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태’와 관련, 대구·경북에 이어 수도권 지역 사제들이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나서면서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수원교구는 20일 오전 11시 주교좌 정자동성당에서 교구장 이용훈 주교 주례로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하느님의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염원했다.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교구 사제단 명의가 아닌, 교구 차원에서 교구장이 참석해 시국미사를 함께 봉헌하고 시국선언에 동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용훈 주교를 포함한 수원교구 사제 304인과 수도자 323인 등 627인은 이날 ‘너희는 정의, 오직 정의만 따라야 한다. 그래야 너희가 살 수 있다’(신명 16,20)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통해 “(국정원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민주주의를 위해 언제나 역사와 함께했던 교회에 대한 도전이며, 교회와 세상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거스르는 죄악”이라며 현 시국을 염려했다.
수원교구 사제·수도자들은 선언문에서 “(국정원 사태를 둘러싼) 모든 일들은 우리가 소중히 지켜온 민주주의와 국기를 뿌리에서부터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많은 이들이 헌신과 희생으로 이루어낸 민주주의 역사를 후퇴시키고 우리 사회의 신뢰와 합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독재정권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현 세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전교구 사제들도 14일 대전 가톨릭문화회관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반하는 정치 행태를 비판했다. 대전교구 사제 141명(대표 박상병 신부)은 선언에서 “작금의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는 크게 어긋나게 흐르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제도의 가장 심각한 결함은 정치적 부패”라며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강원지역에서도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불길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원주교구 사제 57명(대표 이동훈 신부)은 15일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마태 10,26)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제들은 선언에서 “하느님의 말씀과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제로서 차마 침묵하고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인식하며 이에 ‘민주주의’ 그 이름을 다시 부르려 한다”면서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부패와 억압의 시대로 회귀하려는 부정한 권력에 대해, 또한 권력에 기대어 왜곡 보도의 첨병 역할을 하며 국민과 진실의 편이기를 거부한 많은 언론에 대해 진정 낮은 자세로 국민 앞에 겸허히 반성할 것”을 촉구했다.
사제들에 이어 수도자들의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앞서 시국선언에 동참한 광주·대구·경북 지역 수도자들에 이어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회장 남상헌 신부)와 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회장 이광옥 수녀)는 26일 오후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한국 천주교 남녀 수도자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한국교회는 지난 7월 25일 부산교구 사제 121명이 시국선언의 물꼬를 튼 이래 마산교구(7월 29일) 광주대교구(7월 31일) 사제단이 잇달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8월에 들어서도 인천교구(8월 7일) 전주교구(8월 8일) 사제들이 시국선언에 동참한데 이어 14일에는 대구대교구와 안동교구, 대전교구 사제단이 시국선언에 나서는 등 지금까지 10개 교구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모아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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