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 레이니어 등반기
군대에서 훈련 받을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말, “훈련때 땀 한방울은 전시때 피 한방울이다”.
우리가 이 레이니어 등반을 위해 얼마나 땀을 흘렸나? 그래도 짐이 어깨를 짖누루며, 다리는
힘이 빠져 비틀 거린다.
파라다이스 산장부터 캠프무어 베이스 캠프까지….장장 8 시간의 여정은 우리가 훈련을 통해
기력을 연마한 만큼 그 성과를 돌려 주었다. 가도가도 그자리 같은 착시 현상. 점점 숨이 가빠오는
고소 현상, 이 모든 고난의 행군은 내일 있을 정상 공격을 준비하는 전야제이다.
파라다이스 산장에서 바라본 거대한 설산의 덩어리는 그대로 심신을 짖누루는 가위현상과 같이
그냥 입을 벌리게 하고야 말았다.
그래도 우리 대원들끼리 깔깔거리며, 우스개 소리만을 나누었으나, 그 속에 서로의 격려를 확인하며, 대 장정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 하였다.
푹푹 빠지는 설면을 한발한발 딛으며, 우리는 “천천히, 천천히” 레이니어를 올랐다.
2~30분 오르고, 숨을 고르고, 또 다시 오르고….숨을 고를때는 아랬배 깊숙히 숨을 들여 마시며
심호흡을 하였다. 고소 증상을 막기위해 폐활량을 의식적으로 키우는 연습이다.
또 지나온 길을 아래로 내려다 보고, 저 멀리 펼쳐지는 수 많은 설산의 열병식을 감상한다.
멀리 마운트 아담스, 세인트 헬레나, 마운트 후드….등등 히말라야의 연봉들과 흡사한 모양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50 파운드에 가까운 배낭의 무게에다, 내 똥배나온 몸무게를 합친 무게를 이끌고 3200미터 고지까지 ….오직 올라간다는 생각만 하며 ….
가끔 설사면을 가로 지르는 스키어 들의 날렵한 모습에 감탄을 하며, 나도 한번 산악 스키를 배워 볼까하는 소박한 꿈도 꿔 본다.
얼마를 올랐을까, 저멀리 캠프 무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빤히 보여도 두시간 이상 걸려요”.
옆의 동료 대원의 말이다. 정말 가도가도 그자리이다. 빤히 보이는 거리가 도무지 줄어 들지를
않는다.
한걸음, 한걸음, 쉬고 또 쉬고….준비해간 행동식 파워 젤을 하나 꺼내 입에 넣어본다. 조금 원기가
생기는 듯 하다. 앞에 빤히 보이는 캠프 무어를 바라보며, 장장 2 시간여를 오르니 마침내 다른 등반객 들이 설치한 텐트들이 눈에 들어 왔다.
우리 대원중 앞서 도착한 대원들이 이미 텐트 5 동을 설치 해 놓았다. 부랴부랴 배낭을 벗어 놓고,
공용짐을 꺼내 한곳으로 뫃아놓고 저녁준비와 야영 준비에 들어간다. 깨끗한 눈을 파다 녹여 식수를 만들고, 가지고 온 누룽지를 끓여 만찬 준비를 하였다. 처음 먹는 저녁인 많큼, 나로서는
밥 맛이 좋았다. 그러나 우리대원의 대부분이 3200 미터 고지에는 처음 올라와 본 사람들이라
몇몇 대원은 경미하나마 고소 증상이 있음을 호소 하였다. 다행이 그 증상이 심하지 않아 하산을
해야할 대원은 없었다. 따라서 저녁 식사를 잘 못 하는 대원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대원은 잘 먹어야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식성 좋게 저녁을 마쳤다.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장비를 점검하고, 베이스 캠프에서의 첫 밤을 맞게 되었다. 내일 까지
적응 훈련을 하고, 내일 저녁에는 정상 공격을 하게 되리라.
이튼날 아침, 8시쯤 기상을하여 아침 준비를 하였다. 메뉴는 마운틴하우스. 서양식 수프와 같은
드라이 푸드로, 끓는 물에 쏟아 붓고 조금더 끓이면, 훌륭한 식단이 되었다.
아침을 마치고, 우리는 적응훈련과 안잘레인 방법, 아이스 액스 쓰는법, 미끄럼시 제동 방법, 크램폰 착용후 보행법 등등을 다시 교육, 실습을 하였다. 또 실습후, 약 100미터 높이의 전방의 고지 까지 실전 연습을 하기위해 출발을 하였다. 실제 상황의 훈련을 약 2 시간여에 걸처 마치고
다시 베이스 캠프로 돌아왔다. 몇 시간 후면, 우리는 정상 공격을 나설 것 이다. 대원들은 체력의 비축을 위해 텐트로 들어가 낮잠을 청하였다.
얼마간 낮잠을 잤을까….시간은 거의 8 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밖에서는 대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상 공격의 출정 준비에 모두 마음이 들떠있는 것 같았다.
다시한번 모든 개인 장비와 공동 장비를 점검하고, 식수를 충분히 준비한 후, 간단한 저녁을 먹었다.
식사 도중, A, B, C, 조로 편성한 조멸 명단 발표가 있었다.
오후 10 시가 되어서, 바야흐로 정상 공격의 대 장정의 막을 올렸다. 루트는 인그레함 글레시어를 통과 하여 바로 직상하여 정상으로 이르는 제일 빠른 단축 루트를 택하였다.
드디어 출정….A 조 가 출발하고 곧이어 B조, C조 순으로 출발 하였다.
베이스캠프를 지키기로한 세 대원의 눈물어린 환송을 받으며 첫 걸음을 내 디뎠다.
약 30분간 올라 막 인그레함 글레시어로 넘어가기 직전, 그 곳이 베이스 캠프가 보이는 마지막 능선이다. 때는 이미 저물어 베이스 캠프에서 보내는 깜빡이는 환송의 헤드라이트 불빛 교신을
뒤로하고, 전 대원은 능선을 넘어 인그레함 글레시어로 들어 섰다. 글레시어를 가로 질러 정상으로
향하는 경사면을 타 오르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 하였다.
약 30분 전진하자, 첫번째 크레바스를 만났다. 다행이 그리 폭이 넓지는 않으나 아이스액스로 찍으며 올라 타며 올라가야 한다. 전대원 무사 통과…..앞서가는 A 조의 불빛을 등대 삼아, 그 뒤를
따른다. 기온이 급강하 하기 시작해서 우모복을 꺼내 입었다. 악간의 바람이 불어으나, 큰 지장은 없었다. 약 1 시간정도 급경사를 지그재그로 올라가며 좁게 벌어진 서너개의 크레바스를 여유있게
건넜다.
드디어 우리는 폭이 약 2 미터, 높이 약 2 미터 가량의 쩍 벌어진 크레바스와 마주하게 되었다.
다행히 앞서 간 A 조의 도움으로 크레바스 윗부분에 확보물을 설치하고 이미 설치 되어 있는 FIX ROPE 에 몸을 실어 상대편 빙벽면으로 몸을 날림과 동시 아이스 액스로 찍고, 크램폰의 앞 발톱
부분으로 빙벽을 찍으며 기어 올라 제법 통과 난이도가 높은 크레바스를 한사람, 한사람, 조심 스럽게 전원 통과를 마쳤다.
약간의 숨을 고르고, 또 다시 전진 할 찰라, 우리 조의 여성 대원 한사람이 고소와, 방금 통과한 크레바스의 공포 때문인지, 매우 힘이 들어 하였다. 우리는 서로 격려를 하고, 짐도 나누어 지고
하여, 결국 무사히 정신적, 육체적 재 무장을 하고, 다시 A 조의 후미로 따라 붙기 시작 하였다.
약 1 시간 여의 고전분투를 격고나니, 또 하나의 크레바스가 앞을 막는다. 다행히 밑은 막혀 있고
(사실 겉만 막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오르기에 힘이 좀 드는 크레바스이다. 종전의 경험을 되살려 다시 도전하여, 전원 무사 통과 하였다.
시간은 대략 새벽 3 시경…..진짜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 되었으니…..
갑자기 몰아치는 광풍, 눈보라 (사실 눈보라가 아니고 싸라기 눈, 아니 잘게 부순 얼음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체감 풍속은 시속 50 마일이 넘는 것 같았다. 이렇게 강한 눈보라가 섞인 광풍은 평생 처음 맞는 것 같았다. 아마 WHITE OUT 의 공포감에 더 체감 강도가 높았으리라.
WHITE OUT 상태에서 눈은 뜰 수 없고, 믿고의지 하는 것은 오직 몸에 묶인 로프와 아이스 액스뿐.
견디기 힘든 추위가 엄습해온다. 앞의 로프 자락만 감으로 의지하며 높다고 생각되는 앞면을 밟으며 악전고투 전진을 하지만, 도저히 나아갈 수가 없다.
고도계를 보니 정상까지 약 100 미터…..우리의 리더는 일단 정상부근 분화구 까지 진출 할 것을
제의하였다. 분화구 속에는 야영터가 있고, 혹 조난을 당해도 쉽게 구출이 될 것이라는 계산 이었다.
이즈음에서 우리 B조와 C 조가 합류를 하였다. 로프는 각 조별 묶었지만, B,C 조가 같이 행동 하는 것이 조난에 대비하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WHITE OUT 상황에서 발로 짚어보며 높은 설면을 찾아딛으며 로프가 묶여진 방향으로 기진 맥진 기어 올랐다. 머리 속에서는, 우리가 여기서 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맴을 돌지만, 왠지
공포감은 없었다. 죽음에 초연해진 까닭일까? 이미 얼굴과 손끝은 동상증상으로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하였다. 왼쪽눈은 이미 보이질 않는다.
얼마 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1시간? 2시간? 아니면 3 시간? 전혀 시간 흐름의 감각이 없다.
WHITE OUT 이라 먼동이 터오는지, 아직 어둠인지 구분이 없다.
이미 우리는 정상 루트에서 벗어나 길을 잃고 무조건 높은 쪽을 행해 올라갈 뿐이었다.
아…. 시계를 보자. 그 때까지 시계를 보아야겠다는 생각 조차 내지를 못하였다. 시계를 보니 새벽
5 시….2 시간 여를 WHITE OUT 속에서 생사를 오고 갔다. 그래도 시각을 알고 나니 희망이 생겼다.
조금만 더 있으면, 해가 뜨고, 주위가 밝아오고 기온도 다시 오르겠지…..조금만 버티면 죽지는 않겠구나 하는 희망이 솟아 오른다.
앞쪽의 선두 리더들이 설면에 설동을 파기 시작 했다. 우선 바람이라도 피해 휴식을 취하기 위함이다. 설동이래야 깊이 파지는 못하고, 겨우 엉덩이 붙이고 대원들이 끼어 앉아 약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뿐이다. 계속 강풍은 몰아 치고 있으나, 눈보라는 많이 잦아 들었다.
대원들이 꼭꼭 끼어 앉으니, 밤새 피곤 했는지 잠이 쏟아진다. 갑자기 누군가 소리쳤다.
“졸면 죽어요!” 모두들 서로를 격려하며, 잠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였다.
한 20분 정도 있었을까,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추위를 견딜 수 가 없다. 잇발에서 따다닥
잇발 부딪는 소리가 난다. 더 있으면, 동사를 할 것 같다.
대원들은 다시 몸을 추려 다시 움직이기로 하였다. 다행히 날이 많이 밝아져서 지척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바람도 많이 잦아 들었고 눈보라는 거의 그쳐가고 있었다.
아…이제는 살길이 생겼구나.
앞에서 길을 찾던 리더가 소리쳤다. “깃발을 찾았다 !”.
깃발은 루트를 알려주는 길잡이다. 모든 등반은 깃발을 따라 길을 찾아 오르고 내려가는 것 이다.
즉 생명의 길잡이인 것이다.
이리하여, 우리 대원 모두는 무사히 조난에서 탈출하여 베이스 캠프로 귀환 할 수 있었다.
비록 정상은 밟지 못하였지만, 대원 모두 고산 등반의 고난과 돌발 현상에서 탈출 할 수 있고
대처 할 수 있는 아주 귀중한 경험과, 같이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 상황을 통하여 대원간의
뜨거운 사랑을 가슴 깊이 담을 수 있게되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첫댓글 같은산이 날씨에 따라서 이렇게 다르고 위험한것을....
B 조대장 인선형 ... ㅎ
아.. 글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