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화엄종사상
3. 사문십의(四門十義)
화엄종에서 말하는 사사무애(事事無碍)즉 법계연기(法界緣起)라는 것도 쌍차쌍조(雙遮雙照)를 내용으로 한 중도연기(中道緣起)이지 그 밖의 다른 것이 아닙니다. 오늘은 화엄종취가 실제로 쌍차쌍조인지에 대해서 말하겠습니다. 화엄종에서는 쌍차쌍조가 화엄종취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수스님이나 청량국사에 이르러서는 화엄종이 쌍차쌍조를 중심 내용으로 한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드러내 놓았으니 지금부터 그것을 해설하겠습니다.
아래에서 해석하는 내용은 대부분 현수스님의 말이며, 이것을 다시 청량스님이 부연한 것입니다. 즉, 청량스님이 현수스님의 학설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일부를 보완하여 해설한 것입니다.
(1) 사문(四門)
모든 경이 각자 주장이 있으니 지금 여기서는 따로 이 화엄경의 종취를 밝힌다. 뜻을 드러냄에 자세히는 네 문이 있다.
一切諸經이 各自有宗하니 今次에 別明此經(華嚴)宗趣하니라........顯義中에 曲有四門이라(華嚴經疏:大正藏 35, p. 521 下)
법화경이든지 화엄경이든지 모든 경전에는 각자 주장하는 종취가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는 화엄경의 종취를 밝히는데 그것에 네 가지가 있습니다. 이 네 문이 서로 융화적으로 성립되어야만 화엄종의 종취를 알 수 있습니다.
첫째는 따로 법계를 여는 것으로써 인과를 이루니 보현법계(普賢法界)를 인(因)이라 하고 사나법계(舍那法界)를 과(果)라 한다. 그러므로 인과가 이실법계(理實法界)를 벗어나지 않는다. (疏:처음 하나는 곧 체(體)에서 즉(卽)한 용(用)이니 곧 인과연기다.)
第一은 別開法界以成因果니 謂普賢法界爲因이요 舍那法界爲果라 是故로 因果不離理實法界라(疏:初一은 卽體之用이니 卽因果緣起라)
화엄종에서는 체(體)와 용(用)을 나누어서 말할 때 법계(法界)를 체라 하고 인과(因果)를 용이라고 표시합니다. 먼저 법계, 즉 체를 포섭해서 용을 이룬다는 것은 체 이대로가 용이고 법계 이대로가 인과라는 말입니다. 이 뜻은 결국 공즉시색이라는 표현과 같은 말입니다.
인과(因果)라는 것은 무엇인가 하면 보현법계가 인이 되고 사나법계가 과가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인과 과가 이실법계(理實法界)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실법계라는 것은 앞에서 말한 법계, 즉 체를 지적하는 것입니다. 용의 법계인 보현법계가 인이 되고 사나법계가 과가 되는데, 이것은 법계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사라는 것은 이실법계인 체의 법계를 여의고는 절대로 성립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즉체지용(卽體之用)으로, 체 이대로 전체가 모두 용이므로 이것을 용면에서 볼 때 인과연기라는 말입니다.
맨 처음의 '첫째는 따로'하는 말은 현수스님의 [탐현기]에 나오는 글입니다. 청량스님이 현수스님의 학설을 인용하면서 그 구분을 표시하지 않고 자기의 견해와 합쳐서 해설한 것입니다. 그리고 끝의 괄호 속에 소(疏)라는 것은 청량스님의 [화엄경소(華嚴經疏)]를 뜻합니다.
둘째는 인과를 모아 융화함으로써 법계와 동일함이다.
(疏:다음 하나는 즉용의 체(體)이니 이실법계다.)
第二는 會融因果仁法界요 (疏:次一은 卽用之體니 理實法界라)
둘째는 인과를 모아서 융화시킴으로 법계와 동일하다는 말은 앞의 내용을 거꾸로 말한 것입니다. 앞은 공즉시색인데 여기는 용 이대로가 체(卽用之體)로서 곧 색즉시공이라는 뜻입니다. 공(空)은 체(體)이며 이실법계고, 색은 용이며 인과로 표현됩니다. 이 둘째는 즉용지체(卽用之體)로서 용 이대로 전체가 체이며 이실법계라고 하는데, 이것은 공을 밑바탕으로 삼고 하는 말입니다.
셋째는 법계와 인과를 분명히 나타내 보냄이다.
(疏: 셋째는 곧 체와 용이 쌍으로 나타남이니 곧 쌍으로 밝힘이다.)
第三은 法界因果分明顯示요 (疏: 三은 卽體之雙顯이니 卽雙明이요)
법계는 체요 인과는 용으로 여기에서 체와 용을 쌍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곧 쌍조와 같은 이야기입니다.
넷째는 법계와 인과가 쌍으로 원융하여 함께 떨어지니,
성(性)과 상(相)이 섞이어 원융해서 무애자재하며 또한 열 가지 뜻이 있느니라.
(疏: 넷째는 곧 체와 용이 용융하니 곧 부사의라)
第四는 法界因果가 雙融俱離니 性相이 混融하여 無碍自在하며 亦有十義니라
(疏: 四卽體用鎔融이니 卽不思義라)
'법계와 인과가 쌍으로 원융하여 함께 떨어지니'라는 말은 법계라 해도 안되고 인과라 해도 안되는 쌍차에서 하는 소리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네 문의 내용을 정리하여 보면, 처음은 즉체지용(卽體之用)으로 공즉시색(空卽是色)이고 다음은 즉용지체(卽用之體)로서 색즉시공(色卽是空)이며, 셋째는 법계와 인과의 체용쌍현(體用雙顯)으로서 쌍조를 드러내고, 넷째는 법계와 인과의 체용구리(體用俱離)로서 쌍차를 설합니다.
결국 이것은 천태의 삼제원융도리와 똑같은 것이니 즉 가로부터 공에 들어가고(從假入空종가입공) 공으로부터 가로 들어가는 것(從空入假종공입가)과 표현은 달라도 내용은 같은 것입니다. 종체귀용(從體歸用)하고 종용귀체(從用歸體)해서 함께 나타나고(雙現) 함께 덜어지니(雙離) 이것이 삼제원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리고 쌍차쌍조가 되므로 끝에 가서 성. 상(性相)이 혼융하고 무애자재해서 열 가지 뜻이 있다는 것도 위의 네 문을 포함하여 논의하는 것이지 맨 끝의 네번째 문만 가지고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서로 상즉상입하여 하나를 지적하면 전체가 다 따라오고 전체를 지적하면 하나가 포함되듯이 네 문을 분리해서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열 가지 뜻이 무엇인가 이 열 가지 뜻도 원래 현수스님의 [탐현기]에 있는 것인데 청량스님이 자신의 소(疏)에서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_()_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