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문을 열다.(23)
블랙과 위원들은 푸짐한 생선가게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증권 거래소를 지나면서 걸레 를 만났다.
걸레는 큰 소리로 외쳤다.
“위원장님. 생선가게 문 열었습니다!”
“문 열었다고?”
“열었습니다.”
“누가, 돌치가?”
“아니요. 지니라는 분이.”
의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증권 거래소 정원 앞을 지나던 고양이들은 걸레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 생선가게가 문을 열었다!”
“다행이다.”
“위원장님. 그럼 가지 않아도 됩니까?”
블랙은 증권거래소 앞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여러분! 생선가게가 문을 열었답니다. 다행입니다.”
블랙은 다시 힘주어 말했다.
“여러분! 그래도 모두 생선가게로 갑시다. 그리고 우리의 고마움을 전합시다.”
“네, 그럽시다. 우리는 생선가게가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다시는 생선가게가 문 닫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
“자, 갑시다.”
모든 고양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지니가 누구지?”
“글쎄! 나도 모르겠어. 아직도 난 푸짐한 생선가게가 있는지도 몰랐어.”
“나도 몰랐어. 이번에 알게 되었어.”
나이 많은 원로 고양이는 푸짐한 생선가게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냥 배불리 먹고 살기 때문에 어린 고양이들이 위기에 처한 것도 모르고 생선을 어디서 사먹는지도 몰랐다. 전화 한 통이면 백화점에서 아주 싱싱한 생선을 배달해 주기 때문이다.
“싱싱한 생선을 팔까요?”
“싱싱한 생선은 백화점에나 가야 있겠죠. 그런 곳에서 팔겠어요.”
“그렇죠?”
“그럼요.”
멀리 푸짐한 생선가게가 보였다.
“저기가 생선가게인가 봐요?”
“고양이들이 많은 것을 보니 그런 가 봅니다.”
“그런데 누가 저기에 허가를 내준 거죠?”
“모르겠어요. 저기는 불법으로 장사하는 건 아니겠죠?”
“잘 모른다니까요?”
나이 많은 두 원로 고양이는 서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걸어갔다.
“위원장님. 저곳은 허가 받은 가게인가요?”
블랙 뒤를 따라오던 원로 고양이 한 마리가 물었다. 하지만 블랙은 대답하지 않고 더 빨리 걸었다.
“이상하다. 저런 곳은 허가를 내주면 안 되는데!”
나이 많은 고양이는 걸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조사를 해봐야겠어. 만약 블랙이 혼자 결정해서 허가를 내줬다면 이 문제를 가지고 위원장 사퇴를 시켜야겠어.”
블랙의 의견에 항상 불만이 많은 원로 고양이 샤캬다. 의장이 되는 게 꿈인 샤캬는 언제나 불랙의 의견에 반대했다.
“블랙. 이제 의장 자리를 내놔야겠어. 호호!”
눈발이 날리는 한강 공원에 샤캬의 웃음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