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요즘 정말 흔한 제품이다. 스마트폰에서도 800만화소에서 1300만화소 수준의 디지털카메라를 만날 수 있다. 덕분에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일명 '똑딱이' 시장은 울상이다. 콤팩트 디지털카메라가 만들어주는 수준의 사진을 스마트폰이나 모바일기기에서 바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e메일을 통해 공유하기 쉬우니 디지털카메라가 발붙일 땅이 좁아지고 있다.
니콘, 캐논 등 DSLR 카메라의 강자들이 2011년 말에서 2012년 중반에 각각 자사의 첫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하여 시장에 진출했다.
그런 탓에 '디지털카메라' 위기설이 불거져 나오기도 한다. 기존 디지털카메라가 갖고 있던 시장 상당부분을 다양한 기능을 갖춘 모바일 기기가 가져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카메라 카테고리가 있으니, 바로 ‘미러리스 카메라’다.
DSLR로 찍을 수 있을 법한 높은 품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서도, 작고 아담한 크기로 해마다 판매량을 늘려나가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는 요즘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핫 트렌드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기존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나 DSLR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려면, 미러리스 카메라의 속사정을 알면 좋다. '미러리스'라는 이름 그대로다. 카메라 몸체 속에 거울이 없는 카메라라고 생각하면 된다.
DSLR은 카메라 몸체 속에 거울을 갖고 있다. 거울은 렌즈를 통과한 세상 풍경을 사용자가 눈을 가져다 대는 뷰파인더로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렌즈로 들어온 빛이 카메라 속 렌즈 뒤편에 45도로 기울어진 거울(반사경)에 반사되고, 이 빛은 다시 카메라 머리에 탑재된 오각형 프리즘(펜타프리즘, pentaprism)을 거쳐 뷰파인더까지 간다. 카메라 속 거울은 카메라 속에서 빛이 여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품이다. 반사경과 펜타프리즘 때문에 DSLR 카메라 몸체는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두껍고, 크고, 무겁다.
DSLR 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의 구조. 숫자는 빛의 이동 경로
DSLR 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반사경과 펜타프리즘이 없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바로 이미지센서로 전달된다. 렌즈 뒷면에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거울이 없으니 렌즈와 이미지센서 사이의 간격도 짧게 설계할 수 있다. 이런 점은 미러리스 카메라 몸체를 DSLR 기종과 비교해 작고, 가볍게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렌즈를 바꿔 낄 수 있다는 점은 DSLR 카메라를 닮았지만, 거울이 없다는 점에서는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와 형제뻘이다. 그래서 미러리스 카메라를 '하이브리드 카메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역사가 시작된 건 2008년부터다.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 ‘마이크로 포서즈’ 시스템을 발표했다. 기존 포서즈 시스템에서 반사경과 펜타프리즘을 빼고, 렌즈와 이미지센서 사이의 거리를 좁혀 카메라를 설계했다. DSLR 카메라의 뚱뚱한 몸체가 다이어트 시대를 맞이했다.
올림푸스는 'PEN' 시리즈를 발표했고, 파나소닉에서는 마이크로 포서즈 시스템을 적용한 '루믹스'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어 'NX' 시리즈를 만든다. 전통적으로 DSLR 카메라 시장 강자로 자리매김해온 니콘과 캐논도 최근 미러리스 카메라 브랜드를 출시했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갖춘 가장 큰 경쟁력은 작은 크기와 무게다. DSLR과 비교해 가격이 싸다는 점도 장점이고, 입맛에 맞는 렌즈를 골라 쓸 수 있다는 점,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보다 품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DSLR과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장점을 결합한 셈이다.
2008년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은 마이크로 포서즈 시스템을 발표하며, DSLR과 비교해 절반 크기밖에 되지 않는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만들 수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몸체 속에 반사용 거울이 없으니 렌즈 면과 이미지센서 사이의 거리도 줄일 수 있고, 펜타프리즘을 넣어야 하는 카메라 머리 구조가 없으니 크기도 줄어든다.
미러리스 카메라인 올림푸스 ‘PEN E-PL3’과 DSLR 카메라인 캐논의 EOS 650D의 크기 비교.
최근 만나볼 수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 무게는 300g 수준이다. 200g 초반대의 스마트폰보다 약간 더 무거운 제품도 있다. DSLR 카메라가 일반적으로 600g에서 800g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깨나 목에 두르지 않고, 가방에 쏙 넣어도 좋다.
멋지게 사진 찍는 법을 배우고 싶어 DSLR 카메라를 장만했는데, 막상 외출할 때 들고 다니기 어려워 장롱 속에 잠자는 DSLR 카메라가 얼마나 많은가. 미러리스 카메라의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작고 가볍다는 점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장점을 빼닮았다.
렌즈를 교환할 수 있다는 점도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와 비교해 뛰어난 장점이 된다. 일반적으로 콤팩트 카메라는 미리 설계된 줌 기능이 아니면, 사물과 사용자의 거리를 조절하기 어렵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렌즈를 바꿔 끼우면 그만이다. 멀리 있는 사물을 찍을 때는 대형 줌렌즈를 끼우고, 넓은 범위의 풍경을 한꺼번에 담아 신비로운 느낌을 주려면 광각 단렌즈를 이용하면 된다. 렌즈 교환을 통해 다양한 화각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DSLR의 강점을 이어받은 셈이다.
DSLR 카메라는 일반적으로 검정색이다. 새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작은 크기로 설계되고 있긴 하지만, 다소 남성적인 매력이 풍긴다. 이와 달리 미러리스 카메라는 톡톡 튀는 색깔을 입는다. 흰색과 검정색, 회색은 기본이다. 빨간색이나 파란색, 분홍색 등 눈길을 끄는 밝은 색깔을 입은 제품도 많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분명 여성과 친해지려는 기기다.
덕분에 미러리스 카메라에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고 있다.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LCD 창을 사용자가 원하는 각도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카메라 업체에서는 이를 '틸트형 LCD'라고 부른다. LCD 화면을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진을 찍어야 할 때, 혹은 '셀카'를 찍기 위해 틸트형 LCD가 탑재되고 있다.
LCD에 터치 조작을 지원하는 미러리스 카메라도 많다. 최근 출시되는 미러리스 카메라는 대부분 터치형 조작을 지원할 정도다. LCD 화면을 터치해 초점을 맞추고 싶은 지점을 선택하거나 단순히 LCD를 터치하는 것으로 촬영까지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최근 모바일기기 트렌드를 따라 사용자도 터치형 조작에 익숙해진 덕분에 미러리스 카메라까지 확대되고 있다.
틸트 LCD가 적용된 소니의 미러리스 카메라 |
와이파이 기능이 적용된 삼성전자 미러리스 카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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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어떻게 관리할까. 옛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필름을 돌려가며 원하는 사진이 무엇인지 조사했었다. 사진에 찍힌 인원수대로 인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컴퓨터로 옮겨 e메일로 주고받는다.
최근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카메라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행동양식까지 바꿨다. SNS 이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한 미러리스 카메라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카메라에서 바로 e메일에 첨부해 전송하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나 소니에서 출시한 미러리스 카메라가 와이파이 연결 기능을 탑재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렌즈의 화각이나 화소, 가격 등이 디지털카메라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시절은 지났다. 필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기능을 지원할 수 있는지도 미러리스 카메라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 됐다.
발행2012.12.27.
주석
- 1펜타프리즘
- 펜타프리즘 대신 거울을 이용한 펜타미러(pentamirror)를 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