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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rus Culture Korea
 
 
 
카페 게시글
작곡가 신동일 스크랩 나와 오페라
신동일 추천 0 조회 36 11.12.30 00:4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코믹오페라 <테이크 아웃> 초연을 준비하면서 나에게 오페라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았더랬습니다. 오페라 하우스라는 카페에 글을 올렸던 적이 있는데, 다시 한 번 정리를 해 봅니다.

 

음악 공부할 때부터 성악이나 오페라를 좋아하지는 않았더랬습니다. 워낙 노래를 즐겨하지 않는 성격인데다 베토벤 같은 작곡가가 이상형이었기 때문에 기악음악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드라마에 대해서도 이해가 별로 없었습니다. 미국 드라마 <육백만불의 사나이>를 좋아하던 저는 S/F나 초인적인 이야기, 특수효과를 활용한 영화가 아니면, 어른들이 왜 영화를 보는 지 이해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대학교 3학년 때 현대음악 자료를 모으다가 20세기 오페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싫어했던 건 오페라 전체가 아니라 "이태리 오페라"였다는 걸 께달았습니다. 20세기 오페라 중엔 재미있는 게 많았습니다. 베르그의 <보체크>는 정말 좋았고, 야나텍의 <죽음의 집으로부터>도 열심히 들었던 작품입니다. 브리튼의 <베니스에서 죽다> 역시 강렬한 음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뿔랑의 <가르멜 수녀원의 대화>는 대학 시절 가장 즐겨들었던 작품 중에 손꼽을 만한 것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정말로 전곡을 다 좋아했습니다. (몇 년 전예술의전당 정보도서관에 공연실황 DVD가 있는 걸 발견하고, 너무나 감격스러워 빌려봤는데, 극의 내용에는 좀 실망했습니다.)

19세기 작품 중에서도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나 보로딘의 <이고르 공>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충 줄거리만 알고 구체적인 내용도 모르는 오페라를 싫증도 안 내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음악이 드라마를 표현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내용도 잘 모르고 오페라를 글허게 재미있게 열심히 들었던 건 결국 음악 자체가 좋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좋아했던 20세기 오페라들 역시 기악 음악 듣듯이 추상적으로 접근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의미가 있엇던 것은 그렇게 20세기 오페라를 듣다가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서 연극하고 영화도 많이 찾아보게 되었더랬습니다. S/F 영화만 보던 제 취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오페라와의 인연이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오페라 비디오도 간간이 사 모았는데 프로코피에프의 <세개의 오렌지 사랑>을 비디오로 보고 너무 좋아서 종종 반복해서 보던 기억이 있고, 볼쇼이 오페라의 <보리스 고두노프>는 음악만 들을 때 이상으로 큰 감동이 있었습니다. 로얄오페라의 <이고르 공>도 진보적인 해석이 좋았습니다. 내 사랑 베토벤의 <피델리오>는 오페라로서는 좀 이상한 점도 있지만 베토벤스러운 음향이 드라마에 실려 연주되는 게 특별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오페라 영화 중에는 잉그마 베르히만 감독의 <마술피리>(모차르트)가 아주 재미있었구요, 제가 미국 생활 중 너무 좋아하게 되었던 프란체스코 로시 감독의 <카르멘>(비제)는 정말 멋졌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돈도 없고, 돈을 벌려고 노력도 잘 안 해서 공연 보는 게 익숙하지 않았는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한 번 공연을 본적이 있었습니다. 쇤베르크의 <기대>와 바르톡의 <푸른수염의 성>을 동시에 공연하는 것이었습니다. 둘 다 좋았습니다. 쇤베르크는 제시 노만이 출연했는데 정말 대단했습니다. 바르톡은 연출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이태리 오페라의 끈적끈적한 정서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특히 베르디 오페라는 듣고 있기가 힘이 듭니다. 바그너는 처음에 관심을 좀 가졌는데, 음악적 과잉이라는 느낌이 점점 강해져서 오래지 않아 관심을 잃었습니다.

 

제가 지난 한 10년 가까이 어린이를 위한 복합장르 음악극 제작을 해 왔는데, 다양한 실험을 했습니다. 드러면서 한예종 연극원에서 뮤지컬 창작 워크샵 수업을 하고 있는데, 2006년 쯤부터 본격적인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작곡해야겠다는 욕구가 커졌습니다. 그러나 현재 창작되는 뮤지컬 등은, 뭐 저를 불러주는 사람도 없지만, 별로 같이 하고 싶은 작품도 없어서 역시 제가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제 수업 들었던 극작과 제자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친구를 불러 같이 3년 정도 오페라 작업을 했습니다. 뮤지컬보다는 아무래도 음악이 더 중요하게 취급되는 오페라를 작곡하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가을에 코믹오페라 <테이크 아웃>의 보컬 스코어를 완성했고, 올해 봄까지 오케스트레이션을 거쳐 완성했습니다. 2011년10월28일~11월5일에 초연되었고, 실제로 오페라와 뮤지컬의 중간 영역에서 새로운 장르르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코믹오페라 <테이크 아웃> 보컬 스코어를 완성하고 나서, 제가 그 동안 너무 비대중적인 오페라만 좋아하고 봐 온 것 같아서 이태리 오페라도 좀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검색을 하다가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을 구입해서 봤는데, 의외로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노래 구성에서도 제 작품과 유사성이 좀 있고, 음악이 꽤 좋더라구요. 그리고 나서 푸치니의 <라보엠>을 구해서 봤는데, 미미 등장하기 전까지는 재미있더군요. 근데 계속 바쁜데다가, 전체적으로 음악이 좀 지루해서 보다 말았습니다. 이태리 오페라는 저한테 정말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20세기 오페라를 들으면서 드라마에 눈을 뜨게 된 사람은 흔치 않을 거예요. 오페라는 저한테 정말 미묘한 대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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