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가아발다라보경 제3권
35. 법의 상속
[모든 법의 상속하는 뜻과 해탈하는 뜻]
이때 대혜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를 위해 모든 법의 상속(相續)하는 뜻과 해탈(解脫)하는 뜻을 말씀해 주십시오.
모든 법의 상속하고 상속하지 않는 모습을 잘 분별해 주신다면, 저를 비롯한 모든 보살들은 모든 상속하는 것과 교묘한 방편을 잘 이해할 것이며, 말씀하신 뜻에 계착하여 상속하는 데 떨어지지 않고 모든 법의 상속하는 모습과 상속하지 않는 모습을 잘 알 것입니다.
그리하여 언설(言說)과 문자(文字)와 망상각(妄想覺)을 벗어나 모든 불국토의 한량없이 많은 대중 사이를 다니면서, 자재한 신통력과 총지(總持)의 인(印)으로 온갖 변화를 일으키고 밝은 빛을 아름답게 비출 것이며, 깨달음의 지혜로 10무진구(無盡句)에 잘 들어가 해나 달이나 마니(摩尼)나 4대(大)처럼 방편이 없는 행[無方便行]을 실천할 것입니다.
모든 지위에서 자기 망상의 모습을 보는 것을 벗어나 모든 법이 환이나 꿈 등과 같다는 사실을 보고, 불지신(佛地身)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모든 중생계(衆生界)에서 중생이 응하는 데 따라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인도해, 모두에게 모든 법은 환이나 꿈 등과 같다는 데 안주하게 할 것입니다.
또한 있다거나 없다는 견해, 생긴다거나 없어진다는 망상, 언설과 뜻[義]이 다른 것을 벗어나게 하여 그 몸을 훌륭하게 바꾸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자세히 들어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너희를 위해 말하겠다.”
대혜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예,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대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법은 뜻[義]에 계착하여 상속한다]
“한량없는 모든 법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뜻[義]에 계착하여 상속한다.
말하자면 모습[相]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연(緣)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성품[性]과 성품이 아닌 것[非性]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생긴다거나 생기지 않는다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없어진다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승(乘)이라거나 승이 아니라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유위(有爲)라거나 무위(無爲)라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지위[地]와 지위의 자상[地自相]이라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자기의 망상[自妄想]이 끊임없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외도가 의지하는 있다거나 없다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하고,
3승과 1승에 차이가 없다는 망상에 계착하여 상속한다.
또 대혜야, 이들과 나머지 어리석은 중생의 망상이 저절로 상속하는 것은 이러한 상속 때문이다.
어리석은 범부의 망상은 마치 누에가 고치를 만드는 것과 같으니,
망상이라는 실로 자신을 얽어매고 남도 얽어매며 있고 없음이 상속하는 모습에 계착한다.
또 대혜야, 그 속에는 상속하는 모습도 없고 상속하지 않는 모습도 없으니, 모든 법이 적정함을 알면 망상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살마하살은 모든 법이 적정함을 알아야 한다.
또 대혜야, 바깥 경계의 성품과 성품 아닌 것이 자기 마음에서 나타난 모습임을 깨달아, 무소유(無所有)에 수순하여 자심(自心)의 현량(現量)인 있고 없음 등 일체의 성품에 상(相)이 없음을 관찰하면, 상속하는 것이 적정함을 보게 된다. 따라서 모든 법은 상속하는 모습도 상속하지 않는 모습도 없다.
대혜야, 그 속에는 묶이거나 풀거나 하는 일이 없지만, 그 외에 진실하지 않은 각지(覺知)에 떨어지면 묶임도 있고 풂도 있게 된다. 왜냐하면 모든 법에는 있다거나 없다거나 할 것이 없고 또 그럴 중생도 없기 때문이다.
[범부의 상속하는 것 세 가지]
또 대혜야, 어리석은 범부에게는 세 가지 상속하는 것이 있다.
이른바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과 사랑[愛]이 미래에 있을 기쁨[喜]ㆍ사랑[愛]과 함께함으로써 이것이 상속하기 때문에 취(趣)의 상속이 있게 된다.
그 상속은 5취(趣)로 이어진다.
대혜야, 상속이 끊어지면 상속하는 모습도 없고 상속하지 않는 모습도 없다.
또 대혜야, 연(緣)ㆍ작(作)ㆍ방편 세 가지가 화합한다고 계착하고 식(識)이 끊임없이 상속하여 방편을 낸다고 계착하면 곧 상속이 있게 된다. 연(緣) 등 화합하는 세 가지와 식(識)이 끊어져 3해탈(解脫)을 보면 모든 상속이 생기지 않는다.”
이때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진실하지 않은 망상
이것을 상속하는 모습이라 말하니
저 진실을 안다면
상속의 그물 곧 끊어지리라.
모든 성품을 알지 못하여
말을 따라 받아들이니
비유하면 저 누에가
고치[網]를 엮어 자신을 얽어매는 것처럼
어리석은 범부는 망상에 얽혀
상속하면서 관찰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