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창문이 달린 집!
하늘 아래 멋진 양철집을 짓던 날
언감생신 재주 없는 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밥 짓고, 웃음 짓고, 사랑 짓는 일 외엔...
새벽 4시에 출발, 우술루딴에 도착하니 아침햇살이 눈부십니다.
소떼를 몰고가는 촌로는 차가 지나가도 개의치 않고 "워~" 채를 휘두르며 여유만만 걷습니다.
공터의 덤불을 긁어내며 집 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서투른 솜씨지만 목재를 나르거나 못을 건네는 일, 시멘트를 섞고 골조들이 균형 잡혔나 봐 주기도 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봉사체험은 훗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이 집의 주인, 엘로이사 아주머니는 멀찌감치서 구경을 합니다.
일 하던 중 뱀을 잡았어요. 으윽~~
둘째 딸입니다. 집 틀이 잡히고 창문이 달리자 잿빨리 문을 엽니다.
파란 창문으로 파란 꿈들이 들락 거렸으면 좋겠습니다.
↖ 학교 교실을 빌려 1박을 하고
물동이로 물을 길어 나르고 있는 중
엄마 엘로이사(33세)의 방,
제 눈물도 사치입니다. 가엾다는 말도,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어'라는 걱정도 모두 엘로이사 앞에서는 담을 수 없었습니다.
공식적인 후원 시작은 1월부터 약속했지만,
12월 초 이 집을 방문한 순간, 하루 빨리 집을 지어야겠다는 생각 밖엔...
친정어머니가 함께 사시면서 가족을 돌보고 계십니다.
하지만 온 동네를 배회하는 딸 찾으러 다니시다가 그만 한쪽 눈을 실명하고 말았습니다.
엘로이사는 심한 정신지체가 있어 거의 소통이 안 됩니다.
잠시 쉬는 동안 리코더 연주를...
^^* 중현이는 아이스박스 위에 앉아 오수를 즐기네요.
식사 당번
저는 마에스트라와 잡담을
현관 문 열쇠를 건네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건설 중이다
안중현(8학년)
“뚝딱 뚝딱, 싹둑싹둑”, “아! 날씨는 왜 이렇게 더운 거야?”
아저씨들과 아버지, 형, 나는 더위와 싸우며 벌판에서 집을 짓고 있다. 망치질, 톱질, 길이 재기 등 여러 가지 작업을 모래와 잡초만 있는 허허벌판에서 햇볕을 받아가며 일을 하니 모두가 더워서 안달이 났다.
그래도 집을 짓는 이유는, 야자수 잎으로 대충 집을 지어 가난하게 살고 있는 어느 한 가족 때문이다. 그 집엔 여섯 명의 가족이 사는데 정신지체이신 어머니가 땅바닥에서 주무시며 제대로 씻고 먹고 하지 못해 말이 아니었다. 전기도 안 들어오고 수돗물도 안 나온다. 그래서 좀 떨어진 곳에서 우물을 길어다 먹는다.
여기는 한국처럼 비옥한 땅이 없다. 온통 모래뿐이라 바람이 불면 먼지와 모래바람으로 괴롭다. 또 벌판에 집이 외롭게 있어 나무그늘도 없고 쓰레기만 나뒹굴었다. 또, 화장실이 없어 숲 속으로 걸어가 볼 일을 봤다. 엘살바도르는 지금 건기라서 비가 전혀 안 온다. 식물도 사람들의 표정도 다 목 말라 보였다.
일꾼들은 아버지 회사직원 아저씨들 6명과 우리가족 4명이다. 우술루딴 이슬라 데 멘데스라는 마을에 오기위해 새벽 4시에 출발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니 몸이 시체같이 계속 기운이 없고 늘어져 결국 차에서 계속 잠만 잤다. 일어나 보니 벌써 도착, 1박 2일 있을 거라서 세면도구, 이불, 음식, 종이박스 등을 많이 가져왔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간다. 현장에 도착해 첫 번째로 시작한 작업은 영역표시가 돼 있는 말뚝을 빼내고 잡초나 마른풀을 제거하기였다. 땅이 좁아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미리 며칠 동안 건축 재료를 자르고, 색칠하고 다 해서 가져 온 것이었기에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면 되었다. 그래도 시멘트를 바르고 못질 하고 나무기둥을 세우고 문다는 일 등 할 일이 많았다. 나는 벽돌을 나르는데 장갑이 없어서 손이 찢어질 것 같았다. 아저씨들은 공구들을 챙겨 바쁘게 집을 지었다. 땅을 파고 나무 기둥을 여러 군데 박았다. 어떤 아저씨는 줄자로 길이를 재며 실로 묶었다. 그리고 목재들을 가지고 와서 붙잡으라고 한 뒤 망치질을 하셨다. 보기엔 쉬워 보여도 집 한 면을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때 나는 아무 도움이 못되었다. 난 그냥 서서 눈이 동그래졌을 뿐이다. 왜냐하면 다들 기술자여서 일을 빨리 빨리하고 호흡이잘 맞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방해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해다. 그 탓에 우리는 웃음을 띠지 않고 눈치껏 열심히 일만했다. ‘해야 좀 사라져다오! 우리 좀 방해하지 마!’
우리가 만든 집은 양철집이다. 벽돌집 보다는 뒤떨어지지만 얼기설기 지은 야자수 집 보단 훨씬 좋을 것이다. 여긴 허리케인도 있고 우기철엔 엄청난 비가 쏟아지기 때문에 야자수 잎은 안 좋다.
나는 이 집에 꿈, 희망, 건강, 새로운 삶이 담겨져 가족들이 더욱 편하고 깨끗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 집의 뼈대를 짓고 난 후 식사들을 전부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다시 지붕을 올리는 일을 시작했는데 가장 어려웠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작업했던 것이 제일 위험하고 힘든 부분인 것 같다.
밤이 되자 학교 교실을 빌려 하룻밤을 자기로 했다. 우리들은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써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는데, 학교 화장실에서 손으로 물을 뿌리며 씻어야 했다.
잘 때는 종이박스를 깔고 자는데 딱딱해서 몸이 쑤셨다. 또, 학교에 유리창이라는 게 없어서 모기들이 너무 많았다. 어머니는 바람소리, 나뭇잎소리가 꼭 비오는 소리 같다며 잠을 설치셨다는데 나는 잘 잤다. 나는 아무데서나 기대기만 하면 잘 잔다.
다음날 트럭을 타고 숲 속 집으로 갔다. 집이 오늘 안에 다 끝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여기 엘살바도르 아저씨들은 한국음식을 잘 드신다. 매운 음식 라면, 김치, 김치전, 카레를 잘 드셨다. 또르띠아를 먹는데 김치를 찾는 아저씨들도 있었다. 어머니의 김치 맛이 끝내주는가 보다.
이집에는 마리아라는 열세 살 된 딸이 있는데 동생들과 물동이를 들고 바쁘게 움직였다. 할머니까지 물 나르기를 도와주셨다. 그런데 그 애네 엄마는 우리 일하는데 옷을 다 벗고 돌아다니셨다. 머리가 아프시다고 하는데 딸들이 부끄러워했다. 사진 찍을 때도 엄마 옆에 안 서려고 했다.
우리 형은 힘이 세서 시멘트에 물을 섞고 삽으로 계속 섞는 일을 했다. 그리고 공그리라는 것을 했다. 나는 아주 간단한 못 심부름을 하고 양철을 닦았다. 물을 긷고 목재 옮기고 기둥들을 붙잡고 있었다. 내 일은 쉬운 것 같지만 중요한 일이다. 빨리 집짓기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은 어디 안 가고 집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풍경이 인상 깊었다.
창문을 달고 현관문이 달렸다. 주변 사람들도 지나다니면서 우리를 본다. 표정들이 다들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만약 집을 짓자는 생각을 안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집 아이들은 평생을 불안정한 환경에서 비바람을 맞을 것이다. 난 이 제안을 하신 어머니, 아버지가 대견스럽다. 나도 나중에 새로운 삶을 가져다 주는 부모님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마지막으로 집 주변을 깨끗이 청소했다. 동네 할아버지께서 미겔이라는 아저씨한테 집이 예쁘다고 하시며 눈물을 훔치신다. 미겔 아저씨는 “우리도 이 일이 좋고, 좋은 사장을 만나서 즐겁게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집을 한참이나 쳐다보셨다. 아저씨들은 이틀 만에 조립식 집을 완성하셨다. 나도 집짓기를 끝내고 나니까 몸이 쑤시고 아픈데 마음은 행복하다. 집 만들기가 재밌었고 협조해 주신 아저씨들께도 감사하다. 마리아네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첫댓글 멋진 파랑 대문집,행복한 안식처를 선물하셨네요~~~ 힘든 가운데도 모두 행복해 보이시내요.신묘년도 화이팅!!!
안중현: 감사합니다. 저도 집지으면서 고생했지만 회사 아져씨들은 더욱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그리고 집을 만들기 위해 신경을 써주신 아버지 행복을 전하시는 어머니도 수고하셨어요. 앞으로 많은 활동을 할것이니 많이 들어오셔서 확인 하세요.
와! 너무 대단하셔요 ^^ 정말 좋은 새해 선물이네요 :) 감사합니다~~
안중현: 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짝짝 멋진 집이 다 지어졌네요~~
안중현: 정말 멋진 집이지요? 원래 있던 집보단 더 튼튼하고 비바람을 막을 수 있을 거에요. 주변에 꽃과 나무를 싶었으면 좋겠는데 물이 부족하고 모래흙이라 좋지 않아요.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 가족이 행복천사가 되셨네요~ 집을 선물 받은 사람들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들일꺼예여~~~
위에 글을 쓴 아들 안중현입니다. 늘 들어와 보기는 했는데 덧글 남기기는 처음입니다. 제 아이디가 없어서 어머니 아이디로 글을 씁니다.
모두 많이 도와주셔서 이런 일을 한다고 봅니다. 저도 이제 가끔씩 들어와서 일기를 쓰고 덧글도 남기고 갈겁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대현이, 중현이 모두 최곱니다...신묘년 새해 두루두루 신묘하도록 좋은 일만 가득하소서.
봄이면 낯선 땅, 낯선 집에서 새롭게 지내시게 되겠지요? 정피디님이 머무르시는 그 곳! 그곳에 유쾌한 "VIVA" 함성이 들려나기를 바랍니다.
멋져요~~~정말 좋은 일이 가득할거 같아요.
파란 창문이 너무 맘에 들죠? 앞으로 파란 꿈들이 생겨날 거에요. 믿어요. 이소원님도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좋은 일 가득하세요.
선생님~ 진짜 너무 대단하세요~~ 중현이 글도 군더더기없이 잘써서 현장감이 제대로 전달되네~ ^^
수정 선생님 보고 싶다. 미라 샘도... 엘살에 능력있는 미인들이 나타서 우린 화들짝 놀랐었는데,
아줌마인 나는 그대들의 젊음이 너무 고와서 은근슬쩍 탐이 났었다우~ 언제 어디에 있든 건강히 행복하게 잘지내세요. 진짜루~~
정말 멋지네요.. 이제서야 봤지만.. 고생많으셨어요.. ^^ 제 맘이 다 훈훈해 지네요.
김경진님! 반가워요. 벌써 1년이 되어 가네요.
며칠 전, 여교사 아렐리를 통해 마르따(위 가정) 할머니께 갖고 싶은 것이 뭐냐고 여쭤보라 했지요.
그랬더니... <뚜껑이 있는 플라스틱 통, 큰 수건, 그물침대, 덮개, 접시, 숟가락, 남비, 깔고 자는 요, 옷, 의자>라고 했습니다.
전기, 수도시설이 안 되어있는 집에서 갖고 싶은 좋은 물건들이 왜 더 없겠어요?
이 간절한 소원들이 내년 상반기 안에 다 이뤄지길 바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