...멀쩡하게 보고...에이 그러지 마라...놀리지 좀 마라...
S#30. 전화기 대리점
치성 신규 가입을 한다.
점원, 전화기를 받아보고...
점원 : 이 기기로 신규 가입 하시려구요....?
치성 : 네... 그 전화기 좋은거에요?
점원 : 최신형이네요... 가격도 제일 비싸죠...
치성 : 아...
점원 : 번호 원하시는 거 있으세요?
치성 : 번호요.... 어... 뭘로 하지?
그때, 전화기 울린다...
점원 조금 황당하겠지 아마...
점원 : 어머... 이거 개통 됐나 보네...
치성 : 어... 알람 아니에요?
점원 : 두시 삼십 칠분에 알람 해놓으셨어요? 번호도 뜨는데요?
치성 받는다.
치성 : 여보세요....
이연이다...
이연 : 깜박하고 번호를 말씀 안 드렸어요... 괜히 대리점 가서 번호 만드실까봐... 전화 드렸어요...
치성 : 아...그래요? 안 그래도 대리점이에요...
이연 : 저기요... 오늘 저녁에 뭐하세요?
치성 : 왜요?
이연 : 밥 안 드세요?
치성 : 나랑 밥 먹게요?
이연 : 내가 밥 살까요?
치성 : .....
이연 : 바빠요...?
치성 : 나 돈 많아요... 내가 살게요.
이연 : 아니에요... 제가 사드릴께요... 사실, 방송국에 보낸 사연들 중에 당첨된 게 다른 게 또 있는데...
상품으로 식당 쿠폰을 받았어요... 제가 사드릴께요...
치성 : 나 돈 일억 있어요... 제가 그걸로 밥 살게요. ... 아니요...일억을 다 사는 게 아니고...
대리점 점원들... 참 묘하게 바라본다...
치성 : 아무튼...알았어요..
전화 끊는다.
치성 : 저..죄송합니다. 번호가 있는 전화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점원 : 네 안녕히 가십시오...
치성 나간다.
S#31. 쿠폰 받은 식당
치성과 이연 앉아 있다.
음식들... 테이블 위에 있다...
치성 : 전화기 그냥 자기가 쓰지 뭐하려고...
이연 : (전화기를 보여준다) 저도 바꿨어요...똑같죠...
치성, 전화기를 집어서 본다...뭐도 좀 눌러 보고...
치성 : 라디오에 몇 군데나 보낸 거예요?
이연 : 다섯 군데요..
치성 : 그중에 몇 개가 됐는데요...?
이연 : .... 다섯 군데요...
치성 : 로또 같은 것도 잘 되요?
이연 : 네... 3등도 세 번이나 해봤어요...
치성 : 되게 잘되네...
둘 식사...
치성 : 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더 시켜요... 넘으면 내가 낼게요...
이연 : 이거 말고도... 또 받은 거 있는데... 영화티켓...도...
치성 : 나랑 보려구요?
이연 : 아니... 바쁘면 괜찮구요... 다른 사람이랑 봐도 되요...
치성 : 밥 먹고 봐요... 다른 사람 볼 사람도 없으면서...
이연 : 볼 사람 많아요... 그냥 친구들이랑 봐도 되고... 아니면...어...
치성 : 나랑 안볼꺼에요? 그래서...? 안 바쁘다니까...
이연 : ....
치성 : .....
이연 : (손목시계 슬쩍 보고) 조금 빨리 먹어야겠다....
S#32. 극장...
표를 들고 앉아서 기다린다...
손에 뭐 아이스크림 정도....
손에 뭐 영화 찌라시 정도...
이연 : (찌라시를 들고) 이 여자가 주인공인데 나중에 죽네요...
치성 : 줄거리 다보고 가서 보면 재밌어요?
이연 : 놀라잖아요...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죽으면... 너무 놀라고 너무 슬프잖아요...
치성 : 남자 주인공이 슬픈 거지.. 왜 우리가 그래요? ...죽는 거 미리 알면 안 슬플 거 같아요?
이연 : 그런가... 잘 모르겠다. 보지 말아야겠다.
찌라시를 접는다.
그 모습을 치성, 빤히 본다.
치성 : 근데 원래 이렇게 입고 다녀요?
이연 : 네?
치성 : 맨날... 면티에 청바지네... 근데 신발은 이거 뭐야? 슬리퍼에요?
이연 : 편하잖아요... 편하니까... 그렇지....
치성 : 정장 같은 거 입어본적 없죠?
이연 : .....아저씨도 없잖아요?
치성 : 나 있어요... 나 일년에 두 번 정도는 입어요...
이연 : 결혼식 때요...? 한번도 못 봤는데...
치성 : 양복 살 때 한번 입어보고.... 바지 가장 줄인 다음에 입어보고... 후후...후후...
이연 : 웃겨요? 그게?....
둘...싸아 해지는데...
그 둘 앞에 걸어오는 여자...
치성의 예전 애인이다.
치성...예전 애인과 예전 애인의 지금애인을 보고...몸이 굳는다.
스르륵 일어난다.
이연 따라 일어난다.
예전 애인 : 오랜만이네... 잘 지내?
치성 : 어.....
예전 애인 : 영화보러 왔어? 영화관에도 오는구나?
치성 : 어... 티켓이 생겨서...
예전 애인 : 내가 얘기했던 치성씨....
예전애인의지금애인 : 어, 알아...그때도 한번 봤었어.. 안녕하세요...
치성 : 네...안녕하세요...
예전애인, 이연을 슬쩍 보고...그녀의 옷차림도 슬쩍 보고...
예전 애인 : 누구야?
치성 : 어?....
예전 애인 : 만나는 사람이야....?
치성 : 아니... 그냥.... 아는 여자...야
이연 : .....
예전 애인 : 음... 잘 지내는 것 같아서 좋네... 걱정 많이 됐는데... 영화 잘 봐...
치성 : 응....
예전애인과 예전 애인의 지금 애인...먼저 들어간다.
남은 이연과 치성...왠지 초라해 보인다.
S#33. 극장 안
이연과 치성...
둘...멍하니...앉아 있다.
스크린엔 광고와 예고편들이 무성히도 나오고 있다.
이연 : 아는 여자 많아요?
치성 : 네?
이연 : 주변에... 그냥 아는 여자.... 많아요? 몇 명이나 되요?
치성 : 한명도 없어요.... 거기가 처음이네요...
이연 : 후.....
치성 : ...
이연 : 다행이네...참 다행이다... (고개 돌려 치성을 본다) 나.. 막...기분이 좋아지네요...
치성 : ....
스크린에서 본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는 스크린 속의 영화를 지긋이 보여준다.
치성의 소리가 그 영화의 해설자처럼... 영화를 얘기해준다.
치성 : 영화는 전봇대에 관한 영화다...
아주 오래된... 그러니까 그 전봇대 아래에서 주인공의 부모님이 만났고...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보냈고 ....
주인공이 첫 사랑을 만나 ...
그녀를 사랑하고
그 모든 것을 지긋이 내려본 .....
어떤 외진 마을의 오래된...
혈통 깊은 전봇대에 관한 이야기다.
치성 : 주인공은 어린 시절 그 전봇대 아래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봤고
그래서 둘은 사랑하기 시작했다. 뚫어지게 쳐다보길래... 사랑이라 믿었다.
치성 : 주인공은 고향을 떠나 도시로 떠났다. 전봇대도 사랑하는 여자도 그냥 두고...
그는 전봇대도 사랑하는 여자도 없는 그런 도시로 떠났다.
치성 : 그가 없는 전봇대 아래에서 그녀는 그를 기다렸고... 그와 비슷한 아이들을 보았고...
그와 행복했던 시간들을 보았고.... 그러다가... 그녀는 아프기 시작했다...
치성 : 그녀는 기침을 시작했고....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고 얼굴에 반점도 나기 시작했고...
시력도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녀는 그만을 생각하며 그 전봇대 아래에서 그렇게 그를 기다렸다.
치성 : 그는 도시에서 돈을 벌었다... 싸움을 해서 돈을 벌었고 ... 장사를 해서 돈을 벌었고... 돈을 위해서라면
노래도 했고..... 춤도 췄고... 훌라후프도.....아니다, 훌라후프는 안 돌렸다...
여하튼 그는 돈을 벌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그녀도 전봇대도 잊어갔다.
치성 : 그는 차가 생겼고 새로운 여자가 생겼고... 새로운 인생이 생겼다... 하늘이 두 쪽 나지 않는 이상....
해가 서족에서 뜨지 않는 이상... 그의 삶은 그렇게 원하는 대로 행복하게만 펼쳐질 것 같았다.........
그런데,
치성 :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지고 ...... 갈라진 하늘의 서쪽에서 해가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의 삶의 망가져 가기 시작했다... 벌어놓은 돈들이 없어져 가기 시작했고...
사랑하는 여자가 그를 떠나갔다. 그는 분노했고... 상처 받고 아프기 시작했다...
치성 : 그가 망가져 버린 걸음으로 비틀대며 도시 그 어딘가를 행려병자처럼 어슬렁거릴 때....
그의 걸음 앞으로 커다란 전봇대 하나가 나타났다. 비록 처음 보는 전봇대였지만 그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그 작은 마을... 혈통 깊었던 전봇대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녀를 떠올렸다
치성 : 그녀는... 아픈 몸을 이끌고 .... 그 전봇대 아래에 웅크린 채 눈을 감고 죽어 가고 있었다.
치성 : 그는 ... 그 낯선 전봇대 앞에서 멍하니 전봇대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지나간 자신의 순수했던
시간에게 사과했다. 자신이 사랑했던 그녀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 했다.
그런데...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녀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토록 사랑했었는데...
그녀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울기 시작했다. 그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토록 사랑해서
부르고 싶은 그녀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소리 내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고... 그의 손이 그 낯선 전봇대에 닿는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의 눈물이 비가 되고
그의 울음이 노래가 되어 그 전봇대 위에 걸린 전선을 타고.... 타고....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와 노래는 그 오래된 마을 그보다도 더 오래된 전봇대까지 당도했다....
그리고 그녀는 소릴 들었다....
치성, 고개를 돌려 이연을 보면....
영화를 보는 이연... 줄거리를 다 알면서도...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다.
치성 : 이 여자 참 이상하다... 면티에 청바지 슬리퍼... 줄거리 다 알고 보면서 ... 또 운다.
그냥 아는 여자인데 ...내 옆에서 운다...
치성...이연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이연의 얼굴로 가져간다.
그리고 입술을 이연의 귀 쪽에 대고 슬그머니 눈을 감는다.
이연...치성의 다가옴이 느껴졌다.
동공이 살짝 커진다.
치성...잠시 숨을 고르더니....
노래한다.
이연의 귀에다가 대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울음을 멈추게 하려는 의도인지 노래 잘 한다 뽐내려는 의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치성의 노래가... 이연이 귀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눈물이 멈추고...이연...커진 눈 고스란히...치성의 노래를 듣는다.
노래...
울지 말아요... 그렇게 되지 않을 꺼에요...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떤 슬픔을 상상하는지... 그렇게 되지 않을 꺼에요.
내가 있다는 게 힘이 되진 않겠죠.
내가 사랑하는 게 느껴지지도 않을 테죠.
하지만 울지는 말아요... 그 울음에 숨쉴 수 없는 날 위해서라도...
극장 안...객석에 치성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많은 관객들... 영화를 보는 건지... 치성의 노래를 듣는 건지
치성의 노래 감정으로 함께 빠져든다.
S#34. 이연의 집 앞...
둘...
손엔 캔 음료수... 하나씩...
치성 : 영화 잘 봤어요... 식사도 잘했고... 핸드폰도...고맙고.... 나도 돈 많은데...
이연 : ...노래 잘 들었어요...
치성 : 부모님 걱정하시겠다. 늦어서...
이연 : 돌아가셨어요... 두 분 다...
치성 : 나도 그런데....
이연 : 같은 날... 돌아가셨어요... 8통1반 주민들... 단체 여행 갔을 때... 같은 비행기를 타고 계셨어요....
치성...눈이 약간 커지면서 그의 기억의 창고로 영화는 살짝 들어간다.
- # 비행기 안
치성의 부모님과.... 이연의 부모님 앞뒤 혹은 옆으로 앉아 있다.
치성부 : (전화기에 대고) 오냐... 치성이냐.. 애비다. 애비 지금 뜬다. 바퀴 굴러간다...인자. 아따 빠르네...
- # 치성...수화기를 들고 있는 모습.... 야구장이다.
치성 : 아부지... 나 지금 시합해야 되는데요..
치성의 수화기에서 들리는 아버지의 소리
소리 : 그러냐? 니 오늘도 외야수냐? 니는 언제 투수허냐? 투수는 아예 안하냐? 아따 뜬다...허허 신기허네...
지금 바퀴가 땅에서 떨어졌다 아따 하늘로 겁나게 올라간다... 어메... 근데 워째 또 내려가나?
여보 왜 내려간데? ‘또 올라가겄지요’ 아녀...겁나게 땅으로 가네....어메...땅으로 그냥 받아불라 허네...
어메...어메...치성아... 치성아... 이거이 이상하다. ....치성아... 애비는 니를 사랑헌다!!!!
그리고 폭발음...비명들...
치성, 수화기를 든 채 눈동자가 커진다.
- # 치성의 집 앞 골목
.... 골목에 주르륵 다 조등..
치성...집 앞에...앉아있다..상복 차림으로...
치성
치성의 앞을 같은 상복의 차림의 이연이가 슬픈 얼굴로 스쳐지나간다...그러면서 치성을 흘깃 본다...
다시 이연의 집 앞으로 돌아온 영화...
대문 앞에 앉아 있는 둘...
그 앞에 다 먹고 버려진 캔 깡통...두개...
치성 : 아버지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신 날... 아버진 하늘로 가셨어요...
이연 : 비행기 타고 하늘로 가셨네요...
치성 :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아버진... 나한테 사랑한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마지막까지...
이연 : 원래 이륙할 때 전화기 꺼야 되는데... 용케 하셨네요...
이연, 말이 좀...그렇다.
치성, 고개 돌려 이연을 본다.
치성 : (아주 약간 삐짐) 처음 탄 거니까... 잘 모르셨나 보죠...
치성...일어난다.
그리고 앞에 있는 캔 뚜껑 두개를 발 뒷굽으로 꽉꽉 밟는다.
치성 : 갈게요... 쓰레긴 우리 집에다가 버릴게요.
치성 돌아서 간다.
걸을 때마다 캔 소리가 끌리며난다...
이연 그 소리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센다.
골목을 걷는 치성...모퉁이를 돌아 걷는다.
그 때 어김없이 코피가 나고...
시야가 흐려지고...
이연의 손가락셈은 여전하고...
치성 가슴이 답답해져오고...
딸그락... 딸그락...
그러다가 소리가 멈춘다....손가락셈도 멈춘다...
이연... ‘몇 걸음 더 남았는데...’
이연 뛰어서 치성 집 쪽으로 간다.
치성 쓰러져 있다...
이연 울면서 그를 흔든다..
이연 : 저기요... 왜 그래요? 왜 이런데 누워 있어요? 이봐요?....
S#35. 병원 - 복도
복도를 치성이가 누워 있는 응급 침대가 빠른 속도로 굴러간다...
이연...오열을 하며... 쫓아간다.
치성의 발 뒷굽엔 아직도 캔 깡통이 박혀 있다.
S#36. 병실
치성이 자고 있다.
이연이가 그 옆에 있다.
의사가 들어온다.
의사 : 동치성씨 보호자 되십니까?
이연 : 네? .... 네... 제가 보호하고 있는데요.
의사 : 잠깐...좀...
의사 나간다.
S#37. 의사 방
의사와 이연...
의사 : (한숨) 후... 그렇게 되신지 오래 되셨나요?
이연 : (무슨...?)...... 저희 둘 말인가요?
의사 : 아니... 그런 거 아니고... 환자께서 저렇게 아프신지가 얼마나 되셨냐구요?
이연 : 아... 글쎄요... 왜...많이 안좋은건가요...?
의사 : 너무 오래 되셨습니다.
이연.... 후~~~
S#38. 치성의 집 - 그 앞 골목
치성...달력을 한 장 떼어낸다.
치성...미약한 한숨이 나온다.
치성, 바닥에 깔려 있는 이불을 들춰낸다.
그 안에 대출받은 돈다발 뭉치...
멍하게 그 다발들을 본다.
그 때,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 아니면 ‘아저씨’ 하고 부르는 소리
유리창을 열었더니...
이연...흰 사발 그릇 을 가지고 서있네...
사발 그릇을 들어 올린다.
치성 받는다.
이연 : 그거 마시면 빨리 자야되요...
치성 : 이런거 주지마요.
치성, 어쨌든 마신다.
치성 : 되게 쓰네...
이연 : 사탕요...
치성, 받아먹는다.
치성, 이연의 옷차림새를 본다.
치성 : 벽에 붙어 봐요.. 더 바싹... 그렇게 가만히 서 있어 봐요. 잠깐만...
치성 펜을 들고 와서...
머리끝에다가 선을 긋는다.
그리곤 양쪽 어깨에다가 선을 긋는다.
치성 : 됐어요. 이제...
담벼락... 이연의 높이와 폭이 그려져 있다.
이연 : 뭐에요? 이게? 재밌네...
치성 : 이제 약 갖고 오지 마요...
그때, 어디선가 비명과 함께
“도둑이야... 도둑 잡아라”
이연 : 도둑이 왔나 봐요....
치성 : 그런가보네....
이연 : 주무세요... 갈게요...
이연 간다...
치성 이연이가 간걸 확인하고....
나간다.
손에 노끈을 들고...
펜으로 적어 놓은 치수를 잰다.
노끈으로....
그때...골목 저쪽에서... 한 사내가 가방하나를 들쳐 매고 허둥지둥 뛰어 온다...
치성과 맞닥뜨린다.
도둑이다.
도둑 : (칼을 들고...) 안 비켜!!! 죽인다.
치성 : 나... 막은 적 없는데...
도둑...뒤에서 들리는 호루라기 소리에... 당황하다... 열린 치성의 대문으로 들어간다.
치성, 어...저러면 안 되는데...
치성 : 야...문 안 열어... 야이 새끼야...우리 집이란 말야... 너 이새기 죽을래...
그때, 문이 확 열린다.
S#39. 치성 방
도둑, 무릎 꿇고 있고...
치성 : 이 새끼야... 나이도 어린 새끼가... 열심히 일해서 돈 벌 생각을 해야지...
도둑 : 남들 다 잘 때 이런 거 하는 것도 힘든 거에요...
치성 : 장하다 새끼야... 나도 힘들게 살아. 하지만 너처럼은 안 산다. 너...사랑이 뭔 줄 알아?
도둑 : ...갑자기 왜 그 얘길 꺼내시는 겁니까?
치성 : .....
도둑 : 제가 잘못했습니다.
치성 : 내가 널 숨겨 주는 건... 다음부터 도둑질 잘하라고 숨겨 주는 게 아냐... 야...내가 너 숨겨줬다고
니가 뭐 선녀들 목욕하는 폭포를 알려줄래... 아니면... 도둑질한 걸 반띵해 줄래...
그렇게 살지 말라고 이러는 거야.
도둑 : 죽어버릴까도 생각했어요. 이렇게 살려면 차라리 죽어버릴까도 생각했어요... 근데... 어쨌든 살아야
되잖아요. 붙어 있는 목숨이니까... 숨쉬며 살아봐야 되잖아요. 나이는 어려도 마누라에 애들도
둘 있어요... 살아봐야 되잖아요. 나 죽으면 그것들 어떻게 해요? 내 목숨이 내 목숨이 아닌걸...
뭘 해서든 살아야 되는 거 아녜요?
치성, 그 말을 들으면서 이상하게 눈물이 글썽인다.
도둑도 울고....
치성도 울라하고...
치성, 이불을 확 거치더니... 돈뭉치 몇 개를 던져 준다.
도둑 울며 놀란다.
치성 : 살아라... 가서 ...새끼야 ...오래오래 잘 살아라...
도둑 : 사장님...
치성 : 나 사장 아니다...새끼야 ... 행여 계속 도둑질 할 거면 걸리지 말고 잘 해라.
이 동네에서 또 걸려 가지고 도망치면... 우리 집에 와서 숨었다 가라.
도둑 : (감격스러움에 목이 메어) 사장님...
치성 : 새끼가... 나 사장 아니라니까...
S#40. 대문 앞
도둑과 치성의 이별
그 둘의 옆으론 술에 취해 비틀대며...가는 주정뱅이.
도둑 : 명심하고 잘 살겠습니다. 또 찾아뵙겠습니다.
치성 : 두달 후엔... 오지마라. 주인 바뀌어 있을 꺼다.
도둑 : 이사 가시면 연락 주십시오.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
치성 : 후...연락 못할 거야... 죽지 말고 오래 살아라...
도둑 가려다가...
도둑 : 저요... 사랑에 대해서 잘은 몰라요... 근데.. 사랑하면요... 그냥 사랑 아닙니까? 무슨 사랑...어떤 사랑...
그런 게 어디 있나요? 그냥... 사랑하면...사랑하는 거죠... 도둑이라 잘은 몰라요.. 가겠습니다...
도둑의 사랑담이 가슴에 남는다.
그때, 지나가는 주정뱅이의 눈이 빛나며 도둑이라는 말이 귀에 번쩍 들어온다.
도둑 : (가다가...다시) 뭐 드릴 것이 없어서 그냥 놓고 갑니다 사장님...
S#41. 치성 방
치성 들어온다.
방에 놓여 있는 도둑의 가방...
‘저..도둑이 놓고 갔네’
S#42. 다음날. 치성의 집 앞 골목
경찰들이 몇 명 서있고 치성 집을 들락날락
이연... 그 집 앞 골목을 지나는데...
웬일일까?
이연 : 여기 왜들 이렇게들 있어요?
경찰 : 여기 집주인 아십니까?
이연 : 왜요?
경찰 : 동치성씨 하고 무슨 관계죠?
이연 : 그냥... 전... 아는 여자인데요...
경찰 : 뭐요? 그럼 난 뭐 모르는 경찰입니까?
다른 경찰 가방을 들고 나오면서...
다른 경찰 : 어제 도난 당한 게 맞습니다... 그리고 현금 다발 뭉치들도 나왔습니다.
경찰 : 뭐야... 장물애비야? ...
다른 경찰 : 아무래도... 본거지 같습니다...
이연... 뭔가 크게 잘못됨을 느끼겠지...
S#43. 야구장
치성... 마운드에서 볼을 빡빡 뿌려댄다.
볼... 쌩쌩하다.
그 볼을 지켜보는 11번과 13번
11번 : 어깨 와작 났었단 놈 볼이 지금... 몇 키로가 나오는 거야?
13번 : (의미심장한 눈초리) 속도가 문제가 아니야... 실밥을 이상하게 잡고 있어...
11번 : 네?
13번 : 다섯 개 중에 하나 정도 이상한 걸 뿌리는데... 체인지 업도 아닌 것이 회전이 다른 게 하나 있어...
옆에 감독과 코치들도 치성의 투구를 보고 있다.
감독 : (13번을 보고) 쳐볼래?
13번 : 저요?
감독 : (소리 지른다) 동치성... 타자 놓고 쳐봐라.
13번... 조금 찝찝한 얼굴로...
타자석으로 간다.
자세를 잡는다.
그러다가 앉아 있는 포수한테 작은 소리로 말을 붙인다.
13번 : 가끔 이상하게 하나씩 뿌리는 건 뭐냐? 니가 싸인 낸 거냐?
포수 : 죽겠습니다.. 나도... 회전이 이상하게 먹는 게 코앞에서 또 바뀌는데... 속도는 직구랑 똑같아요...
볼집에 안 들어 와서 손바닥에 피멍들겠다니까요...
치성... 숨을 고른다.
13번도 긴장한다.
치성, 볼을 뿌린다...
뻑.... 뻑....
두개의 볼이 미친 듯이 들어온다.
그리고... 치성의 글러브 안... 치성의 손가락이 실밥의 잡는 형태를 이상하게 가져간다...
치성... 볼을 뿌린다.
13번의 눈에 들어오는 볼... 실밥의 회전... 변한다...
13번의 눈에 볼이 커져 보인다.
13번의 방망이가 돌아간다...
딱....
방망이에 맞은 볼이... 커다란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간다.
거의 홈런성의 볼이다...
치성 날아가는 볼을 본다.
13번...방망이를 잡은 손이... 진동에 흔들린다.
13번의 얼굴이 파래지며...굳는다.
11번... 날아가는 볼을 보며 ....역시나 하는 얼굴로 흐뭇해한다.
11번 : 별거 아니구만...
13번...다시 자세를 잡는다...허나 얼굴이 굳어 있고 땀이 주르륵...
치성...다시 포수에게 볼을 건네받는다...
하지만 볼을 던지려 하지 않는다.
가만히 서있는 치성....
13번...방망이를 들고 타격 자세는 잡고 있지만... 조금씩... 조금씩... 방망이를 잡은 손이 떨려오고...
급기야 들고 있던 방망이를 손에서 떨어뜨린다.
13번,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리고 푸석 주저앉는다...
자신의 손에 느끼는 고통을 숨길 수 없다...
치성, 손에 들고 있던 볼을 놓는다.
마운드에서 내려온다.
S#44. 야구장 앞...
치성, 가방을 들고 나온다.
옆에 코치....
치성 : 나... 투수 안하면 안 되요?
코치 : 어깨 때문에 그러냐? 아파?
치성 : 그냥... 나 그냥 외야 갈게요... 나 못 던지겠어요...
코치 : 막말로 너... 외야 나가면 타자도 해야 되는데... 너 방망이가 되냐? 그리고 외야는 뭐 아무나 가냐?
수비가 되냐? 니가!!!
치성 : 나... 자신 없어요... 나... 마지막이에요...
코치 : 나도 알아... 마지막 기회야.
치성 : 그게 아니고 내 인생 마지막을 실패로 끝내고 싶지 않아요...
코치 : 너 ... 지금 겨우 스물아홉이야... 스물아홉짜리가 뭐 그리 마지막 타령이냐?
너에겐 내년도 있고 내후년도 있고 .... 얼마든지 기회와 시간이 있는데 왜 그러냐 도대체...
자신감을 가져!!!
치성 : (소릴 지른다) 나요... 내년 없어요... 아시겠어요? 나요!!! 보험도 들 수 없는 놈이에요... 아시잖아요...
운동장 두 바퀴도 숨차서 못 뛰어요...
코치 : 그러니까 달리기 안하는 투수를 하란 말이야...
치성 : 왜 그렇게 답답하세요? 볼을 던질 수가 없어요... 이젠 아무 희망도 없다구요...
코치 : 아까 스피드건 못 봤냐? 그렇게 던질 수 있는 놈이 볼을 못 던진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너 지금 왜 그래? 너 나한테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냐?
치성 : (절규처럼 외친다) 나... 사랑도 없고 내년도 없고... 그래요... 예전엔 내가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볼을 던졌어요... 근데 이젠 볼 던질 아무 이유가 없어요!!! 아시겠어요... 나는!!!
그때, 뒤에서 들리는 이연의 소리....
이연 : 저기요..
이연, 굉장히 심각하고 진지한 장면에 끼어들었다.
치성... 절규하다 삑사리 날 뻔 했다...
치성 : 뭐에요?
코치 : 지금 안 되요.... 싸인 나중에 받으러 와요.
이연 : 왜 말 안 했어요?
치성 : ?
이연 : (점점 울먹이는 소리로) 왜 그랬어요? 아저씨 착한 사람이잖아요...
아저씨, 영리하거나 잘생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이잖아요...?
치성 : 이봐요...
코치 : 너... 이 여자 때문에 그랬던 거냐?
치성 : 무슨 소리하는 거에요? (이연에게) 여기 어떻게 왔어요?
이연 : 물어물어 왔어요.
치성 : 그게 아니고 왜 이런데 까지 왔냐구요...(코치 눈치를 보다간) ... 집에 가서 얘기해요.
코치 : 너 같이 사는 사람이냐?
치성 : 아니에요... 같은 집이 아니고... 같은 동넨데..한 서른 몇 발짝 차인데...
이연 : 집에 가면 안돼요... 아저씨 집에 가면 안돼요... 집에 가면 아저씨 잡혀가요.
그제서야... 치성... 표정에 이연과 비슷한 걱정이 뒤덮는다.
S#45. 버스 안...
이연과 치성...
이미 많은 얘기가 오고 갔는지 이연도 흥분이 가라앉았다.
치성, 그냥 담담하게 창밖을 보고 있다.
이연 : 그럼... 그 도둑은 연락이 안 되는 거죠?
치성 : 연락해서 뭐하게요?
이연 : 괜히 우리가 도둑으로 몰리잖아요...
치성 : 그 녀석도 잡히면 안돼요... 애도 있고 사랑하는 부인도 있고...
이연 : 그냥 경찰서 가서 말해요...우리.
치성 : 근데 왜 자꾸 우리라고 해요? .......
이연 : (흥!!) 경찰서 가서 말하세요... 왜 죄도 없이 도망 다녀요?
치성 : 안돼요... 시간이 없어요...
이연, 괜히 손목시계로 시선이 간다.
치성 : 경찰서 가서 자초지종 얘기하고 ... 그렇게 또 몇 번 끌려 다니고... 내겐 그럴 시간이 없어요...
이연 : 바빠요? 그렇게... 그렇게 안 바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치성 : 나... 거기 집에서 며칠만 재워줘요.
이연 : .....
치성 : .....아니다. 서로 불편 하겠다.
이연 : 아니... 그런 거 아니고... 나는 상관없지요... 근데 불편하실까봐...
이연, 미쳤나보다.... 입가에 웬 웃음이 돈다.
S#46. 이연의 집
둘...집안으로 들어간다.
치성의 집과 그리 다르지 않은 구조...
허나 하나둘...집안으로 들어가면서... 너무나도 이연다운 분위기와 느낌들...
집안 곳곳엔 사은품으로 받은 선물들이 가득이고... 대부분 포장도 안 뜯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치성 : 다 라디오에서 상품으로 받은 것들이에요...?
이연 : 티브이에서 받은 것도 있고 인터넷 응모 같은 거해서 받은 것도 있고...
더 많았는데 사람들 나눠 줬어요...
그리고 벽에는 온각 필기들...메모들...이것저것 낙서들...
치성 : 벽지가 특이하네요... 약간 어지럽기도 하고...
이연 : 저도 그래서 벽 잘 안 봐요... 안 그래도 도배 새로 하려고 했는데...
이연 방으로 들어간다.
S#47. 이연 방
이연 방 역시 약간은 독특하다.
치성 : 여기서 자요?
이연 : (화들짝 놀라며) 둘이 같이요?
치성 : 아니... 거기...자는 방이냐구...
이연 : 아... 아...네..나 여기서 자요... 그냥 바닥에서...
원래는 침대에서 잤는데...자꾸 떨어져서 ...허리도 다치고 그래서... 씻을래요?
치성 : 아..네...
이연 : 난 뭐 좀 사가지고 올게요... 저녁 뭐 먹을래요?
치성 : 나 아무거나 다 잘 먹어요...
이연 : 수건 안에 있을 꺼에요... 칫솔도 옆에 보면 새 걸로 몇 개 있어요...
치성 : 저기..... 미안해요...
이연 : .... 아니...
S#48. 욕실
샤워를 하고 있다...
샴프를 손에 짠다.
그 냄새를 맡는다.
왠지 익숙한 향이다....
S#49. 치성의 집 앞...
이연, 뭔가를 산 봉투를 가지고... 그 집 앞을 지난다.
잠복해 있는 형사들... 너무도 티 나게 잠복해 있고...
이연, 그들을 보면서 지나간다.
S#50. 저녁식사 - 주방
둘...저녁을 먹는다.
치성 : 요리를 잘하네...
이연 : 혼자 있을 땐 잘 안 해먹어요...
치성 : 같이 먹어요...
이연 : 밤엔 잘 안 먹어요... 살 너무 쪘어요... 어제 목욕탕 갔는데...2키로나 쪘더라구요...
치성 : 몇 키로 인데요?
이연 : (화들짝) 어머... 어떻게 여자한테 몸무게를 물어봐요? 안 말할래요...
그냥 어제 보니까 2키로나 쪘어요...
치성 : 그 전엔 얼마였는데요?
이연 : (태연하게) 48키로요....
사이...
치성 : (시계를 잠깐 보고) 야구한다...
S#51. 거실
T.V를 보는 둘...
치성 : 하나도 모르죠...?
이연 : 누가 좋은 팀이에요?
치성 : 그런 게 어딨어?.... 그냥 잘하는 편이 이기지...
이연 : 어떻게 하면 이겨요?
치성 : 저기 볼을 던지잖아요... 저걸 까...방망이로... 그래서 잡히면 아웃이고...
아웃이 세 번이면 공수가 바뀌지...
이연 : 어... 잡혔네... 아웃이다
치성 : 아니야... 땅에 맞으면...괜찮아 1루까지만 먼저 가면 괜찮아.
이연 : 저 사람은 언제 와요...여기까지 와야 1점이죠?
치성 : 어휴...소질 있네... 2루랑 3루랑 다 지나서 와야지...
이연 : .... 1루에서 곧장 3루로 뛰면 안돼요?
치성 : 후후...안되지... 뭐라 그러지...
사이
이연 : 와...잡았다... 잘한다...
치성 : 쉬워..별거 아니에요...
이연 : 왜 자꾸 저 아저씬 자빠져요... 옷 더럽히게...
치성 : 슬라이딩이지... 안 죽을라고...저게 잘 하는 거야...
이연 : 그럼, 저 아저씨가 방망이로 딱 쳤다
치성 : 그러게...
이연 : 친 볼을 저 아저씨가 잡아가지고...
치성 : 그렇지 아웃이지...
이연 : 확 던져가지고 관중석으로 던져버리면 어떻게 되요?
치성 : ......뭐요?
이연 : 그냥 확 관중석으로 던지면....
치성 : 그럼 안 되는데... 왜 거기다 던져요?
이연 : 재밌잖아요... 안돼요? 그럼
치성 : 안돼요.... 말도 안돼는 소리...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연 : 그런 거 보고 싶은데... 죽이겠다...
사이...
치성, 멍하니 화면만 응시...
이연 : ....끝났는데... 딴데... 틀어요?
치성 : 두 달후에 죽게 된다면... 뭘 하고 싶으세요?
이연 : 네?
치성 : 만약 두 달밖에 살수 없다면... 뭘 하고 싶냐구요...?
이연 : ..... 더 빨리 죽으면 안 되구요?
치성 : 네?
이연 : 그 두 달을 꼭 기다려야 되는거에요? 기다리지 않고 그냥 빨리 죽으면 안 되는 거 구요...
힘들잖아요... 뭐 특별히 할 것도 없는데... 두 달을 기다려야 하는 게...
치성 : ...그러네... 하긴...그렇다...
S#52. 이연의 거실
치성, 눈을 못 감고 ... 멍하게
치성 : (가슴의 소리) 그래, 맞는 얘기다... 석 달밖에 살지 못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고통은
그 석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S#53. 도로...
10Km 시민 마라톤 대회 광고 간판.
마라톤 대회 출발선...
많은 사람들이 뛸 준비를 하고 있다.
치성... 그 안에 껴있다...
그리고
출발한다.
치성...슬픈 얼굴로 뛰기 시작한다.
치성 : 유서는 쓰지 않았다. 사실 그걸 읽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난 석 달을 기다리다 죽진 않을 꺼다.
오늘 내 심장은 이것을 견뎌내질 못할 걸 알고 있다. 자살로 마라톤을 선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영리한 선택이다. 고통도 심하지 않을 거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죽을 수 있다...난 오늘 세상을 떠난다.
뛰는 치성의 얼굴에서...
F.O
S#54. 이연의 집 마루... / 밤
치성 : (가슴의 소리) 마라톤 5등 상품은.... 김치 냉장고다
치성은 멍하게 앉아 있고
이연은 김치 냉장고의 박스를 풀어 보며 좋아하고 있다.
이연 : 괜찮은데... 이거 비싸겠다...뭘 이런 걸 사와요...
치성, 산타클로스가 된 기분이다...
S#55. 밤 풍경...골목...둥근달....
S#56. 이연의 방
이연, 잠 못 들고 뜬눈.....
머리맡에 라디오 에선.... DJ의 멘트 혹은 음악소리...
S#57. 거실
치성도 왠지 잠 못들고... 멀뚱멀뚱...
그때, 이연의 방문이 열리며....
이연 : 자요?
치성 : 아니요... 아직...
이연 : 잠깐... 이리 들어와 볼래요...
치성, 일어난다.
주춤대며... 이연의 방에 들어간다...
S#58. 이연의 방
이연, 치성을 침대로 데려가 앉힌다.
라디오에선 음악....
이연 : 거기 앉아서 들어봐요...
치성,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는다...
이연 : 좋아하는 노래죠?
치성 : ....옛날에...
이연 : 나... 고등학교 때에요... 아저씨 창문 앞을 지나는데 자주 나왔어요...
그래서 나도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치성, 다른 느낌으로 이연을 바라본다...
어둠 속에 창밖 가로등불이 들어와 그녀의 얼굴에 앉아 쉰다.
S#59. 이연이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밤, 치성의 방아래 골목....
이연... 교복을 입은 채...
창문으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벽에 붙어서.... 따라 부른다.
벽에 붙은 이연의 머리와 어깨로 마치 마법처럼.... 치성이가 며칠 전에 펜으로 그었던 선이 그려진다....
- # 같은 공간 다음날 아침
치성의 기억....
언젠가...
밖에 나오는데 자신의 방아래 벽에 그어진 어떤 선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선 앞에 선다.
그리고 그 선에 손을 가볍게 대어본다....
‘이만한 사람이면... 나랑 딱 어울리겠다’
S#60. 라디오 부스
노래가 멈추고....
DJ의 멘트.... 영화는 라디오 부스로 들어간다.
DJ : 네... 오랜만에 들어본 ***의 ****였죠. 이 노래는 흑석동에서... 필기 공주라는 분이 보내주셨구요
... 사연도 있네요...
순간, DJ의 입과 모양... 멈춘다.
라디오 부스 안의 시간이 정지된다.
S#61. 다시 돌아온 이연의 방...
이연, 툭하고.... 손이 라디오 파워 버튼에 가 있는데....
치성 : 날... 왜 좋아하게 됐어요?
이연 : 까먹었어요... 오래 되서....
치성 : 지금도 내가 그렇게 좋아요?
이연 : ..... 나란 사람이 있었는 줄도 몰랐잖아요...
치성 : (가슴의 소리) 이 여자는 날 사랑하나보다...
치성....손이...슬며시 이연의 손을 잡는다...
이연 : 내가 누군지... 나란 사람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치성 : (가슴의 소리) 이런 제기랄...이 여자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려나 보다....
치성 몸을 돌려 이연과 마주한다...
이연 : 내가 ... 언제부터... 얼마나 가까이에서 아저씨를 느끼고 있었는지...몰랐잖아요....
치성 : (가슴의 소리) 제발 ..사랑한단 말만 하지 마라...
치성, 다른 손이 이연의 얼굴로 다가간다...
둘의 얼굴이...조금씩 가까워진다...
이연 :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뭘 싫어하는지도....
치성의...입술이 가까이에 온다...
치성 : 미안해요...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서 정말 미안해요...
이연 : 나... 처음인 게... 많아요...
치성, 입술이 다가가선...잠시 멈춘다...
이연 : 그래서... 잘 모르는 게 많아요...
치성...가슴이 또 답답해지고... 숨고르기가 힘들고...
이연...그런 치성의 눈을 보고...거기로 들어가고...
이연의 손이 어느새 치성의 얼굴을 보듬고 ....
둘의 키스는....그렇게...
허나, 그때... 밖에서 딸그락!!!!
둘, 그 소리를 느끼고....
서정적으로 풀렸던 눈이 떠지고....
치성 : 집에서 개 키우나요....?
S#62. 이연의 거실...
어두운 불이 켜지고...
이연과 치성의 눈에 들어오는....
도둑!!!
보따리를 들고 다른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정지된다.
이연 : (놀란 것 같은데...조금은 능숙하게) 도둑이네....
치성 : 야, 너...
도둑 : (더 놀라서) 헉... 사장님!!!!
시간경과....
셋... 거실에 앉아있다...
약간...싸늘한 분위기...
이연 : 뭐... 차나 과일이라도...
도둑 : 아네...고맙습...
치성 : 됐어요... 두세요.
도둑... 말이 쏙 들어간다...
치성 : 도대체... 며칠이나 됐다고 똑같은 동네에서 이러는 거냐? 너 서울 지리 잘 모르냐?
도둑 : 그것도 그런데... 일단... 이 동네가 좋아요... 담들도 낮고 방범 초소도 빈 데가 많고....
잔 골목 많아서 튀기도 좋고....
치성 : 너... 그렇다고 우리 동네가 무슨 니네 직장이냐!!! 매일 출근을 하려고 하면 안 되지!!!
도둑 : 사실... 그날 사장님 뵙고... 사장님의 그 따스하신 배려를 받고 이 직업 때려 치려고 했습니다.
치성 : 근데? 근데...왜 또 담을 넘었니?
도둑 : 삶이 .... 저를 가둡니다...
도둑의 시적이며 형이상학적이고... 현실철학과도 같은 말에 이연과 치성의 신경이 곤두선다.
도둑의 기억으로 영화는 들어간다.
S#63. 도둑의 집...
도둑... 잠자리...
아내를 팔베개해서 누워 있고... 그 옆으로 애기 둘...잠을 잔다.
단칸방 같다.
도둑의 아내 : 오늘 당신 가지고 온 돈으로 방세도 해결 되고... 몇 달 버티겠다...
도둑 : 자기야... 사랑이 뭔 줄 알아?
도둑의 아내 : 글쎄... 어렵네... 우리 집도 컴퓨터 사고 인터넷 깔면... 좋을 텐데... 신문도 안보니까...
도둑 : 컴퓨터 같은 거 괜히 집에 두면 도둑이나 들고 안 좋아.... 몰라? 사랑이 뭔지?
도둑의 아내 :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도둑 : 아니야...
도둑의 아내 : 사랑해....
도둑, 씁쓸하게 아내를 안아준다...
도둑 : 나... 이거 그만둘까... 나도 남들 잘 때 자고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몸 성한 놈이 뭘 해서건...
당신 하고 애들 둘... 네 식구 입에 풀칠 못하게 하겠어?
도둑의 아내 : 여보...나..
도둑 : 당신도 원하지... 매일 불안하게 나 기다리는 거 싫다며? 우리도 떳떳이 살아볼까...
도둑의 아내 : 좋지... 근데...나...
도둑 : 나... 요리도 잘하니까 식당 같은데 취직해도 되고... 아니면 노가다를 뛰어도 네 식구는 먹고 살지...
그치?
도둑의 아내 : ....나.... 셋째 애 가졌어요...
도둑 : ......(얼굴에 절망과 기쁨이.... 아니다...기쁨은 아니고... 절망만...)
S#64. 다시 거실
이야기를 들은 이연과 치성...뭐라 할말도 없고...
도둑도 괜히 미안해지고
S#65. 이연의 집앞
치성과, 이연과 도둑의 이별....
도둑 :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사장님 댁에도 못 들어가시고...
치성 : 너랑 나랑 똑같이 걸려도 내가 아마 더 오래 감옥에 있을 꺼다...
그리고 너 자꾸 사장님이라고 할래? 정 부를 거 없으면 그냥 형이라고 그래라..
도둑 : 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부질없는 짓을 해서 괜히...
치성 : 됐으니까... 가라... 가방, 잘 챙겨 가라...
이연 : 다음에 행여 도망 갈땐 그 집은 안 되니까... 저희 집에 숨으세요...
치성, 이연을 본다.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말은 아니다.
도둑 : 말씀이라도 고맙습니다. 사모님...
저요... 비록 별것도 아닌 좀도둑이지만요... 의리는 있는 놈입니다...
(가려다가) 두 분 보기 좋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진 모르겠습니다만 떨어져서 살지 마세요...
치성, 이연...서로 멀뚱히 쳐다만 본다...
S#66. 치성이가 다니던 그 후미진 병원
노의사가, 또 다른 환자를 앞에 두고.. 챠트와 필름을 보고 있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내는 삐쩍 말라 얼마 안가 죽을 사람처럼 보이는 남자다..
노의사 : 음... 새..가슴이네...
사내 : 네 .... 어릴 때부터.... 그런 소릴 들었지요... 그 사진에서도 나오는구나...
노의사 : (자뭇 심각해지며) 이게... 후... 이게....잘 들으세요...종양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어... 악성...그리고 악성이 아닌 순한...
사내 : 계속하세요......
노의사 : 근데... 이게 악성이에요. 여기 보세요...(사진을 보며) 여기가 이렇잖아요.
이게 이러면 안 되거든... 요게 요렇게 되어버리면 이게 위험한거란 말인데.. 근데... 이게 ....
(조금씩 노의사가 이상해진다) 타고 올라가네... (뭔가 불안해지며) 지금 막 돌아다니는 건데...
그런 건데....
사내 : 뭐가 심하게 돌아다니나 보죠?
노의사 : (사내를 뚫어지게 보더니) 우리... 혹시 이런 류의 대화를 전에도 좀 나눈 적 없나?
사내 : 네?
노의사 : 새가슴 맞아요?
사내 : 어휴...아주 유명한 새죠....
노의사 절망과 당혹함과 그밖에 뭐 엇비슷한 감정이 휘리릭 보이다간 덮친다...
S#67. 병원
이연, 의사와 앉아 있다.
의사 : 빨리 손을 쓰는 게 안 낳을까요? 이렇게 약으로만 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연 : 그래야죠... 근데 그냥 ... 아직은...
의사 : 동치성 환자는 지금 병을 숨기고 있는 겁니다. 코 속 모세혈관이 이 정도로 파열되고 약해졌으면...
코피가 나도 수두룩이 났을 거란 거죠.. 이거 이대로 가면 심한 빈혈로까지 이어지고... 안 좋아져요...
한 이십분이면 수술 끝나는데... 빨리 받게 하죠...
이연 : 왜 그렇게 되는 거죠?
의사 : 두 가지 경우가 있죠. 첫째, 선천적으로 코 속 혈관이 약한 사람들이 피로와 스트레스가 겹쳐지며
나타날 때가 있고 두 번째는 어릴 때부터 코 속에 있는 무언가를 자신의 신체 중 어떤 것을 이용해서
너무 심하게 긁어내는 버릇을 가지면 그렇게 될 수 있죠...
이연 : 아마... 첫 번째 말씀하신 걸 꺼에요...
의사 : 모두가 처음엔 그렇게 믿고 싶어 하죠...
S#68. 치성의 집...
영화 처음에 나왔던 노의사... 주소가 적힌 종이를 들고 치성의 집을 찾아온다. 대문 앞에서 기웃거린다.
그때, 형사가 다가온다.
형사 : 어떻게 오셨는지요?
노의사 : 아네...여기가 동치성 환자...댁인가요?
형사 : 아...네, 그렇긴 한데... 어떤 일로...
노의사 : 지금 안계십니까? 이거...전화번호도 바뀌고... 꼭 전해드릴 말씀이 있는데....
형사 : 실례하지만 어디서....?
노의사 : .... 담당 의사입니다...
시간경과
옆에서 기대어 뭔가 쪽지를 쓰고 있는 노의사
그걸 힐끗 쳐다보는 형사....
노의사 : 이걸.. 행여 동치성씨를 찾으시면 꼭 좀 전달해 주시요..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내가 한번 보자구...
형사, 받아 들고 가는 노의사를 멀뚱히 쳐다본다..
S#69. 백화점...
치성, 멋진 여자 원피스 앞에 서있다.
뚫어지게 쳐다보며 기분 좋아 한다...
점원 : 싸이즈 보여 드릴까요?
치성 가방에서 노끈을 꺼낸다.
치성 : 이게 어깨구요? 이게 키거든요...
점원 : (약간 생소한...) 아~... 허리는 모르시구요?
치성 : 허리요? 허리 얇죠...
S#70. 이연의 집 거실.
치성...기대되는 눈으로 기다린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치성 : 아직 멀었어요...?
그때, 방문이 열리면서... 원피스를 입은 이연이가 나온다.
우와...예쁘다
치성 순간 살짝 넋을 잃는다.
치성 : 맞아요? 색깔 맘에 안 들면 바꿔요... 전 색깔에 원체 약해서...
이연 : 치마...잘 안 입어요... 오른쪽 허벅지에 흉터가 있어서...
치성 : 입어요... 예뻐요... 다리도 발목도...
이연 : 이런 옷 처음 입어요.. 야해요... 런닝도 못 입잖아요... 런닝 안 입으면 난 배 아프던데...
치성.... 이연에게 다가와....
치성 : 한... 삼년 전 쯤에 뭐 했었어요?
이연 : 학교 졸업하고 재수 학원 다녔는데...
치성 : 그때 만났으면... 좋았을걸... 그럼 내가 말 걸고... 어떻게든... 만나보자고 했을 텐데...
이연 : 그때도 난...늘.. 근처에 있었어요....
치성 : 미안해요.. ...그땐 지금을 몰라서...참 미안해요...
둘...잠깐 슬픈 정적...
치성...다시 소파로 가서 앉는다..
치성 : 아...오늘 이상하다... 예쁜 아가씨를 봐서 그런가...
이연 : ....
치성 : 내일 모레... 나 공 던지는데... 보러 올래요...
말하면서... 치성, 무의식적으로 코를 손가락으로 살짝 만진다.
그러다가 슬쩍 그 안에 들어갔다....나왔다.
이연... 조금씩 놀라진다...
치성 : 사실... 다신 볼을 던지고 싶지 않았어요... 희망이 없으니까...
근데...마지막으로 한번만... 마운드에 서 볼까 해요...
이연... 표정이 어둡고 걱정스럽게 변하다가...
치성의 손가락이 연하게 코 속에 가있다.
그리곤...다시 울먹거린다.
이연 : (울먹거리며) 코 파지 마요... 안되요...더 이상 파면....안되요...
치성, 몰랐다.
이게 그렇게 심각한 일인 줄....
S#71. 동네...혹은 창문...
아침 해가 떴다.
치성, 소파에서 눈을 뜬다... 손에는 야구공이 밤새도록 쥐어져 있었다.
치성... 눈으로 태양빛이 가득 들어온다....
치성 : (가슴의 소리) 운이 좋다... 아직도 살아있다. 이렇게 눈을 떴는데 보이는 게 온통 어둠뿐이라면
그땐 난 죽은 거다. 오랜만에 야구공을 쥐고 잠을 잤다. 난 투수다.
그리고 난 아주 오랜만에 누군가를 위해 공을 던질 거다.
치성, 이연의 방문을 살짝 열어본다.
이연...치성이 선물한 옷을 고스란히 입고 자고 있다.
치성 : 사랑스러운 여자다. 너무 늦게 만났다.
이연, 눈을 뜬다....
잠에서 깬 둘...그렇게 서로 쳐다본다.
그리고 살짝 연한 미소를 보내준다
치성 : 내게... 내게 만약 내년이 생긴다면... 사랑하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난 결국 첫사랑을 갖지 못한 채 그냥 죽을 거다... 사랑한단 말.... 하면 안된다...
둘의 그런 얼굴...미소...혹은 알 수 없는 눈물방울들....
S#72. 집 앞 골목...
치성... 집을 나왔다.
걸어간다... 걸어가는데... 몇 명의 사내들이 그를 앞뒤로 에워싼다.
형사 : 동치성씨
치성 : 네?
형사 : (신분증을 보여주며) 같이 좀 가실까요?
치성 : ...?....야구장엘요?
형사 : 네..아니, 아니요... 야구장이 아니고... 경찰서요...
S#73. 경찰서의 취조실...
답답한...취조실...
동치성을 가운데에 두고 여러 명의 수사관들이 있다.
그때, 안경 낀 형사가 들어온다.
곧장 치성의 앞에 앉는다.
안경 낀 형사 : 안녕하세요....
치성 : 네....
안경 낀 형사 : (씨익 웃는다) 야구 선수더라구요? 외야수...
치성 : 투순데요...
안경 낀 형사가 사진 한 장과 손목시계를 .. 내민다...
남자의 사진이다.
안경 낀 형사 : 이 사람 알죠?
사진의 남자.... 영화 초반...외야에서 여자가 소리질러대며 싸우던 남자다.
치성 : 모르겠는데요....
안경 낀 형사 : 어이구 ....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왜 죽였어요?
치성 : .....?
인서트 되는 화면....
그리고 안경 낀 형사의 목소리....
인서트/ 치성의 방에 놓여 있던 가방.....
안경 낀 형사의 소리 : 당신 방에서 발견된 그 가방... 그 안에 들어 있던 금장 시계...
인서트/ 가방 안의 시계로.....
안경 낀 형사의 소리 : 사진속의 남자가 그 시계의 주인이요...
인서트/ 죽은 사진속의 남자....
안경 낀 형사의 소리 : 시계는 잘 가고 있지만... 시계 주인은 죽었어요...
다시 돌아온 취조실
치성 : (손목시계를 보더니) 시계도 죽었는데요...
안경 낀 형사 : (한숨) 시발.... 풍온다... 풍와...
시간 경과....
안경 낀 형사 : 동치성씨, 우리 이렇게 자리한지 벌써 다섯 시간이 되어 갑니다. 나요... 꾀 잘나가는 형삽니다.
시간당, 한명 꼴로 쳐 넣어요. 근데요... 다섯 시간 동안을 이렇게 무턱대고 모르는 일이라고만
하면 제가 화가 납니다. 제가 화가 나면요... 저도 잘 몰라요...내가 어떻게 변할지...
치성 : 제가 아는 대로 다 말씀 드렸습니다.
안경 낀 형사 : 모르시나 본데 이 방에서는요... 아는 것 외에 모르는 것도 좀 말해야 됩니다.
이 방은요... 무식한 놈들도 유식해지고 장님도 본데로 말하고
귀머거리도 들은 데로 말하는 방이라 이겁니다.
치성 : 그럼... 벙어리는 어떻게 해요?
안경 낀 형사 : 이 시발 놈이 놀린다... 그지? 나 지금 놀리는 거지...?
주위의 형사들이 안경 낀 형사의 분노를 말린다...
치성 :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안경 낀 형사 : 이 시발 놈이 자꾸.... 후... (가라앉힌다) 동치성씨... 벙어리는요...
내 담당이 아니라 모르겠지만... 다 방법이 있겠죠... 후.... 다시 봅시다.
그러니까 사건 당일 날... 당신 증언에 의하면 당신은 그저 집에 들어온 도둑을 좋은 말로
타일러서 ...응? 시발 설날에 무슨 덕담 들려주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그렇게 달래서 집에 보냈다는 거죠...
치성 : 집으로 곧장 간지는 저도 모르죠...
안경 낀 형사 : 그럼 나는 아냐? 시발..... 아무튼... 그 도둑이 자기의 가방을 동치성씨 댁에 놓고 간거구요...
그 대가로 동치성씬 현금 이백만원을 주었고...
치성 : 무슨 대가로 준 게 아니라니까요... 그냥 살기 힘들다고 하길래...
안경 낀 형사 : 이 시발 놈아 그게 말이되? 살기 힘든 도둑한테 이백만원이나 주고!! 나도 힘들어 살기...
뭐 형사 짓해서 몸 팔고 다니면 금싸래기가 나오는 줄 아냐? 나도 좀 주라...이백만원!!!
치성 : 우리 집에 있어요... 힘드시면 드릴게요
안경 낀 형사 : 이 시발 놈이...진짜... 너 시발 놈아.. 내가 그 돈 받았다 치고 깽값 이백만원치만 조져 볼까?
안그러면 평생 깜방에서 썩어볼래?
안경 낀 형사는 점점 포악해진다.
주변 덜 포악한 형사들이 그를 말리고
치성은 가슴에서 소리를 낸다.
치성 : 이 사람들이 모르는 게 있다. 아무리 윽박을 지르고 날 겁줘도... 난 지금 두려운 게 아무것도 없다...
난 내년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첫사랑도 주사도 없지만...
평생 감옥에서 날 썩게 하기 위해 이들은 이러고 있지만 잘해봐야 난 두 달밖엔 안썩는다...
S#74. 밤... 이연의 집.
이연...식탁에서 치성을 기다린다...
안온다...
시간이 조금 지났나?
아~ 지났나보다...
해가 뜬 것이...
식탁에 누워서 잠든 이연 눈을 뜬다.
식탁을 멍하니... 본다...
그리고 멍하니 밥그릇을 열어... 밥을 한 숟가락 뜨더니 먹는다.
조금 씹다간... 아, 이게 꿈이 아니구나 라는 걸 느꼈는지... 정신을 차린다...
S#75. 다시 경찰서 취조실....
벽시계...늦었다...
형사들도...지쳐 있다...
안경 낀 형사 : (시계를 한번 바라보더니...) 후... 아침이다... 니미럴... 기록이다 기록...
안경 낀 형사... 한숨을 토해내며 구석에 있는 라디오로 가서 켠다.
안경 낀 형사 : 참..나 이거... 모닝 잉글리쉬 나오겠네... 시벌...
... 음악이 흘러나온다...
치성이가 좋아하는 그...노래가 흘러나온다...
치성의 피곤한 눈이 떠진다...
S#76. 치성의 집 앞..
이연 괜히 두리번거린다...
집은 조용하고... 늘 보이던 경찰들도 없다...
괜한 걱정....이 얼굴을 엄습하고....
S#77. 다시 경찰서 취조실....
노래는 계속 흐르고...
치성만 그 노래의 사연을 알고 ....
안경 낀 형사..... 하품 한번...하다간..
안경 낀 형사 :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하나만 묻자... 니 말대로 그렇게...억울하게 ...
치성 : 쉿....
모두 긴장...
라디오 DJ의 사연
DJ : 오늘의 노래 사연입니다... ‘그 사람이 오늘 오지 않았어요... 그 사람이 우리 집에 오지 않는다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인데도... 난 왜 그 사람을 기다린 걸까요... 사랑도 그랬어요... 사랑이 내게 오지 않을 건
당연한데도 난 사랑을 기다렸어요... 그랬더니 정말로 사랑이 왔지요... 근데... 사랑한단 말 못했어요...
그거 그냥 말이니까... 그 말없이도... 나...그렇게 기다린 사랑을 한거죠... ’
치성의 눈엔 ...이상한 이유의 눈물...
형사들...치성을 유심히 보다가...
안경 낀 형사 : 동치성... 너 ..이 지저분한 새끼... 너 우리 몰래 팠지...? 너 왜 코피를 흘려?
치성...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피를 쏟는다...손으로 쓰윽
그때, 반장이 들어온다...
반장 : 동치성씨... 가셔도 좋습니다.
안경 낀 형사 : 반장님....
반장 : 용의자 신원이 파악 됐습니다. 피해자의 애인이었던 여잡니다. 자살을 기도하려나 봐요...
그 여자 유서가 먼저 발견됐습니다... 범행 일체가 그 유서에 써 있었구요...
지금 행방을 최대한 찾고 있으니까 아직 안 죽었으면 곧 잡을 수 있겠죠... 고생하셨습니다...
원래가 그래요...우리 하는 일이...이해해 주십쇼...
치성...주춤거리며... 일어난다... 가려다가...
치성 : 근데... 왜 그랬답니까?
반장 :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더군요... 사랑하면 뭐 그렇기도 하고 그래요...
가려는 치성...그때,
반장 : 아, 그리고 이건 동치성씨 주치의께서 전해달라고 하시던데요...
치성 : 아...네...
치성 그 편지를 ... 주머니에 구겨 넣는다.
그리고 급히 나가려는데...
반장 : 동치성 씨.... (치성 멈춘다) ... 오늘 잘 던지세요... 당신은 외야수 보단 투수가 어울려요...
치성, 영문 없이 툭 나온 반장의 말에 고개 끄덕이고 간다...
안경 낀 형사 : 반장님은 저 친구를 아세요...?
반장 씨익 웃는다.
인서트 화면....
신문 1면.... 과거 .... 동치성을 헹가래 치는 상대편 관중들...그 밑에 중년의 한 남자...반장이다.
S#78. 야구장
거대한 야구장....
동치성의 생애 마지막 등판 경기....
앵커와 해설자의 현란한... 소리들....
관중들의 웅성거림...
애국가...
벤치에서 공을 쥐고 있는 치성...
관중들...틈틈이 익숙한 얼굴들도 보인다.
경기를 알리고 심판들과 선수들이 운동장으로 뛰어 나간다
연습투구...
타자들은 방망이를 휘두르며.... 몸을 풀고...
S#79. 경찰서... 치성이가 얼마 전 까지 머물던....
이연이가 조심스러운 얼굴로 들어온다...
낯이 익은 형사를 보고,,, 다가 간다
그 형사는 아마도 안경 낀 형사 같다.
또 자기 스타일대로 누군가를 취조하며 윽박지르고 있는데...
이연 : 저기요... 안녕하세요...
안경 낀 형사 : 네? ....어, 그 아가씨네...
이연 : 네... 저기 동치성씨... 어디에 있는지 지금...
안경 낀 형사 : 그 야구선수요? 후후... 야구선수니까... 야구장에 있겠죠....
손가락을 들어 벽에 붙은 텔레비전을 가리킨다.
야구 중계가 시작되는데... 동치성의 얼굴이 보인다.
이연의 눈이 희망과 다행으로 커진다.
S#80. 야구장...그라운드와 관중석...
심판의 외침!!!
“플레이 볼” .............. 이 말을 시작으로 동치성 생애 마지막 등판 경기는 시작되고...
이 부분들은 영화의 음악과 경기의 영상이 이끈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많은 사람
포수의 싸인 손가락...
상대편 투수의 로진 팩....먼지...
11번과 13번의 .... 방망이를 쥐고 있는 모습..
코치와 감독의 모습...
불펜에서 몸을 푸는 치성...
전광판의 동치성의 이름....
중계를 하고 있는 앵커와 해설자들....
방송국 카메라...
신문 기자들... 사진기를 들고 있는 포토들...
그밖에 현란한... 경기의 모습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몇 명의 커플이 나온다...
이들이 들려주는 얘기는 사랑에 관한 소박한 농담 혹은 담론일수도 있다...
영화가 굳이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
이들의 작은 얘기들이 동치성이 마운드에서 볼을 뿌리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그런 커플들의 소박한 이야기와
영화를 지배하던 그 음악과
현란한 야구장의 스케치들이... 잠잠해지는 것은
물론 9회다....
투아웃.... 치성의 팀의 마지막 타자는 13번이다...
상대팀의 투수가 볼을 뿌린다.
13번은 볼을 까마득히 날려버린다.
유유히 그라운드의 베이스들을 밟고 홈으로 들어온다.
13번 동료들의 환호를 받은 뒤 동치성을 본다.
13 : 동치성... 이젠 니가 끝내라....
동치성, 벤치 쪽의 감독을 본다.
코치... 감독에게 귓속말을 한다.
감독...고개를 끄덕이더니... 동치성을 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여 준다.
동치성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동치성과 선수들 마지막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로 나간다...
앵커 : 네... 동치성을 계속 가네요...
해설 : 괜찮아요... 9회까지의 경험이 좀 없다 뿐이지... 뭐 구위가 떨어진 건 아니니까요...
앵커 : 참 대단합니다... 죽을 힘을 다해 뿌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요.... 마무리가 불안한
.....으로써는 1점차 승부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겠습니다...
마운드 위의 치성...
볼을 뿌린다.
두 명의 타자가 범타로 물러난다...
전광판의 아웃 카운트... 투아웃...
치성, 숨을 고른다...
포수의 싸인을 본다...
그때, 치성... 코에서 소박하게 흐르는 코피...
치성... 그 액체를 느끼고...손으로 쓰윽 닦아낸다.
볼의 실밥을 움켜쥔다...
손가락이 묘하게 실밥을 잡는다.
치성 : (가슴의 소리) 사랑이란 도대체 뭘까란 질문으로 오랜 세월을 보냈었다.
참 신기하게.... 그토록 궁금해 하면서도 난 한번도 국어사전에서 그 의미를 찾진 않았다.
거기에 써진 해답을 믿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 일거다.
하지만 분명한건 난 오늘 누군가를 위해서 볼을 던졌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 경찰서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 이연의 얼굴이 살짝 스친다.
치성의 손에서 볼이 떠난다.
묘한 회전을 돌며 타자 앞에 간 볼
타자의 방망이가 돈다...
볼은 강한 속도로 땅에 튕기더니 .... 치성 앞으로 날아간다....
볼이 치성의 글러브로 들어간다.
순간... 경기장이 경직 된다.
볼을 잡은 치성이 1루로 던지지 않고 몸이 정지해 버린다
볼을 친 타자도 그 자리에서 멈춘다.
1루수인 13번은 베이스에 붙어서... 자신에게 볼을 던지지 않고 있는 치성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
운동장에 선수들도.... 벤치에 감독과 코치 다른 선수들도 ....
그저 멈춘 채 치성만을 바라보고 있는 정적의 짧은 시간....
앵커도 해설자도.... 다른 관중들도 ....치성만을 바라본 채 숨을 죽인....
치성 천천히 몸을 돌려 1루를 본다.
13번과 눈이 마주친다...
치성...코피 나는 와중에도 씨익 웃어 보인다.
13번도 얼떨결에 따라 웃어준다.
치성 : (가슴의 소리) 내가 살아서 던지는 마지막 공이다...
오늘의 내 모습을 내가 아는 여자도 날 아는 다른 모두도 잊지 못할 것이다... 모두 안녕....
그때, 치성... 글러브에 들어 있는 볼을 빼서 관중석으로 던져버린다...
정적의 시간을 보내던 모든 이들은... 경악스럽게 치성의 손을 떠난 볼을 바라본다...
터지는 사진 후레쉬들...
- 경찰서 / 오로지 이연만이 그 볼의 비행을 보며 미소 짓는다.... 멋지다....
치성 벤치로 걸어 들어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짐을 꾸린다.
감독을 본다.
감독... 그리고 코치....
(아~ 나도 궁금하다 어떤 표정을 할지....)
치성, 씨익 웃으며
치성 : 진짜 궁금했어요... 볼을 잡아서 관중석으로 던지면 어떻게 되는지...
감독... 그리고 코치...
(정말 궁금하다 어떤 표정질지...)
치성...스윽...나간다.
S#81. 버스안... 심야... 뒷자리
전화벨이 울린다...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낸다.
그때, 반장이 건네준.... 편지도 꺼내어진다.
치성 : 네... 봤어요...?
통화를 하면서 ... 그 편지를 뜯어 읽는다.
치성 : 후후후... 나 나오는데 감독님하고 코치 얼굴이 어땠는 줄 아세요?
치성...편지를 읽어 내려간다...
그러면서 점점 표정이 이상해진다...
인서트 - 이연... 주방...
이연 : 다시 야구 못하면 어떻게 해요?
치성 : 다신 안할 생각으로 한거에요... 다시...안해도....
이연 : 후... 아무튼 어서 와요... 저녁 해놨어요....
치성 : .....
이연 : 여보세요... 여보세요.....
치성...손에서 전화기도 편지도 떨구고...호흡은 가빠오고 ....
S#82. 그 후미진 병원 ... 응급실....밤이니까...
치성의 확실한 골질이 시작된다.
치성 : 그 의사 어딨어!!!! 그 노인네 어디 갔냐고??????
말리는 여러 사람들... 아마도 간호사 의사...경비...그다지 덜 응급한 환자들....
치성 막무가내로... 환자들에게...
치성 : 당신들도 조심해... 어서 집에가...여기서 병 키우지 말고... 어서들 돌아가라구!!! (환자 한명을 찍어서)
당신 여기 왜 누워 있어?
환자 : 네... 전..칼 맞았는데요....
치성 : 뽑았어 칼?
환자 : 네... 뽑긴 뽑았는데요...
치성 : 잘했어...그럼 이제 나가서 동네 세탁소로 가서 그냥 오버로크를 쳐...
여기 있다간 너 삼 개월 밖엔 못산다....
치성...사람들에게 끌려 나간다...
S#83. 이연의 집...
이연 시계를 올려다본다...
시계가 늦은 시간을 가르쳐 주는데...
이연 전화기를 든다.
따르릉....
누군가 전화를 받는다.
이연 : (걱정스럽게) 여보세요...누구세요? ....어머 사장님.... 그 아저씨 거기 가 있어요?
S#84. 이연이가 일했으며... 치성이가 단골로 가는 바bar
치성....이미 술이 과하게...취했다...
술잔을 들이키는 치성의 얼굴엔...멍한 기운이 가득이다.
치성 : (혼잣말) 죽어야 되는데...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주인 혹은 바텐더 : 이제 그만 마셔... 너 너무 많이 마셨다...
치성, 아랑곳하지 않고 술을 입속에 붓는다.
그때, 이연이가 서둘러 들어온다.
치성의 등 뒤로 다가와...
이연 : 그만 마셔요... 가요...
치성 : (혀 꼬부라졌다) 허이고... 이게 누구냐... 필기공주네...
이연 : 가요...집에...
치성 : (버럭 소리 지른다) 놔...제기랄... (술병을 집어 던진다) 집이 어딨어!!! 나 집 없어...
집..은행에 넘어 갔어... ...집 없어... 왜 니가 나 재워주려고? 당신 집에서...?
왜? 너 나 사랑하냐? 나한테 관심 있냐? ...후후후...
이연 : (울먹거린다) 왜 그래요? 자꾸...
치성 : 왜? 잘 모르겠냐?
이연 : 왜 나한테 그렇게 말해요? 몰라요? 몰라서 그래요? 정말 몰라서 궁금해서 질문하는 거에요?
치성 : 사랑하냐구???? 말해봐!!!
이연 분위기랑은 조금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여하튼 쑥스러운지 훌쩍대면서도 치성의 귀에다가 손을 가져가 귓속말로 한다.
이연 : (소근댄다) 사랑해요.....
치성 : 우헤헤헤헤헤.... 얘가 날 사랑한댄다... 그래 나도 이게 사랑이구나 싶어서...
왜냐? 속편하니까 한 두어 달만 사랑하다 끝내면 되니까... 그럴까도 생각해봤는데...
또 이래 맨날 이래.... 너도 속지 마 병신아...
이연 : 왜 자꾸 험한 말해요??? 나한테 주사 부리는 거에요?
치성 : 그래...주사다... 내가 주사 부린다. 왜? 술 먹고 주사 부리는 거 ...나도 좀 해보자 왜?
이연 : 그러지 말아요... 내가 사랑하는 거 다 알잖아요...제발 그러지 말아요...
치성 : 조용히 해...... 그게 사랑이 아니야...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게....
이연 : 나랑 가요... 집에 가요....
치성 : 따라 오지마라.... 나 따라왔다간... 너...때린다...내가...확 하고 때려 버린다...
치성 나간다...
이연...그저 울기만 한다...
S#85. 거리...
밤거리를 거닌다...휘청휘청...
시선도 풀려있다...
그런데...머리 속엔... 온통... 이연의 모습들뿐이다...
입술이 주절거린다...
치성 : (혼자서 꼬인 혀로) 그 여자... 필기를 ...잘하고... 그 여자... 눈이 예쁘고...눈물도 많고... 에이..시팔....
으... 그 여자... 런닝셔츠를 안 입으면 ...맨날 배가 아프다고 그러고...
그..여자 ...침대엔...베게 두개 인형 세 개.... 그 여자...닭고기...좋아하고... 그 여자... 날...사랑한다네...
치성...풀린 눈으로 살짝 비틀대며... 차길...횡단보도에 선다...
영화 첫 장면에 나오는 그 횡단보도다.
치성... 옆에 서있는 전봇대를 지긋이 바라보다간... 뭔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손을 갖다댄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아무 느낌도 달라짐도 없다.
떠지는 그의 눈... 휑하니 맞은편을 응시한다....
그리고...... 뭔가 또 읊조리는 것 같더니 ....
반대편...으로 카메라는 간다...
반대편으로 한 여인이 걸어와서 선다.
그녀.... 영화 맨 처음에 차에 치이며 하늘로 떴다가 떨어진 여자다....
그리고...그녀.... 야구장에서 남자와 싸우며 소리를 질러대던 바로 그 여자다....
그녀...슬픔에 젖은 얼굴로...멍한 시선을 드리우다...찻길에서 쌩쌩 지나는 차들을 느낀다...
그리곤...아무 느낌 없이...도로로 휙 걸어 들어간다...
달리던 차가 그녀를 지체 없이 치어 버린다...
반대편의 치성...하늘로 고개가 올라간다....
F.O
......
도로에 누워 있는 여자에게 치성 다가간다.
술이 깨어진다...
치성 쓰러진 여자 옆에서 그녀를 바라보는데...쓰러진 여자의 손이 치성의 손을 덥썩 잡는다.
치성 놀란다...
여자의 손 핏줄이 돋으며...꽉 치성의 손을 움켜쥔다.
S#86. 엠블란스 안
구급요원들이.... 여자를 인공 호흡해본다...
구급 요원...가망이 없는 듯 고개를 젓는다.
구급 요원...차의 앞자리로 이동한다...
여자의 손 여전히 치성의 손을 놓지 않고 있다....
치성도 여자가 걱정 되는지... 자기 손이 걱정 되는지 아무튼 걱정스러운 얼굴로 여자를 본다...
그때, 여자의 눈이 확 하고 떠진다.
치성 깜짝 놀란다...
여자... 그렇게 떠져 커진 눈으로 치성을 바라본다.
그리고 마치 뭔가 할말이 있는 것처럼.... 간절하게 치성의 눈을 바라보며 입술을 움직여 보인다...
치성...비슷한 감정으로 귀를 천천히 그 여자에게 갖다댄다.
여자 입술을 움직인다....
여자 : 가....니.... 사랑....잡아.... 병신아.....
치성의 눈이 커진다.
S#87. 도로...
도로가 막혀 제대로 빠져 나가지 못한 엠블란스의 뒷문이 확 열리며...치성이 뛰어 내린다...
그리고 곧장 치성은 뛴다...
눈에는 가벼운 눈물들이 흩날리듯... 땀과 함께 떨어져 내리고....
그렇게 치성은 뛴다...
뛰어가는 치성의 머리에 스치는 수많은 얼굴과 소리들...
영화 속에 나와서 들려준 사람들의 사랑에 관한 담론 들이다...
은행 강도..... 도둑.... 대문 앞 남...여 ...... 반장.... 코치.....
S#88. 이연의 집 앞...
치성, 숨찬 호흡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문을 두들긴다...
아무 대답이 없다....
울상이 된 얼굴...
마치 사랑의 떠나감을 잡으려는 사람의 얼굴이다.
치성...다시 뛴다...어디론가...
S#89. 치성의 집앞.
모퉁이를 돌아 치성이 뛰어 들어온다...
이연...많이 울다 마른 자국의 얼굴로 벽에 기대어 그를 기다렸다.
치성...숨을 고르며...이연 앞으로 다가선다...
이연, 벽에 그려 놓은 크기 고스란히 들어가 기대어 있다....
둘... 한참을 무슨 말도 못 꺼내고... 바라만 보다가....
치성 : 저... 뭐 물어볼게 있는데.... 저... 이름이 뭐에요?
이연..그냥... 슬쩍...얼굴에 미소가 돈다...
이연 : ....이연이요.... 한 ...이... 연...
치성 : 이연이... 한이연.... 이쁘네....
이연 : ....고맙습니다...
치성 : 어....... 음....... 내가 .......집에 데려다 줄까요?
이연 고개를 끄덕인다...
둘... 그렇게 발을 움직이며 서른아홉 발자국에 첫발을 내딛는다...
치성... 그러면서.... 작고... 편안한 질문들을 시작한다...
나이가....?
학교는 어딜 나왔는지?
취미가 뭐드라?
그러면서 치성의 가슴의 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린다.
치성 : (가슴의 소리) 난 오늘...남들한테 다 있는데 내게 없던 세 가지가 생겼다...
난 내 년이 생겼고... 난 주사가 생겼고... 난.......첫사랑이 생겼다....
둘...골목 끝 모퉁이를 돌아 걸어간다.....
The end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