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즈음 PD수첩에서 정신과 입원의 실태 비슷한 제목으로 방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코끼리 주사'라는, 한 번 맞으면 코끼리도 뻗어버린다는 주사를 놔버린다고 해서 상당히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때 이슈가 된 이후로 이렇게 화학적인 약물로,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화학적 강박'이라고 해서 인권위 등에서 상당히 강력하게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먼저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코끼리 주사의 성분을 알아봅시다.
먼저 대부분은 Lorazepam입니다. 주사에서는 2mg ~ 4mg을 씁니다.
이건 Benzodiazepine이라는 안정제 약물의 한 종류이지요.
보통 알약으로는 0.5mg이 한 알이고, 한 알로는 보통 효과가 없어서 1mg짜리를 자주 쓰는 편입니다.
무슨 약이냐?라고 한다면 약한 술을 알약 형태로 먹는다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그래서 이 주사를 맞으면 안정이 강제로 이루어지고, 상당히 잠이 오지요.
다른 성분은 Haloperidol입니다. 보통 주사에서는 2.5mg ~ 5mg을 씁니다.
이거 항정신병 약물, 즉 조현병 계열의 질환에 쓰이는 약물입니다.
뇌에서 흥분을 담당하는 Dopamine이라는 물질이 안 나오게, 혹은 작용을 안 하게 만듭니다.
이건 알약으로는 1.5mg이 한알이고, 5mg짜리도 있습니다.
보통 코끼리 주사라고 하면, 이 2가지를 섞어서 엉덩이에 놓지요.
이런 것을 원하지도 않는데 주사한다니, 끔찍하다고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환자분들이나 인권위는 당연하게 '어떻게 환자를 강제로 재울 수 있냐. 따뜻한 대화와 관심, 그리고 안정감을 주는 방향으로, 환자를 사랑으로 대해야지...'라고 합니다.
의사나 치료진 입장에서는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듣게 됩니다만, 좀 억울하기는 합니다.
일단 환자분이 막 입원하면서 보이는 급성 조현병/급성 조증 상태에서, 말로는 환자분이 사고 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망상과 환청, 완전히 팽대된 자아를 보이면서 정말 굉장한 행동을 합니다.
이럴 때 환자분은 힘도 세지십니다. 근육도 얼마 없는 분인데 철문을 몸으로 부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실 입원환자를 받는 의사와 그 외 치료진들도 무섭습니다.
그리고 보호자분들은 자식이나 가족을 병원에 맡겼으니 다치지 않기를 바라실 것인데, 저 흥분 상태를 그대로 놔두면 분명히 다칩니다.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하시기도 하고, 다른 환자와 다툼이 발생하기도 하고...
그래서 급성 안정을 시키기 위해 약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로는 잠을 자게 만드는 것이 치료의 일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급성 상태의 분들은 당연하게도 잠을 못 잡니다.
뇌의 활성화가 너무 심하고 긴장도가 너무 높아져서 그렇죠.
그런데 거기에 잠을 못 자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해지면, 정말 뇌가 아주 불타고 있는 게 눈에 보일 지경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하루 재우기만 하면 상당히 나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주사 안 쓰고 재우기? 거의 불가능합니다.
의사가 약을 먹자고 해도 보통 의심을 하시면서 잘 먹지도 않아요 ㅠㅜ
여하튼, 잠을 자는 게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잖아요?
마지막으로는 코끼리 못 재운다는 것입니다.
증상 심한 분은 큰 주사 (Lorazepam 4mg + Haloperidol 5mg)를 놔도 안 주무셔요...
병이 주사를 이겨버립니다.
60kg 정도의 남성도 못 재우는데, 코끼리는 어떻게 재울까요.
물론 병의 증상이 아닌, 의료진의 태도/다른 환자와의 정상적인 갈등에서 나오는 흥분마저 이 주사로 재워버리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의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환자분은 대부분 자신의 흥분이 병에 의한 증상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러다 보니 '주사 = 나쁜 것'으로 되어버립니다.
그러면 이제 퇴원하시거나 해서 인권위에 신고하시죠.
물론 의사가 환자에게 모든 것을 다 설명하고 납득시키고 하면 좋겠습니다만...
그러려면 대학병원처럼 의사 한 명이 입원 환자 10명 정도 봐야 하는데, 그 정도만 보면 의사 굶어요 ㅠ
돈을 못 버는 게 아니고 실제로 손해가 납니다. 간호사/보호사 분들 월급을 줘야 하잖아요.
사명감으로 이렇게 하는 분도 있겠습니다만, 전체로 봤을 때 그것이 좋은 시스템이 아니겠죠.
여하튼 여러 가지 의미에서 주사를 가능한 적게 쓰려고 하는 것은 좋은 방향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주사를 적게 쓰면서 환자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인력이 지금의 수배가 필요합니다.
의사뿐만이 아니라 간호사, 보호사 등등이요.
그런데 그건 무시하고 열심히 하라고만 하면... 속이 끓습니다 ㅠㅜ
오늘은 코끼리 주사와 강박에 관한 보고서를 쓰다가 억울해서 주저리주저리 써 봅니다.
여러분들의 의견도 말해주세요!
첫댓글 전문가가 말하면 믿는 것이 좋습니다... 잘 모르시는데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주장만 하시는 분들을 봐와서 그런가 뭔가 공감되네요. 비용 문제와 입장을 생각해볼만한 글이었습니다.
동감입니다 전문가 의견 무시하고 잘되는 걸 본적이 없네요
맞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신병리학적으로 굉장히 이상한 미신이나 사이비를 믿는 경향이 강한데다 형제복지원같은 감금형 사례가 있다보니(사실상 사람들은 정신병원 감금소로 인식, 특히 어르신들...) 더더욱 전문가를 불신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것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치료를 거부하고... 악순환이 반복되죠.
어우 다들 동감해주시니 너무 좋습니다 ㅠㅠ
뭔가 그 주사를 놔서 사람을 진정시키는데 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것 같습니다.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뭐 저는 이런건 너무너무 일상이라 상담하고 나와서 '저 로라제팜(제품명인 아티반이라고도 합니다) 주사 있는데요' 하는데 말이죠... 쿨럭... 완벽하게 재울거면 로히프놀(플루니트라제팜, 잠 자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이럴바엔 안정성이 더 높은(혹은 벤조디아제핀 의존성[네 마약류 관리법에 의해...]) 사일레노(독세핀)을 달라하세요.)이겠지만, 로라제팜은 안정 계통과 더불어 기억을 제거하는 것이 커서 용량이 높아지면 기억이 싹 사라집니다. 그래서 데이트 강간 약물로 되어 있죠. 으음 어떻게 아냐구요? 그건 비밀입니다 ㅎㅎ;; 본격 말 못하던 사람이 로라제팜 맞고 말이 돌아오는 기적(?)을 보았습니다. 할렐루야(?)
덤으로 IV(주사) 정말 잘 듣더라고요 ㅋㅋㅋ 로라제팜 8mg을 주섬주섬 쳐먹어도 안되서 가면, IV 한방엔 그냥 훅~ 행복한 하루가 되니 말이죠 ㅋㅋㅋ (뭐 환인제약에서 나오는 로라제팜(이것도 상품명으로 로라반)은 크기도 아담하고, 달기도 하고(?) 사탕같기도 합니다.) 물론 마약류 관리법과 이에 따르는 국가 DB(90mg 이상은 DB에 항목을 적어야 합니다)에 의해 엄정하게 관리되고 있사오니 안전하게 주사 받고 먹으시면 됩니다(?)
여튼, 한마디 더 하자면 응급실에 매우 필요한 주사기도 하죠. 할로페리돌은 안 먹어보고 주사도 안맞아봤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약들이 풀리고 있죠(그 올드보이에 나온 '안 미친다는' 리스페리돈 등등). 여튼 가성비가 너무 뛰어나 WHO의 필수 의약품입니다. 그리고 먹을거면 리스페리돈을 먹어요(민트 구름사탕맛 나는게 있습니다. 비슷한 걸로는 오렌지맛 미르타자핀(레메론)이 있네요) 사실 이런것이 생긴 주요 원인중 하나는... '광기의 역사'란 책에 나오는데, 그 책을 읽고 보면 현재가 천국이죠... 지금으로 치면 불쌍한 사도세자가 뒤주에 안박혀도 되고 말이죠
돈을 주면 사회에서 격리된 망상증이나 혹은 조현병 환자를 때릴수 있다던가, 핫블랭킷 요법, 로보토미 수술, 그리고 사회에서 배제되었던 사람들이 설치던 것에서 SPECT/MRI로 뇌 신경계가 고장난걸 알아내고, 그걸 체계화한 DSM의 등장(여기서 로젠한이란 심리학자가 DSM을 한번 갖고 놉니다.), 그리고 그런데 듣는 약의 등장들(대표적으로 프로작)이 정신의학을 현재의 위치로 끌어올렸죠. 하지만, 이 '천국'의 역사가 짧긴 짧아 아직도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구요.
약한 술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실제는 그냥 GABA(감마 아미노낙산)이라는 신경 억제 신경물질의 반응기(GABAa)를 뚫어뻥 해버립니다. 비선택적이라, 뇌신경, 운동신경 다 뚫어뻥해버려서 생각/행동등이 늦춰집니다. 그래서 운전하면 안된다고 하죠. 괴랄한 경우, 술도 안먹었는데 로라제팜 주사 맞고 정줄은 멀쩡한데 꽐라걸음 걸을수 있습니다(...)
잼난게 여기에 막히는게 에탄올, 바르비탈이 있는데... 안전하기로는 벤조디아제핀류가 짱입니다. 사람 반수 치사량인 LDLO 143 mg/kg가 이정도니, 병원에서 주는걸로 먹으면 머리만 띵하고 깨어납니다(...) 아 물론 예전 바르비탈 같은 경우는 '모아놓고 먹기전에 죽는'약이란 클리셰를 만들었죠(...)
오우 굉장한 지식의 향연이 ㅎㅎ 잠과 죽음이 연상되어서 수면제 많이 드시고 응급실 오는 분들이 많이 있죠. 여하튼 의사 입장에서는 좋아진 것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이 정도로 만족하라고 하면 그건 갑자기 역사적 꼰대가 되어버리는 것이니 노력은 해야겠습니다만... 정신과 약물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 좋겠습니다ㅎㅎ 그래도 아티반 8mg은 너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