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의 전략 요충지 즈메이늬(뱀섬)에 대한 국제재판소의 판결
우끄라이나와 루마니아의 도서분쟁
사학박사 박종효(모스크바대학교 객원교수)
흑해의 전략 요충지인 즈메이늬는 북위 45도 15분 동경 30도 12분에 공해상에 위치해 있다. 전체 면적은 25.5 헥타르로 암석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길이는 615m, 폭은 560m다. 높이는 해발 10-41m로 자연식물은 자라지 못 하고 식수도 없다. 여름에는 타는 듯한 햇빛과 겨울에는 강한 해풍이 함께 폭풍우가 분다.
위와 같은 이 즈메이늬를 두고 우끄라이나와 루마니아가 도서 분쟁을 수십 년간 계속하다가 루마니아가 2004년 9월 16일 UN 헤이그 국제재판소에 우끄라이나를 제소하면서 판결에 흑해 연안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었었다.
국제재판소는 5년간의 심의를 거처 지난 2월 3일 판결을 하였다. 판결문에서 즈메이늬는 우끄라이나가 주장한 영토로서 인정하고 또 루마니아가 주장한 UN 해양법상 도서지위를 갖추지 못한 암석으로 우끄라이나 해안으로 인정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인정하였다. 반면에 판결문은 우끄라이나가 주장한 즈메이늬의 해안선을 우끄라이나의 해안선으로 보고 해상국경선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지메이늬의 배타적 경제지대와 대륙봉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중용적인 고전적 판례에 따라 양국의 해상경계선을 확정했다.
이 결정으로 루마니아는 해안에서 즈메이늬 근접지역까지 뻗쳐있는 대륙봉(주:석유 1억톤과 가스 90억 입방미터가 매장)의 79.34%을 소유하게 되고 우끄라이나는 즈메이늬 와 대륙봉 약20%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국제재판소의 결정에 우끄라이나의 외상 그르즈꼬는 우꾸라이나와 루마니아 양국의 공동승리라고 하였으나 의회는 외상에 책임을 물어 그의 해임을 가결하였다. 반면에 루마니아는 당연한 판결이라고 환영하였다.
사실 즈메이늬의 오랜 역사적 기록은 기원전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나와있다. 해양 신이며 법과 정의의 여신 데미즈가 자신의 아들 아킬레스(주:트로이 전쟁의 영웅)를 위해 흑해에 암석을 솟아나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스는 그곳을 레브께(흰 지대)라고 호칭하고 아킬레스 기념교회를 건축하여 항해자의 안전과 보호를 기원했다고 한다.
한편 즈메이늬는 흑해의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차례 소
속국도 시대에 따라 강국이 차례로 차지했었다. 오토만 제국 때는 그리스에서 터키에 소속되었다가 1828-1829년 러시아- 터키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하자 러시아에 속했다. 이때 즈메이늬를 히랍어로 피도니스라고 호칭하였다(주:현대어로 뱀 섬이라는 뜻) 이후부터 러시아어로도 뱀이라는 즈메이늬(뱀)로 호칭되었다. 루마니아어로는 인술라 세르필, 그리고 터키어로는 일란-아다 라고 하나 다 같이 뱀섬을 뜻한다. 1843년에는 러시아가 등대를 설치하였다.
그 후 즈메이늬는 1854-1856년 끄르임 전쟁에서 러시아가 터키에게 패하자 터키가 1859년까지 지배하고 있다가 루마니아에 양도하였다. 루마니아는 85년간 소유하고 있었으나 2차 대전 당시 독일 히틀러에 가담하여 구 소련흑해 함대 소속 상륙부대가 1944년 4월에 즈메이늬에 상륙해 루마니아 수비대를 항복시키고 소련 해군이 점령하였다. 그리고 1948년 파리 평화회담에서 즈메이늬는 흑해의 전략 요충지임을 스탈린이 알고 루마니아에서 빼앗아 소련이 소유하게 되었다.
소련은 1956년부터는 방공 레이다 부대와 수비대를 주둔시켜 1991년까지 40년간 터키와 서유럽 국가는 물론 NATO해군의 동태를 감시하는 장소로 활용하였다. 그러나 구 소련이 붕괴될 때 우끄라이나가 즈메이늬를 상속받게 되었던 것이다.
1980년대 루마니에서 즈메이늬 주변까지 뻗어있는 대륙봉에 엄청난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밝혀지면서 루마니아는 우끄라이나에 스탈린이 강제로 즈메이늬를 약탈해갔으며 또 UN 해양법 제 3조에 의거 즈메이늬는 암석이므로 섬으로 불수 없으니 루마니아의 해상경계 확정을 주장하기 시작 하였다.
이런 주장에 우끄라이나는 즈메이늬에 도서로서 법적인 지위를 갖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하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군부대를 철수시키고 대신 2002년에 즈메이늬를 오데싸 주 낄리야 지방에 편입해 접안부두와 방파제 시설을 하는 한편 식목도 하기 시작하였다. 그곳에 경제 활동을 하면서 생활 할 수 있는 가옥도 건축하여 지금은 약 6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 중에 민간인은 10여명으로 수 마리의 돼지와 염소를 기르고 있다. 공공시설로는 우편국, 은행 지점, 통신 중계소,보건소, 매점 등을 두고 있다. 앞으로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호텔과 정기여객선도 취항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루마니아는 즈메이늬에 인공시설은 인정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우끄라이나는 2007년에는 즈메이늬에 세워진 몇 개 가옥 등을 합쳐 최초 그리스에서 호칭한 레브께(주: 우끄라이나 어로는 벨로에=흰 지점)라는 부락 명으로 공식적으로 행정조직에 포함하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이번에 우끄라이나는 즈메이늬는 영토로서 합법적으로 인정받아 소유하게 되었으나 대신 루마니아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된 대륙봉의 80%를 차지해 큰 이익을 본 셈이다.특히 EC 회원국과 이웃 국가들이 루마니아를 지지하였다. 제정러시아 때 니꼴라이 2세가 설립한 헤이그 국제재판소의 이번 판결에 우끄라이나에서는 의회를 중심으로 외상에 책임을 물어 파면 결의를 하였다.러시아와 우끄라이나 관계가 악화되면서 러시아가 우끄라이나에 지지를 철회해 대륙봉을 50%대 50%로 분할 할 기회를 놓쳤다고도 한다.
보라색: 우끄라이나, 회색: 루마니아,즈메이늬( O ) 즈메이늬 섬 전도
헤이그 국제재판의 즈메이늬.d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