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주거기준 미달 거주가구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공공임대주택 확충하여 주거권을 보장하라
참담한 마음으로 신림동 상도동 반지하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한다. 폭우는 한국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폭등한 집값과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주거양극화의 불평등 속에서 가난한 이웃들은 반지하로 내몰렸고, 차오르는 빗물에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절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인구총조사 통계자료상 2020년 기준 전국 32만7320가구가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다. 반지하의 취약성은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다. 2010년 태풍 곤파스로 다수 반지하 가구가 피해를 입자 서울시는 저지대 반지하 신축을 금지하는 등 대응책을 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시에만 20만849가구가 반지하에 살고 있고, 참사가 발생한 관악구는 반지하 가구가 2만이 넘는다.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에도 참사가 재발하였다.
침수 예방책으로 차수판과 하수 역류방지장치 등을 신청시 설치해주지만, 열악하고 위험한 주거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에겐 미봉책일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주거취약계층의 전국 실태파악을 토대로 한 지원책 마련과, 공공임대주택의 대폭 확충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국토교통부는 반지하 거주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코로나로 인한 방문조사의 어려움을 이유로 미뤄진 상태다. 뿐만 아니라 근본대책이 될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축소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전임 정부에 비해 4만가구나 뒤떨어진 10만가구만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부동산세금을 깎아주며 다주택 투기세력에는 발 빠르게 발맞추고 있다.
10일 발표된 정부와 서울시 대책 또한 최소한의 조치에 머무르는 수준이며, 일부는 면책을 위한 사후약방문식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거환경정비⸱도시계획⸱스마트기술를 거론하며 참사를 막을 근본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 정부에서 공공임대주택은 어떻게 해서든 덜 지어야 할 골치거리 취급을 받고 있다. 저층 주거지의 주거환경 개선과 사회통합적 계층혼합을 도모하는 매입임대주택 계획 역시 축소와 확대가 번갈아 등장하는 수사 속에만 머무르고 있다.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거론하며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선언 했지만, 반지하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의 당장의 피해 방지 방안이나, 보다 나은 주거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빠져있다.
지방 도시에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고시원과 달리 반지하 주거는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다. 또한 비주택으로 지어진 다음 불법으로 개조되어 주택으로 사용되는 ‘완지하’ 주거 문제도 심각하다.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무조건 서울의 반지하만 없애기 위해 이번 정부의 정책기조대로 임대인을 위한 인센티브 중심으로만 접근한다면, 반지하 거주가구가 쫓겨난 더 먼 지역에 ‘완지하’ 불법주택만 늘어날 수도 있다.
부양가족 때문에 지상의 더 좁은 집으로 갈 수 없거나, 그 지역을 떠날 수 없거나, 어쩌다 반지하 주택의 소유주가 되었지만 팔아봤자 다른 곳으로 갈 돈을 마련할 수 없는 경우 등, 반지하 거주가구가 그곳을 선택한 이유는 다양하다. 이러한 사연들에 대한 세심한 실태 파악과 대안 마련 없이 정치적 면피를 위해 설익은 대안을 쏟아내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겠다는 말과 같다.
차오르는 빗물, 절망에 잠겨 죽어간 이웃을 애도하며, 강력히 촉구한다. 정부는 건물을 넘어 사람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반지하는 물론 옥탑방과 고시원 등 비적정 주거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차분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주거취약계층 지원책을 마련하라.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와 불법건축물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충하라. 생명까지 앗아가는 주거불평등을 해소하고 주거권을 보장하라. 수마에 희생된 이웃들의 명복을 간절히 빈다. <끝>
2022년 8월 11일
집걱정없는세상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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