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의 캠핑.
때를 같이해서 클라이밍 그룹의 동료도 생일을 맞이해서 대대적인 파티 계획을 하고 웨스트 코치에 모였습니다.
멕시코 국경이 근처라서 차량을 국경 경비대에게 검문도 당하고하고 캠프 사이트에서 히피들은 만월 파티를 하느라 고성방가와 할로윈 코스튬같은 무시무시한 옷을 입고 불쑥 차앞으로 달려들고.. 어쨌든 스펙타클한 캠핑의 시작이었지요!
각자 캠핑에 필요한 식재료며 음식을 준비해 오는데 남편은 근처에 툼스톤이 있으니 거기가서 밥을 먹자며 캠프사이트를 나섰습니다. 어제는 야간에 오느라 주변 풍경을 하나도 못 봤는데... 시퍼런 하늘아래 이런 황량한 모습을 하고 있네요!
서부개척시대에 은광을 배경으로 무법자들의 천국이었다는 툼스톤.
O.K 목장의 총격전이 유명한데,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툼스톤(Tombstone 1993)이라는 영화는 죽기전에 봐야하는 영화 1001의 목록에 올라있다고 하네요! 1880년대 이야기의 배경인데 실제로 영화도 이곳에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실제 마을이기 보다는 영화 촬영장 같은 느낌이 더 강한 곳이에요!
역사 사적지로 지정되면서 실질적으로 관광수입에 의존해서 생활하는 곳이기도 하구요.
마을 몇몇 구간은 차량이 다니지 못하게 통제를 합니다.
걷거나 혹은 마을의 관광 수입인 마차를 타야만 하는 곳이지요!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열고 있는 가게가 몇군데 없었는데 롱혼(Longhorn)이라고 하는 레스토랑에 들어섰습니다.
패밀리 다이닝이라고 하지만 색채와 내부는 야사시 한것이 왠지 가족적이지는 않더군요.
1880년대에는 말을타고 총을 찬 무법자가 있었다면 현대판 무법자는 이런 것이 아닐까요?
미국식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우두두퉁탕탕 하는 바이크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더니 가죽자켓과 문신으로 치장한 한무리의 바이커들이 들어옵니다. 주말이라 아마도 아침 회동을 하는 모양이에요!
O.K 목장의 총대결을 재현하는 쇼도 툼스톤의 주요 수입원인데요.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쇼를 보러 오라며 호객하는 카우보이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기럭지와 비율이 좋아서 남편님이 옆에 계시지 않았으면 얼씨구나 따라갈판!
캠프사이트로 돌아와서 오후 일정은 주로 클라이밍과 근처 하이킹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간만에 대형 그룹을 꾸려서 야외로 나오다 보니 실질적으로 벽에 붙이 있는 시간은 많지가 않았네요.
이곳의 벽은 주로 슬렉형태로 홀더가 작고 경사면이 많은 편입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벽의 형태가 다른데요 남편은 오버행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그다지 흥을 내지 못하네요!
저역시 클라이밍 기술이 좋지 못한고로 손이나 발 놓을데가 많은 벽이 좋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해가 뉘엇뉘엇 기우니 다시 캠프사이트로 모여서 생일파티 준비를 합니다.
멕시코식 타코와 각종 피클, 치즈, 스테이크등을 구워 서로의 접시에 나눠주고 술잔을 돌립니다.
드디어 생일자에거 50개의 초가 꽂힌 케잌증정.
소원을 빌고 한방에 불어서 끄라고 했는데...초를 보니 불끄다가 호흡곤란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도 항상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고 계신데다 의사시라 건강관리를 알뜰이 하고 계신 스티브 슨상님... 한방에 초끄기 완료!
저녁 늦게까지 술잔이 돌고 수다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아직도 영어 울렁증을 가진 저는... 술에 취한 건지, 영어에 취한건지 아니면 황홀한 이 밤 분위기에 취한 건지 어질 어질....
마지막날 아침은 웨스트 코치의 쉽헤드 피크로 하이킹을 가기로 합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쭐래쭐래 멋모르고 길을 따라 나서는 멍멍씨! 오늘도 고통 스러울 것이다 아가~
5.11~12 슬렉(경사)의 가지고 있는 거대 바위
오늘은 클라이밍이 아닌게 천만 다행. 이 바위를 끼고 돌고돌아 바위 정상까지 올라갑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더 가파르고 바위간의 간격이 커진데다 멍멍이는 뾰족하고 뜨거운 돌을 밟고 다닌터라 계속 발을 핥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은 발바닥이 홀랑 까져버린거지요. 게다가 꼭대기 주변은 팬스같은건 없는 절벽이니 이 또한 자그마한 멍멍이에겐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서 웨스가 이렇게 강아지를 배낭에다가 울러맵니다.
진심으로 힘들었던 건지 미동도 않고 배낭에 올라 계신 럭키군! 인간보다 체온이 높은데다 털까지 가지고 계신 이분 덕분에 남편은 때아닌 사우나를 하셨지요. 땀많은 사람이 아닌데.... 줄줄줄~
드디어 정상.
뭐라 말 할 수 없이 멋집니다. 다 아시겠지만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뭔가가 있지요.
미국 서부의 그냥 흔하디 흔한 풍경인데 저는 매번 놀랍고, 매번 넋이 빠지고, 매번 황홀합니다.
마르코가 건너편 언저리에서 지오박스를 발견했습니다.
누가 시작한건지 잘 모르겠지만 산이나 들판에서 표석이 될만한 곳에 이렇게 보물처럼 박스를 숨겨 놓지요.
비상식량에서부터 해드램프 연필 등등. 누군가 산에서 길을 잃는다거나 하면 이런 박스가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것을 가지면 자기것 하나를 넣어 두는 것이 룰이라고 하는데 가져 온 것이 없으니 이름만 남겨봅니다.
네덜란드에서 온 마르코. 그래서인지 그도 미국의 자연이 생경하긴 저랑 마찬가지겠지요!
얼룩말 몇마리 기린과 코끼리를 합성해 넣으면 세렝게티와 다를바 없다고 이야기 하며 서로 웃어봅니다.
촐랑거리기 1순위이신 럭키도 기력이 다 했는지 캠프에 돌아오자 마자 미동도 없이 그늘에 뻗어 계십니다.
몸집이 작으니 어마어마한 대장정을 한 것이겠지만 3분의 1할은 업혀 다녔는데.. 이눔의 자식!
웨스트코치 파노라마샷!
웨스트 코치 스트롱홀드 (West Cochise Stronghold) 가족과 주말 캠핑으로 가기에 딱 좋은 곳인것 같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사적지가 근처에 있고, 자전거와 말을 타기 안전한 너른 초원과 여러군데 분산되어 있어 다른 사람과 마찰을 일으킬 염려가 적은 캠프사이트. 그리고 멋진 바위와 하이킹 코스까지....
미국 MUST GO 관광책자에 나올만큼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캠핑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강추!
이상으로 미국에서 넓은 세상과 마주하며 열심히 살아보려(?)는 스톤부인이었습니다.
- Kyo's -
첫댓글 이거 뭐... 인자 부럽단 말도 지겹쟈?~ ㅎㅎ 멍멍이 그놈 참 볼수록 귀엽네!~
멍멍자가 갈수록 사람스러워 집니다.
이젠 제법 산에서도 말을 잘 알아먹어요!
진짜 엄청나네!!!저런걸 언제 다 봉까? 부지런히 댕겨야겠다~~ㅋㅋ
ㅋㅋ.. 금악아...아리조나 주 1개만도 90일동안 다 못 돌아본다... 캐나다 찍고 다시 내려오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