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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당집 제13권[3]
[용담 화상] 龍潭
보복保福의 법을 이었고, 서주舒州에서 살았다. 선사의 호는 여신如新이며, 복주福州의 복당현福唐縣 사람이다. 속성은 임林씨이고, 영악원靈握院에서 출가하였다. 계를 받은 뒤에 조사의 법연을 흠모하여 보복保福 문하에 들어가 마음을 전하는 법문을 가만히 깨쳤다. 몇 해를 머물러 있다가 민閩 지방을 떠나려고 보복에게 하직하니,
보복이 물었다.
“그대가 민령閩嶺을 벗어나면 언제쯤에나 다시 돌아오겠는가?”
선사가 대답했다.
“세계가 평온해지면 찾아와서 문안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대에게 호신부護身符를 하나 주리라.”
“그렇지만 긍정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걱정입니다.”
이에 보복이 깊이 법기法器라 여겼다. 그로부터 회해淮海 지방을 두루 도니, 단신(檀信:신도)들이 우러러 흠모하였고, 많은 무리들을 굽어 살피느라선찰禪刹을 세웠다.
선사가 어느 때 상당하여 양구했다가 말했다.
“예의범절이 번거로우면 어지러우니라.”
“어떤 것이 가섭이 친히 들은 것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알아듣기만 한다면 나는 인색하지 않으리라.”
“그렇다면 스님을 번거롭게 하지 않겠습니다.”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또다시 방망이를 휘둘러야 하는데, 어찌 번거롭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간단하고 요긴한 부분을 스님께서 지시해 주십시오.”
선사가 말했다.
“말을 해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남의 말을 들어야 한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횡설수설하더라도 아직 위로 향하는 한 관문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하였는데, 어떤 것이 한 관문의 빗장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우리 어머니가 낳아 주신 팔이 짧아서 다행이다.”
“어떤 것이 조사의 뜻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말하는 것이 무엇이 어려우랴?”
“그러면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이에 선사가 말했다.
“영리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선타바仙陀婆도 되지 못하는구나.”
선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옛사람들이 군신君臣ㆍ부자父子의 관계를 빌어 설법한 것을 그대는 믿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오늘은 피로해서 아무 생각도 없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내일 아침이 되면 와서 대답하겠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총림에 들어온 지 오래되었습니다.”
선사는 계사년癸巳年 겨울에서 신오년申午年 봄, 정묘월丁卯月 21일까지 가르침을 펴고 제자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그리고는 그날 자시子時에 열반에 드니, 세수는 41세요, 승랍僧臘은 25세였다.
[복선 초경 화상] 福先 招慶
보복保福의 법을 이었고, 천주泉州에서 살았다. 선사의 휘는 성징省澄이고, 천주의 선유현仙遊縣 사람이며, 속성은 원院씨이다. 고향에 있는 용화사龍華寺 보리원菩提院에서 출가하고, 나이가 차자 계를 받았다. 처음에 그는 율부律部를 정밀히 연구했고, 『상생경上生經』을 잘 강론하였다.
옛 인연에 따라 청정한 자리에 뛰어들기는 했으나 진리를 깨닫는 데는 어찌 광안廣岸만을 고집하랴?
그리하여 말하기를,
‘내 듣건대 선종이 가장 높다는데, 하필 여기에 묶여 큰 진리를 잃겠는가?’ 하였다.
그리고는 옷자락을 걷어잡고 참문을 떠나서 먼저 고산鼓山ㆍ장경長慶ㆍ안국安國을 뵈었으나 인연이 맞지 않아서 다시 보복保福의 문하로 들어갔다. 그런 뒤에야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을 단숨에 쉬어 버렸다.
그 뒤 어느 날, 보복保福이 갑자기 불전佛殿에 들어왔다가 부처님을 보고 손을 번쩍 드니,
선사가 얼른 물었다.
“부처님을 보고 손을 드시는 뜻이 무엇입니까?”
보복이 손을 들어 덥석 선사의 멱살을 잡고는 선사에게 물었다.
“나의 뜻이 무엇인지 그대가 말해 보아라.”
선사가 대답했다.
“화상께서도 몸을 눕히셔야 하겠습니다.”
보복保福이 말했다.
“이 작대기는 내가 자진해서 꽂았느니라.”
이에 선사가 말했다.
“화상께서 그저 몸만 눕히시는 것이 아닙니다.”
이 일로 인하여 보복保福이 매우 갸륵하게 여겼다.
얼마 뒤에 오吳ㆍ초楚 지방을 돌면서 두루 산천을 구경하고는 다시 초경원招慶院 법석에 이르러 용계龍溪의 뜻을 남몰래 굳건히 하였다. 나중에 군사郡使가 이르러 선사의 도덕을 흠앙하여 법륜法輪 굴리기를 청하고 자의紫衣를 하사하고, 호를 정수淨修라 하였다. 선사가 개당開堂하는 날 자리에 올라 잠시 후 대중에게 말했다.
“여러분이 뒷날 다른 곳에서 도반을 만나면 그에게 어떻게 이야기하려는가?
만일 말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대중 앞에서 한번 말해 보라.
만일 바르게 말한다면 윗대 조사도 저버리지 않을 것이고,또한 뒷사람들도 매장시키지 않을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마음이 통하는 군자는 문자 밖에서 만난다’ 하였는데, 혹시 이러한 것이 있는가?
더구나 조계의 후손들이라면 어떻게 그 이치를 논해야 하며, 어떻게 제창해야 하는가?
만일 묻고자 한다면 종승 안에서 물어라.”
이때 어떤 사람이 먼저 물었다.
“화상께 묻겠습니다.”
그러자 선사가 대답했다.
“흰 구름이 천 리, 만 리니라.”
“듣자옵건대 화상께서 말씀하시기를,
‘종승 안에서 물어라.’ 하셨는데, 화상께서 대답해 주십시오.”
“그렇게 해도 괜찮으니라.”
“옛날 각성覺城 동쪽에서는 큰 코끼리가 되돌아왔는데, 오늘 민령 남쪽에서는 어떻게 학인들을 제접하십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알겠는가?”
“그렇게 하시면 한 기연을 드러내 보이는 곳을 네 구절이 뒤쫓아도 따라잡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위로부터의 종승은 어떤 쪽의 일을 이룹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물러가서 절을 한 뒤에 대중을 따라 오르내려라.”
“옛날 영산의 모임에서는 익왕匿王이 부처님께 법을 청하였고, 오늘 초경원招慶院에서는 태위太尉께서 스님을 맞이하여 인간과 하늘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였으니, 지극한 진리를 내리시어 알게 해주십시오.”
선사가 대답했다.
“질문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자비의 배가 이미 괴로움의 바다에 떴으니,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천만의 말이로다.”
“옛날 범왕梵王이 부처님을 청한 것은 대체로 법을 받들려는 마음이었는데, 오늘 태위太尉께서 자리에 임하셨으니, 어떻게 건져 주시겠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건져 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만 긍정을 하는가?”
“그렇다면 오늘의 이 모임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그대를 위한 것은 아니니라.”
“그러면 누구를 위하시는 것입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오히려 그대를 위한 것이었다.”
“9년의 소실少室과 꽃잎 다섯이 핀 일과 10년의 백련白蓮 등을 지금 어떻게 학인들에게 보이십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어떻게 이야기하려는가?”
“그렇다면 법 비가 주룩주룩 내려 생령들이 살길을 얻겠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다른 때에 그렇게 말하면 되겠느니라.”
선사가 상당하여 말했다.
“내가 이러쿵저러쿵 지껄여도 되기는 하겠지만 여러분에게 이익이 없을 것이다. 달마達摩 대사께서 양나라 보통普通 8년에 이 땅에 와서 소림사少林寺에서 무감각하게 앉아 계시기만 하니, 사람들은 그를 일러 벽을 바라보는 바라문婆羅門이라 하였는데, 9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한 사람의 후계자를 얻었다.
그는 관음觀音 성인의 후신인데, 어찌 지혜와 변재가 없어서 설법을 할 줄 모른다 했겠는가?
그때 달마가 2조에게 전해 준 것은 무슨 뜻이겠는가?
2조 또한 달마에게서 전해 받은 것은 무엇이던가?
만일 말할 수 있는 이가 있거든 나와서 대중 앞에서 말해 보라.
만일 말할 수 있는 이가 없다면 대중은 귀를 기울이고 들어라. 내가 그대들을 위하여 그때의 일을 말해 주리라.”
그때에 대중들이 엄숙히 서서 기다리니 선사가 말했다.
“너무 오래 서 있었다. 잘 돌아가라.”
“훌륭한 말씀과 묘한 구절이 모두가 경전 말씀입니다. 진실한 참 근원을 스님께서 지시해 주십시오.”
선사가 대답했다.
“차를 마시거라.”
“그러시면 지혜의 해가 천지에 밝아서 어둠은 모두가 밝아지겠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뒷날에도 작가를 만나야 되겠도다.”
“듣건대 화상께서는 옛사람의 인연을 들어 말씀하시기를,
‘스승께서 순금 자리에 앉으시어 항상 진실한 이치를 말씀하시고, 광채를 돌려 나를 비추시어 삼마지三摩地에 들도록 하신다’ 하셨는데, 어떤 것이 진실한 이치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의 이 질문을 살펴보고 있느니라.”
“그렇다면 그 당시와 다르지 않겠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같다거나 다르다 하는 것은 하늘과 땅보다 더 멀게 된다.”
선사가 상당하였다가 하당下堂할 즈음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법을 물을 자는 나오너라.”
그때 묻는 이가 아무도 없자, 선사가 양구했다가 말했다.
“찬 서리가 내린 뒤에 비로소 송백松柏의 절개를 알고, 일이 어려워진 뒤에야 대장부의 마음을 안다. 조심해서 돌아가라.”
선사가 상당하여 말했다.
“진실은 말을 여의고 문자 또한 다른 때에 시행되나니, 여러 상좌들이여, 이것은 가르침인가, 가르침이 아닌가?”
또 상당하여 말했다.
“본래부터 원만히 이루어졌으니, 수고롭게 베틀이나 북을 다룰 필요가 없다. 여러 상좌들이여, 착수하겠는가, 착수하지 않겠는가?”
또 상당하여 말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마음을 내려 하면 바로 어긋난다’ 하니,
초경招慶이 말하기를,
‘마음을 내려는데 어찌하여 도리어 어긋납니까?’ 하였느니라.”
이때 어떤 사람이 나와서 차수를 하고 섰으니, 선사가 긍정하였다.
또 상당하여 대중에게 설법을 마치고 공양 때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 상좌들이여, 뒤를 볼지언정 앞은 보지 말라. 잘 돌아가라.”
어떤 이가 물었다.
“남전南泉이 말하기를,
‘3세의 부처님들도 알지 못하는데, 이노狸奴와 백고白牯가 오히려 알고 있다’ 하셨다는데, 3세의 부처님께서 어찌하여 알지 못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단지 자비로써 중생을 위하기 때문이니라.”
“이노와 백고는 어찌하여 알고 있습니까?”
“그저 물과 풀만 생각할 뿐 다른 것을 구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그러면 남전은 알고 있었습니까?”
“허깨비인 줄을 알면 바로 여의느니라.”
“세 치의 혀를 움직이기만 해도 모두 도중途中에 떨어진다 하는데, 도중에 떨어지지 않는 소식을 스님께서 지시해 주십시오.”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방금 쌀 방아를 찧고 돌아오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헛되이 이 질문을 한 것이 아니겠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오늘이 바로 참되고 바른 날이니라.”
“절차에 맞지 않음을 꾸짖지 마십시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병 하나, 발우 하나면 가는 곳마다 모두 삶의 터전이 되느니라.”
“그렇다면 후학後學의 무리들은 모두가 큰 음덕을 입겠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대중을 따라 올라왔다 내려갔다 하여라.”
또 상당하여 말했다.
“여러분은 곤륜산崑崙山을 알지언정 벽파(劈破:쪼개서 두 쪽을 냄)를 알지는 말라.
천축의 큰 선인의 마음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은밀히 전하니, 이것이 곤륜인가, 벽파인가?”
이때 어떤 사람이 문득 물었다.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여러분들은 곤륜산을 알지언정 벽파를 알지는 말라.’ 하셨는데, 어떤 것이 곤륜입니까?”
선사가 양구하니,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벽파한 것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저 이것일 뿐이니라.”
어떤 스님이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의복과 형상은 다르나 묘한 기틀은 둘이 아니다’ 하였는데, 어떤 것이 둘이 아닌 묘한 기틀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나누어 보라.”
“이미 스님의 지시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보임하오리까?”
“아까는 어떻게 알고 있었는가?”
“그것이 무엇입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옷을 입고 밥을 먹어라.”
“법을 다해 제창하여도 남의 점검을 면할 수 없는데, 만일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이 방문해 온다면 어떻게 의사를 소통하리까?”
선사가 대답했다.
“차와 밥으로 시간을 끌어라.”
“그렇다면 애써서 꿰어 보아도 공이 없겠습니다.”
“고을 관청에서 설을 쇠고 봄이 오면 다시 돌아오느니라.”
“어떤 것이 불법의 큰 뜻입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시끌벅적한 사이에 새벽닭과 저녁 종이 우느니라.”
“위로부터 전해온 종승을 어떻게 들어 제창하시겠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없었다면 어찌 마당을 쓸 수 있었겠는가?”
“온몸을 떨쳐서 살폈는데, 어찌하여 여전히 기와 쪽을 잡았다 하십니까?”
선사가 도리어 물었다.
“그대에게도 눈이 있는가?”
“만일 그렇게 묻지 않으면 어찌 그날의 일을 알겠습니까?”
“그대는 사(思:靑原 行思) 화상의 소견이 어떻다 여기는가?”
스님이 앞으로 나아가 차수叉手를 하고 섰으니, 선사가 말했다.
“사 화상을 저버리지 말라.”
스님이 다시 물었다.
“사 화상도 어찌 그렇지 않았겠습니까?”
이에 선사가 말했다.
“많은 사람의 눈은 속이기 어려우니라.”
“온백설자溫伯雪子와 부자夫子가 만났던 일은 묻지 않겠습니다. 화상께서는 어떻게 만나십니까?”
선사가 “아[嗄]” 하니, 스님이 다시 말했다.
“만일 제가 아니었다면 화상의 비웃음을 샀을 것입니다.”
“그대는 아까 무엇을 물었던가?”
학인이 절을 하니, 선사가 말했다.
“새우는 뛰어도 통발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그대가 알지 못하는구나.”
선사가 다음과 같이 송했다.
부처의 해, 중천에 뜨니 옅은 안개 걷히고
각성覺城의 동쪽에서는 상왕이 돌아온다.
선재善財의 다섯 무리가 모두 알아들었는데
추자鶖子는 만났지만 오지 않을 것 같구나.
“교묘한 말이라 해도 세 치의 혀에 걸리나니, 올라온 것을 꾸짖지 마시고 저에게 지시해 주십시오.”
선사가 대답했다.
“나는 그대가 올라온 것을 꾸짖지 않느니라.”
“스님의 자비를 깊이 알겠습니다. 어떤 것이 스님의 뜻입니까?”
“나는 잠시 두고라도 조금 전의 그대의 뜻은 무엇이었던가?”
학인이 절을 하니, 선사가 말했다.
“내가 조금 전에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었는데, 그대는 알지 못하더군.”
선사가 다음과 같이 송했다.
대사께 양梁의 왕이 강講을 청하여서
막 연화좌에 오르다가 층계만 밟고는 돌아갔다.
황제가 그 뜻 알지 못하자 지공志公이,
대사가 이미 『금강경』을 강했다 말하네.
“보현普賢은 마음이 활짝 열렸는데, 어째서 원통圓通을 얻지 못했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인지因地에서 마음을 닦는 데는 듣는 힘이 크나니, 첫 마음에 어찌 원통을 얻으리오.”
스님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격조가 ‘높아 머무르기가 어렵고 문턱이 넓어서 어울리기가 어렵다’ 하는 것이겠습니다.”
선사가 언젠가 다음과 같이 송했다.
그 당시 오파吳坡에서 탑을 열기 전에
송운宋雲이 총령蔥嶺에서 스님이 돌아가시는 것을 보았네.
한 손에 신짝을 든 일, 분명하거늘
후대 사람 어떻게 은밀히 알아들었을까?
“화상께서는 누구의 법을 이으셨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장수漳水가 깊으니, 그 어찌 물밑 바닥을 헤아리랴?”
“그렇다면 용계龍溪의 한 가닥에서 진수晋水가 나뉘는 격이겠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달콤한 말에는 도가 없거늘, 어쩌자고 말을 다듬고 꾸미는가?”
“어떤 것이 옛 부처님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금빛이 없느니라.”
스님이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요즘 부처님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웃음 띤 얼굴이니라.”
“옛 부처님과 요즘 부처님을 구별할 수 있습니까?”
“그대에게 말하건대, 금빛 없는 것과 웃음 띤 모습이니라.”
스님이 다시 물었다.
“예다, 이제다 말하는 것은 저로 인한 것입니다. 화상의 경지는 어떠합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봄 날씨가 따사로우니, 만물이 새로워지느니라.”
부주府主인 태위太尉가 물었다.
“대중 스님들께서 이미 화상의 가르침을 받았기에 제자도 나서서 화상께 자비를 구합니다.”
선사가 대답했다.
“태위太尉께서 이미 예까지 나오셨으니, 초경招慶이 접대하지 않을 수 없소이다.”
“제자는 구속에 얽매인 날이 많았고, 군부軍府의 일도 많아서 잘 깨닫지 못했으니, 스님께서 방편을 내려 주십시오.”
선사가 말했다.
“태위太尉가 아까 말하기를,
‘나왔다’ 하였고,
초경은 말하기를,
‘제접하지 않을 수 없다’ 하였는데,
태위께서는 아시겠소?”
이에 태위가 절을 하고 물러났다.
어떤 이가 물었다.
“무엇이 반야般若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이것이 무엇인가?”
“그러면 저는 스님 때문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깨달은 내용이 무엇인가?”
“차가 있으면 차를 마십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너무 깊구나.”
[산곡 화상] 山谷
보복保福의 법을 이었고, 서주舒州의 삼조탑三祖塔에서 살았다. 선사의 휘는 행숭行崇이며, 복주福州의 장계현長溪縣 사람으로 속성은 정鄭씨이다.
자운사慈雲寺에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았다. 경론에 있어서 박식하고 능통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고, 율부律部에도 매우 정통하였으며, 백법百法의 강의에도 능숙하였다. 오랫동안 절강浙江에서 살았는데, 나중에 보복保福이 무리를 지도하는 덕화가 성대하다는 소문을 듣고는 옷섶을 여미고 나아가서 심인心印을 남몰래 전해 받았다.
장주漳州의 태위太尉가 선사의 도풍을 흠앙하여 선원을 바로잡아 줄 것을 청하고, 자의紫衣를 하사하기를 주청하였으며, 불사佛事를 크게 도왔다. 얼마 있지 않아 장포漳浦를 떠나 멀리 황도皇都에 이르러서 여러 모로 황제의 두터운 은혜를 입었고, 산곡山谷이라는 호를 하사 받았다.
선사가 처음 개당開堂할 때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순서에 어긋남을 꾸짖지 마시고 선사가 온전한 것을 보여 주십시오.”
선사가 대답했다.
“만일 온전한 것을 보여 달라면, 그대는 또 누구인가?”
또 어느 때 상당하여 말했다.
“비록 있지는 않지만 항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만일 보은報恩이 사람들을 위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대들은 뜻과 견해와 5음陰의 몸에서 벗어났다고 인정하리라. 만일 알지 못하여 여전히 보은의 두 조각의 입 가죽을 나불거리기를 기다려서야 비로소 남을 위하는 줄 안다 하면, 그대는 결코 뜻과 견해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내가 보증하노라.
그러므로 옛사람이 말하기를,
‘귀신 굴속의 살림’이라 하기도 하고,
‘하마의蝦䗫衣 아래의 나그네’라 하기도 한다.
만약 그대들이 빨리 상응하기를 바란다면 지금 선 자리에서 당장 점검하고, 당장 알아차려라. 무슨 허물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생각과 감관이 둔하고 더딘 사람이니, 모름지기 낮에서 밤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애쓰노라면 어느 날 갑자기 보게 되리라.
그럴 때에는 더 이상 적은 것에 만족하지 말고 더 연마 궁구하여서 끝까지 이르면 푸줏간ㆍ술집ㆍ더러움ㆍ깨끗함ㆍ좋음ㆍ나쁨 등, 그대들이 보는 일 모두로 하여금 이러한 경계에서도 여여하고 법답게 되게 할 것이다.
만일 털끝만치도 이렇지 않다고 보는 법이 있다면 나는 그를 무명의 장애라 부르나니, 당장에 한 법도 다른 법이 아니라고 보아야 비로소 원만한 경지에 이르렀다 하리라.
이러한 경지에 이르면 더욱이 엎치고 뒤침에 자유자재하고 열든 닫든 꿰맨 흔적이 없으리니, 물이 물에 들어간 것 같고, 불이 불에 들어간 것 같고, 바람이 바람에 들어간 것 같고, 허공이 허공에 들어간 것 같으리라.
만일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당장에 한 자루의 검劍을 들고 천하 사람의 의혹을 끊어 버려도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되리라.
그러므로 옛사람이 말하기를,
‘큰 작용을 빈번히 일으켜도 일어나기만 하면 반드시 온전한 진여다’라 하였으니,
만일 한 사람이라도 이러한 경계에 이르면 누가 감히 그 앞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겠는가?
무슨 까닭인가?
이 사람은 그러한 사람이어서 모든 한계를 초월하고 인과를 벗어나서 아무도 그 사람을 구속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형제들이여, 만일 이와 같이 된다 하여도 옳은 것이 아닌데, 하물며 이렇게 되지 못했다면 당장 잘 살피어 차례에 따라 말을 하거나 기개를 토하여 그대 자신을 한량없는 겁 동안 침체하게 하지 말라. 이러한 경지에 이르거든 행여 보은이 말해 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 잘 돌아가라.”
어떤 이가 물었다.
“공公과 사私에 걸리지 않고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차나 마셔라.”
“단하丹霞가 목불木佛을 태운 뜻이 무엇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날씨가 추워서 불을 피워 쪼이려는 뜻이었느니라.”
“취미翠微가 나한(羅漢:계침 선사)을 맞이한 뜻이 무엇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남다른 집안의 봄소식이니라.”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방아 찧고 맷돌질하는 것이니라.”
“조계의 한 가닥 길을 스님께서 들어 제창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사가 대답했다.
“조계를 욕되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시면 뭇 생명이 의지할 곳이 있겠습니다.”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야말로 늙은 쥐가 소금을 먹는 격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