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한문책
이영백
나는 한문책으로 배운 어린 날이 있었다. 지금도 눈감으면 떠오른다. 배웠던 한문 문장이 마치 활동사진처럼 풀리어 나온다. 한문과 한자를 구분하여야 한다. 낱글자 배우는 것은 “한자(漢字)”이며, 문장으로 배우면 “한문(漢文)”이다. 한문을 배우면 영어와 문법이 비슷하다.
최초로 배운 것은 주흥사(周興嗣)가 하루 밤에 짓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었다고 하는 백수문(白首文)인 “천자문”책이다. 네 글자씩 한 구를 이루어 뜻이 정하여 지며, 250구로 이루어진 일천 자 낱낱의 한자로 이루어진 고시(古詩)이다. 이 중에 고작 250자(지킬 守자, 천자문 1/4)를 두 달에 걸쳐 배우다 의무교육 법령에 의해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우연찮게 초교 졸업하고 서당에 다시 갔다. 두 번째로 배운 책은“계몽편(啟蒙萹)”이다. 첫 문장에는 “上有天하고 下有地하니 天地之間에 有人焉하고 有萬物焉이니라.” 곧 “위에는 하늘이 있고, 밑에는 땅이 있으니,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있고, 만물이 있다.”고 배웠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한문으로 된 문장이다. 한 권을 떼고 책거리도 하였다. 훈장의 봄옷 한 벌과 수업료를 곡식으로 드렸다. 책거리는 계속 그렇게 하였다.
세 번째로 배운 책은 “동몽선습(童蒙先習)”이다. 그 책에는 “오륜(五倫)”과 “중국·한국역사”를 서술하여 구성하였다. 본문에 오륜(五倫)이 나온다. 첫 문장 “天地之間에 萬物之衆의 惟人이 最貴하니 所貴乎人者는 以其有 五倫也라.” 곧 “천지사이에 있는 만물의 무리 중에서 오직 사람이 귀한 까닭은 다섯 가지 인륜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시작하였다.
네 번째로 배운 책은 “명심보감(明心寶鑑)”이다. 첫 문장에 “子ㅣ曰 爲善者는 天이 報之以福하고, 爲不善者는 天이 報之以禍ㅣ니라.” 곧 “공자가 가라사대 착함을 하는 자는 하늘이 복으로써 갚고, 착하지 못함을 하는 자는 하늘이 재화로서 갚느니라.”라고 시작한다.
다섯 번째 배운 책으로는 “통감(通鑑)”이다. 주(周)나라 위열왕(기원전 403)~오대 주세종(959)까지에 이르는 1,362년간의 역사를 수록한 통사(通史)이다. 통감은 초 권만 배우다 그만 두었다. 그 이 년이긴 굴이었다.
신학문 배우고자 도망쳐 나왔다. 아집의 덕택으로 고생은 톡톡히 하였다.
첫댓글 엽서수필 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