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오름 사랑 휴게소 원문보기 글쓴이: 김창집
문도령이 말소릴 들어 보난 그리고 그리단 자청비라 | ||||||||||||
[김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세경할망 자청비(9) | ||||||||||||
| ||||||||||||
주모할망이 노각성부줄을 탄 하늘 옥항 문도령신디 올라간, 비단을 문도령 앞더레 내여 놓으난, 문도령이 이레저레 펴봔 “이거 누게가 짠 비단이우까?” “주년국땅 청비가 짠 거우다마는….” “게난 어떵연 청비가 할마님 비단을 짜게 되엇수가?” “청빈 원아방어멍 눈에 난 내조차부난, 나가 수양로 안 살암수다.” “경 뒈우까? 경걸랑 강 늴 오시경에 만나켕 아줍서.” 주모할망이 집의 완, 뒷녁날 아적이부터 부산시럽게 잡아놓고 정심상을 리는디, 청빈 공단클에 앚안 찰각찰각 비단 차단 무신 소리가 나는 것 닮안 “거 누게우깡? 베꼇듸 누게 옵디강?” “오, 나 옥항에서 온 문도령이여. 저 문 아보라.” 청빈 하도 지꺼젼 “경걸랑 창 고망으로 손가락이나 내밀아 봅서. 나가 알아볼 게 싯수다.” 난, 이거 무신 일인곤 연 문도령이 창곰으로 손가락을 쏙 내미난, 청빈 반가운 지망에 장난끼가 발동연 줴엿단 바농으로 콕 찔르난 피가 또록게 털어진다. 문도령이 쏘왁 연 보난 피 남시난 애안 “이거 무신 대접이 영냐? 비렷져. 부정 탄, 나가 실만 디가 못뒈는구나.” 영게, 확게 하늘 옥항더레 올라가분다. 뒤늦게 주모할망이 정심상을 들런 청비 방더레 들러다 놓으난 “우리 어멍은 어떵 노망염수가? 무사 상에 수제 둘을 놓읍디가?” “아니, 쎄 문도령 아니 와서냐?” “베꼇듸 와시쿠데, 장난으로 바농 끗뎅이로 콕 찔르난, 피 방올 또록 털어졍게 애안 가붑디다.” “영 버련난 어멍아방이 내조찻주기. 꼴도 보기 실프다. 저 나가라.” 청빈 수 읏이 이녁 세간 설런 울멍 나산 정처 읏이 걷단, 강뚝에 사둠서 하늘님 전의 축수(祝手)는디 “하늘님아, 지하님아! 나 살리커건 살 질을 내어주고, 죽이커건 이 강물에 털어졍 죽게 옵소서.” 경연 꼼 시난, 하늘 옥항의서 굴송낙도 려오고, 굴장삼, 염주, 목탁…, 례로 려오난, 나나 줏어 입언 물에 비춘 이녁 서늉을 보난, 축읏이 스님이라. 월초파일 날엔 머리 박박 깎안 스님 옷 려 입언 이 거리 저 거리 권제 받으레 댕기단 보난, 삼도전거리에 궁녀시녜덜이 앚안 비새이 울엄시난, “느네덜 무사 이디 앚안 영 울엄시냐?” 연 들으난, “우린 하늘 옥항에 시녀덜인디, 문도령님이 인간싀상 주년국땅의 려강, 청비고 글공뷔 레 간 오단 몸 아난디 물을 떵 오문 물맛이나 보켄 여신디, 시 그걸 일 수가 읏언마씀.” “설운 아기덜아, 나가 청빈디, 그 물 떠주커메 느네덜이영 이 노각성부줄로 옥항으로 올라가게만 여도라.” 경켄 연 물을 떠 아젼 이 옥항에 올르난, 날이 물안 동산에 은 보름이 터온다. 문도령집 올레에 간 폭낭 우희 올란 시를 읊으는디 “저 은 곱긴 다마는 계수나무 박엿구나.” 문국성 문도령이 글을 읽단 그 소리를 들언 “이 아명 곤들 주년국땅 청비만 랴.” 난, 청빈 씩 지꺼젼 낭에서 려완 울담에 아져둠서 “그 청비가 중이 뒈연 이디 왓수다.” 문도령이 말소릴 들어 보난 그리고 그리단 청비라. 갈라살 때 눈 삼동낭 얼레기 젼 간 맞추와보난 똑 맞아. 어멍 아방 몰르게 짝게 안 들어완 만단정횔 누는디, 낮읜 펭풍 뒤터레 곱지곡 밤읜 나오렌 영 그 동안에 누지 못 사랑을 실피 는고나. 느진덕정하님이 문도령 수발을 드는디, 아명여도 이상 거라. 전읜 밥상을 들이문 밥사발 우희 것만 걷어 먹엉 말아신디 밥방올도 하나 읏이 판찍게 비왕 나오곡, 세숫물이 들어가문 곱닥 채 나오는디 궂인 물 다 뒈영 나오난, 를은 창호지에 고망 란 짝게 베려보난, 문도령이 머리 박박 깎은 중고 만단정횔 누고 이서. (계속)
노각성부줄 : 제주 무속에 나오는 ‘하늘로 오르내리는 줄’ 창곰 : 창문에 난 구멍 쏘왁 : 끝이 날카로운 것이 무른 것 속으로 쏙 들어가는 꼴 애다 : 마음으로 섭섭해 노여워하다. 삐치다 비리다 : 피가 나거나 시체 등을 보고 몸이 더러워지다 버련다 : 부산하고 장난이 심하다 굴송낙 : 고깔 축읏이 :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삼도전거리 : 세 갈래길 비새 : 제비 모양의 새로, 비가 올 때 잘 운다 함 느진덕정하님 : 제주 무속에 나오는 ‘여자 종’을 가리키는 말. /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