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회장님/유현식
‘애앵~’
요란한 소음과 함께 뿌연 시멘트 먼지가 소용돌이 친다.
건물의 바닥층이 형성되고 다음 층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아래층 벽체에서 올라온 철근에 철근을 맞대어 벽체를 지지할 철근 구조물이 형성하고 거푸집을 붙이고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데, 이음 단면 부분의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 공기 바람을 불어 이물질 제거하는 작업이 앵앵이 작업이다. 이는 공정상 철근 작업을 끝내면 전기, 소방, 설비 작업중에 생긴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 모든 작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앵앵이를 불어댄다. 철근을 포함한 전기·소방·설비 작업자들 20여명이 앵앵이를 불어대는 한 사람 때문에 항상 시비가 일어나곤 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했던가!
윗 사람의 지시라며 그의 행보는 비난과 욕지거리를 무시한채 같이 온 동료들에게 인상적인 시범을 보이듯 희뿌연 시멘트 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이곳저곳 헤집고 다닌다.
그자의 또다른 소임은 건물 외벽쪽 거푸집(철판 구조물;깽폼)을 아래층에서 떼어내 윗층에 설치하면 콘크리트가 깽폼에 붙지 않도록 박리제를 칠하는 작업이다. 그날은 박리제를 칠하기 전에 철근 구조물 작업을 끝내놓은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격분하여 바닥에서 각목을 집어 들고 철근 구조물을 마구 때려 부수는데 어디선가 본 낯익은 모습이다. 그자의 동료들과 우리 팀원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웃음보가 터졌다.
바닥 배관작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앵앵이를 메고온 일행이 박리제를 칠하여 기름 범벅이된 바닥에서 이물질을 수거하고 나서 앵앵를 불어야 할 시점이 되자
‘박씨, 회장님은 어딧어’
‘글세...’
...
그들의 담소 중에 그자를 회장님이라 칭하는 걸보니 저들도 그자의 행실이 시공사‘헐’회사 회장님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역시, 세상을 보는 눈은 똑같구나!’
새삼스레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