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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을 잡지 않고는 못 배기는 | ||||||||||||||||||||||||||||||||||||||||||||||||
서예가 도정 권상호(지보면 출생) 씨 | ||||||||||||||||||||||||||||||||||||||||||||||||
( 대중20회 / 대고19회 ) | ||||||||||||||||||||||||||||||||||||||||||||||||
권오근 편집국장 youin67@ycnews.co.kr | ||||||||||||||||||||||||||||||||||||||||||||||||
“쏟아질 듯 질펀한 먹물에서 시작, 마지막 한 방울까지 우려내어 화선지에 불이 붙을 정도로 짓이기다가 보면 어느새 가슴은 감동과 뿌듯함으로 가득 찹니다. 서예는 맛볼수록 전신에 짜릿한 흥분을 주는, 일생토록 즐길 수 있는 별미라할 수 있습니다.” 신일고 교사이자 수원대 미술대학원 서예 겸임교수인 도정(塗丁) 권상호 씨. 그는 서예의 멋을 이렇게 표현했다. 권상호(지보면 수월리 출생) 씨가 본격적으로 먹과 붓을 대한 것은 경북대 사대 국어교육과 1학년 때인 1974년. 교내 서예 동아리 ‘경묵회’를 만들면서부터였다. 대창중고 시절 모교에 걸려 있던 원곡 김기승, 초정 권창륜(대창고 5회) 선생의 글씨에 깊은 감동을 받은 것이 서예에 심취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해정 홍순록 선생에게 산수화와 안진경체를 배웠으며, 수암 한정달 선생에게 왕희지체와 황산곡체, 천석 박근술 선생에게 사군자, 황재국·김진영·성백효·송찬우 선생에게 한문, 박영호 선생에게 철학, 근원 김양동 선생에게 전각과 서예 이론을 체득했다.
“서예란 우리말로 붓글씨라 하는데, 붓은 용구요 글씨란 ‘그어서 마음밭에 씨를 뿌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마음씨·말씨·맵시·솜씨 등과 함께 좋은 씨앗을 뿌려서, 즉흥적이고 자극적이며 각박한 현대 생활에 정신적 성숙을 통한 많은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합니다.”
그는 자신의 말처럼 붓글씨로 많은 열매를 맺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연달아 입선 6회와 특선 2회를 수상, 초대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개인전 4회, 그룹전 2백10여회를 개최할 만큼 서예 활동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는 특히 서예 퍼포먼스를 라이브 서예로 명명하고 현장에서 음악, 무용과 더불어 공연하는 등 서예의 정서와 문화를 알리는 서예 전도사 역할에도 열심이다. 지금껏 1백여회의 라이브 서예공연을 펼쳤다. 그는 중국, 대만, 싱가포르, 호주,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의 서예가들과 전시는 물론 학술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그에게 한문과 한글 서예의 차이와 매력을 물었다. 그가 말했다. 한문은 상형에서 오는 조형성이 매력이고, 세계문화유산인 한글의 매력은 실용성·과학성·예술성이 어느 언어도 따라 올 수 없다고. 그래서 그는 한글 서예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특히 해외에 나가면 한글 라이브 서예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한다. 권씨의 작품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기념·숭례문 화재 추모·이천 세계도자기 축제 등의 휘호와 서울사이버대학교·강원대학교·경남갤러리·강경왕젓갈 등의 제호, 중국 사천성 현대비림·충북 보은 한국비림·의정부 민락고등학교 교훈비 등의 비석, 매월당 김시습 기념 정자 ‘매월정’·시인 천상병 기념공원 정자 ‘귀천정’·해인사 선원 ‘심사굴’ 등의 현판을 그가 썼다. 그에게 고향은 삶의 에너지로 작용한다. 예천읍 노상리에서 나무를 때며 자취하다 연탄아궁이로 바꿨을 때의 감동, 영수학원에서 청소를 하며 고학하던 기억 등 학창시절의 추억이 작품의 모태가 되고, 삶의 거름이 됐다. 이봉식, 권영식, 박철상 씨 등 고향을 지키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생활의 큰 활력소가 된다고. 그는 인터넷 홈페이지 ‘서예닷컴(http://www.dojung.net/)’을 개설, 서예의 저변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홈페이지는 서예계 소식은 물론 서예·문인화·전각 작품과 자작한시, 수필, 논문, 서예교실, 한문교실, 문학이론, 각종 참고 자료 등 다양한 정보들로 채워져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서 서예갇미술가 가운데 인기 수위를 달리고 있을 만큼 각광받고 있다. 그에겐 소박한 꿈이 있다. 시·서·화·음(詩·書·畵·音)을 아우르는 라이브 서예 활동을 바탕으로 즐거운 서예와 서예의 실용화에 힘을 쏟는 것, 명상서예학회(가칭)를 만들어 심도 있는 서예 이론 서적을 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가장 큰 꿈은 ‘붓을 잡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서마(書魔)에 홀려 사는 것’, 바로 그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