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5권
5. 아귀품(餓鬼品)
43) 악견(惡見)이란 여인이 물을 보시하지 않다가 아귀에 떨어진 인연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시었다.
존자 대목건련(大目揵連)이 한 나무 아래 앉아 있다가 한 아귀를 보았는데, 몸은 촛대처럼 마르고 배는 큰 산처럼 부풀었으며 목은 바늘처럼 가늘하고 머리털은 송곳처럼 뾰족하여 온몸을 마구 찔러 상처 투성이였다.
그리고 팔ㆍ다리 사이에서 불이 나오는가 하면, 강이나 샘에 달려가도 물이 다 고갈되었을 뿐만 아니라 물을 마시려고 해도 입술이 다 타버려 마실 수 없었다. 설령 하늘에서 그의 몸에 단비[甘雨]를 퍼붓더라도 비가 변하여 불이 되었다.
이때 목련이 아귀에게 물었다.
“너는 전생에 무슨 악업을 지었기에 이러한 고통을 받느냐?”
아귀가 목련에게 대답하였다.
“제가 이제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뿐 아니라, 입이 타고 목이 말라서 대답할 수조차 없으니, 당신이 직접 부처님께 물어 보십시오.”
목련이 곧 부처님 처소에 가서 그 인연을 묻고자 하였는데, 마침 세존께서 대중들을 위해 묘법을 연설하시다가 목련이 들어오는 것을 보시고 먼저 자애롭고 부드러운 말로 물으셨다.
“무슨 이상한 일을 보았느냐?”
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아까 한 아귀가 나무 밑에서 온몸이 다 불에 탄 채 사방으로 치달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위의 사실을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리고 여쭈었다.
“전생에 어떠한 악업을 지었기에 오늘날 그러한 고통을 받는 것입니까?”
세존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를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이 현겁에 가섭(迦葉)이란 부처님이 바라날국(波羅捺國)에 출현하셨는데, 어떤 사문이 먼 길을 떠나가다가 더위와 갈증에 매우 지쳐 있던 차에, 마침 악견(惡見)이란 여인이 우물에서 물을 긷는 것을 보고 거기에 가서 물을 좀 요청했더니,
그 여인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당신이 목이 말라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당신에게 끝내 이 물을 줄 수 없습니다.
당신 자신도 나로 하여금 물을 얻게 하지 못할 것이오.’
이때 사문은 물을 얻지 못한 채 다시 되돌아가고 말았다.
저 여인은 그 뒤에도 인색하고 탐욕스러운 마음이 더하여 와서 구걸하는 이가 있어도 보시하지 않았다가 그 후에 목숨이 끝날 때엔 아귀에 떨어졌으니, 이 업연으로 말미암아 그러한 고통을 받느니라.”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 물을 보시하지 않았던 여인이 바로 지금의 저 아귀니라.”
부처님께서 이 악견 여인의 인연을 말씀하실 때에, 그 모임에 있던 여러 비구들이 인색하고 탐욕스러운 마음을 버리고 생사를 싫어함으로써 그 중에 혹은 수다원과를, 혹은 사다함과를, 혹은 아나함과를, 혹은 아라한과를 얻은 자도 있었으며, 혹은 벽지불의 마음을 내고, 혹은 위없는 보리심을 낸 자도 있었다.
다른 비구들도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는,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