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4권
43. 불설비구니현변경(佛說比丘尼現變經)
옛날 사위성(舍衛城) 가운데 구살(拘薩)이라 이름하는 성이 있었다.
그 나라에는 방탕하고 음란한 무리들이 여럿이 있었는데 매우 흉악하고 여기저기 다니는 터라 그 나라의 근심거리였다. 무리를 지어 다니며 함께 잔인하고 나쁜 짓을 하였다. 관가에서는 이들을 잡으려고 하였으나 도망쳐버려 잡을 수가 없었다.
그때 나라 안에 여러 비구니들이 있었는데 함께 나라 안을 유행(遊行)하면서 나무 아래서 오로지 정도(正道)를 사유하기에 힘쓰며 마음을 놓아버리지 않았다.
여러 비구니 가운데서 지혜 제일인 비구니는 차마(差摩)였으며 신통 제일은 연화선(蓮華鮮)이었다. 이들은 모두 저마다 덕행이 있고 위신이 높고 높았다.
한 때 날씨가 더워서 함께 목욕을 하려고 물가에 갔다.
흉악한 무리들이 멀리서 이를 보고 즉시 나쁜 마음을 내었다. 음욕이 발동해서 이들을 범하려고 비구니가 옷을 벗고 목욕하러 물 속에 들어가는 것을 살피다가 옷을 가져다 멀리 놓고 그를 끌어 당겨 범하려고 하였다.
그때 비구니는 나쁜 마음[逆意]이 발동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슬퍼지며 그 어리석음이 불쌍해져서 두 눈을 빼서 손 안에 들고 여러 나쁜 무리들[諸逆]에게 보여주었다.
“당신들이 나를 탐애하는 것은 나의 얼굴을 탐애하기 때문인데, 이제 나는 장님이 되었으니 어디가 좋다는 거요?”
그리고는 다시 장과 위 등 신체의 오장(五藏)과 손과 다리를 각각 따로따로 뽑아서 한쪽에 놓으며 흉악한 무리들에게 말했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 거요?”
흉악한 무리들이 이를 보고 갑자기 두려워하였다.
“세상은 무상하며 삼계는 다 그와 같소. 몸이란 변화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며, 뼈와 피는 깨끗하지 못한 것이니, 탐낼 것이 못됩니다.”
그들은 옷을 돌려주면서 머리를 조아려 잘못을 참회하였다.
“도리를 거스르며 옳지 못한 짓을 했습니다. 부디 재앙은 면하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서 빌었다.
각각 5계를 받고부처님의 처소에 가서 땅에 머리를 대고 절하며 스스로 그 죄를 참회하였다.
“무지 몽매하고 미혹하여 오랫동안 나쁜 짓을 해왔습니다.
세세생생 이 벌을 받으면서도 위태로운 줄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만, 이제 대성(大聖)께서 은혜를 내리시어 구제하여 주셨습니다.
비구니 스님께서 위덕(威德)으로 눈을 뽑아 그 감화로 죄를 버려서 죄가 가볍게 되었으며 겨우 무위(無爲)에 가깝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나쁜 갈래[惡趣]를 이미 떠났으니, 마땅히 성취하리라. 나무의 꽃과 가지와 과실이 무성해 지는 것과 같이 행하는 것도 이와 같으니라.”
여러 사람이 기뻐하며 사문이 되려 하니, 부처님께서 이를 허락하셨고, 바른 마음을 근본으로 삼아 즉시 출가하여 여러 감각기관을 잘 수호하니, 여러 가지 재앙이 영원히 소멸되며 5개(蓋)가 없어지고 3독(毒)이 소멸되었다.
부처님의 자손이 되어 생사를 끊고 자연히 신통을 얻어가지고 이내 부처님의 큰 은혜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