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책두레
 
 
 
카페 게시글
문학으로의초대 스크랩 박경리 선생님을 추모하며-추억하나
달개비 추천 0 조회 17 08.05.06 02:57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대하소설 <토지>를 숨가쁘게 읽었었지요.

그 갈피갈피 쉬며,

 웃다 울다 한숨짓다 했던 시간들.

지금은 희미해진 서희랑 길상이랑 용이랑 봉순이, 월선이.

이미지만 남아 있는 인물들과 기억조차 희미한 숱한 그들.

 

다시 생각해도 대단한 작품인데요.

역사적 사실과 엄청난 수의 인물들.

그 인물들이 다 허구라는게 더 놀라운데요.

 

이제 작가는 떠나고 작품만이 남았네요.

 

박경리선생님,

이제 편안히 가셔요.

선생님 생각하며 <토지>도 다시 읽어야겠어요.

 

 

선생님을 추모하며 추억하나 꺼내봅니다.

2005년 10월 평사리 문학기행.

 

 

 

  

해마다 가을이면 들썩거리게 하는 책두레 가을 기행.
올해에는 덕치초등학교에서 김용택 선생님 만나고
하동 평사리에 다녀 오기로 결정되었다.
너무 빡빡하지 않겠느냐는 달개비의 걱정에
좀 늦으면 어떠냐는 반응들이어서
무리지만 강행하기로 하였다.

 

 

시월 십오일은 맑았다.
부지런히 준비하고 도서관에 도착하니 여덟시 십오분.
우물과 양귀비. 딱풀, 이순자, 로즈마리가 벌써 와 있다.
이십분에 버스 도착하고 삼십분에 출발.
아침부터 착착 들어 맞는 즐거움. 시작이 순조롭다.

따끈한 차 한잔씩을 나누며 오가는 인사 속엔
날아갈 듯한 흥분들이 묻어 있다.
대표인 양귀비님이 간단히 인사 하고
달개비가 준비한 자료들도 돌리고
들뜬 목소리들 곱게 가라 앉혀
김용택 선생님의 글들도 돌아 가며 읽었다.

 

 

 

덕치초등학교에 도착 하니 열한시 반.
선생님과의 약속시간 까지는 삼십분의 여유가 있다.
각자 급한 볼일들도 보고
운동장을 거닐며 바람도 쏘였다.

덕치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7명인데
김용택 선생님이 맡고 잇는 2학년은 3명이란다.
운동장 가엔  벚 나무로 둘러 쌓여 있다.

 

 

  

처음 만난 선생님은 푸근한 인상이다.
우리는 선생님 댁으로 안내 되었는데
30년 전에 심으셨다는 느티나무 밑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꾸밈이 없고 비판적이고 고지식했다.
선생님은 분노하고 비판하는게
시를 쓰는 힘이라고 말씀하신다.

선생님 댁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선생님의 어머니께서 주시는 알밤까지 손에 쥐니
잠시 고향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마을 앞 섬진강엔 갈대도 피었고
맑은 물에 부서지는 햇살.
더 머물고 싶었지만 배도 고프고 갈길도 멀어서
서둘러 인사하고 진메마을을 떠났다.

 

 

우리가 주린 배를 이끌고 찾아간 한정식 집.
기사아저씨 까지 15인분 시켰더니 시간이 걸린다.
이 귀한 시간을 낭비 할 순 없지.
아카시아가 달개비가 준비한 자료를 읽기 시작 한다.

작가 박경리에 대하여. 평사리와 주변 유적지.
평사리를 중심으로 한 <토지> 요약을 돌아 가며 다 읽으니
밑반찬이 나오기 시작한다.
배가 워낙 고파서 어떻게 먹었는지 원.
기사 아저씨게 많이 미안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얼마나 배가 고프셨을까?

 

 

이젠 평사리로.
88고속도로변 섬진강은 또 다른 모습.
하이얀 백사장은 곱게 다져지고 푸르른 물은 잔잔한데
갈길이 바쁘니 그림의 떡이다.
저기 내려가고 싶다.
노래하는 우리를 태우고 차는 늠름하게 잘도 달린다.

평사리에 도착하니 네시가 지났다.
그래도 누구 하나 급한 사람은 없다.
여섯시 까지의 시간이 그저 기대가 될 뿐이다.

 

 

 

 

 

 

 

 

 

비록 셋트장이지만 주변 경관이 좋고
마을 전체를 토지 내용 대로 초가들과
우물, 빨레터 등을 잘 조성하여 괜찮은 구경거리였다.

연못가에서 서희와 봉순이가 울던 장면,
빨레터에서 아낙들이 수선스레 떠들던 장면들이 연상되면서
대하소설 <토지> 속으로 다시 빨려 뜨는 느낌이다.

우리 일행은 서로 만났다 흩어졌다를 거듭하며 자유롭게 돌아다녔는데
그러다 만나면 무척 반갑기도 했다.

 

 

 

다들 시간은 잘도 지키지.
어두워지는 평사리만 놔두고 여섯시에 차는 출발했는데
그냥 가긴 너무 아쉬워.
한편에선 화개 장터, 한편에선 섬진강을 외치는 사태가 발생했다.
못말리는 책두레 님들. 이십분을 약속하고 차에사 튕겨 나오는데
장터로 섬진강으로 바쁘게 오가고
달개비는 여유와 섬진강을 만나러 갔다.
섬진강 바위들 몇 개 건너서
잠깐 사이 깜깜해지는 그 짧고도 긴 시간.
검게 물드는 강물만 바라보다 되돌아 서며 인사 했다.
꼭 또 올게.

 

 

이제는 진짜 출발이다.
차에 올라 각자의 이십분 결과물들.
이십분 동안의 경험이 이토록 다체로울 수 있다니..

누구누구는 대봉감을 한 꾸러미 사들고 흡족래 하고
누구누구 누구는 녹차 숟가락과 기념품 하나씩 사구
차도 대접 받구 대봉감 까지 하나씩 선물받았다며
개선장군처럼 나타나구.
스스로들의 전리품에 도취되어 미소짓다가 낄낄대다가
드뎌 마이크를 잡는 손들..

 

 

책두레 님들에게 이런 광란의 끼가 숨어 있었다니..
서로에게 놀라워 하며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버스가 들썩들썩 꺄악꺄악,
얼마를 그렇게 놀았을까?
어느 새 조용한 노래 부르며 분위기 잡더라.

알뜰히 놀고, 여러 모습들 서로 보고 보이며 유쾌했던 하루.
두고 온 섬진강과 평사리가 또 그리워진다.
섬진강 고운 모래밭에서 쬐에끔만 더 머물렀으면 좋았을걸.

 

 
다음검색
댓글
  • 08.05.06 10:52

    첫댓글 우리의 추억이 새록새록 묻어나네요, 아직도 못다 읽어 박경리 작가님께 죄송스럽네요. 이번에 꼭 다시 도전해 볼랍니다.

  • 작성자 08.05.06 21:21

    다시 읽어도 재밌을거 같아. 아파트 공부방에 있는거 거의 새책이더라.

  • 08.05.07 12:28

    세속의 때를 묻히지 않으려 세상과 단절된 삶을 선택하고 발걸음한 고집쟁이가 별세했다는 소식은 참으로 아타까운 일입니다. 방대한 분량속에 600명의 등장 인물을 잊지 않으려 벽에다 메모를 해가면 몰두했던 집필행위에 대한 찬사를 보낼 수 있는 독자가 되지 못함이 속상하기도 합니다. 책꽂이에 장식물처럼 꽂혀 있는 토지를 보며 긴 숨 들이마시고 누구처럼 재도전 해야 고집스런 글쟁이를 보내는 이별이 부끄럽지 않겠지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작성자 08.05.07 14:13

    <토지>, 우리집엔 없는걸. 그러니 소장하는 것도 의미 있지. 읽다보면 재미도 있으니 도전해 보시압!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