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 우리 집 고양이 ‘반디’

[월산처사]

우리 집 고양이 ‘반디’

      최용현(수필가)

   ‘반디’는 흰 바탕에 노란색과 검정색 무늬가 곱게 채색되어 있는 우리 집 암고양이의 이름이다. 재작년 겨울 시골 할머니 댁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설날 연휴 때 시골에 간 수진이가 예쁘다고 하도 야단이어서 새끼 한 마리를 얻어 승용차에 싣고 왔던 것이다. ‘반디’라는 이름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외동딸 수진이가 지었다.

   반디를 키우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사는 집이 아파트가 아니고 단독주택이어서 베란다와 옥상은 물론, 마당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수진이 방에서 우유를 주며 키웠다. 잠도 수진이와 함께 잤다. 화장실 문제가 걱정되었지만 시골 할머니가 일러주는 대로 헌 세숫대야에 모래를 담아 거실 문 앞에 내어놓았더니 신통하게도 거기서 볼일을 보았다.

   수진이는 늘 반디를 안고 살았다. 화장실에 갈 때도, 슈퍼에 갈 때도 반디를 안고 갔다. 늦게 일어나 아침밥 먹을 시간이 없으면 저는 먹지 않아도 반디의 밥은 챙겨주고 학교에 갔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을 던져놓자마자 반디부터 찾았다. 학교에서 주는 우유는 먹지 않고 남겨 와서 반디에게 주었다.

   반디는 가족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때로는 양지바른 곳에 누워 코로롱- 코로롱- 하며 코를 골기도 하고 입이 찢어져라 게으른 하품을 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수진이의 얼굴을 핥아주기도 하고, 또 방안에 굴러다니는 물건이 있으면 저 혼자 오른발로 치고 왼발로 낚아채는 등 온갖 묘기를 부려 가족들을 웃기기도 했다.

   밖에서 놀다가도 식사시간만 되면 귀신 같이 부엌으로 들어와 야옹야옹~ 하고 울어댔다. 밥 달라는 소리였다. 초등학교 3학년인 수진이와 함께 반디도 쑥쑥 자랐다. 여름방학 무렵엔 중고양이가 되더니, 수진이가 4학년이 될 무렵에는 어른 고양이가 되었다.

   다시 봄이 되자 반디가 사춘기를 맞았다. 괴이한 울음소리를 내며 밖으로 싸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외출 외박이 잦아지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밤에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검은고양이가 집 앞을 어슬렁거렸고 어떤 때는 얼룩고양이도 나타났다.

   그때부터 사고도 생겼다. 어느 날 이웃에 사는 아주머니가 씩씩거리며 우리 집에 찾아왔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홍어 값을 물어내라는 것이었다. 반디가 옥상을 넘어 다니며 그 집 옥상에 널어놓은 홍어를 먹어치운 모양이었다.

   아내는 그럴 리가 없다고 우겼지만 직접 눈으로 봤다고 하는 데는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아내는 그 비싼 홍어 값을 물어주었다. 그날 아내는 저녁 먹으러 부엌으로 들어오는 반디를 빗자루로 두들겨 밖으로 쫓아냈다. 반디가 우리 집에 오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름이 되어갈 무렵, 반디가 현관 마루 밑에서 새끼를 낳았다. 네 마리나 낳았다. 수진이가 새끼를 꺼내보려고 마루 밑으로 손을 넣었다가 놀란 반디가 발톱으로 할퀴는 바람에 손등에 빨간 오선이 그어졌다. 그때부터 수진이는 반디를 무서워했다. 그래도 아내는 매일 밥과 우유를 마루 밑에 넣어주었다.

   반디의 새끼들도 무럭무럭 자랐다. 한 달쯤 지나자 반디가 새끼들을 데리고 밤마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웃집에서 기르는 십자매 한 쌍이 비명횡사를 했는데 모두들 범인으로 반디를 지목하고 있었다.

   그 무렵 반디의 다섯 모자(母子)는 가히 천하무법자들이었다. 며칠 전에는 집 앞 쓰레기통에서 어슬렁거리던 비둘기 한 마리가 반디 모자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이웃 주민 몇몇이 목격을 했단다. 그날 밤 반디와 새끼들이 모두 주둥이가 시뻘겋게 물든 채 집안으로 들어오다가 또 아내에게 혼이 나서 밖으로 쫓겨났다.

   며칠 후, 나는 아내와 의논 끝에 새끼고양이들을 모두 차에 싣고 인천에서 오토바이 대리점을 운영하는 동서에게 갖다 주었다. 마음대로 처분하라며. 반디가 외출한 사이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날부터 반디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집 안팎을 돌며 아웅- 아웅- 하고 괴성을 질러댔다. 새끼들을 찾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그 많던 우리 집 주위의 비둘기들이 모조리 자취를 감추었다. 다시 수고양이들이 우글거리기 시작했다. 며칠 뒤에 열린 동네 반상회 때 반장 집에 모인 아주머니들은 모두 하나같이 반디를 성토했다. 반상회가 아니라 반디 성토장이었다.

   ‘옥상에 생선을 말릴 수가 없다.’

   ‘집에 새를 기를 수가 없다.’

   ‘밤마다 몰려다니며 괴성을 질러대니 무서워서 못살겠다.’

   결국 이번 토요일까지 반디를 내쫓지 않으면 쥐약을 놔서 잡겠다는 최후통첩이 나왔다. 그날 반상회의 결정사항이었다. 나는 고민 끝에 반디를 멀리 내다버리기로 했다. 인천 동서로부터 지난번에 갖다 준 새끼들은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한 마리씩 모두 나눠줬다는 얘기를 듣고 또다시 인천동서에게 줘버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토요일 저녁, 나와 아내는 반디를 차에 싣고 인천으로 향했다. 서부간선도로를 타고 가다가 제2경인고속도로로 가지 않고 일부러 금천대교를 건너 국도로 갔다. 가다가 생각해보니 그곳은 길옆에 음식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서 거기에 반디를 내려놓으면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OO갈비집이라고 써진 한 음식점의 진입로에 차를 세웠다. 아내가 ‘반디야, 이 집에 들어가서 잘 살아라.’ 하며 반디를 그 음식점 앞에 내려놓았다. 한동안 서서 뒤돌아보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반디가 음식점 쪽으로 들어갔다.

   다시 차를 몰았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곱게 기른 딸을 시집보내고 나면 이런 심정이 될까. 아내가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인천동서 댁에서 두세 시간쯤을 보내고 밤 10시쯤 다시 집으로 향했다.

   10시 40분쯤, 집 앞 골목에서 모퉁이를 도는 순간, 우리 집 담장 부근에 파란 불 두 개가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담 옆에 차를 세우고 대문을 여는 순간, 시커먼 물체가 후다닥 대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깜짝 놀란 아내가 어머나! 하고 소리를 지르자, 야옹- 하면서 현관 마루 밑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 틀림없는 반디였다.*

[백송리]

좋은글입니다 항상반려동물은 사랑해주어야지요 ~~~잘읽고갑니다/

[월산처사]

네 감사합니다.

[리 치 맨]

고양이는 주인은 몰라봐도 지자리는 안다고하더이다.
난 그래서 싫다. 고양이가 싫다. 주인도 못알아보는것<?>을 왜기르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그런돈있으면, 유니세프에 기부<?>하는것은 어떠할지요......

[리 치 맨]

몰려다니는 버려진 들고양이<?> 때문에 문제가 심각한것같다.
또한 버려진 들개<?>들도 문제가 있다. 애완동물 키우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버리니 말이다.

[월산처사]

고양이를 싫어하시는군요.ㅎㅎ
저는 반려동물로는 개보다 고양이가 낫다는생각입니다.
고양이는 행동이 천박하지 않고, 대변도 가릴 줄 알고...

[월산처사]

버려진 들고양이들 문제도 심각하고, 버려진 들개들 문제도 심각하지요.
반려동물은 키우는 사람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리 치 맨]

어린이를 찾읍니다 라는 광고의 보상금과
애완동물을 찾읍니다 라는 광고의 보상금이 너무 차이나는것을 보고
괴멸감을 느꼈다. 인간이 동물보다 못하다<?>라는 허탈감.....

[월산처사]

맞아요. 개값보다 못한 사람값,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는 건지...

[양주천리향]

잘 보고 갑니다

[월산처사]

감사합니다.

[천사1]

고양이는 영물이라고 하더이다.

[월산처사]

네, 그렇대요.

[까뚜쭈쭈]

옛말에 집나간 고양이와 마누라는 찾지 말라는 말이 언듯 생각이나내요^^
그정도로 고양이는 자기 스스로 나가지 않는한 집을 지킵니다...
마누라도 그렇치않나요^^
오래전에 고양이를 키워봐서 조금은 알것 같습니다....
그후에 고양이 어찌 되엇을까 궁금합니다...
제가 키우던 고양이는 자기 스스로 나가서 돌아 오지를 않았습니다..
좋은 글 고맙게 잘 읽고 항상 감사합니다....더위도 잘 이겨내시죠^^

[월산처사]

동감입니다. 고양이는 주인을 모른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믿지 않아요.
고양이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집을 지킵니다.
그 특별한 이유는 주인의 학대나 고양이가 바람(?)이 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나가게 되면 들고양이가 되는 거지요.
감사합니다. 더위 잘 견디시기를...

[돌미역]

들고양이때문에 주택 방문을 열어두고 외출을못해요. 사람이없으면 방안에들어와서 쉬고있으니 .아파트주민이 사료를계속주니 숫자는늘어나고요. 동네주민들이 싫어하면 본인돈주고사료사서주는거지만 하지말아야되는거아닌가요?.아파트주차장에 차밑에서 지내기때문에 밤에는 사람들이 깜짝놀라고요.

[월산처사]

아이고, 들고양이들 때문에 피해를 보고 계신가 보군요.
사료를 계속 주면 들고양이들이 모여들 수밖에.
단독주택이면 몰라도 아파트에서는 고양이를 키울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주민들이 지혜를 모아서 잘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리체]

강아지든 고양이든 키우는 순간부터 가족인것을요 ...스스로 나가 안돌아오면 몰라도
내려 놓고 오는 맘이 안좋으셨을겁니다 ..
반디 만세 ~~~잘왔다 .만세 ....
말못하는 죄로 여기 저기 버림 받는 아이들 마음 아픕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우리 모두 동물을 사랑 합시다....

[월산처사]

강아지든 고양이든 키우는 순간부터 가족 맞습니다.
자꾸 속을 썩히니 어디다 떼어놓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마음이 아프죠.
다시 돌아왔으니 다시 가족으로 살아야 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