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은 청소년 친화적이고 안전한 지역사회 만들기 라는 목적에 동의하며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 공간이다. 이 곳은 군산시 월명로 475-1번지에 위치해있지만, 달그락 공간은 이 번지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지역 곳곳이 달그락 공간이 될 수 있다. 그 동안 이 공간에서는 여러 가지 실험들이 이루어졌다. ‘실제로 해 보거나’, ‘새로운 형식이이나 방법을 시도하는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실험의 의미처럼 달그락달그락에서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청소년 주도의 정책 마련 및 제안을 위한 ‘달그락 청소년 참여포럼’, 지역사회 중심의 진로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달톡콘서트”(청소년진로토크콘서트)’, 경제적 자립과 독립을 꿈꾸는 ‘청소년협동조합’이나 ‘달그락상상마켓’, 지역사회 긍정적 변화를 위한 달그락 프로젝트 ‘우리동네 변화 한발짝’ 등등.. 이외에도 다양한 자치기구, 위원회, 자원활동가의 조직 활동과 소소한 활동 등까지 덧붙인다면 한도 끝도 없을 듯 하다.
2019년부터 청소년자치연구소의 청소년위원회에서는 대안 교육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다. 당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던 청소년 자치활동과 함께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한 위원님들은 지역 사회 안에서의 ‘대안’ 교육을 만들어보자고 합의하게 되었다. 관련 전문가인 이상규 위원님의 특강도 있었고, 꾸준히 토론을 이어갔다. 그리고 (가칭)달그락청소년인문사회대학원 활동의 뼈대와 대략적인 내용을 만들었다. 청소년들이 자기 삶의 철학과 가치를 바로 세우고, 자치할 수 있는 힘을 기르며, 지역(사람) 및 환경과 긍정적으로 관계하며 함께 살아가기가 주된 목적이었다. 강사와 멘토는 청소년자치연구소 각 위원회의 위원님들과 지역의 이웃들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코로나로 인해 2020년으로 계획했던 달그락청소년인문사회대학원 활동 진행에 다소 차질이 생겼다. 참여 청소년들의 모집이 쉽지 않았다. 어느 덧 한 해의 중반을 지나 선선한 가을이 오게 되었고, 광복절발 코로나 사태 이후 상황이 조금 잠잠해졌다. 달그락 공간에서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부딪히며 만들어갔기에 올 해가 가기 전에 계획했던 활동을 진행해보기로 결정했다.
달그락 청소년 마을 학교 ‘청소년 주도로 살아내는 실험실’로 이름을 만들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삶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자기 삶에서 ‘주도성’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지적으로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며 자신의 삶을 책임져가는 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이번 활동의 초점을 그 곳에 두기로 했다. 본 프로그램은 공통과정과 선택과정으로 구성되었다. 공통과정에서는 마을멘토와 나누는 가치와 철학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선택과정에서는 자치활동을 통해 실제 느끼고 경험하게 했다.
청소년위원회의 김선녀 위원장님은 활동을 시작하는 첫날 전주에서 한 걸음에 달려와 주셨다. 본격적인 활동 전에 참여 청소년들에게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혼자 살아가고는 있지만 내 옆에 움직이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에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 마을 멘토는 청소년자치연구소의 정건희 소장님이었다. “참여와 자치에 대한 이야기”라는 주제로 참여 청소년들과 약 1시간 정도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장님은 이론적으로 청소년들이 의사결정권을 갖고 권한을 많이 부여받을수록 참여수준이 높아진다고 말씀하시면서, 자기결정과 선택에서는 올바른 동기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참여자치란 어떤 영역, 공간, 진로, 직업이던 간 이상과 가치를 잘 붙들고 열심히 하는 것이다.”
첫날이라 다소 어색하고 어려울 수도 있었겠지만,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흐트러짐 하나 없이 소장님의 말씀에 집중한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마지막으로 소장님은 자신만 자치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강의를 마쳤다.
첫 번째 마을 강의가 마쳐진 후, 인권평화반과 사회참여반으로 나누어져 활동이 이어졌다. 인권평화반은 하제 마을을 중심으로 인권 평화에 대해 공부해보며, 22일에는 실제 그 현장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사회참여반은 최근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미디어리터러시에 대해 공부한 후, 가짜뉴스를 찾아보거나 관련된 온라인 캠페인 활동을 해보기로 했다.
이틀 후 마을 학교가 다시 열렸다. 두 번째 마을 멘토는 월드탑커피협동조합의 이사장이자, 카페미곡창고 대표이자, 길위의청년학교 이사인 장동헌 선생님이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삶”이라는 주제로 강의가 진행되었다.
장대표님은 청소년들에게 프로(Pro)가 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면서, 독불장군처럼 혼자 잘났다고 떠드는 사람이 아닌 소통하는 프로를 강조했다. 또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며,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삶을 살며 다 잘 할 수는 없다며, 지금 당장 망해도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는 맷집과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연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프로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자세만 갖추고 있다면 한 사회에 위치를 잡고 우뚝 설 수 있는 힘을 빼앗기지 않는다고도 이야기해주었다. 주변에 나의 든든한 백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듣기가 필요하다면서 강의를 마쳤다.
1교시를 마친 후, 다시 2개반은 나누어져서 2교시 청소년 자치활동이 시작되었다. 미디어리터러시반은 미디어 역량 강화를 위한 활동을 논의해보고, 인터넷기사, 미디어 댓글, 각종 영상 등에서 나타나는 사회문제에 대해 브레인스토밍도 진행한다. 인권평화반은 다음주 방문하게 될 하제 마을에 대한 공부를 했다. 평화바람의 구중서 사무국장님께서 특별히 시간을 내어 청소년들과 함께 해주었다. 하제마을과 마을 사람들, 평화를 지키기 위한 활동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달그락청소년마을학교는 이렇게 마을의 멘토, 이웃들이 함께 하여 진행되었다. 참여 청소년들이 내가 사는 마을에 깊숙하게 관여하며 참여하고 있었다. 학교의 이름 그대로 청소년들은 자기 삶에 참여하며 자치하는 힘을 기르고, 지역사회에 어떤 긍정적 기여를 할지 고민하는 곳이 되고 있었다. 이렇게 학교의 1주차가 마쳐졌다.
달그락마을학교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조금 더 늘었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마을학교의 세 번째 강사는 길위의청년학교 운영지원 이사회의 이사장이면서 군산휴내과의 원장인 이강휴 원장님이었다. 강의 주제는 “청소년이여!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라”였다. 이사장님은 자신의 삶과 사회 및 현재의 상황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디자이너와 플랫폼적 사고를 가질 것을 강조했다. 또한 허궈트 사이먼의 말을 인용하며 디자이너는 ‘기존의 상황을 더욱 낫게 변화시키기 위한 일련의 행위를 궁리하는 사람’이며,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대답보다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을 강조하며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는 청소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강의를 마쳤다.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앞으로 나의 삶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플랫폼 공간으로써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하며 한층 성장하는 시간이 되었을 것 같았다.
두 번째 주차의 반별 활동은 조금 더 세부적이었다. 외부에 나가 실제로 경험하고 체험할 활동의 계획을 세우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보며 1주차 때 들었던 참여와 자치를 실현하고 있었다. 자기결정권을 바탕으로 선택을 하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과정을 진짜로 해보는 현장이 바로 달그락 청소년 마을 학교였다.
달그락청소년마을학교의 네 번째 인문학 특강 강사는 이진우 대표님이었다. 디자인회사 ICM의 대표, 매거진군산 발행인, 달그락미디어위원회 위원장, 군산기본소득연구회 회장 등 이외에도 지역 내 대학교 및 문화, 관광, 역사 영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다. 오늘 이대표님은 청소년들과 함께 군산이라는 지역사회와 그 안에 녹아있는 역사, 문화 이야기, 장소 등에 대해 소통했다. 이대표님은 참여 청소년들에게 군산의 매력을 열정적으로 어필하며 자부심을 가져줄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갖고 있는 군산의 경제상황도 공유하며 현실을 직시해보기도 하면서, 이에 대한 대안 모색 중 하나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복지 및 경제정책으로 한창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을 살펴보기도 했다.
짧다면 짧겠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2주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활동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의 자치하는 힘은 어느 정도 커졌을까? 작은콩에 물을 주면, 밑으로 다 빠지지만 어느새 맛좋고 건강한 콩나물이 되듯, 우리 청소년들도 달그락청소년마을학교를 통해 건강한 시민성을 가진 리더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이미 존재 자체로서 시민이었지만, 이번 활동을 통해 조금 더 올바른 가치와 철학을 가진 사람이 되어가길 바래본다.
이렇게 해서 달그락 공간에서의 또 하나의 실험은 공식적으로 끝나지만, 사실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달그락과 지역사회에서는 청소년들의 자치성과 참여 향상을 위한 실험들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쉼 쉬고 있는 동안에는. 왜냐하면 청소년들은 시민으로서 자기 삶의 주인이기 때문이며, 청소년들은 지역사회에서 오늘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