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27일, 화요일, Torres del Paine 트레킹 제 1일, Italiano Camp (오늘의 경비 US $23: 숙박료 3,500, Catamaran 배 요금 10,000, 환율 US $1 = 600 peso) 어제 밤 잠 자리에 들어서도 내일 날씨가 걱정이 되었다. 오늘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밖을 내다보니 다행히 날씨가 좋은 것 같았다. 우선 어제 밤에 세게 불던 바람이 잔잔했다. 마음이 놓였다. 어제는 오전엔 날씨가 좋다가 오후에는 구름이 끼고 빗방울까지 떨어졌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좋은 날씨였다. 운이 참 좋다. 오늘은 Torres del Paine 트레킹을 시작하는 날이다. 트레킹이 시작되는 Torres del Paine 국립공원 행 버스에 오르니 내 나이 정도로 보이는 일본 여자가 혼자 타고 있다. 인사를 나누는데 일본 사람 젊은 부부가 또 탄다. 일본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더니 요코하마의 같은 동네에서 왔다 한다. 이웃사촌을 만난 것이다. 버스 기사가 어제와 같은 사람인데 나를 알아본다.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해서는 국립공원 입장료를 안 내도록 공원 직원에게 어제의 내 사연을 설명해준다. 버스 기사는 국립공원 안에서 배로 바꿔 타는 곳까지 가는 동안 내가 창밖을 내다보며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경치가 좋은 데가 나오면 버스를 세우고 내려서 사진을 찍게 해준다. 다른 사람들도 내가 내릴 적마다 내려서 사진을 찍는다. 덕택에 좋은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어제 보기만 하고 못 찍었던 세 봉우리, Torres del Paine, Los Cuernos, Paine Grande 사진도 찍었다. 배 타는 곳에 도착해서 배를 기다리는 동안 Puerto Rio Tranquilo에서 만났던 이스라엘 변호사 부부 Erez와 Robin을 다시 만났다. 어제 Torres del Paine산 쪽으로 트레킹을 했는데 구름이 끼어서 Torres del Paine 국립공원의 최고 경치인 Torres del Paine 산봉우리를 못 봤단다. 자기네는 이번 여행에 운이 없는지 이곳뿐만 아니라 Laguna San Rafael 빙하와 Fitz Roy 산도 제대로 못 봤단다. 파타고니아의 제일 좋은 경치는 다 놓친 셈이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참 운이 좋은 편이다. 사람들의 인생 운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배에서 내려서 작별인사를 또 한 번 했다. 그러나 어디서 또 만날지 모른다. 모두들 트레킹 하는 방법이 달라서 배에서 내려서 나는 Italiano 캠핑장으로, 이스라엘 부부는 Lago Pehoe 캠핑장으로, 그리고 일본 그룹 3명은 Lago Grey 캠핑장으로 떠났다. Italiano 캠핑장까지 3시간 트레킹은 매우 좋았다.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고 길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앞에는 Los Cuernos 산, 옆에는 Lago Pehoe 호수, 기가 막힌 트레킹 코스다. 자연을 벗 삼아서 이렇게 홀로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카메라 삼각대와 카메라 자동 셔터를 이용해서 내가 들어간 사진을 찍는 연습을 하면서 걸었다. Italiano 캠핑장에 도착하니 벌써 20여 개의 텐트가 보인다. 이 캠핑장은 시설이 별로 없는 대신 무료다. 아담한 자리를 잡아서 텐트를 쳤다. 어제 캠핑 장비를 나에게 빌려준 독일 친구가 텐트 치는 법을 찬찬히 보여준 덕에 쉽게 쳤다. 이 캠핑장은 숲속에 있어서 바람도 별로 없었다. 텐트를 친 후에 안에 들어가 보니 1인용 텐트라 넓진 않았지만 아늑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텐트에서 개똥 냄새가 난다. 어제 잔디 위에서 텐트를 치는 연습을 하는 동안에 텐트 어디에 개똥이 묻었는데 독일 친구가 대강 닦았는데 완전히 닦지 않은 모양이다. 다시 닦으려면 텐트를 다 뜯어야 하는데 너무 번거롭다. 냄새가 심하진 않으니 그냥 견디어 보자. 내일쯤이면 냄새가 다 날라 가겠지. 이곳에서 3일 밤을 잘 예정이다. 캠핑장을 매일 바꾸는 사람도 있는데 나에게는 너무 힘들다. 가능한 한 캠핑장을 자주 옮기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텐트 안에 들어가서 누어보니 편하다. 가지고 온 술을 조금 마시고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니 피곤이 풀린다. 잠깐 휴식을 취한 다음에 근처 개울가에 가서 몸을 씻고 물을 떠와서 저녁식사를 만들었다. 스파게티 요리다. 텐트 앞에 스토브를 차려놓고 텐트 안 문턱에 앉아서 만든 다음에 그 자리에 앉은 채로 저녁 식사를 끝내고 식기까지 닦았다. 스토브가 잘 된다. 물 끓는데 6분밖에 안 걸린다. 아주 실용적이 스토브다. 알코올 스토브인데 알코올을 넣는 조그만 깡통과 깡통을 올려놓는 바람막이가 전부다. 심지 같은 것도 없이 알코올 자체에 불을 붙여서 태우는 아주 간단한 구조라 고장 날것은 하나도 없다. 알코올은 어느 약방에서나 쉽게 살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냄비 두 개와 냄비 뚜껑 하나가 세트로 따라오고 스토브와 작은 냄비가 큰 냄비 안에 모두 들어가도록 되어있어서 간수하기도 쉽다. 이번 여행에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비싼 스토브와 식기는 괜히 산 것 같다. 바람 때문에 항상 고생하고 프로판 가스는 비싸기도 하고 대도시가 아니면 사기도 힘들다. 이 간단한 알코올 스토브가 가장 실용적이다. 저녁식사가 끝난 후 10시경 잠자리에 들었다. 혹시 밤에 추울까봐 내복, 양말, 모자, 목도리로 무장을 하고 침낭에 들었다. 귀마개를 하니 제법 시끄러운 냇물 흐르는 소리가 안 들린다. 책을 좀 읽다가 잤다. 영화로도 나온 유대인들의 팔레스타인 지역 이민 얘기를 쓴 Exodus란 소설을 두 번째로 읽고 있다. 여행지도 Torres del Paine 국립공원 입구, 오른쪽 멀리 Torres del Paine 봉우리가 보인다 국립공원 길가에 파타고니아 지역 동물 guanaco가 자주 보인다 오른쪽 멀리 Torres del Paine, 중앙의 Los Cuernos, 왼쪽 구름에 일부 덮인 Paine Grande 산 봉오리가 보인다 Los Cuernos 산 Paine Grande 산 더 가까이 본 Los Cuernos 산 Lago Pehoe는 항상 바람이 세다 Italiano 캠핑장으로 가는 길 키 작은 갈대가 따스한 오후 햇볕을 쪼이고 있다 다리 건너 나무 숲 속에 Italiano 캠핑장이 있다 Italiano 캠핑장 근처 Valle Frances 계곡을 힘차게 흐르는 개울 산정에 보이는 눈이 금방이라도 내려올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