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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 20일 (휴일과 겹치면 그다음 날)은 대구 경북여고 재경 단합대회가 있다. 어제가 20일이어서 오늘 21일 김포 88체육관에서 있었다. 그동안 해마다 서울 과천 대공원 야외에서 가졌지만, 올해 처음으로 장소를 옮겼다. 날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이날 몹시 바람이 불었다.
경북여고는 1928년 설립되었으니 80년이 훨씬 넘는 역사 깊은 학교이다. 한 달 전에 참석 여부 전화를 받고 참석하겠다고 하였다. 지난번 회장과의 약속도 있다. 사진을 찍기로 한 것이다. 꼭 참석해야 한다. 그리고 인원 파악과 더불어 도시락이나 선물 등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1회에서 20회 안의 선배님은 이제 몸이 불편하시거나 먼저 가신 분도 계시고 해서 20회 넘어 700명이나 넘게 참석하였다. 25회면 거의 80세이신 분이다. 대단한 모임이었다. 우리 37회는 40명이 참석하고 29회는 100여 명이 참석하셨다. 대단한 분들이시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모든 선후배 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나는 그동안 많이 참석하지 못하였다. 친구들을 만날 마음으로 지난밤 잠을 설쳤다. 다행히 과천이 아니고 김포이니 가까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전철 검색을 하니 3호선 대곡역에서 5호선 발산역까지 57분이라고 나왔다. 일산이고 개회식이 11시이니 넉넉하게 9시에 나섰다.
마을버스를 타고 마두에서 전철을 타고 대곡에서 내렸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생겼다. 대곡에서 5호선이 없는 것이다. 잘못 본 것이었다. 난감하였다. 물어물어 경의선을 타고 DMC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고 합정에서 내려 2호선으로 갈아타고 영등포구청에서 내려 5호선으로 갈아타고 발산역에서 내렸다.
1시간 50분이나 걸렸다. 지치고 땀이 났다. 다시 버스로 두 정거장을 갔다. 태어나고 처음의 경험이었다. 모르면 물어보란다. 친구가 이야기를 듣고. 이다음엔 그래야겠다. 그런데 역에서 내리니 출구에서부터 버스 정류장까지 어깨에 안내 줄을 맨 후배들이 줄지어 서서 있지 않은가.
인사를 하며 “저쪽으로 가십시오.” 하며 안내하였다. 역시 대단한 우리 학교다. 피로가 한꺼번에 싹 가셨다. 우르르 많은 선후배가 내리고 안내받으며 갔다. 다시 두 정거장 버스를 타고 모임에 도착하였다. 애국가를 부르고 있었다. 11시 10분이었다.
안쪽 37회 좌석으로 갔다. “반갑데이.” “어서 온나.” “이리 앉아라.” 하며 악수를 청하며 반겨 주었다. 모두 웃음이 가득한 얼굴들이다. 오곡 찰밥의 도시락을 챙겨주고 선물도 챙겨 주었다. 오기를 잘하였다고 생각했다.
사탕도 사과도 귤도 간식이 한가방이다. 프라이팬도 있고 우리 회장님의 특별 선물 신앙촌 진간장, 우리간장도 한 박스다. 무겁다. 그래도 선물은 무엇이든지 좋다. 두고두고 한참 먹겠다. 고맙다. 회비도 챙긴다. 20,000원이다.
“니 참 대단 하데이. 우째 그리 못하는 게 없노?” 어느새 소문이 났다. “시니어 강사는 우째 하는 긴데?” “우짜다 그리 안되었나.” 나는 뿌듯하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언제 기회 되면 자세히 말할 것이다.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그런데 나는 없다. 왜?
이어 회장 인사가 있고 격려사가 있고 먼저 가진 선배님들을 위해 묵념을 하고 제1부는 끝났다. 식사를 하고 2부가 시작되면서 사회자와 함께 강당은 웃음으로 가득 해졌다. 준비 체조가 있고 O.X 퀴즈가 있다. “경북여고는 잠시 이름을 바꾼 적이 있다. 없다.” 이리 우르르 저리 우르르 웃으며 몰려다닌다. 답은 ‘있다.’ 다. 50년대에 일 년 동안 잠시 이름을 바꾸었다가 다시 경북여고로 하였다.
다 함께 춤을 추고 축하 공연이 있고 장기 자랑 시간이다. 40회 동문들의 ‘동심 속으로’라는 춤이다. 나이가 60이 넘은 후배들이 색동저고리를 입고 바구니를 들고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춘다. 앉아서 발도 들고 흔든다. 마치 7살 아이들 같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것이다. 연습할 때 얼마나 즐거웠을까. 상상만 해도 즐겁다.
이윽고 초대 가수 너훈아가 나훈아 노래 ‘무시로’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넉살좋게 흉내도 똑같이 한다. 그래야 먹고 산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어쩌면 그렇게 닮았나? 이것도 너훈아의 태어날 때 갖고 나온 복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행운권 추첨이다. 모두 입장할 때 번호표를 하나씩 받았다. 일찍 가려야 갈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하고. 상 이름도 ‘열녀 상’ ‘아차 상’ ‘행복 상’ ‘동상’ ‘금상’ ‘대상’ 다양하고 상품도 누비이불, 상품권, 세탁기, TV, 휘슬러 콤팩트 등 다양하고 아주 많다.
번호를 부를 때마다 혹시나 하고 모두 번호들을 확인한다. 당첨된 선배 후배들은 좋아서 펄쩍펄쩍 뛰어나온다. 번호가 불리었는데 화장실 간 사람은 다섯 셀 때까지 오지 못하여 황금 같은 기회가 사라졌다. 얼마나 분할까? 얼마나 원통할까? 화장실이…화당실 갈 때마다 생각이 나겠다.
이럴 수가! “내 다음 번호네.” 한 친구가 침통한 얼굴을 짓는다. 이미 번호가 불리지 않은 친구들 혹시나 금상 대상을 기대한다. 나도 내심은 기대를 해 보았지만, 내년의 기회를 기다려봐야겠다.
드디어 모든 동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안고 우리기의 친구 이민희가 대상을 탔다. 어리둥절한 모양이다. 원래 상이란 기대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우연히 행운은 오는 것이다.
끝으로 교가를 부르고 폐회했다. 내년에 다시 건강하게 만날 것을 약속하였다. 올 때는 친구가 일러주었다. 나도 김포 국제선 공항에서 버스를 탄 적이 있어 쉽게 왔다. 오랜만에 멋진 가을의 하루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