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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영훈 대중음악 작곡가
나이카를 만난 건 작년 3월이었다
질병과 배고픔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그곳에 있었다
우리 부부는 큰 눈을 가진 나이카를 딸로 삼았다…
지진으로 100만명 이상 사상자가 생겼다고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는 순간,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곳은 지금도 눈에 선한 나의 '딸' 나이카가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이카를 만난 건 작년 3월이었다. 나와 아내, 그리고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 컴패션'이 조직한 컴패션 밴드 동료 20여명은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아이티 공화국을 다녀왔다. 차인표·신애라 부부, 황보씨 등이 속한 컴패션 밴드 중 상당수는 컴패션 지부가 있는 아이티에 후원 어린이를 둔 경우가 많다. 아이티는 이미 지난 2004년 허리케인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곳으로, 질병과 배고픔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그곳에 있었다.
아이티로 가는 길, 우리는 이 나라의 슬픈 역사에 대해서 들었다. 중앙아메리카에 있는데도 프랑스어밖에 사용할 수 없는 버려진 흑인 노예의 후손들. 먹을 것이 없어 진흙을 구워 쿠키로 만들어 먹는다는 얘기는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믿기 힘들었다. 그리고 아이티에 도착해서 그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본 순간, 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첫날 방문한 컴패션의 한 어린이 센터는 '열악'이란 말이 어떤 걸 두고 말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지만, 아이들만큼은 여느 나라의 또래 아이들처럼 사랑스러웠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띈 녀석이 있었다. 참으로 커다랗고 아름다운 눈망울을 가진 여자 아이였다. 우리 부부는 그 어린이와 이내 친구가 되었다. 함께 껴안고 춤추며 뛰어놀았다. 많은 아이들이 쑥스러운 나머지 선뜻 나서지 못했는데, 이 아이만큼은 제일 앞에 서서 춤도 잘 추고 활짝 웃었다. 아내와 생김새도 너무 닮았고, 성격도 아내처럼 쾌활한 녀석을 보고 있자니, '정말 내 딸 같다' 싶었다. 녀석의 이름은 '나이카'. 후원자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우린 그 자리에서 바로 후원을 맺었다. 그렇게 나이카는 '우리 딸'이 됐다.
나이카가 아내 품 안에 편안히 안겨 잠든 모습을 볼 땐 가슴이 벅차올랐다. 사흘 후, 우리는 나이카를 다시 만나기 위해 현지 캠프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 캠프에 있는 조그만 수영장에서 함께 놀기로 했다.
한데 나이카는 수영장에 들어가더니 물놀이를 하는 대신 목욕을 하듯 물로 자기 몸을 닦아 내기만 했다. 물이 워낙 귀한 지역이다 보니 아이에겐 수영장에서 노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것이었던 것이다.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많은 음식을 준비했지만, 나이카와 아이들은 생전 처음 접해 보는 음식이라 그런지 입에도 대지 못하고 그저 맨밥만 계속 떠먹는 게 아닌가. 나는 이상하게 계속 목이 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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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오어진 기자 polpm@chosun.com
짧은 만남. 그렇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헤어질 땐 우리도, 멀어지는 나이카의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아직까지도 그토록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를 본 적이 없다. 내 아기가 생겨도 그 모습을 꼭 닮길 바랄 정도로 우리의 나이카는 천진난만하고 아름다운 아이였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우린 여러 차례 나이카와 편지를 주고받았다. 사진도 서로 보냈다. 아직 글을 쓸 줄 모르는 나이카를 대신해 컴패션 선생님이 대필해준 편지엔 나이카가 직접 손으로 그린 우리 부부의 모습이 들어있었다. 우리가 나이카에게 보낸 사진을 보고 아이가 너무 좋아서 껑충껑충 뛰었다는데, 말만 들어도 그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그렇게 우리에게 아이티는 어느덧 우리 딸이 살고 있는 친근하고 가까운 동네였다.
그런데 우리 딸이 살고 있는 그곳에, 믿기지 않는 재앙이 찾아왔다는 거다. 일주일을 다섯 끼니로 버티는 그들. 오염된 진흙을 구워먹으며 생계를 겨우 잇던 그들. 우리가 들고 있던 과자 한 조각을 서로 달라고 매달리던 그들. 그들에게 찾아온 지진. 100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흔적도 없이 무너졌다고 한다. 교도소까지 무너져 범죄자들이 탈출했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다.
다급한 마음에 '한국 컴패션'에 전화를 했다. 현지 통신시설이 파괴돼 당장 나이카의 안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나이카가 무사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 그리고 긴급 기금모금을 시작해 후원금을 전달하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다.
앞으로 번질 각종 전염병과 더 큰 가난이 그들을 더욱 죽음으로 몰아갈 생각을 하면 가슴이 조여온다. 우리 딸 나이카, 그리고 그곳에 있는 아이티의 모든 아이들. 모든 시민들. 모두들 무사하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내 아이의 나라. 아이티는 먼 나라가 아니다. 우리가 6·25 전쟁으로 고통받을 때 우리 손을 잡아줬던 머나먼 나라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처럼, 이젠 우리가 손을 내밀 때다. 보고 싶은 나이카, 그리고 환한 미소를 지닌 눈이 선한 아이티 천사들. 그들이 부디 지금의 고통과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길. 그렇게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기도한다.
나이카야, 나이카야…, 듣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