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무위(無爲) 사상은 현대 정치에서 통치 이념으로 효과적일 수 있는가?“
노자 사상이 현대 정치에 적합한 것으로 보는 학자도 있겠지만, 저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현대 사회는 노자가 살았던 당시보다 더 복잡하고(서로의 이해가 얽혀있고, 국가간의 이해도 마찬가지), 또 인구도 더 많다. 단순히 ‘통치 이념’으로 효과적인지를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통치’는 독재정부나 왕조시대(봉건시대)에 적합한 용어이며 현대의 민주주의 사회에 이 용어는 적합하지 않다. 민주주의는 ‘다수에 의한 다수의 지배’이며 주권을 가진 국민이 리더를 직접 선출(간접적으로 선출하는 경우도 있지만)하는 제도이다.
최근에 어떤 책에서 “인간만이 악행을 한다”는 문구를 보았다. 악행이란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다. 발표자는 노자의 ‘무위 자연’를 ‘자연에 대해 억지로 하지 않음’으로 보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억지로 하는 것은 ‘나쁨’일 것이다. 이런 접근은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는 한 방식일 터인데 여기에는 ‘자연은 늘 그러하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런데 자연은 때로는 ‘천재지변(지진, 홍수, 가뭄, 화산폭발 등)’을 일으키며 이는 인간에게는 ‘나쁨’이다. 이런 나쁨에 대해, 즉 자연에서 발생하는 ‘나쁨’, 인간 사회에서 인간이 행하는 ‘나쁨’을 노자의 ‘무위자연’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정치란 인간 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이해의 충돌, 종교적 갈등, 지역갈등, 인종갈등 등등)을 해소, 해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정치이며, ‘억지로 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갈등 상황이 해소되거나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