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진우석의 우리산 기행 <42>곡성 섬진강
섬진강은 산골 마을 강이다. 여느 강처럼 도심이나 평야를 거치지 않기에 아직까지 순정 어린 고향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 원신암마을 데미샘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임실ㆍ순창ㆍ남원을 적신 뒤 곡성ㆍ구례ㆍ광양ㆍ하동을 지나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길이 223.86㎞, 유역 면적 4천959.79㎢로 남한에서 4번째로 크며 전북, 전남, 경남 3개도와 10개 시ㆍ군에 걸쳐있다.
섬진강에는 임실, 순창, 곡성, 구례로 이어지는 섬진강길 108.5㎞가 나 있다. 이 길을 전부 답사한 결과, 임실 구간과
곡성 구간이 가장 아름다웠다.
봄철 섬진강을 찾는다면 곡성 지역을 추천하고 싶다. 과거 곡성은 전남에서도 낙후된 지역으로 통했다.
그러나 곡성군에서 전라선 폐선을 활용해 구 곡성역 일대를 기차마을로 만들었고, 이것이 대박 히트를 치면서 곡성은
전남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곡성에서는 기차마을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걷기, 레일바이크, 자전거, 기차 등을 즐길 수 있고, 맑은 섬진강의 선물인 참게,
한우와 흑돼지 등 먹거리도 풍부하다.
◆기차마을~가정역 걷기
곡성 섬진강 중에서 걷기 좋고 가장 풍광 빼어난 곳을 꼽는다면 기차마을에서 청소년야영장 구간이다.
거리는 7㎞, 넉넉하게 3시간쯤 걸린다. 기차마을을 출발하면 곡성천을 따라 내려가게 된다.
곡성하수처리장과 오동교를 연달아 지나면 다시 섬진강을 만나는데, 그 지점에 퐁퐁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바닥에 철망이 있어 지날 때 퐁퐁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소박하고 정겨운 다리에서 웅장한 섬진강 풍광이 기막히게 펼쳐진다.
이어지는 비포장길을 따르면 배 한 척이 유유히 떠있는 호곡나루의 모습이 정겹다.
마을은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어 호곡이라 부르게 되었고, ‘범실’이라고도 칭한다. 호곡나루는 곡성 섬진강에서
유일하게 아직까지 줄배가 남아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호곡나루에서 20분쯤 내려오면 느닷없이 거대한 도깨비동상이
길을 막는다.
이곳 강변에는 독살이 있는데, 이를 도깨비살이라 한다. 먼 옛날 마천목장군이 소년 시절, 어머니에게 드릴 물고기를 잡으러
강변에 나갔다가 반짝이는 푸른 돌 하나를 주웠다. 그날 밤 소년의 집 앞에 푸른 불을 번쩍이며 도깨비들이 나타났다.
“당신이 주워간 돌은 우리 대장이니 돌려주시오.”
그러자 소년은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강에 독살(물고기를 잡기 위해 돌로 쌓은 방죽)을 쌓아주면 너희 대장을 놓아주겠다.”고 답했다.
그날 밤 도깨비들은 방망이와 불로 조화를 부려 독살을 쌓았다.
도깨비살을 지나면 최근에 완공한 두가현수교를 만나면서 종착점인 청소년야영장에 닿는다.
기차마을로 돌아올 때는 가정역에서 증기기관차를 타면 된다.
◆레일바이크ㆍ기차로 만나는 봄 곡성 기차마을은 섬진강을 즐기는 베이스캠프다.
이곳은 섬진강변을 달리는 전라선 복선화 작업의 일환으로 1999년 곡성역에서 압록역까지의 기찻길이 폐선됨에 따라
구 곡성역 일대를 기차마을 테마파크로 꾸몄다.
증기기관차, 레일바이크, 영화세트장, 장미공원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증기기관차는 옛날에 실제로 운행하던
기차 모습을 복원하여 기차마을에서 가정역까지 10km 구간을 왕복 운행한다.
우선 침곡역에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가정역까지 내려갔다가 돌아올 때 기차를 타는 것이 좋다.
기차마을 구경했으면 침곡역으로 이동하자.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5.1㎞ 구간에서 레일바이크가 운행한다.
레일바이크는 2인용과 4인용이 있고 친구과 애인, 혹은 가족과 함께 호흡을 맞춰 페달을 밟는 맛도 재미있다.
바이크에 올라 페달을 저으면 우선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느껴지고 왼쪽으로 강물이 내내 함께 달린다.
뒤를 돌아보면 곡성의 진산의 동학산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육중한 산줄기 사이로 유순한 섬진강의 흐름이
한 폭의 산수화다.
페달 밟기가 힘들 때쯤 되면 마침 내리막길이라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강 건너편을 자세히 보면 작은 나룻배가 보인다.
그곳은 곡성에서 유일하게 남은 호곡나루다.
이어 S자를 크게 그리는 구간에서 힘차게 페달을 밟으면 이윽고 가정역에 들어서게 된다.
가정역에서 두가현수교를 건너는데,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의 풍경이 일품이다.
청소년수련원에서 자전거를 빌려준다.
여름철에는 래프팅을 즐길 수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잘 닦인 강변을 달리면 섬진강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돌아올 때는 가정역에서 증기기관차를 탄다.
덜컹덜컹 흔들리면서 창문으로 펼쳐진 섬진강 풍광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에 쌓인 것들이 저절로 풀리는 기분이다.
◆속이 꽉 찬 봄철 참게는 덤
섬진강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산품이 많다. 참게ㆍ은어ㆍ재첩 등이 유명한데 그중에 참게를 빼놓을 수 없다.
참게는 민물과 바다를 오락가락하면서 산다.
참게는 가을철 산란하러 바다 쪽으로 내려가면서 많이 잡힌다. 이때 먹는 참게도 좋지만, 봄철 참게는 ‘황소가 밟아도
안 깨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속이 꽉 차있다. 참게는 탕이나 장을 담가 먹는데 참게탕은 40년 전쯤에 압록 일대의
매운탕을 만들던 식당에서 개발했다. 탕은 시래기를 적당히 넣고 된장을 풀어 국물은 낸다.
그 다음 생고추를 갈아 넣고 미나리, 쑥갓 등과 함께 참게를 두 토막으로 잘라 넣고 끓인다. 그러면 참게 특유 단내가
가득 퍼진다. 등껍질만 떼어내고 몸통부터 다리까지 아작아작 씹는 맛이 그만이다. 국물은 적당히 걸쭉하고 시원하다.
그밖에 곡성의 맛으로 ‘곡성순한한우’와 석곡의 흑돼지 요리가 저렴하면서 맛이 좋다.
▨교통
자가용은 순천완주고속도로 서남원 나들목으로 나와 찾아간다.
버스는 남원을 경유해 곡성에 이른다. 곡성터미널이나 곡성역에서 기차마을은 가까워 걸어서 간다.
기차마을에서 출발하는 증기기관차는 가정역까지 30분 걸린다.
기차마을(오전 9시30분, 11시30분, 오후 1시30분, 3시30분, 5시30분)→침곡역(+15분)→가정역. 가정역(오전 10시30분,
오후 12시30, 2시30분, 4시30분, 6시30분)→침곡역(+15분)→기차마을.
침곡역에서 가정역 가는 레일바이크는 오전 9시, 11시, 오후 1시, 3시, 5시 출발한다.
곡성 여행상품 문의는 거문도관광여행사(061-665-7788).
▨맛집 참게탕은 압록리의 별천지가든(061-362-8746), 청솔가든(061-362-6931) 등이 잘한다.
한우는 곡성축산농협에서 운영하는 곡성순한한우명품관(061-362-3392)이 신선한 고기를 저렴하게 내온다.
1++등급 600g 5만1천원. 석곡의 흑돼지는 석곡돼지한마리(061-362-3077)가 유명하다. 목살석쇠구이 150g 9천원.
<사진 설명>옛 철도를 따라 섬진강 따라 가는 증기기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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