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을 지나 진동에서 고개를 하나 넘으면 진전면 창포만이다. 창포에서 다시 작은 고갯길을 넘으면 진전면 시락마을과 고성군 동해면이 서로 마주 보는 좁은 바다. 그 위에 구름같은 다리가 우리를 맞이 한다.
조용한 어촌, 맑은 바다를 끼고 도는 도로를 한참 달려 동해면 소재지 마을 농협 옆에 주차를 한 시각이 10시3분.
마을 지나 고개로 오르는 도로 양편엔 단감과 양다래 과수원이 더러 보인다. 밭에는 머위가 많이 보인다. 그것도 돈이 되는 작물에 속하는가 보다.
산에는 화사하게 핀 망개나, 떡갈나무, 으름덩굴 같은 것들도 화려하지 않지만 꽃을 피우고 있다. 꽃이 피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을 테니 이쁘지 않아도 피어야지.
10시 55분. 고개에서 한숨 돌린다. 왼쪽엔 철마산, 오른쪽이 구절산이다. 철마산엔 임진왜란 때에 쌓았다는 철마산성이 있다. 당황포가 내려다 보이는 철마산에 방패에다 철마를 그려 세워 놓아 바다에서 쳐들어오는 왜군들에게 겁을 주었다는 철마산성이다.
오른쪽 등산로에는 깃발이 여러개 나부낀다. 그 길을 따라 땀을 흐리며 올라간다.
엉겅퀴, 수리취 같은 산나물이 보인다. 산두릎도 있어서 꺾어서 보자기에 담는다.
두릎은 산나물 중의 왕자같은 것.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으면 상큼한 맛이 정말 일미다.
바위로 된 봉우리가 몇개 있다. 앉아서 내려다 보면 금방 땀이 식는다. 11시 50분 정상 바위봉에 도착하다. 九切山 해발 559m.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이름이 나 있어서 산행인들이 많이 찾는다.
구절산은 바닷가에서 시작되는 산 줄기가 아홉군데나 끊어지는 듯 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른쪽은 당항포만이고 왼쪽은 당동만이다. 그 사이 꽤나 너른 들판에 푸른 밀과 보리가 자라고 있다. 맞은 편에 거류산이 있고, 왼쪽으로 비껴서 벽방산이 바라보인다.
올라가는 길엔 진달래가 꽃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런데 폭포암으로 내려가는 길엔 아직도 꽃이 싱싱하다. 정상 산불 감시초소 지킴이가 바로 아래 소나무 그늘에서 찾아온 친구와 소주 한잔 나누면서 우리 일행에게도 한잔 들기를 권한다. 고성 인심이 그에게서 나오는 것 같아 흐뭇하다.
산줄기를 따라 내려 오면서 이런 시절 이야기 하며 진달래꽃을 따 입에다 넣는다. 양지꽃, 제비꽃, 얼레지꽃이 산길을 장식하고 있다. 고사리가 하나씩 보인다. 취나물도, 개미초도, 뚝갈나물도 뜯어서 담는다. 한 끼 산나물 반찬은 되겠다. 봄 산행의 재미가 나물 뜯는데도 있다.
오후 1시경. 맑은 저수지 두개가 내려다 보이는 바위에 앉아 점심을 나눈다.
폭포암을 찾아 내려오는 길에 계곡물을 만나서 땀을 식힌다. 그 물이 폭포암 옆으로 흘러 내린다.
오후 2시 조금 지나 폭포암에 도착하다. 이 구절산에서는 가장 명당자리가 아닌가 싶다. 한여름 장마철에 오면 정말 장관이겠다. 지금은 폭포가 볼 모양이 없지만.
절 아래 산소엔 조개풀꽃이 이쁘고, 논에는 자운영꽃이 활짝 피어 있어서 옛날 어린 시절의 고향을 찾은 기분이다.
오후 2시 반, 외곡리들판엔 못자리 만들기에 바쁘다. 수로에서 만난 무작수라고 하는 뱀이 징그럽기보다 반갑다.
자연이 살아 있는 것 같아서 그런가 보다.
2005.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