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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문학관.한국시낭송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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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관신문 스크랩 홍성문학관을 찾아서/김학
지리산문학관.지리산시낭송축제 추천 0 조회 139 18.01.05 19:1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홍성문학관을 찾아서

                                                               三溪 金 鶴



충청남도 홍성 가는 그날은, 장마의 가운데 토막인 7월 8일 토요일이었다. 새벽부터 장맛비가 사납게 퍼붓고, 바람도 세차게 불었다. 우산을 받아도 뒤집어질 것 같은 날씨였다. 금방이라도 오늘 홍성에 갈 수 없다고 L교수에게 통지하고 싶었다. 그럴 때 함께 가기로 한 수필가 한성덕 목사가 우리 아파트단지에 도착했다고 전화를 했다. 우리는 빗속을 뚫고 전주를 떠나 홍성으로 달렸다.

홍성은 나나 한 목사나 초행길이었다. 다만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했다는 고려의 명장 최영 장군이 태어났고, 조선시대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긴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붙잡혀 목숨을 빼앗긴 사육신 중 한 분인 성삼문의 고향이며, 님의 침묵 등 유명한 시를 남긴 만해 한용운 스님을 배출한 고장이 아니던가? 날씨는 우중충했지만 홍성을 찾는 마음은 무척 설렜다.

한성덕 목사님은 내비게이션을 켜고 운전을 하니, 길을 몰라 헤맬 염려가 없어 다행이었다. 여산 휴게소에서 현대옥콩나물국밥으로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북으로북으로 달렸다. 백제의 수도 부여를 거쳐 고추의 명산지 청양과 홍성을 지나, 소설가 이재인 교수의 문인인장박물관이 있는 예산군 광시면 운산리에 도착했다. 벌써 그곳엔 부지런하신 분들이 우리보다 한 발 먼저 와 있었다.

우리는 인장박물관을 둘러보며 이 교수의 인장박물관 설립 배경에 대한 자상한 설명을 듣고 감탄했다. 유명 문인들의 도장은 물론 중국 황제와 우리나라 임금의 옥새도 구하여 보존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초대 문화부장관인 이어령 교수의 인장을 구했던 일화를 들려주어서 웃기도 했다. 그 자리에 모였던 일행은 석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홍성문학관으로 갔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홍성문학관은 홍성군 장곡면 무한로에 있었다. 넓은 운동장에는 벌써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이 문학관은 폐교된 양성중학교를 매입,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2016년 5월 14일 개관했다고 한다.

홍성문학관을 개관한 김도연 관장은 미모의 여성이었다. 3년 전에 홍성으로 귀농한 분인데 자신의 2막 인생을 멋지게 출발한 것 같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김도연 관장은 그동안 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문학관과 박물관 운영을 목표로 자료를 꾸준히 모았다고 한다,

김도연 관장은 홍성의 대표문인 만해 한용운 시인, 손곡 이달, 약천 남구만과 홍성출신 문인들의 저서와 문예지, 동인지 등을 전시 보존하고, 관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학 콘서트 같은 다채로운 문학행사와 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문학의 향수를 느끼게 해 주고 있다.

홍성문학관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김도연 관장을 비롯하여 행사 진행요원들이 현관에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교실 한 칸에 마련된 행사장에는 이미 30여 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시골답게 아담한 분위기였다.

홍성문학관은 지난해 충남문화재단에서 ‘2016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선정되어 박영춘, 김환겸 시인이 이 문학관에서 석 달간 머물면서 지역주민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작가와의 만남, 시 전시회 및 낭송회, 여름 캠프 등을 열었는데,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곳 농촌지역 주민들에게는 얼마나 단비 같은 행사인가?

오늘은 충남문학관과 홍성문학관 공동으로 마련한 ‘신나는 예술여행 문학관 문학멘토 콘서트’를 마련했다. 조종수 ‧ 박영춘 ‧ 김환겸 ‧ 조승현 시인의 시낭송과 김풍배 선생의 하모니카 연주, 이은영 선생의 섹소폰 연주가 곁들여졌다. 문학강연으로는 정낙유 시인의 ‘나는 시를 이렇게 쓴다’, 김학 수필가의 ‘한국수필의 새로운 패러다임’ 그리고 김정현 아동문학가의 ‘동화, 그 언덕 너머의 환희’가 이어졌다.

특이한 것은 출연자와 방청객들이 그 자리에서 주최측이 마련한 한식 뷔페로 점심식사를 함께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노라니 출연자와 방청객의 관계는 8촌에서 4촌쯤으로 가까워진 듯했다.

홍성문학관은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지만 다양한 꿈을 꾸고 있었다. 기존의 교실을 레지던스 공간으로 리모델링하여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창작 집필실과 작업실로 활용하게 하고, 지역 어르신을 위한 ‘농촌 시니어 문예창작교실’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홍성문학관의 나이테가 굵어질수록 주민들의 문화욕구를 더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지난해 6월 동유럽 4개국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요한 볼프강 괴테 ‧ 헤르만 헷세 ‧ 카프카 등의 유적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들은 노밸문학상을 수상한 최고의 작가들이지만, 우리나라처럼 개인문학관은 없었다. 그들이 살던 아파트나 조그만 병원자리에 박물관을 마련하여, 온갖 자료를 전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하나도 없고, 기준이나 원칙도 없이 멋대로 방방곡곡에 ‘문학관’이 세워지고 있다. 그 문학관도 개인이 건립하는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나랏돈을 들여서 경쟁하듯 세우고 있다. 그럴 돈이 있으면 차라리 도서관을 짓고, 그 도서관 한 귀퉁이에 작가의 자료를 전시하면 좋을 텐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성문학관은 우리가 귀감으로 삼아야 할 모델이려니 싶었다.

교실마다 깔끔하게 전시된 자료들을 보니 문학의 향기와 문학관 관계자의 정성이 깃든 느낌이 들었다. 특히 어느 교실에서『全北隨筆 76호』를 만나니 무척이나 반가웠다. 나의 손때가 묻어 창간된 동인지일 뿐 아니라 특히 76호 특집「원로와의 대화」에는 나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전주로 돌아올 때는 서천을 지나 전북 군산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열리는 ‘힐링찬양콘서트’에 참석했다. 백금숙 사모와 강복수 전도사 등의 찬양송과 박주향 장로의 ‘판소리 성경’을 감상하고 옥산 할매국수집에서 푸짐한 메밀국수를 배불리 먹고 전주로 돌아왔다. 비도 개어 상쾌한 기분이었다. 백제의 옛 땅을 한 바퀴 돌아오니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2017. 7.10.)

*김학 약력

1980년 월간문학 등단/『수필아 고맙다』등 수필집 14권,『수필의 길 수필가의 길』등 수필평론집 2권/ pen문학상, 한국수필상, 영호남수필문학 대상, 신곡문학상 대상, 연암문학상 대상, 전주시예술상, 목정문화상 등 다수 수상/ 전부수필문학회 회장, 대표에세이문학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 역임/신아문예대학 교수

e-mail: crane43@hanmai.net http://crane43.k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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