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다녀 온 다음날.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맑고 하늘이 높다. 온도계를 부쩍 당겨 올리는 모양이다. 6차 항암치료의 부작용이 조금은 견딜만 한 것 같다. 앞으로 남은 두 번의 항암치료 잘 받고 옛날 건강 되찾기를 기원한다.
모처럼 아침운동하려 갔다. 늘 상 가는 길이지만 오늘은 다른 길로 들어섰다. 호기심 반으로 길이 나 있는 곳을 따라 가니 과학고등학교 부근으로 내려오는 길이었다. 신장로를 통하여 걸어갈까 아니면 다시 올라가면 어디가 될는지 확실히 모르지만 어디가 되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곳이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아침에는 운동을 조금 쉽게 하려고 했던 것이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된비알은 아니더라도 숨결은 가빠진다. 오늘 양을 초과하였기 때문에 그것도 꾸준히 하지 못하고 띄음띄음하는 운동이라 조금은 힘이 들었다. 올라가는데 배드민턴장에서 사람들 소리가 난다. 4000천보 정도면 적당할 것 같았는데 7000보를 넘어섰다.
계분(鷄紛)을 주었다. 일주일쯤 지나니 짙푸른 녹색으로 잎색깔이 돌아와 다행이다 싶었는데 이젠 회색빛으로 변해 간다. 오이 잎사귀를 들여다보니 이 오이도 심상찮다. 아무래도 또 뭔가 잘 못 된 모양이다. 이리 저리 잎사귀들을 들쳐보아도 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일단 잎색깔이 변해가는 녀석들을 뚝뚝 따내고 있는데 갑자기 스승님 목소리다.
- 뭐 하세요?
- 왜 얘들이 잎사귀가 이래요? 계분(鷄糞)도 줬는데요
- 그거 진딧물이예요.
- 진딧물요? 이 하얀점들이요? 에이 벌레도 안 보이는데요.
- 허~~ 참! 아 ~~진딧물이라니까요.
- 예~~에? 그럼 어떻게해요?
- 뭘 어떻게 해요. 살다가 죽겠지요. 그렇다고 농약 줄 거예요?
- 아니요. 그럼 이 진딧물이 살다가 새끼 낳으면 어떡해요?
- 그래도 할 수 없지요. 그 놈들도 다 살자고 버둥거리는 놈들인데...
그리고는 스승님은 휙 하니 아파트 옥상을 내려 가 버리셨다. 대책도 안 세워주고 가시니 참으로 난감하다. 다시 호박잎이랑 오이잎을 살펴봐도 진딧물이란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진딧물이라니 일일이 잡을 수는 없고 희게, 회색빛으로 변하는 잎들을 모조리 따 버린다. 따 낸 자리가 흉측하다. 꼭 만화에 나오는 털 뽑히다 탈출한 닭이나 오리 모양새다. 두 평 반짜리 상자텃밭 농사가 이리도 힘들 줄이야.
가지가 찢어질 듯 달린 토마토 나무에서 다 익은 토마토와 이제 붉게 익은 고추 두 어 개를 딴다. 오늘 아침은 토마토를 갈아 먹어야겠다. 줄줄이 익어가는 토마토를 보니 속상했던 기분이 싹 가신다. 당분간은 이 토마토를 따서 쥬스를 마실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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