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탁과 똑 닮은 네덜란드 가구社
폐목재 조각,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붙여 한때는 집·배였던 나무가 의자·탁자로
프라이탁과 똑 닮은 회사가 하나 있다. 네덜란드의 가구회사 '피트 하인 이크(Piet Hein Eek)'다. 디자이너인 창업자 겸 대표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가구 업체는 너무 오래돼 더는 운항할 수 없는 선박에서 뜯어낸 목재를 가공해 찬장이나 의자, 식탁과 같은 생활 가구를 만들어 낸다.
폐목재라고 하면 저렴할 것 같지만, 실제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찬장 하나에 700만원, 식탁은 1400만원이 넘는다.
이유는 프라이탁과 비슷하다. 희소가치 때문이다. 폐목재가 어디서 난 것인지, 실제로 얼마나 사용됐는지, 어떤 바다에서 운항했는지에 따라 물을 먹은 정도나 흠집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목재의 색깔이나 질감, 단단한 정도가 전부 달라진다. 당연히 어느 가구 하나 똑같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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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덜란드 가구 디자이너 ‘피트 하인 이크’가 만든 티테이블과 소파. 폐선박에서 떼어낸 나무로 만들어졌다. / 플리커
쓰다 버린 목재로 만든 가구가 정말 실용적일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선박에 쓰이는 목재는 뱃사람들의 목숨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재이기 때문에 항상 최상급만 사용한다. 게다가 수차례 바닷물에 젖었다 마르기를 반복하면서 담금질이 돼 새 목재와 달리 변형이 없고 훨씬 더 단단하다는 것이 피트 하인 이크의 설명이다.
미(美)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가구는 폐목재 조각을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붙여서 만들었는데, 새것에서는 볼 수 없는 고풍스러운 멋이 난다.
피트 하인 이크씨는 한 인터뷰에서 "보통 가구라면 광택을 내거나 페인트칠을 하지만 우리 가구는 그 과정을 생략한다"며 "오래된 나뭇조각을 재활용해 나무의 근본적인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이를 조합해 새로운 생명을 만든다는 점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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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트 하인 이크의 옷장. 가격이 약 700만원에 달한다. / 플리커
그가 처음 폐목재를 가구로 만들게 된 이유는 환경을 위해서라든가 재활용에 대한 사명감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저 오래된 목재의 아름다움을 보고 '재료로 활용해야겠다'고 시작했는데, 나중에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피트 하인 이크가 선보인 폐선박 가구가 '스크랩우드(scrapwood·재활용 나무라는 의미)'라는 가구 장르로 탄생하면서 한국에도 비슷한 업체들이 생겼다. 디자인 컨설팅 업체인 'SWBK'가 제작하는 가구 '매터앤매터' 제품들은 모두 인도네시아의 선박이나 트럭, 가옥을 해체하면서 나온 폐목재로 만든다. 이 회사의 공동 대표인 이석우씨는 "50년 전에는 집이거나 트럭, 배였던 나무가 서울에서 의자로 변신하는 스토리가 매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