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역 광장 한 귀퉁이 붕어빵집
박씨 아저씨의 검붉게 달구어진
붕어빵틀 기계가 돌아갈 때마다
'끼긱-'
한발의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
'뿡어, 뿡어, 빠 아앙-'
총소리는 뜨겁게 익고
이어지는 정적 속에 박씨 아저씨
채 머리는 고요히 흔들렸다.
“어떻게 되었어요, 아저씨?”
마른침을 삼키며 한 아이가 묻는다.
빵틀은 더 느리게 돌았고,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선
한 바퀴를 더 돌아
검게 탄 붕어빵 맛은 일품이었다.
붕어빵집 주인 박씨 아저씨는
6.25 때 어머니와 함께
피난 내려왔다고 했다.
가끔 나오는 노모도, 박씨 아저씨도
채 머리를 흔드는 가게 안은 학생들로
넘쳤다.
빵가게 안 벽엔 서부영화포스터들이
가득 붙어있었다.
연탄불 위 빵틀이 돌기 시작하면
영화가 시작되었다.
박씨 아저씨의 입은 영사기, 스피커였다.
클린트이스트 우드의 옷차림과
모자를 쓰고 빵틀을 돌리는 손놀림은
명사수의 그것이었다.
그의 입에서 끊임 없이 쏟아지는 총소리,
기관총소리와 휘파람, 말발굽소리...
쉴 새 없이 배우들의 말소리가 이어지면
우리는 극장 안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튀어나온 침이 뜨거운 빵틀 위에서
'피쉬-'
소릴 내며 사라질 땐 어김없이
악당 하나가 쓰러지고
석양의 태양은 붉은 머리칼을 날리며
지평선을 유유히 넘어갔다.
그러면 한줄기 화약 연기 같은 노을이
뜨고, 집으로 향하는 철마는
아이들의 검은 눈동자 속에서 천천히
한 점의 향수로 멀어져 갔다.
그가 언제 영어를 배웠는지는 모른다.
분명한 것은,
박씨 아저씨의 유창(?)한 영어를
알아듣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때 그의 영화 대사에서 내가 인지한 건
무엇이었을까?
인지했던 방법은 무엇인가?
그의 영어를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면서
영화 스토리를 알게 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까?
그가 굽는 붕어빵은 내 마음속에서
한 가지 의미를 갖지만
그것은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여러 가지 의미의 통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글 사진 - 배홍배 산문집 <풍경과 간이역>에서
https://youtu.be/h5sP4JW0y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