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전중학교 정년퇴직 1호 교사
(2017.8.31. 정년)
금일(2017.7.21.) 여름방학식 후 교직원 연수에서 본인의 정년퇴직 고별사를 하였다. 방학에 들어가면 본교 선생님을 전원 한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35년 6개월의 교직의 마지막 장면치고는 어이가 없지만 사정이 이렇다보니 하는 수 없다. 선생님 한분한분 모두가 다 나에게는 아쉬운 분이다. 이제 이런 기라성 같은 분들을 뵙기가 어렵다는 것이 황당하다.
35년 6개월의 교직기간 중 단 한번도 이런 황당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였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친분이 있는 분은 없지만, 그래도 그냥 같은 교육활동종사자로서 교무실은 물론이고 행정실까지 두루두루 매일 거의 당연하게 보다시피하다가 갑자기 그 장면이 내일부터 서서이 사라지다가 한달 후엔 완전히 커팅될 것을 생각하니 다른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만도 다행. 이제는 교직이란 교사와 학생이 함께 보호 받는 巨艦에서 내려, 결국 나도 먼저 퇴직한 선배들처럼 홀로 길로 가야 한다. 고별사를 먼저 하는 통에 유종의 미가 퇴색했다. 멀리서 보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법. 그 곳에 가자마자 어떤 일을 또 당할지! 학생들에겐 수업할 때 8월에 간다고 지난 6월부터 수 없이 말을 했지만 전체모임에서 고별사는 하지 않았다.
방학식! 당연히 참석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학생들은 방학식 기분에 들떠 초반의 의례 때는 산만하였으나 곧 정숙모드로 모임을 거행하였다. 복무학교에서의 마지막 교가제창, 2014년도에 개교한 학교이지만 교가의 내용은 소박하면서도 범세계적. 드높고 넓은 강당에서 학생들처럼 목청 높이 교가를 부르고 폐회사 후에 강당을 먼저 나왔다. 고향의 목장으로 돌아가는 예비역 장교같다.
고별사.pdf(필요하신 분 참조 가능)
참고사항
1. 정년 기념패 하나 없다. 공적으로 나의 고별사만 있었다.
2. 전별금이 있으나 사적친목회비로 내돈 미리 내고 내가 받는 돈이다. 금액은 그리 많지 않고 한달 출퇴근 승용차 유류비정도.
3. 당일 교무실&행정실&기타 본교 교육활동종사자 전원이 창원의 외동초등학교 연수방문이 있어서 고별사라도 길게 하지 못했다.
4. 쫓기듯 A4 14포인트 한 쪽의 내용을 보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말하다보니 순서도 바뀌고 정밀성에 나만의 약간 아쉬움이 있었다.
5. 다른 분들이 먼저 방문버스 2대에 나누어 승차를 하고 교사들을 기다려서 하는 수 없었다.
6. 35년 6개월의 노교사라도 빨리빨리 고별사를 해야하는 속도전!!! 혹시 OECD급 다른 나라 34개 國도 이런는가? 그건 모르겠다.
7. 기원전 2333년에 세워진 나라이지만 여전히 전통의 힘에 밀도가 다 차지 않아 도덕교사의 정년 퇴임사마저 얼렁뚱당하게?
8. 독일 김나지움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엘리트로 구성된 한국교원들이지만 결정적 순간엔 Bildung성이 없는 후진성이 가득.
9. 마지막 교직 모습이라면 정장급 예복이 원칙이지만 다음 행사를 위해 복장도 평소보다 더 간편복이다. 野하고 鄙한 모습이다.
10. 이러다가 한국이 또 벌을 받을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급 정도가 1997년처럼 쓰나미로 올 것이다. <아틀라스>가 그냥 命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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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附記)
가. 학생 문: 도덕교과, 별로 인데 왜 배웁니까? 교사 답: 나도 모르겠다. 부모님께 여쭤 봐라.(가치판단신장, 논리의 精緻性 등등. 심지어 돈을 버는 것도 도덕과 결부되면 더 큰돈을 벌 수 있다.)
나. 학생 문: 上善若水의 뜻이 뭡니까? 교사 답: 인자무적과 상통이다. (마음 속 진짜 답: 약한 자들부터 차례로 먼저 침습당한다.)
다. 학생 문: 도덕의 핵심은 뭡니까? 교사 답: 자신의 긍지, 가족과 이웃 사랑 등(진짜 답: Cell의 DNA적 첩경의 행동인지력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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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 도덕수업의 하나)
A. 학생 문: 네안데르탈인이 왜 멸망했습니까? 교사 답: 끝 없이 전개되는 빙하기 때 결국 다 굶어죽었다. 얼어 죽은 것이 아니다.
B. 학생 문: 호모 사피언스는 안 굶어 죽었는데요. 교사 답: 네안데르탈인은 유전자 결핍으로 말소리 중 자음불능으로 정보전달실패.
C. 학생 득: 아! 그랬구나. 감사합니다. 네안데르탈인들은 자음발성을 못했구나!!!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요???(유골 해부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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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력유무를 떠나 정년교단교사들 그냥 보낸다는 것? 결핍의 모습이 아닐까한다.
- 갓 무덤(A fresh grave)에 날리는 고요한 밤벌레소리. 황제의 갓무덤도 밤이면 조용할 뿐이다.
- 그래도 만사에 無事한 停年이 더 고맙다. 여기에서 저기로 가야하는 會者定離의 홀로서기 은퇴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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結: 정년교사에겐 전교직원과 학생이 열외없이 God Save the Sir를 제창으로 불러주야 함인데.
(그 이유는? 세속의 직업 중에 상대를 가리지 않는 가장 유일한 직업이기 때문. 학교장도 교사를 가리지만 교사는 不擇學生敎之.)
(심지어 盜賊도 제자를 키울 땐 그 제자에 魂神을 다한다. 스승은 설교나 강론을 하는 목사나 신부들이 따라갈 수 없는 존재자들이다. 내세나 피안의 세계가 아닌 현실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도적은 더욱 아니고, 학원강사도 아니고 명퇴금 받고 나가는 명퇴자도 아닌 정년교사가 停年辭를 시간에 쫓겨 급하게 해야하다니.)
論: 평교사라도 정년인 경우는 학교운영위원회급에서 금장 행운의 열쇠 정도는?
(교육부도 평교사를 무시하는 데 뭐~ 당연하지. 정년 한 학기 전까지도 수업평가 채점대상으로 피공개수업을 해야 할 때~.)
(아무런 말 없이 하긴 했지만, 마치 군 원로 원사나 대령이 부하나 후배들을 채점위원으로 두고 총검술 평가를 받는 기분이었다.)
之: 이름은 CoreA이지만 아직은 정신 없이 먹고살기에만 바쁜 극동변방의 小嘯國 한국인들에게 내가 너무 과한 걸 期待하고 있나?
(쓸데 없는 짓거리를 재미로 보고,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화창한 계절 5월 스승의 날을 없애야 한다고 떠드는 족속들이 아닌가?)
(학부모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책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을 교사는 말과 행동 한방으로 학생들을 매일매일 체득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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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 수업은 반복되고 연달아 재생되는 것처럼 보이긴하지만, 그 수업은 그 자리에서 만들어지고 바로 소멸되는 것이다.
ㅈ. 지난 35년 6개월간 매수업이 만다라 같았다. 교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지만, 학생들도 생긴대로 무례한 녀석들이 제법 있다.
ㄷ. 교사의 마음을 움직이는 수 많은 학생들과 함께, 感情의 燒毛를 노리는 양아치이든 말든 不擇學生敎之로 무조건 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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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너무 아쉽다. 얼마든지 학생들에게, 학부모들께 더 득이 되는 교사가 될 수 있었는데. 그래도 도덕교사로서 한 최고의 말은? 시장에 가 봐라!!! 모두가 득이다. 상인은 팔아서 & 소비자는 구입해서. 공장주는 돈을 벌어서. 종업원은 돈을 받아서. 최고의 도덕교과서는? Adam Smith의 국부론 - 하느님이 만드신 인류最高의 도덕철학실천지성의 교과서. 최고의 참고서는?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 -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작용과 반작용이 일치하게끔 되어 있다. 교사가 학생을 대할 때 무조건 고급순화용어로, 지시하는 말은 비천한 말로 학생의 뇌를 다치게 한다.
학생 문: 시장이 왜 돈을 서로 벌게 하는 所以는 무엇입니까? 한 마디로 정확하게 쉬운 말로 말씀 부탁.
교사 답: 없었던 실용가치를 생성하여 필요실용가능자에게 최적으로 줄 수 있기 때문. 경제학에서는 일명 附加價値(국부론의 핵).
다른 교과와 달리 도덕수업엔 모든 것을 구사할 수가 있는데, 나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미안함이 가득하고 아쉽기만 하다.
도덕수업?
도덕수업은 제가치의 수리인지력을 변증법으로 바르게 규찰하여 자기습관화하는데 있다. 제가치란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포섭한다. 다행이 교과서에 잘 명기되어 있고 교사는 이것을 지적만하면 학생들은 본능에 의해 척척 안다. 예를 들면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중학생에게 난해해도 이미 분업이 시종일관 강조되고 있다. 교사는 그저 이 분업에 대한 바른 이해만이 도덕경제를 아는 첩경임을 알려주고 토론하고 조별 수행평가과제로 내어주면 학생들은 교사의 기대 이상으로 작품을 완성하여 제출한다. 모든 교단교사들은 이를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만다라처럼 지워지는데 있었다. 행동하지만 관심이 없다할까. 나는 그때마다 나의 학창시절의 사라졌던 경험을 소추하고, 신(로고스, 우주의 도덕철학)의 섭리를 느낀다. 텅빈 교실에서 다시금 몰려드는 시끄러운 공허감이랄까. 소멸하더라도 누적되는 것이다. 45분간의 도덕(철학)교실!!! 작은 왕국 교실궁전에서 모두가 왕이 되어 철학과 정치, 법학, 경제가 도덕교육이란 함수를 타고 뇌과학의 우주를 달린다. 이는 인간의 역사가 있는 한 교실수업에서 계속 될 것이다. 훌륭한 교사는 학생이 졸업을 하고 난 후에 졸업생의 뇌리에서 느낀다. 그분 덕분에 내가 이것을 안다고!!!
그래도 마지막 장면 치고는 아쉽게도 인간적 연민은 부족했다. 그냥 하루 해가 사라지듯이 사라졌다. 그것은 당연히 관객이 없기 때문이다. 삶의 모든 과정은 시나리오가 먼저 있는 연극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풍습이 퍽 좋은 점도 하나 분명히 있다. 동기를 친한 척하면서도 속으론 멀리하고, 유능한 후배를 후계자로 고의로 키우지 않은 우리 한국 문화 풍토에서 이렇게 쉽게 물갈이를 연이어 때 맞춰 정확히 하므로, 스스로 자기가 알아서 성장하고 누구의 준비된 다음 세대가 운 좋게 쉽게 그 자리에 예상을 미리 하고 들어 올 수 있는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이는 일종의 정치경제학적 블랙박스로 작동하는 총요소생산성으로 선진국과 비선진국의 갈림길로 결정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교직생활이 나의 경험 상 가장 좋은 점은 본인의 심지(心地)만 바르고 굳으면, 교사의 도움과 전달과 안내가 필요한 자라나는 학생들과 교사란 직업 자체를 넘사벽으로 인정하는 대부분의 젊은 학부모님들만 상대하기 때문에 국가의 확실한 신분 보호 아래 세파와 별도로 무균상태로 지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보이지 않는 신(神, God)에게 느낌으로 감사 드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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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담으로 부연을 하나 하면 그 학교가 잘 되려면 스타를 자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재학생 중 하나를 스타로 키우거나 혹시 안 되면 교사 중에 한 분을 스타로 모시게 하는 것이 그 학교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그러면 그 스타를 중심으로 서로 존중하고 공부하는 매우 활기찬 학교가 될 것이다. 학생 스타가 있으면 교내 분위기가 고양이 된다. 교사가 스타인 경우는 그 교사가 그 학교에 근무만 해도 학교 자체가 즐거워진다. 하지만 이건 좀 힘들지 모르겠다. 스타는 타고 나야지 아무나 지정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