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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회]
신황의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다.
그러나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눈에 살기가 감도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그는 무척이나 화가 난 상태였다.
신황의 등 뒤로 따라 나왔던 홍염화와 혁련혜가 별채 앞에 몰려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놀라는 빛을 띠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죠?"
"왜 사람들이...........?"
그녀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그러나 기이하게 달아오른 열기에 사람들의 시선까지 집중 되자, 그리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당만천이 그런 그들을 보며 말했다.
"감히 내 식구들을 암습하다니, 네 녀석이 그러고도 사내란 말이냐?"
대답을 한 것은 다름 아닌 홍염화였다.
"그게 무슨 말이죠? 암습을 하다니!"
"정말 몰라서 묻는단 말이냐? 신황, 네놈이 밤새 내 식구들을 암습하지 않았느냐?"
"암습요? 신가가는 밤새 이곳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홍염화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어젯밤 신황은 하루 종일 초풍영의 곁에 있었다. 초관염이 침과 약재로 독 기운을 억누를 때 내력을 이용해 도와준 것이 바로 신황이었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초풍영은 생사를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밤새 이곳에 있었던 신황이 암습을 했다니.
이 어이없는 말에 홍염화는 지금 무슨 도깨비놀음이 벌어지는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때 당문의 사람 중 누군가 신황의 변명을 하는 홍염화를 보며 대갈을 터트렸다.
"너는 신황과 무슨 관계냐? 네가 어찌 신황이 밤새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아느냐?"
그 말에 홍염화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지금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 홍염화의 명예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굴할 홍염화가 아니었다.
"흥! 이곳엔 나뿐만 아니라 혁련 소저와 광불 소협께서도 같이 있었어요. 당신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흐~응! 그중에 계집이 하나 더? 안 봐도 알 만하군."
당문의 남자가 그리 대꾸하자 대번 군웅들 틈에서 음달패설이 터져 나왔다.
"크하하핫! 그래, 계집 둘에 사내 둘이면 짝이 맞지."
"하긴! 비 내리는 밤에는 그 짓이 최고지!"
그들의 비웃음은 마치 전염병처럼 군웅들 틈으로 퍼져 나갔다.
군웅들은 강호에서 신황의 명성을 잘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많은 수가 모여 있으니 신황의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신황의 명성이란 것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이토록 많은 수의 무인들이 같이 있으니 동질감이라는 것이 형성되는 듯한 것이다.
그렇게 마치 신황 일행을 두고 수많은 군웅들이 뭉쳐서 비아냥거리는 듯한 풍경이 연출됐다.
수많은 군웅이 소수를 핍박하는 광경, 그것은 바로 강자의 편에 붙어 약자를 괴롭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보기에 신황은 약자였고, 당만천은 강자였다. 그리고 군웅들은 강자 편에 서있는 어린아이들이었다.
당만천은 자신의 뒤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싸움엔 기세란 게 있는 법이다. 지금 기세는 자신이 탔다.
군웅들이 자신의 편에 있는 이상 상대적으로 소수인 신황쪽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기세였다.
당만천은 신황을 보며 말했다.
"비겁하게 암습이나 하고.... 강호에 자자했던 네 명성도 헛것인가 보구나."
그의 이죽거림에도 신황은 말이 없었다. 그는 그저 말없이 당만천과 별채를 둘러싼 군웅들을 둘러볼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 외쳤다.
"내려와서 사과해라!"
"명왕이란 거창한 별호도 헛것이구나."
"우우우~!"
난데없는 아우성에 홍염화의 얼굴이 더욱 달아올랐다. 그녀는 흥분해 소리쳤다.
"아니, 당신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죠? 사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시끄럽다! 넌 내려가라. 계속 그자 곁에 있으면 네 본색만 드러날 뿐이다."
"하하핫!"
또다시 빈정거림이 사작됐다. 이에 강호 경험이 적은 홍염화는 울상이 되어 어찌 대처를 해야 할지 몰랐다.
한편 혁련혜는 군웅들 틈에서 누군가 선동한다는 것을 깨닫고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마도문파에서 자란 그녀는 음모와 모략에 익숙했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도 누군가 연출한 것이라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당문 사람들 이외에도 누군가 또 있어 선동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 누가 선동을 하는지 알아 낼 재간이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놔둔다면 사태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이 일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신황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고 싶었다.
"내려와라! 내려와서 네 잘못을 목숨으로 사죄하라."
당황천이 다시 신황을 보며 싸늘히 말했다.
쿵~!
순간 신황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강한 울림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동시에 그가 입을 열었다.
"훗! 이게 당신의 연출인가? 생각보다 치졸하군."
"뭣?"
"치졸하다고 했어."
신황의 말에 당만천의 얼굴에 어이가 없다는 빛이 떠올랐다. 그가 잠시 말문이 막힌 사이, 또 다시 군웅들 속에서 이죽거림이 터져 나왔다.
"말을 너무......"
번~쩍!
순간 신황의 몸에서 무언가 빛이 번쩍이는 듯했다.
주르륵!
군웅들 틈에서 무언가 미끄러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터지는 사람들의 기겁한 신음소리.
"우와아앗~!"
"이런!"
입을 열던 남자, 그의 몸이 수많은 군웅들 앞에서 서서히 상하로 분리되고 있었다.
"이봐! 당신 어떻게 사람에게 함부로........."
쉬익~!
또다시 누군가 신황에게 따지듯 말을 꺼내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다시 신황의 몸에서 반월형의 빛이 번쩍였다 사라졌다.
"크아앗!"
순간 말을 꺼내던 남자가 갑자기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의 목에서는 검붉은 선혈이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게!"
번쩍~!
"으아악!"
또다시 누군가 입을 열었고, 그 대가는 처절한 죽음이었다.
막 따지려는 듯 입을 열었던 남자의 눈에는 자신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빛이 떠올라 있었다.
장내는 질식한 듯한 침묵 속으로 빠져 들었다. 이제 그들은 확실히 알았다. 입을 열면 죽는다는 것을.
그들의 눈앞에 있는 신황이라는 남자는 지금 이곳에서 입을 여는 사람은 모두 죽일 작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순간 그들의 눈에 적의가 떠올랐다. 만약 일대일로 신황을 만났다면, 그들은 분명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수는 워낙 많았다.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감정이 그들의 두려움을 모두 가져가 버렸다.
"와~아! 죽여라."
"죽엇~!"
군웅들이 무기를 꺼내들며 신황을 향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그것은 당만천이나 제갈문 모두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오히려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더욱 뜨거운 반응인 것이다.
이 예상치 못한 반응에 혁련혜가 곤혹스런 얼굴을 하였다.
'이 남자, 사람들을 이렇게 도발해서 어찌하려고?'
그녀의 시선은 신황을 향했다. 순간 그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같이 곤혹스런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신황의 입 꼬리가 위로 살짝 말려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순간 이제까지 제자리에 가만히 있던 신황이 허공으로 높이 떠올랐다.
기~이~잉!
이어 터지는 날개짓 소리와 함께 신황의 몸에서 몇 개의 뭔반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군웅들을 향해 쇄도했다. 월영륜이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월영륜을 날린 신황이 공중에서 제일 앞장서서 달려오던 남자를 향해 그대로 내리꽂혔다.
가공할 만한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신황, 고슴도치처럼 장포가 일어났다.
"우습게 보이더냐?"
신황의 목표가 된 남자가 대갈을 터트리며 검을 신황을 향해 휘둘렀다.
순간 그의 검에서 검기가 쭈욱 일어나며 신황을 덮쳤다 그러나 신황은 피할 생각 없이 그대로 속력을 더욱 높였다.
파~캉!
순간 남자의 검기와 함께 검이 신황의 발에 으스러졌다.
남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러나 들려오는 것은 오직 확대되는 신황의 발뿐.
콰드득!
"크아악~!"
순간 남자는 가슴에 느껴지는 거대한 충격에 비명을 토해냈다.
하지만 채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바닥에 자신의 형상을 만들어내며 짓뭉개지고 말았다.
"으악!"
"흐어억~!"
"켁!"
그리고 뒤를 이어 터져 나오는 비명들, 모두 신황의 월영륜에 의해 목숨을 잃은 남자들의 비명소리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이 참극 앞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스스스~!
그때 신황이 어두운 기운을 뿌리며 자신이 밟고 선 시체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의 발밑에는 이미 전신의 뼈가 으스러진 남자의 몸이 마치 문어처럼 늘어져 있었다.
신황은 엉거주춤하고 있는 군웅들을 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입을 열면 죽는다."
"............."
"움직여도 죽는다."
".............."
"선동해도 죽는다."
".............."
누구도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기세가 등등하던 군웅들이 오직 단 한 사람, 신황 때문에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신황은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였다.
아무리 자신을 핍박한다고 하더라도 이리 거리낌 없이 살인을 저지르다니, 도저히 그들의 상식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신황의 살벌한 기세를 두 분으로 확인했기에 굳이 앞으로 나서 피해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지금 신황이 죽인 자들 모두 군웅들 틈에 숨어서 교묘히 선동을 하고 있던 자들이었음을.
그것은 제갈문의 얼굴이 일그러짐으로써 증명이 되었다.
'노~옴!"
그의 심가가 불편했다. 비각에서 군웅들 틈에 침투시켰던 사람들이 모조리 죽었기 때문이다. 아니, 몇 명의 사람들은 살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신황이 선동하는 자들만 골라서 죽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입을 연다면, 신황의 살벌한 시선이 자신들을 향할 것 같았기에 그들은 또다시 선동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근처에서 제갈문이 보고 있다 하더라도 목숨은 단 하나이기 때문이다.
당만천의 얼굴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분명 처음에는 압도적으로 당문이 유리한 형국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제는 당문이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신황은 주위가 진정되자 당만천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잘됐군! 그렇지 않아도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그의 입에서는 당만천이 말했던 암습에 대한 변명 따위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 변명 같은 것은 이미 그의 안중에는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복수였다.
무이 어머니의 복수, 그리고 초풍영의 복수, 이미 경고는 끝이났다.
그의 눈에 당만천의 뒤에 숨어 원독 가득한 눈빛을 쏘아 보내고 있는 당수련의 얼굴이 들어왔다.
신황은 그녀를 보며 한겨울 북풍보다 차갑게 입을 열었다.
"분명히 경고했었다. 다시 만나게 되는 날이 당가의 최후의 날이 될 거라고."
신황의 말에 당수련은 온몸에 소름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앞에 자신의 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든든해졌다. 제아무리 신황이 강하다 하더라도 자신의 아버지는 대륙십강의 일인이었다.
또한 독과 암기라는 태생적 혐오감 때문에 사제에 머무르는 것이지, 오히려 위력으로 따진다면 이선과도 자웅을 겨룰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대문에 그녀는 당만천을 믿고 큰소리를 칠 수 있었다.
"흥! 어차피 너와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할 수 없다. 비겁하게 암습을 해서 내 사촌과 장로님을 죽이다니....., 반드시 네놈을 죽여 뼈를 갈아 마시고 말테다."
당수련의 눈에는 오직 독기가 가득했다. 그런 당수련의 영향을 받았음인지 당문 전체가 살기를 사방으로 뿌려대기 시작했다.
이제 대치국면은 신황 대 군웅이 아니라 신황과 당문으로 축소가 되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조금 전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음 만큼 험악했다. 어중이 떠중이들과 대결이 아니라 진짜 정예와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뚜두둑!
신황이 목을 좌우로 꺾었다. 그러자 뼈 부딪치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가 장포를 휘날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전혀 망설임 없는 그의 뒷모습에 홍염화는 손바닥에 식은땀이 촉촉하게 배는 것을 느꼈다.
'신가가!'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황은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맞은편에서 역시 당만천이 걸어 나왔다.
당만천의 얼굴에서는 잔혹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차피 저따위 쓰레기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 네놈의 목은 내손으로 벨 것이다."
"마찬가지야."
하나는 예전부터 전설로 존재해온 전대의 고수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만의 새로운 시대를 열며 강호에 해성같이 등장한 신진고수이다.
그들이 대치함에 따라 주위에는 거대한 적막이 감돌았다.
당문의 사람들도 자신들의 가주를 믿고 있는지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단지 적대적인 시선을 담아 오직 신황을 바라볼 뿐이다.
수백의 시선을 고스란히 한 몸에 받으며 신황은 그렇게 당만천을 향해 다가갔다.
홍염화의 눈은 그런 신황의 등에 못 박혀 있었다.
'천하가 상대라도 능히 싸울 사람......'
그녀의 작은 중얼거림이 바람에 흩날렸다.
당만천의 눈은 침착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신황에 대한 적의는 여전했지만 그는 신황이란 존재를 인정하고 있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이 정도의 상황을 단지 자신의 존재감으로 역전을 시킬 수 있는 남자를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잇겠는가!
‘일생의 적수로 생각할 것이다.’
이미 신황이 자신의 동생들과 자식을 죽인 원수라는 것도 잊었다.
그런 감정을 가지고도 싸울 수 있을 만큼 신황은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때문에 지금 그는 신황에 대한 순수한 적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당만천이 자신의 식구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삼십 장 밖으로 물러나라.”
그의 말에 당문의 식구들은 두말없이 삼십 장 밖으로 물러났다.
당만천은 그 자체가 독이었다. 그가 마음을 먹고 움직인다면 방원 십여 장은 죽음의 대지로 변하고 말 것이다.
그 죽음의 대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령 같은 당문의 식구라 할지라도. 때문에 안전을 위해 삼십 장 밖으로 물러나라 한 것이다.
천수암제(千手暗帝) 당만천, 절대의 독인이자 암기의 제왕이었다.
그의 무서운 점은 역대 당문의 가주들이 단지 암기나 독, 두 가지 중의 하나로 천하에 명성을 떨쳤던 것이 비해 두 가지 모두를 대서의 경지에 이르도록 연마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의 평범한 한수에도 자신도 모르게 절독의 기운이 맺혀 나온다.
그리고 그 기운은 방원 십여 장을 완전히 초토화 시켜버린다.
거기에 암기까지 동원된다면, 최소한 당만천의 간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당만천은 그렇게 자신했다.
신황은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단지 당만천은 숨을 쉬고 있을 뿐인데 주위의 공기에 독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이 신황의 호흡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신황은 월영기를 운용했다.
절대자와의 싸움, 예전에 팽만우와 싸운 적이 있었으나 그 당시 팽만우는 그리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오랜 세월 누워 있었기에 실전에 대한 감은 떨어지고, 몸의 근력조차 완전하지 않았다. 그런 상대와의 싸움은 진짜가 아니었다.
그러나 눈앞의 당만천은 달랐다. 그는 앓아 누워있었던 적도 없었고, 손속에 자비를 베풀 만큼 인정이 많은 사람도 아니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다. 그만큼 당만천은 강한 사람이었고, 긴장되는 상대였다.
두근~!
자신의 심장소리가 들릴 만큼 적막한 고요. 그 기분 좋은 느낌에 신황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어렸다. 그 모습에 당만천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신황의 미소가 마치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팟~!
순간 신황이 움직였다. 극쾌의 속력을 가진 현월보였다.
어차피 이 정도의 절대고수와의 싸움에서 허점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허점이 없다면 허점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신황의 생각이었다.
신황의 몸이 쭈욱 늘어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무서운 속도로 당만천에게 접근했다.
그 모습에 당만천이 살기를 폭출해냈다.
“감히~!”
대갈과 함께 녹색으로 물드는 그의 양손, 당만천의 철독수가 발동된 것이다.
촤르륵~!
기묘한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서 녹색의 기운이 일어나며 신황을 향해 밀물처럼 밀려왔다.
순간 신황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피부의 모공 역시 모두 진기로 막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녹색의 바다로 뛰어 들었다.
휘이~익!
신황이 크게 소매를 흔들어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자 녹색의 기운이 저만치 밀려났다.
순간 독연 사이로 보이는 당만천의 얼굴, 비웃음을 띠고 있는 그의 얼굴이 두 눈에 들어왔다.
기이잉~!
신황의 손바닥 위로 기의 원반이 생성되었다. 월영룬이었다. 그는 그것을 당만천을 향해 날렸다. 그리고 자신도 역시 몸을 날렸다.
두근~!
순식간에 소화해낸 격렬한 동작에 숨이 가빠왔다. 호흡을 멈춘 상태에서 심장의 무리가 가해지자 그 격렬한 고동이 자신의 귀에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입을 열거나 피부를 개방할 수는 없었다. 그리된다면, 순식간에 이 녹연은 그의 몸으로 침투해 전신을 잠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황은 그런 고통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온몸의 구석구석까지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예민한 감각이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감히 이따위 잔재주를!”
당만천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월영륜을 보며 안색을 굳혔다. 한눈에 보기에도 위력이 심상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푸화학~!
순간 그의 양손이 활짝 펼쳐지면서 녹색의 기운이 마치 방벽처럼 일어났다. 철독수의 절초 중 하나인 독황대벽(毒皇大壁)이라는 초식이었다.
쩌~어~엉!
순간 월영륜과 독황대벽의 기운이 부딪치며 공명이 대기를 울렸다. 귀를 아프게 하는 그 소리에 군웅들이 기겁을 하며 두 귀를 막았다.
하지만 그들과는 다른 의미로 당만천의 안색이 굳었다.
그의 앞에서 사그라지는 원영륜과 독황대벽, 그것은 두 기운에 담긴 내공이 거의 동등하다는 말이 된다. 그것은 신황의 내력이 결코 자신에 못지않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아직 나이도 어린데 이 정도라니...... 만약 이대로 성장해간다면 이십 년 전의 그 괴물 못지않은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
이십 년 전 상대했던 괴물, 자신뿐 아니라 자신 못지않은 고수들 몇 명이 같이 덤벼들었는데도 완벽하게 제압하지 못했다.
더구나 끊임없이 뿜어내는 광기와 지칠 줄 모르는 투기에 오히려 그들이 겁을 집어먹어야 했다.
당만천은 지금 신황의 모습과 그의 공격에서 예전의 그 기억하기 싫은 추억을 떠올렸다. 그것은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말았다.
살심이 일어나자 그의 몸에서 녹색의 기운이 줄기줄기 뻗쳐 나왔다. 방원 십장을 완벽하게 뒤덮는 자욱한 녹색의 운무.
“크엑~!”
“허~허억!”
순간 삼십 장 뒤로 물러 서있던 군웅들의 앞 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목을 부여잡고 게거품을 흘려대는 군웅들, 그 모습에 뒤에 있던 군웅들이 기겁을 하며 뒤로 몸을 날렸다.
“독연이다.”
“젠장~! 이곳까지 기운이 미치다니........”
그들은 지독한 당만천의 독기에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그래도 한 가닥 한다하는 무인들인데도 삼십 장이 넘게 떨어진 거리에서 중독되었던 것이다.
아무리 대륙십강의 일인이라지만 이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군웅들의 눈에 당만천의 녹연으로 뛰어드는 신황의 모습이 보였다.
군웅들이 보기에 그것은 완벽한 미친 짓이었다. 자살하지 못해 안달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그러나 정작 당만천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도의 남자가 자신이 없이 이런 짓을 벌일 리가 없었다. 만약 입장을 바꿔 자신이 신황이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당만천은 급히 양손을 펼쳤다. 그러자 수많은 비침이 허공으로 비산했다.
피피핏~!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미세한 비침들, 그것은 당문에서 특별히 절정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비침 끝에 미세한 홈이 파여 있어 파괴력을 높일 수 있었고,
또한 그 홈에는 당문에서 특별히 만든 극독이 숨겨져 있었다.
녹색의 운무에 섞여 비산하는 비침들은 형태를 구별할 수 없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위험이었다.
촤~아~앙!
순간 바람에 흩날리던 신황의 장포가 칼날처럼 일어섰다. 월영갑이었다.
신황은 월영갑을 앞세워 얼굴을 가리고 돌진했다.
티티티팅~!
소매 위로, 장포 위로 부딪쳤다 튕겨가는 비침들의 느낌이 피부에 전달됐다. 그 느낌이 신황이 살아있다는 감각을 갖게 만들었다.
분명히 한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험악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신황은 기분이 상쾌하다 생각했다.
빙긋!
그 기분 좋은 느낌에 신황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당만천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의 공세가 전혀 안 먹히는 것도 의외였지만, 신황의 웃음이 꺼림칙한 느낌으로 가슴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씨~이~잉!
순간 어느새 지척까지 쇄도한 신황의 양팔이 곡선을 그리더니 반월형의 검기가 튀어나왔다.
바로 지척에서 튀어나온 검기에 당만천은 기겁을 하며 급히 철독수의 이초식인 독황폭우(毒皇暴雨)의 초식을 펼쳤다.
웅~ 웅~ 웅~!
마치 벌떼가 날개짓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일어나는 녹색의 운무, 그리고 그 속에 섞여 내리는 수많은 암기들.
콰콰콰~!
두 가지 기운이 맞부딪치며 그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핏~!
날카로운 기운에 신황의 얼굴이 갈라지며 핏줄기가 허공에 흩날렸다. 그와 함께 신황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색되어갔다. 단지 스친 것만으로 중독이 된 것이다.
월영갑으로 중무장되었던 장포가 너덜댈 정도로 강한 충격에 핏물이 목을 타고 넘어온다. 하지만 신황은 고통을 무시했다.
비록 옷이 너덜해지고 중독의 증상이 나타났지만 그래도 당만천의 지근거리에 접근했다. 그것이 중요했다. 이제부터는 자신의 간격이었으니까.
한편 연속적인 공격에도 신황에게 간격을 허용해버린 당만천은 수염을 파르르 떨며 두 손을 기묘하게 움직였다.
그러자 이제까지 주위에 자욱하게 퍼져있던 녹색의 기운이 그의 두 손바닥으로 모여들었다.
쉬~이~익!
순간 신황의 소매가 마치 창날처럼 당만천의 가슴으로 찔러왔다. 그에 당만천은 두 손바닥을 둥글게 회전시키며 신황의 소매를 붙잡으려했다. 그러자 신황의 팔이 오므려지며 팔꿈치가 회전했다.
위~앙!
팔꿈치가 도달하기도 전에 날카로운 기파가 얼굴을 따갑게 했다. 그에 당만천은 눈썹을 찌푸리며 철독수를 극성으로 끌어올리며 신황의 팔꿈치를 팔뚝으로 막았다.
쩌~어~엉!
“크윽!”
순간 당만천은 지독한 통증이 팔뚝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예상보다 더한 충격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 바람에 그의 손바닥 사이에 모이던 녹색의 기운이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때였다. 신황의 눈이 당만천에 들어온 것은.밤하늘의 별처럼 차가운 눈동자, 그 눈동자가 말하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라고
‘......이런!’
당만천은 불길한 느낌에 급히 뒤로 몸을 날렸다. 그 순간 신황도 같이 몸을 날렸다.
마치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신황, 그의 몸이 가슴어림에서 회전을 했다.
휘~이~잉!
반월을 그리며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신황의 발꿈치를 당만천은 그만 피할 새도 없이 두 손바닥으로 막았다.
퍼~억!
순간 손바닥에 느껴지는 격통에 당만천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철독수를 익혀 도검이 불침하던 그의 손을 타고 올라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잊었다고 생각한 통증이었다.
그리고 당만천의 불길한 느낌처럼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슈우~!
신황의 무릎이 당만천의 아랫배를 노리고 올라왔다. 당만천이 그에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어느새 신황의 두 팔이 당만천의 양 어깨를 잡고 있었다.
“놈!”
당만천은 급히 신황의 두 팔을 밀어내려 했지만, 신황의 두 손바닥은 강철집게라도 된 것 마냥 꼼짝할 줄을 몰랐다.
콰지끈!
“큭!”
당만천의 이마를 신황의 이마가 강타했다. 순간 당만천의 이마에서 한줄기 피가 튀었다. 그리고 계속해 신황의 박치기가 이어졌다.
퍽! 퍽! 퍽!
계속해 당만천의 이마에 작렬하는 신황의 박치기.
당만천은 정신이 없었다. 이마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둘째 치고 어이가 없었다.
무림의 삼류잡배도 하지 않는 박치기라니. 그리고 그에 당하는 자신이라니, 이런 우수운 꼴이라니.
그의 얼굴에 노기가 어렸다.
신황과 당만천의 공방을 지켜보던 중인들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빛이 떠올랐다.
설마 사제의 일인인 당만천을 상대로 저런 개싸움을 펼칠 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우아하고 품위 있는 싸움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지저분한 난전으로 변질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일정수준 이상에 오른 고수들은 일반 군웅들과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근접전에서 당가주가 밀리고 있다. 벗어나지를 않는게 아니라 신황이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제갈문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 당만천이 어떻게 하든 신황과의 거리를 떨어트리려 애를 쓰는 모습이 안타깝게 들어왔다.
하지만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신황은 결코 거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승기를 잡았을 때 확실히 끝을 내려는지 마차 폭풍처럼 당만천을 몰아쳐갔다.
제갈문이나 적무영의 눈에는 당만천이 금세라도 신황이란 거대한 폭풍에 집어삼켜질 듯 위태해 보였다.
당만천은 정신없이 뒤로 물러났다. 이미 그의 팔뚝은 퉁퉁 부어 있었고, 머리는 이미 단아한 형체를 읽고 어지럽게 휘날리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낭패를 면치 못한 모습,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이놈이~!’
이미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암기와 독의 명가라는 당문이지만, 근접전에 대비한 절기 몇 가지는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절기가 신황의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서로의 숨이 느껴질 만큼 지근거리는 바로 신황의 간격이었다.
그 간격 안에서는 독과 암기의 제왕이라는 당만천도 어쩔 수 없었다.
그가 독을 쓰던 암기를 쓰던 신황은 그 모든 것을 해소하며 당만천을 압박했다.
“후욱, 후욱!”
얼굴이 시커멓게 변해가며 가쁜 숨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신황은 멈추지 않았다. 그에 점점 당만천의 몸이 무너져갔다.
아무리 손발로 공격을 해도 강철 같은 신황의 정포에 가로막히고, 결정적인 순간 신황의 손발에서 일어나는 무형의 검기는 그의 피부와 살을 사정없이 가르고 있었다.
‘이게 아니야, 이럴 수는 없어!’
그는 도저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밀리고 있는 현실도,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그는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독과 암기가 통하지 않다니, 이것은 자신의 존재의 문제였다. 아니, 당문의 존재의 문제였다. 독과 암기가 무용지물인 당문은 존재할 의미가 없었으니까.
“으아아아~!”
순간 당만천이 있는 내력을 모조리 끌어올리며 괴성을 내질렀다. 그러자 그의 주위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폭발적으로 풍겨 나왔다.
꿈틀~!
신황의 눈썹이 움직였다. 본능적으로 당만천의 최후의 공격이 시작되려 한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녹색 빛을 천연하게 뿌리는 철독수, 그리고 천지양단의 자세를 취한 당만천의 모습에 신황은 어떤 초식을 생각해냈다.
“만천화우(滿天花雨)!”
당문 최후의 초식, 가주만이 익힐 수 있다는 궁극의 암기술, 그것이 바로 만천화우다.
만천화우가 펼쳐지면 방원 십장이 죽음의 대지로 변하고 살아있는 생명체는 모두 생명을 잃게 된다는 전설이 있었다.
오직 당문의 가주만이 익힐 수 있다는 궁극의 초식이 바로 만천화우였다.
꿀꺽~!
군웅들도 당만천이 최후의 초식을 쓰려 한다는 것을 느끼고 마른침을 삼켰다. 그들 역시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당문의 만천화우에 대해 들었기 때문이다.
당만천이 기수식을 취할 때 공격할 수도 있었지만 신황은 그러지 않았다.
만천화우를 직접 몸으로 견식 할 수 있는 기회, 이미 수백 년 전부터 강호에서 전설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초식을 직접 몸으로 겪을 수 있는 기회,
신황은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비록 그 대가가 자신의 목숨이라 할지라도.
“후후~!”
신황의 입가에 어리는 웃음, 그리고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한줄기 광기, 무림함으로 포장했던 그의 지독한 광기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촤~아~앙!
그의 앙 팔에 월영인이 맺혔다. 월영갑에 월영인까지 운용하는 바람에 극심한 공력의 소모가 일었다.
더구나 이미 여러 가지 독에 중독되었기에 내력의 운용에 더욱 힘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고통들을 무시했다.
그 상태로 그는 걸었다. 불과 몇 걸음 앞의 당만천을 향해.군웅들의 시선이, 당만천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그리고 그들은 보았다. 신황의 입가에 맺힌 섬뜩한 웃음을.
그의 광기어린 웃음은 보는 이들의 뇌리 깊숙한 곳에 각인이 되었다. 바로 공포란 낮선 감정으로.
아마 그 감정은 그들이 숨을 거두는 날까지 쉬이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최후의 공격이다. 이것으로 너의 목숨을 거두겠다.”
순간 그의 몸에서 서른여섯 종, 칠백이십 개의 암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의 몸 어디에 그렇게 숨어 있었는지 모르지만 칠백이십 개의 암기는 하늘을 온통 검게 물들이며 신황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암기 하나하나에 당만천 필생의 공력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암기들은 일정한 법칙에 의하여 신황이 피할 만한 방위까지 모두 차단한 채 날아왔다.
더구나 칠백이십 개의 암기 하나하나에 묻어있는 지독한 절독이 한꺼번에 인체에 침투한다면 상승작용에 의하여 분명 살점 하나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녹고 말 것이다.
촤하학~!
마치 비가 내리듯 떨어져 내리는 수많은 암기들은 신황의 망막가득 확대되었다.
“신~가가!”
그 험악한 모습에 홍염화가 절규하듯 소리쳤다.
그 순간, 신황이 자신을 향해 노도처럼 밀려오는 암기의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몸을 날렸다.
푸화~확!
순간 중인들은 사방으로 난무하는 은빛 편린에 눈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생성된 은빛 물결에 중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어떤 소리도 없었다.
군웅들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러고 전방을 살폈다.
“아~~~!”
“음!”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 신황과 당만천의 몸이 교차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주위로 수많은 암기들이 널려 있었다.
그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조금 전 그들의 시력을 잠시 앗아갔던 눈부신 빛이 당만천이 날린 칠백이십 개의 암기가 사방으로 비산하며 햇빛을 난 반사 한 사실을
털썩~!
신황의 무릎 한쪽이 자신도 모르게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흘러내리는 진득한 선혈, 그의 등과 어께에는 수십 개의 암기가 꽂혀 있었다.
“와~아아!”
당문 사람들 틈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거의 고슴도치가 되다시피 한 신황에 비해 당만천의 모습은 너무나 깨끗했다. 그것이 당만천의 승리를 확신하게 한 것이다.
그때 당만천이 입을 열었다.
“역시, 마지막에 내공이 달렸나?”
“.......확실히!”
“역시 그랬나?”
“쿨럭!”
순간 신황의 입에서 검붉은 선혈이 토해져 나왔다. 당만천은 그 광경을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백...을 조...심하....그의 말을 들...은....후...회.”
스르륵!
말을 하던 당만천의 목이 비스듬히 미끄러져 내렸다. 그 상태로 입을 뻐끔거리는 당만천, 하지만 몸통에서 분리된 머리는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생명력을 잃고 말았다.
털썩!
데구르르~!
바닥에 굴러 떨어진 당만천의 머리, 그제야 굳건히 서있던 당만천의 몸에 혈혼이 드러나며 마치 모래성처럼 몸이 무너져 내렸다.
그 모습을 보며 신황이 힘겹게 일어섰다. 그의 모습은 금세라도 쓰러질 듯 흔들거리는 것이 매우 위태해 보였다.
“가주님!”
“가주~!”
당문의 사람들이 당만천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리고 고수들은 신황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놈! 목숨을 내놓아라!”
“신~황!”
해일처럼 밀려오는 당문의 고수들, 그에 반해 신황의 모습은 너무나 힘겨워 보였다.
“신~가가!”
홍염화가 절규를 했다. 그녀의 몸은 어느새 신황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번~쩍!
그때 힘겹게 흔들리던 신황의 몸이 멈추며 피로 범벅된 얼굴위로 광기어린 두 눈이 나타났다.
흔들거리던 신황의 몸은 어느새 멈춰 있었다. 순간 그의 몸에서 터져 나온 두 줄기 빛 무리, 월영인이었다.
스거억!
쉬이익!
두 개의 월영인은 선두에서 날아오던 당문의 인물들을 그대로 쓸어버렸다.
“크악!”
“헉!”
당문의 사람들은 각자 절기를 펼쳐 신황의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적수공권으로 월영인을 막는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순식간에 신황의 월영인에 밀려 다섯 명의 인물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쿵~!
그때 신황이 한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에 오직 두 눈만이 번뜩이고 있는 그의 모습은 보이는 이의 심혼을 울리게 하는 힘이 있었다.
주춤~!
당문의 고수들이 자신도 모르게 멈춰서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조금 전의 울분이나 의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신황의 기세에 눌린 것이다.
그때 당수련이 원독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뭘 하는 거죠? 가주께서 악적에 의해 돌아가셨어요! 이대로 돌아간다면 당문의 영령들이 눈을 감지 못합니다.
어차피 저자도 허장성세예요. 이 기회에 끝을 봐야 해요.”
그녀의 말에 당문 사람들의 얼굴에 다시 노기가 떠올랐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신황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해 보였다.
그리고 당수련의 말처럼 마지막 힘을 끌어 모아 허장성세를 부리는 것 같았다. 그에 다시 당문 사람들에게 살기가 흘러나왔다.
쿵~!
그때 신황이 다시 바닥을 울리며 한발 앞으로 내딛었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차피 그대로 끝낼 생각은 없어.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번들거리는 두 눈,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는 군웅들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지독한 살기, 그리고 다시 고슴도치처럼 일어나기 시작하는 넝마 같은 장포.
도저히 중상을 입었다고 생각되지 않는 그 지독한 기세에 당문 사람들이 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때 당수련이 다시 소리쳤다.
“물러서지 마요! 모두가 허장성세예요. 가주의 복수를, 아버지의 복수를 해야 해요.”
독한 기운이 떠올라 있는 그녀의 눈,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딱 그 격이었다.
쉬익~!
순간 고함을 지르는 당수련에게 신황이 월영인이 뻗쳐 나왔다.
마치 빗살처럼 날아오는 그 모습에 당수련은 미처 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에 그 옆에 있던 장로들이 대신 월영인을 막기 위해 나섰다.
가주마저 죽은 이때, 그의 딸마저 죽는다면 어찌 가문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고 나선 것이다.
파캉!
그러나 그들이 내세운 무기는 너무나 허무하게 부러지고 그들의 가슴에는 한줄기 긴 상처가 생겼다.
휘익~!
이어서 그들 사이를 지나가는 한줄기 질풍, 장로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신황이 그들을 지나 당수련의 앞에 서 있었다.
우두둑~!
“악~!”
당수련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당수련의 앞에는 어느새 신황이 그녀의 목 줄기를 붙잡고 서있었다.
당문의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았을 대는 이미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가주의 딸이 목이 붙잡혀 있으니 어떻게 움직일 방도가 없는 것이다.
“네....놈! 아....빠의 원수!”
당수련이 눈앞의 신황을 보며 표독스런 눈을 했다. 그녀에게 있어 신황은 그녀의 오빠를 죽인 원수였고, 아버지를 죽인 원수였다.
신황은 자신을 표독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당수련에게 나직이 입을 열었다.
“분명 경고했었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날이 당문의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
“퉷! 그럼 네놈은 혈육을 죽인 원수를 눈앞에서 그냥 둔단 말이냐?”
당수련은 신황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이를 갈았다.신황은 얼굴에 묻은 당수련의 침을 닦지도 않고 말했다.
“너 대문에 죽은 내 제수씨도 너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너와 당문은 무공이나 가지고 있었지. 내 제수씨는 아무런 힘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하나 있는 자식을 홀로 세상에 남기고 그녀가 어떻게 저세상으로 갔을 것 같냐? 그녀는 죽을 때까지도 자산의 홀로 남겨진 딸을 걱정했다.”
“흥! 그까지 무공도 없는 계집이 뭐가 어떻단 말이냐? 어떻게 그년과 우리를 비교할 수 있단 말이냐? 애당초 우리와 그년은 비교할 수도 없는 존재다.”
그것이 당수련의 생각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 그리고 일반 사람들하고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하게 살아온 환경이 그녀의 사고방식을 그렇게 굳힌 것이다.
순간 신황의 입 꼬리가 위로 말려 올라갔다.
그가 말했다.
“나도 그렇다. 내게 있어......너와 당문이 그렇다. 네가 내 제수씨를 그렇게 생각하듯, 나 역시 그렇다.
너와 당문은 내게 있어 언제라도 밟아죽일 수 있는 존재다. 난 이제부터 그것을 만천하에 보여줄 생각이다.”
“너......?”
순간 당수련이 무언가 불길한 느낌을 받았는지 급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신황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하늘 높이 그녀의 목을 쳐들었다.
“아.....안돼!”
그 순간 당수련의 몸이 바닥으로 힘껏 쳐박혔다.
쿠~아~앙!
“캬아악~!”
장내에 당수련의 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렇지만 누구도 그녀를 도와줄 수 없었다. 그녀의 목숨은 그야말로 신황의 손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신황은 당수련을 바닥에 처박고 일어났다. 그리고 발로 그녀의 목을 밟았다.
우두둑~!
이어 울려 퍼지는 소름끼치는 음향, 당수련의 목이 어긋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꿀꺽~!
누군가의 입에서 마른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당수련의 목을 밟고 오연히 사방을 내려다보는 신황, 그 무심한 눈길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에 한기가 드는 것을 느꼈다.
“크허헉~!”
밑에서는 막혀오는 숨에 당수련이 버둥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신황은 그런 당수련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씩 발에 힘을 더하고 있었다.
혈인이 된 채 당수련, 아니 당문 전체를 핍박하는 신황의 모습은 처절함 그 자체였다.
분명 수십 개의 암기가 그대로 등에 꽂혀 있었지만, 그래도 혈인이 되고, 독기에 침식당해 온몸의 피부가 시커멓게 죽어가도, 그 누구도 그가 이대로 쓰러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만큼 신황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그때 당문에서 누군가 앞으로 나섰다.
학창의에 양 갈래로 기른 콧수염이 인상적인 남자, 그는 바로 죽은 당만천의 동생 중 한 명인 당만용이었다.
그는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입을 열었다.
“그 아이 하나로 끝내주지 않겠소?”
“수........숙부님?”
뜻밖의 말에 그렇지 않아도 질려가던 당수련의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 신황은 무심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당만용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아이를 마지막으로....... 당신과 우리의 원한을 모두 끝내잔 말이오.”
“숙....부님!”
신황의 발밑에 깔린 당수련이 애처롭게 소리쳤다. 그러나 당만용은 그녀를 외면하며 말을 이었다.
“너와 형님 덕분에 천 년 당문의 명운이 뿌리 채 흔들리게 생겼다. 휴~!”
그의 얼굴에는 고뇌의 빛이 가득했다. 그 역시 신황과 결전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이상 싸움을 한다는 것은 무리다.
비록 가주를 잃었으나, 정예들이 건재한 이상 가문은 언제고 부흥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신황과 싸운다면 그를 죽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당문 역시 치유를 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말 것이다.
실리를 택할 것인가? 명분을 택할 것인가?
당만용은 그 중에서 실리를 택했다.
그리고 한 가지 욕심이 생겼다. 가주와 그 위의 서열에 있던 장로들이 모두 죽은 지금, 가주의 직위는 그가 계승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가주였던 당만천의 자식들이 살아 있지만 자신과는 비할 수 없었다. 그는 온전한 당가를 자신의 손에 넣고 싶지, 만신창이가 된 당가를 손에 넣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지금의 결정으로 욕을 얻어먹더라도 한 십 년쯤 봉문을 하고 나면 모든 게 잊혀지고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것이 숨길 수 없는 당만용의 욕심이었다.
그런 당만용의 생각을 눈치 챘는지 당수련이 악을 썼다.
“당...신이 그러고도 당문의 사람이야? 당문의 사람은 끝까지, 아~악!”
순간 신황이 당수련의 목을 밟은 발에 힘을 주어 말문을 막았다.
당만용은 한숨을 내쉬었다.
“십 년간 봉문을 하겠소....... 그것으로 끝냅시다. 당문에서 다시 당신 일에 참견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그것이 당신에게도 좋을 것이오. 더 이상 우리를 핍박하면 우리도 모두 죽음을 각오할 것이오.”
신황은 그의 눈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에 당문의 식구들과 군웅들의 눈이 모두 신황의 입으로 집중됐다.
그가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다시 피비린내 나는 혈전이 벌어지느냐, 아니면 수습이 되는냐가 달려있다.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신황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십 년간 봉분 한다는 말을 지키도록.”
“물론이오!”
당만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그에 당수련이 당만용을 향해 악을 썼다.
“당...신이 어떻게 당신이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당신이.........!”
우두둑!
“캬아악!”
순간 신황이 그녀의 목표를 가차 없이 부러트렸다. 그에 당수련은 길게 혀를 빼며 처절한 고통 속에 죽어갔다.
신황은 그제야 그녀의 목에서 발을 떼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누구도 그를 막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신황의 뒤를 홍염화와 혁련혜가 따랐다.
주르륵~!
“흐흑!”
당문의 누군가 울음을 터트렸다. 울음은 마치 전염병처럼 당문전체에 퍼져 나갔다. 단 한 명에 의해 철저하게 짓밟혀진 당문, 천 년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뭣들 하느냐? 우리는 울 자격이 없다! 가주와 수련이의 시신을 수습하고 당문으로 돌아간다.”
그때 당만용이 당문의 식구들을 수습했다. 그는 이를 악물며 당문 사람들을 채근해 시신을 수습하고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갔다.
아마 오늘 이후로 십 년간을 강호에서 활동하는 당문의 모습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군웅들은 쉽게 흩어지지 못했다. 그들이 오늘 본 광경은 아마 평생이 가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명왕이란 칭호를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젠, 대륙십강중 일광(一狂), 이선(二仙), 삼존(三尊), 사제(四帝)중에서 사제를 삼제로 줄이고 일왕(一王)을 넣어야겠구만.”
“왜 아니겠는가? 사제의 한명을 죽였으니, 당연 그 자리에 명왕이 들어가야지.”
“저 나이에 대륙십강이라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구만.”
그들은 오늘 자신들이 본 광경을 안주삼아 또다시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 주된 내용은 명왕을 대륙십강의 어떤 서열에 올려놓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갈문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당문과 신황을 이간질해 충돌을 시킨다는 생각은 좋았지만, 설마 신황이 정면 돌파를 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더구나 대륙십강의 일인을 능가하는 무력이라니.전설의 일각이 무너졌다.
수십 년 동안 단단한 성좌를 고수해왔던 대륙십강의 일인이 수많은 군중들 앞에서 무너진 것이다. 거기다 혼자서 당문의 고수들을 압박하는 존재감이라니.
오늘의 일로 신황은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명성을 얻을 것이다.
제갈문은 무섭게 입을 열었다.
“이것으로 한 가지는 확실해졌군. 정면대결로 저자를 죽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희생이 따른다는 것! 이것은 마치 이십 년 전의 그 괴물을 보는 것 같군.!”
“이십 년 전이라니요?”
제갈문의 말에 적무영이 의문을 표했다. 그에 제갈문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아무것도 아니오. 그저 혼잣말을 해본 것뿐이오.”
적무영은 그런 제갈문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저자! 이대로 놔두면 분명 커다란 화근이 될 겁니다. 한시라도 빨리 저자를 제거해야 합니다.”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세상에 약점이 없는 인간은 없으니, 분명 저자에게도 약점은 있을 것이오.”
제갈문은 그렇게 생각했다. 약점 없는 인간이 있다면 그가 바로 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아깝군... 조금만 더 몰아쳤으면 끝을 낼 수도 있었는데......”
이미 당문과 신황이 서로의 일을 끝내기로 약조한 이상, 무림맹이 그에 참견할 명분이 없었다.
어차피 무림이란 곳은 늘 칼부림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당사자들끼리 해결 했다면 그에 제삼자가 끼어들 명분은 없는 것이다.
제갈문은 소리 나게 입맛을 다시며 돌아섰다.
그때, 그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신황에게 조카가 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흐~음!”
비영의 대답에 제갈문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모사의 웃음, 머리를 쓰는 자가 좋은 생각이 났을때만 짓는 종류의 웃음, 제갈문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그런 종류의 웃음이었다.
제갈문은 적무영을 보며 더욱 밝게 웃었다.
“적문주, 잠시 나와 이야기를 나누시지 않겠소.”
한편, 별채에 들어온 신황의 입가로 한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검은색의 선혈, 그것은 신황의 피가 이미 극독에 오염이 되었다는 것을 듯했다.
“쿨럭~!”
순간 신황의 입에서 엄청난 양의 선혈이 토해져 나왔다. 동시에 한쪽 무릎이 바닥에 떨어졌다.
“신가가!”
뒤따라오던 홍염화가 놀라 소리치며 다가오려 했다. 그러나 신황은 손을 들어 그녀의 접근을 막았다.
“가....까이 오지 마라. 너까지 중독된다.”
지금 신황의 몸은 만신창이나 마찬가지였다.
대륙십강 중에서도 상대하기 가장 까다롭다는 당만천을 상대로, 어쩌면 이 정도 부상은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만약 그가 약세를 보였다면 당문에 의해 진작 죽었을 것이다.
아무리 신황이 강하다 하더라도 대륙십강의 일인을 상대하고 또 다시 당문의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웠다.
그 때문에 강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잡아먹힌다. 그만큼 험악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신황은 온몸에 엄청난 부상을 입고도 더욱 미쳐 날뛰었다. 적들이 스스로의 약세를 인정하고 물러나게 말이다.
그리고 조금만 더 버텻으면, 신황은 그 앞에서 무릎을 굻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의 부상은 심각했다.
“신가가~!”
홍염화는 신황의 단호한 모습에 그의 곁에 다가가지 못하고 울상을 했다.
신황은 그런 홍염화를 보며 말했다.
“내 방으로 갈 테니 초 어르신을 보내거라.”
“네!”
그제야 신황은 힘겹게 일어나 다시 자신의 방으로 비칠비칠 향했다. 그의 등 뒤에는 아직도 뽑히지 않은 수많은 암기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끝가지 누구의 도움을 거절한 채 걸어가는 신황.
홍염화는 잠시 그 모습을 보다 성수신의에게 뛰어갔고, 혁련혜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진짜 남자구나!’
오늘 받은 충격은 평생을 따라다닐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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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
감사합니다
감사~~~~
더욱 수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감사합니다.
단숨에 휴우 숨차네요, 감사합니다.
잘봅니다..~~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2016.11.24
즐겁게 잘 보고있습니다 감사 감사 건강하세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즐감
감사합니다.
ㄳㄳ
즐독
잘봅니다
잘보구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하고 있읍니다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