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ABO 의료봉사 체험기》
부산 메리놀병원 소화기 내과 전문의 박승근
매년 홍콩에서 한국으로 의료 봉사 나오는 박린 척추신경과 선생님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갑자기 식당 방 저쪽에서 ‘아야. 아야얏!’ 하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이 소화데레사님이 갔다 와서는 척추 신경과의 박 린 선생님이 주민 한 분 어깨를 주무르고 있는데 나오는 신음소리란다. 그러고 보니 아까 진료 중 오른 쪽 팔이 어깨위로 올라가지 않고 돌려보라 했더니 아파서 안 된다던 분이 있어 척추 신경과로 보냈던 일이 생각났다. 초음파 검사를 기다리던 주위의 주민들이 놀란 모양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아랑곳없이 계속 아픈 사람을 더 아프게 만들며 전기 진동마사지까지 시술하더니 선생님 이마에 땀방울이 송알송알 맺힐 때쯤 마침내 팔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시술받은 분은 물론 지켜보던 주민들의 얼굴에서 경이로운 일을 본 것처럼 감탄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일이 있고나서 부턴 오시는 분들마다 척추 신경과로 진료를 원하는 것이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생각나게 한다.
미사 때 복사까지 하는 경희 한의대 본과 4학년인 안 안젤라님
1 2시 30분. 끝마쳐야 할 시간이지만 기다리고 계신 분들이 열 분 정도로 초음파 검사까지는 되어도 추가 진료는 안 되겠다는 양해 아래 남은 분들을 모두 봐 드리겠다는 신부님 말씀이다. 이미 다음 일정을 위한 진료 세팅을 위해 안 안드레아님과 문진 파트는 신전 공소로 출발하였고 한방팀도 식사 후 곧 출발을 할 예정이다. 첫날부터 수고했던 안 안젤라는 오전 진료를 끝으로 먼저 올라가게 되었다며 인사를 하러 왔다. 내년이면 한의사 자격을 따게 될 본과 4학년생으로 나름 열심히 묵묵하게 봉사하며 누구에게나 친근하던 모습을 보여 왔다. 같이 가신 분들 중 며느리 삼고자 탐내던 분들이 있을 정도이니 앞으로 훌륭한 한의사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남 강진 성당내 신전 공소
1시 30분. 마지막 주민의 진료를 마치고 초음파 기기를 정리하여 보낸 후 늦게 마친 팀들이 모여 고구마와 감자 그리고 단호박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웠다. 비록 간소한 점심이었지만 그 어느 식사 때보다 만족스럽고 가슴 뿌듯함을 서로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2시 10분. 신전 공소에 도착하니 입구에서 문진을 하고 있는 정 헤드빅님과 김 엘리사벳님이 보인다. 좁은 복도를 경계로 성전 쪽에 주사실과 시트로 칸막이를 친 제대 쪽에 내과 진료실이, 복도 맞은 편 식당으로 가는 중간 방에 신부님과 약품 팀을 그리고 그 옆에 척추신경과 자리를 만들었고 식당에 한방과 자리가 갖추어져 있었다. 복도 중간 작은 방에 초음파실을 준비하였고 복도 안쪽에 신 오틸리아님이 혈당을, 그 옆에 한의대생 강인성군이 혈압 측정을 담당하게 되었다. 강군이 한 번도 재보지 않았다며 혈압측정 요령을 가르쳐 달라 해서 나만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었다.
이 성자 간호사님
시트 너머 성전 바닥의 주사실엔 어느새 벽 쪽에 머리를 두고 발을 맞대고 누워 계신 주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분주하다. 늦깎이 간호사 이 성자님이 여전히 분주하게 손을 놀리고 있는데 항상 밝은 표정과 웃음으로 주위 분위기를 환하게 만든다. 장애인 복지관의 사회복지사 시절 의료 재활에 대한 관심이 41살 늦은 나이에도 간호대학 문을 두드리는 계기였다면, 큰오빠와 연이은 어머님의 뇌졸중 간병 그리고 장남의 교통사고에 의한 하지절단이라는 생가슴을 찢는 고통을 겪어낸 일 등이 간호사로 서기까지의 남다른 뒷모습이다. 타인의 아픔을 대하는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이 간호사님의 손길이 따뜻이 전해지는 것 같아 가슴 한편이 뭉클해진다.
박 선생님과 이 정숙(소화 데레사님)
진료를 보고 있는데 뒤에서 옷을 잡아 주고 있던 이 소화데레사님이 비틀거린다. 이 더운 날씨에 힘든 내색 한번 없이 사흘 동안 270 여명이나 되는 분들을 안내하고 옷을 올려 주는 역할을 하였으니 무리도 아니다. 잠깐 쉬시고 오라고 등을 떠밀고선 김 엘리사벳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박승근님의 의료봉사기를 카페지기가 대신 올려드립니다.
첫댓글 이성자 간호사님께 머리가 숙여집니다.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박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장하신 이성자 간호사님.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말이 선생님을 두고 생겨난 말인 것 같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가슴이 먹먹합니다.
이간호사님께 천사표 메달
걸어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