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버리는 학교, 아이들을 버리는 학교
교육장님!
모초등학교가 KBS방송에 좋지 않은 내용으로 뉴스에 나간이후 면담을 갔었을 때 이런저런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내보라고 하셨죠. 대안을 몰라서 내보라는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직도 면담시간동안 가졌던 단정적 판단에 대한 답답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대안이 뭐 그리 거창한 게 있겠습니까? 교육장님 명함에 적힌 글귀처럼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가 되는 것이겠지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가 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교육주체들의 합의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너무 먼 나라의 이야기 같습니다. 아이들이 무조건 노는 것만 좋아한다고 하셨지만 애들도 나름 생각이 다 있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있어도 공부를 못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드뭅니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공부를 잘 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다음은 마음의 병이 있는 아이가 공부하고 싶은 의욕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그 학교는 불과 얼마 전까지 학생들간 불협화음으로 그 앙금이 아직도 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지 그 학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만, 아직도 친구들 앞에서 고개를 들고 다니기도 힘든 현실의 아이들이 있음에도 1등을 향한 어른들의 불타는 의욕 앞에 초등학생 아이들이 저녁8시까지 학교에 남아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적절한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친구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저녁 8시까지는 너무 과합니다. 컴컴한 농로길을 홀로 오랫동안 걸어가는 어린 아이의 귀가 발걸음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아픔을 주었던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부모님이 농사일로 아이를 데려가기 힘든 상황이라면 아이의 안전이 고려되는 좀 더 밝은 시간에 귀가를 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5월 중순이 지나 해가 길어지면 저녁 8시쯤이라도 그 아이가 가는 길이 그리 어둡거나 힘들어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1등을 향한 무한경쟁에서 교육은 의미를 잃어버리고 타성적인 학습방법은 아이들의 장래마저 가로막아 버립니다. 1등을 한 학교는 600백만원, 학생1인당 50만원씩 장학금을 준다며 1등을 하자고 애들을 격려하는 학교가 있다지 않았습니까? 학생들에게 그렇게 학습의욕을 높인다는게 그리 교육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거창군장학기금에서 받은 1억원을 아이들 저녁밥이라도 제대로 먹이는데 쓰거나 귀가 차량을 해결하는데 보태거나 문제풀이식 진행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경비로 사용해야지 않을까요?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먹는 문제는 그냥 대충 떼우는 한 끼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녁 늦게까지 아이들과 함께한 선생님이 다음날 즐거운 몸과 마음으로 근무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이 거창교육청에서 시작된 일이 아님을 압니다. 전국 일제고사로 학교마다 등수가 매겨지면서 시작된 병폐지요. 선진국 그룹인 OECD에서 자살률, 실업률, 부패도 등 좋지 않은 것들은 죄다 1, 2등을 하는 부끄러운 현실의 원인이 수단방법 안 가리고 이겨야 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되지 않았습니까? 체육계가 아닌 교육계에서만은 이기기 위한 싸움터로 아이들을 몰아세워서는 안됩니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채 1, 2 등 줄세우기는 앞으로 아이들이 누려야할 몫을 어른들이 미리 빼먹는 파렴치한 행위입니다. 우물에 물이 가득차면 저절로 넘칠 것을 참지 못하고 바가지 질을 하는 어른들의 조급한 행동에 아이들은 웃음과 행복을 잃어갑니다. 뉴스가 나간이후 선거와 관련된 사람들이 학부모들에게 거짓말까지 만들어 퍼트리는 모양입니다만, 지금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장래를 위한 어른들의 올바른 성찰입니다. 바쁜 농사일로 자식 챙겨볼 시간도 갖기 힘든 부모들에게 저녁까지 돌봐주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나 제대로 먹이고,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이 많은 학교 그리고 교육 본연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적절한 방법으로 다양한 삶의 기회를 맛볼 수 있는 학교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들께 바랍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들이 옹아리를 시작하면서 말하기의 힘을 얻는 것은 자기의 얼굴을 마주보며 얼러주는 부모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기들은 엄마, 맘마 소리를 수천 수만번 듣습니다. 어느 날 문득 엄마가 무엇인지, 맘마가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엄마는 환한 미소로 그 깨달음을 격려해 주고 기뻐해 줍니다. 그런 마음으로 늘 바라보고 지지해주면,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거나 무엇하나 이상은 잘 하는 행복한 아이들이 될 것입니다. 부모로서 스승으로서 아이들의 행복한 삶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한가요!
거창군여성농민회 정책위원장 김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