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사랑의 실천입니다 - 성공회 나눔의집 오상운 신부

[솔나무]

                   나눔은 사랑의 실천입니다

- 포천 「나눔의 집」의 오상운 신부와 만나다

세상에 익히 알려져 있는 「나눔의 집」은 1986년 서울 상계동에서 그 출발을 찾을 수 있다.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눔의 집」은 성북, 인천, 봉천, 수원, 포천, 용산 등 서울 및 수도권 일대 총 7곳에 자리를 잡고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매서운 바람이 사람을 더욱 움츠리게 만드는 겨울은 가난한 이들에게 더없이 힘든 계절이다.

월간 이장은 여러 나눔의 집 중, 최근 가장 활발한 활동으로 해당 지역의 공동체성 회복 및 힘겨운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있는「포천 나눔의 집」의 오상운 신부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오상운 「포천 나눔의 집」 원장 사제와의 만남은 두어 차례 약속이 조정되는 과정을 거쳐서야, 어렵사리 일정을 맞출 수 있었지만, 가을 내음 물씬 나던 그 좋은 날들을 다 물리고 잡은 약속일엔 짙은 안개와 함께 빗방울도 몇 차례 흩날리는, 썩 개운하지 못한 날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러나 성직자로서 쉽지 않은 길을 걷고 계신 신부님에 대한 인간적 경외심과 몇몇 의구심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가속 패달을 깊게 밟도록 재촉하고 있었다.

「포천 나눔의 집」 넓지 않은 공간 속. 10여명의 인원이 분주히 자신의 사업을 챙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 곳이 그저 간판만 걸어놓은 곳은 아니구나!’였다.

“반갑습니다.”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고 반갑게 악수를 청하는 오 신부의 눈매, 체격 그리고 울림 가득한 음성은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긍정으로 형성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첫인상을 갖고 「포천 나눔의 집」에 대한 오 신부와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우리 이웃들에 필요한 부분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나눔의 집이고 싶습니다.”

「포천 나눔의 집」은 외국 이주노동자 상담센터, 노인복지센터, 푸드뱅크, 공부방, 자활후견기관, 행복도시락무료 급식센터, 노인주간보호시설 등 주관하고 있는 사업의 스펙트럼이 상당했다.

여타 나눔의 집도 유사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포천은 포천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외국 이주노동자 상담센터’와 ‘행복도시락무료급식센터’등의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포천의 총 인구는 약 15만 명인데, 10%인 1만 5천 명 가량이 이주노동자이다. 흔히 3D라고 불리는 업종들이 서울 인근이면서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포천 등지로 이전하면서 자연스레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임금 체불과 의료 지원 등의 이주노동자문제는 그 어느 지역보다 포천 내부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왔다.

2002년 오신부가 포천에 「나눔의 집」을 개원하면서 이주노동자문제에 집중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포천 나눔의 집」은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흔히 불법체류자라고 일컬어지는 계층에 주목한다.

그들은 상습 임금 체불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으며, 질병 및 재해 시에도 이 땅에서 의료 혜택을 기대할 수 없는 등 인간 이하의 삶 속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주목하여 오 신부는 “저희 나눔의 집은 종교적인 차이를 인정하며, 이주노동자 누구라도 포천 지역 내에서 억울한 상황에 처했을 때, 상담부터 법률지원 및 의료 서비스를 알선하는 등 그들이 실제 삶에서 원하는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며 「포천 나눔의 집」이 종교적 신념에만 얽매인 기구가 아닌 적실성 있는 조직임을 강조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이 땅에 적응하도록 문화체육활동과 영화제, 한글교실 등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말 그대로 도움이 되는 조직으로 거듭나려는 노력 때문인지, 실제 포천 지역 내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나눔의 집」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이주노동자들은 포천 지역 내에 여타 노동자 지원 센터들과 교류하다가도, 실제 문제가 발생하면 대부분 「포천 나눔의 집」의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노동자문제 뿐 아니라, 「포천 나눔의 집」은 우리 주변의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무의탁 어르신, 소년·소녀 가장, 장애인 가정 등과 결연을 맺고 지속적인 방문·대화·나눔·생활지원·의료지원 활동을 통해 사회와 단절된 이들의 삶을 회복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미 「포천 나눔의 집」은 250여 지역 내 불우 가정과 결연을 맺고 가정생활지원, 의료지원, 후원자결연 등을 쉼없이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포천이 지리적으로 워낙 넓은 지역이다 보니 교통문제가 어려우며, 자원봉사자의 수도 부족한 실정이다.

오 신부는 “경제적 부분은 어느 조직이라도 어렵긴 매한가지라며, 다만 지역민들이 자원봉사에 대해 좀 더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길 바란다.”며 자원봉사자의 수가 늘어나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그 밖에 나눔의 집에서 공을 들이는 사업엔 어떤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오 신부는 신바람을 내며 ‘행복도시락무료급식센터’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SK 실업극복국민재단, 포천시, 「포천 나눔의 집」이 함께 손잡고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약을 맺은 것이다. 독거노인과 결식아동을 위해 무료 급식을 제공할 ‘행복도시락무료급식센터’는 포천시가 재원을 조달하고 ㈜SK가 조리시설을 제공하면, 「포천 나눔의 집」이 실제 운영을 담당하는 형식으로 사회적 기업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 한다.

“짧은 시간동안 너무 많은 일을 떠맡아, 알차게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2002년 봄, 오 신부가 포천에 나눔의 집을 개원한 지 불과 4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지만 그 사이 「나눔의 집」은 지역 내에서 많은 일을 떠맡게 되었다.

“적지 않은 일들을 맡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현재까지는 잘 감당해 왔습니다.

그러나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점차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계속 듭니다.”라며 「나눔의 집」의 외연 확장을 위해 노력하기보단,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겠다는 속내를 비쳤다.

실제, 「포천 나눔의 집」은 이주노동자, 노인복지, 푸드뱅크, 공부방, 자활 등의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상근 직원이 현재 14명에 이르며, 연말까지 20명가량으로 조직을 증원해야 하는 상황으로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에 오 신부는 “물질적인 재화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삶을 다른 이와 기꺼이 나누며 정신적인 위로를 전해 주는 삶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천 나눔의 집」 역시, 지금 추진 중인 여러 사업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당해 냄과 동시에 이같이 진실한 마음을 나눔으로써 어려운 이웃과 교류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한다.

“신부로서 예수님의 자세를 실천하며 살려는 것뿐입니다.”

오 신부는 83학번이다.

흔히들 기억하고 있듯, 그 시절 상아탑 속의 그들은 운동에 집중했다.

그것이 학생운동이든 농민운동이든 아니면 청년운동이든…….

나름의 의식과 사상으로 무장한 채, 운동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으려 했고, 학생으로 갖고 있던 시대에 대한 부채의식을 감하고 싶어했다.

오 신부 역시 운동에 투신하며 많은 생각과 고민으로 젊은 시절을 힘겨워했다.

그러나 함께 고민하고 투쟁하던 많은 동지들이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 버렸다.

다수가 현실 사회로 떠났으며, 일부는 권력으로, 또 나머지 일부는 운동권 직업인으로 떠났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했건 지금은 대부분이 현실에 기반을 둔 ‘생활인’으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는 변하여 다들 풍요롭게 웃는듯 했지만, 그의 눈에는 못 배우고, 가난하여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한 사람들이 여전히 산적해 보였다.

그러한 방황의 시기에 접한 성공회는 그에게 새로운 시각에서 사회 약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여 주었다.

진보 교단인 성공회에서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사제의 신분으로 실천에 옮기고자 늦은 나이에 쉽지 않은 길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지금 그는 행복해 보인다.

덜 익은 학문을 바탕 삼아 치기 어린 열정만을 되풀이하는 나이가 아니며, 그저 내 인생만을 위해 헌신하는 현실 생활인도 아니기 때문이다.

기도와 묵상을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눈매를 지닌 사제의 신분으로 어렵고 힘겨운 이웃에 손 내밀 수 있는 「나눔의 집」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자세를 실천하며 살고 싶다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오 신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그와 같은 종교인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 보았다.

교회의 첨탑은 더욱 높아져 가고 있으며, 주변 사찰은 금장 기와를 얹을 정도로 이 시대 종교는 거대화·권력화되어 세상과 더 높은 벽을 통해 단절하고 있는 듯하다.

세상 모든 이에게 문을 활짝 열어 놓는 종교가 아닌, 가진 자와 믿는 자에게 더 관대한 종교를 우리는 바라보고 있다.

아마도 이 시대 우리가 갖고 있는 종교에 대한 불편함은 여기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이러한 시대에 성공회 「포천 나눔의 집」은 세상과 함께하는 종교의 좋은 본보기가 될 듯싶다.

더 많은 종교와 종교인들이 「포천 나눔의 집」과 오 신부처럼 이주노동자, 무의탁 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희망한다.

많은 신도 수와 거기서 파생되는 외형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닌, 남보다 어려운 삶을 사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도움을 주려는 모습은 진정 우리가 바라는 아름다운 종교의 전형일 것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종교가 진심으로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려 노력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마음으로부터 지지를 표할 때 세상은 말 그대로 “함께 사는 사회”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인 수 | 「이장」미디어사업부  <월간 이장>

※ 주) 오상운 신부님은 현재 '노원 나눔의 집' 원장으로 시무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