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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갔다 인생 역전] 수퍼콜라 2022문피아 공모전
우연히 만난 친구의 대박난 인생이 부러워 불나방 처럼 코인에 투자했다.
결과는? 안봐도 뻔하지.
[1화]
윤지후.
취업 준비생. 6년째. 33세. 모태 솔로. 3류대 출신. 편의점 알바.
남궁민.
편의점에 손님으로. 노란색 페라리. 클러치 백. 부티가 풍겨. 고교 때 같은 반
가상화폐로 대박. 원금 50만원. 1년만에 40억. 아직 안 늦었어. 도전해봐.
민승아.
알바 교대자 배우지망생. 번번히 실패. 연속 오디션 낙방중. 지후 무시.
지후가 지하철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다. 다음 정차할 곳은 노량진, 노량진역입니다. 눈이 번쩍 뜨였다. 눈앞에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모두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상화폐 시세였다.
고교 동창 남궁민이 한 말이 생각났다. 50만원으로 1년만에 40억 벌었다고?
원룸에 가 씻고 검색해봐야지. 취업때까지 버티자던 원룸. 3년째였다. 침대 옷장이 겨우 들어가는 넓이. 방한칸. 좁은 욕실. 보증금 200. 월세 20만원.
모든 사이트 돌며 정보 수집. 커뮤니티 게시판 코인넬라 읽어. 성공담 실패담. 상장 펌핑이 흥미. 한국 1위 거래소 고비트에 신규 코인 상장날에 투자자들 축제. 200%에서 2000%까지 올라. 유저들 열광. 6년간 모아둔 1400만원. 고비트에 계정만들고 입금. 상장되는 날 화요일. 오후 2시 고비트 앱에서 리움 상장 알림 울림. 5시반 상장.
-[신규상장] 리움(TH/KRW)상장
안녕하세요. N01. 암호화폐 거래소 고비트입니다.
고비트에 리움 원화 마켓((TH/KRW)이 오픈됩니다.
[상장 시간] 17시 30분
[상장 마켓] TH/KRW
[리움 월렛] 입출금 지원
[리움 정보] TH/KRW 상세 화면 참조.
편의점에서 리움 매수버튼을 눌렀다.
1400만원 모두 체결. 500원에 거래 시작. 620원>520원>다시 올라감.
빨간색 그래프가 위로 쭈욱 뻗어가는 것이 보였다.수익률이 100%가 넘어갔다. 오늘 처음이니까 일단 팔자.
거래화면을 띄우고 시장가 매도를 선택한 다음 떨리는 마음으로 매도 버튼을 눌렀다. 거래체결을 알리는 핸드폰의 진동이 계속 울렸다. 띵! 띵! 띵! 띵!
잔고를 살펴보는 지후 입꼬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도 치솟았다.
[보유 KRW 35,850,000원]
첫 거래에 대성공한 지후 기분은 6년만에 최고조에 달했다. 내 인생에도 봄날이 찾아오는구나. 돈 벌기 쉽네! 쉬워! 무한 돈 복사 가즈아!
이런 식으로 몇 번만 성공해도 일 안하고도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자금이 만들어질 것을 생각하니 마음에 평온이 찾아왔다.
며칠전의 상실감은 온데간데없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1주. 2주 후 버드 상장. [상장 마켓 BIRD/KRW] new 라는 붉은색 표시와 함께 BIRD가 거래화면에 떴다. 재빨리 3585만원을 시장가 매수로 던졌다.
[BIRD/KRW : 평균 매수단가 7809원] 매수후 1분도 안돼 BIRD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어! 어! 지후의 눈이 파르르 떨리며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2화]
BIRD의 가격은 5분 만에 3500원이 되었다. 지후의 자산은 급격히 줄어갔다. 지금이라도 팔까? 어쩌지. 예상치 못한 하락에 지후는 공포에 휩싸였다.
빨리 팔아서 원금이라도 지켜야겠다는 마음과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마음이 교차하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심장박동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얼굴이 붉어지며 숨이 막혔다.
BIRD가 하락을 멈추고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20분뒤 7100원까지 회복되었다. 팔까 말까. 조금만 기다려보자. 30분 동안 급등락을 반복했다. 씨발 너무 힘들다. 그냥 팔아버릴래. 현금화 하려고 폰을 든 순간 폭등하기 시작했다. 7만원이 넘는 가격에 BIRD를 전량 매도하였다.
띵! 띵! 띵! 띵! 띵!
매도 체결되는 소리가 끝나고 잔고를 확인한 지후는 너무나 놀랐다.
[보유 KRW] 463,231,450원 4억6천? 태어나서 처음 구경해본 억 단위 돈이었다. 지후는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두뺨에서 짝하는 소리와 함께 얼얼함이 올라왔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렸던 탓에 온 몸에 힘이 빠졌다. 기분만은 최고였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았다.
편의점 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까지만 일하고 그만두겠습니다. 교대온 민승아에게 말했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 민승아는 아직도 지후를 무시했다.
다음 주부터는 욕심 내지말고 20%만 먹고 빠지자. 우연한 두 번의 성공으로 마음속에 자만심이 가득찬 지후는 손실이라는 단어를 잊어버렸다. 거래소의 상장 펌핑만 먹어도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한주가 너무나 길게 지나갔다. 드디어 지후가 기다리던 화요일이 되었다. 오후 2시 고비트 앱에서 상장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신규상장] 톰 체인(TOM/KRW)상장
안녕하세요 NO1. 암호화폐 거래소 고비트입니다. 고비트에 톰체인 원화 마켓(TOM/KRW)이 오픈 됩니다.
[상장 시간] 17시 30분
[상장 마켓] TOM/KRW
[톰 월렛] 입출금 지원
[톰 정보] TOM/KRW
지후는 노트북을 열어서 고비트에 접속했다. 편의점을 그만두고 매매에 집중하기 위해 최신형 노트북을 구입하고 화요일이 오기만 기다렸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만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다가 노트북으로 만난 고비트는 신세계였다. 호가, 매수, 매도, 차트가 한 화면에 넉넉히 보였다. 거래 환경은 정말 쾌적해졌다.
5시 30분 붉은 색의 new 마크와 함께 TOM의 거래가 시작되었다. 마우스를 잡은 지후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며 주문을 시작했다. 50원으로 시작한 TOM의 가격은 시작과 동시에 500원을 돌파하고 있었다. 차트에는 붉은색 막대기가 끝도 없이 올라가고 있었고 지후 마음은 급해져만 갔다. 조금 더 지켜봤다. 조금만 내려오면 주문을 넣자.
지후의 생각을 비웃듯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갔다. 2000원을 돌파하고 있었다. 망설였다. 어느덧 10,000원을 넘기 직전이었다. 지후 심장이 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마우스를 잡은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50원짜리가 5분도 안 되는 시간동안 10,000을 넘기 직전까지 올라와 있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코인넬라에 접속해 신규상장 게시판을 읽었다. 예상대로 TOM의 이야기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지금이 가장 쌀 때야. 이거 10만 원짜리야 원래.
-소냐들은 가라 사나이들의 코인 TOM.
-난 이거 팔아 빌딩 사러 갈란다.
-만원도 싸다 무조건 풀 매수
-빤스까지 팔아서 TOM사라.
글을 읽다보니 무조건 사야 할 것 같았다. 인생이 뭐 있나? 나는 사나이다. 가즈아! 이성을 잃는 지후는 4억 6천이라는 돈을 그냥 시장가로 매수 주문을 넣어버렸다. 지후의 주문으로 인해 TOM으 가격은 만원을 넘어섰고 순식간에 폭주하녀 3만원에 다다라랐다.
아싸 10억 돌파! 그대로 쭉쭉 가자! 신이난 지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TOM의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을 때 갑자기 화면이 멈추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고비트가 생긴이래 가장 큰 상승을 일으키고 잇는 TOM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미친 듯이 접속했고 고비트의 서버는 폭주하는 사람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멈춰버린 것이다. 지후 손이 급하게 F5번능 연타하고 있을 때 사이트에 안내 멘트가 떴다.
-요청 처리중. Processing your request.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Please wait 30 seconds.
일시적으로 과다한 요청이 접수되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 과정은 자동으로 진행되며, 약 30초 정도 소요됩니다. 휴! 다행이다 30초 뒤에 바로 팔아버려야겠다. 뭐애 이거 30초 지났는데 왜 안열려?
지후는 다시 F5번을 연타했고 화면에는 똑같은 안내문구가 나왔다. 한 시간 쯤 지났을 때 고비트의 거래 화면이 다시 복구되었다. 급하게 매도 주무능ㄹ 넣었지만 계속 렉이 걸렸다. 3만원을 넘었던 TOM의 가격은 급격하게 내려가고 있었다. 지후의 주문은 계속 들어가지 않았다. 급락하는 그래프를 바라보며 지후가 악을 썼다. 아니야! 아니야! 이럴 리 없어! 제발! 제발!
거래소 서버의 다운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했고 순식간에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TOM의 가격이 10초만에 50원까지 내려와 버린 것이다. 4억 6천이 넘었던 지후의 자산은 순식간에 23원으로 쪼그라들어버렸다.
[수익률: -99.8%] 화면에 표시되고 있는 원화 잔고와 수익률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건 아니야! 꿈일 거야! 꿈에서 깨기 위해 계속 뺨을 후려쳤다.
뺨이부어 오를 때까지 때렸지만 꿈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눈 앞에서 자산이 녹아내리는 것을 본 지후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으악! 악! 악! 악! 악! 악!
지후의 울부짖음은 그 뒤로 몇시간 동안 이어졌다. 잠시 후 지쳐서 잠이 들었는지 혼절한 것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세상에 평화가 찾아왔다.
며칠 뒤. 여의도 한강 공원에 만취한 지후가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제 정신으로 살 수 없어서 매일매일 술을 마셨다. 모아두엇던 돈도 아르바이트 자리도 더 이상의 꿈도 사라져버렸다.
화면에 보이는 돈에 취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한심한 새끼.
앞으로 마포대교가 보였다. 대한민국 자살의 명소라 불리는 마포대교를 바라보자 자기도 모르게 그쪽으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10억 이상의 돈을 목격했다가 만져보지도 못하고 날려버린 지후였기에 상실감이 더 컸고 33살의 청년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큰 상실감이었다.
마포대교에 서서 한강을 바라봤다. 강바람이 폐를 파고 들었다. 찢어 발기는 듯 아프게 느껴졌다. 만감이 교차했다. 와! 씨발! 한심한 새끼 죽지도 못하는 놈이 여긴 왜 온 거야.
집으로 발길을 돌리려던 그때 다리위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고비트 이 새끼들아 내 돈 내놔라. 눈 앞에 40대 후반의 사람이 다리 난간을 넘어가며 소리를 질렀다. 지후가 달려들어 말리려는 데 발버둥 치던 남자가 균형을 잃으며 지후를 잡아당겼다. 지후는 남자와 자리가 바뀌며 교량 난간 밖으로 밀려났다. 으아아아아! 풍덩.
[3화]
마포대교 난간 아래로 지후가 떨어지는 것을 본 남자는 급히 전화기를 들었다. 어! 어! 119... 당황하며 전화기를 들어 신고하려던 찰나 마포대교 아래로 인명구조 보트가 출동하는 것이 보였다. 남자는 어디론가 도망쳤다.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구나. 온 맘이 아팠다.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순간 자신의 다리 한쪽에 깁스가 되어있는 것을 발견한 지후는 깜짝 놀랐다. 뭐야 이거? 다리가...
당황하는 지후에게 간호사가 다가와 말했다. 그만하길 천만다행이에요. 떠러이질 때 어딘가에 부짖쳤나 봐요. 부러지지 않아 빨리 나을 거예요.
저기! 혹시 제 전화가는... 구조대 분들이 소지품 꼼꼼히 챙겨 주셨구요. 침대아래 쪽에 전부 다 있어요. 젖은 옷 주머니 속에 스마트폰이 들어있었다.
방수 기능이 있는 폰을 산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배터리가 없잖아. 충전기 좀 빌려야겠다. 그 옆에 낮잠을 자던 사람이 충전기를 무심하게 건넸다. 이거 필요하지? 움직이지 말고 누워있어.
남자가 일어나자 병실에 있던 아저씨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오늘 뭐 좋은 정보가 없나? 지난 번 알려준 코인 엄청나데 올랐던데? 팔에 깁스를 한 아저씨가 친한 척 물었다. 목에 깁스를 한 아저씨도 붙어서 말했다. 남자는 귀찮은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다들 왜 그러세요.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돈 잃어요. 환자들은 우르르 몰려가며 계속 말을 걸었다. 지후가 혼자 피식 웃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병원에서도 전부 매매하네 참나!
잠시 후 지후는 충전기를 꽂은 채로 전화기 전원을 켰다. 웬일로 3년 만에 엄마에게서 문자 연락이 왔다. 3년 전 지후가 청약받은 집 중도금 넣을 돈을 주식투자로 몽땅 날려먹은 뒤 모자는 서로 연락이 없었다.
웬일이지? 엄마가? 요즘 애들 일 안하고 코인 매매하다가 돈 잃고 한강물에 뛰어드는 사람 많데. 넌 그런 거 안 하지? 이제 그만 집에 돌아오렴. 돈은 다시 벌면 되잖아.
문자를 확인한 지후는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신이 주식 투자로 날린 2억은 엄마가 죽을 고생을 하여 평생 모은 돈이었다. 용서를 구할 용기도 없었던 지후는 죄송하다는 편지만 남기고 집을 뛰쳐나왔다. 엄마는 그날 아들과 돈을 모두 잃었다.
감정이 북받쳐 오른 지후는 병실에서 소리내어 펑펑 울었다. 병실 사람들 4명이 지후를 쳐다보고 있었다. 엄청 부끄러워 도망치고 싶었다. 밖에 나간 남자가 들어왔다. 목에 깁스를 한 사람이 반갑게 그 남자를 맞았다. 아이고 한 씨 왔는겨? 아저씨 저 한가한ㅇ립니다. 한씨라 부르지 마세요. 막노동하는 사람 같잖아요. 한가한은 퉁명스럽게 말 하고는 자후 앞으로 왔다. 충전기 다썼으면 줘. 네. 잘 썼습니다. 한가한 아저씨. 야! 아저씨라 부르지 마라. 나이 많이 안 먹었으니. 네 죄송합니다.
자리에 누운 지후는 습관처럼 핸드폰을 들었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모든 알트코인들이 전부 하루만에 반토막이 나있었다. 와 진짜 살벌하네. 한가한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 사람은 알고 있었던 거야? 병실 사람들이 전부 저 사람에게 뭔가 들으려고 하고 있었어. 에니~ 설마~ 우연이겠지. 잠이나 자자. 피곤하다. 이틀동안 이승과 저승을 왔다갔다 한 지후는 바로 곯아떨어졌다.
다음 날 원무과 직원이 중간 정산할 것을 미리 알려주었다. 입원비가 200~300만원 사이가 될 거라 했다. 보호자 보증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서류를 놓고 갔다. 걱정이었다. 엄마에게 잔고 증명을 여쭈려니.
그때 한가한에게 의사가 찾아와 병원장이 찾는다고 했다. 어쩔티미! 안오면 퇴원수속 진행할 거라는 데요. 아이씨! 한가한이 벌떡 일어났다. 나 또 왜 찾는데? 그, 그, 그게 다음 주에 상장 뭐할지... 이런 영감 탱구가! 돈독이 제대로 올랐네.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나가는 한가한을 지후는 유심히 살펴봤다.
저 사람 무언가 잇어. 병원장까지 함부로 못 할 정도면. 지후는 한가한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려도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한가한이 돌아왔다. 밤새도록 한가한을 가=ㅣ다린 지후의 눈엔 다크서클이 가득했다.
할 말 있어? 사람을 왜 그리 빤히 쳐다봐? 저 좀 가르쳐 주십시오. 뭘 임마?
매매하는 법요. 돈 버는 법요. 미친 놈! 그런 거 없어! 지후는 납작 엎드려 한가한 바지를 잡고 늘어졌다.
제발 좀 가르쳐 주세요. 주식 매매 잘못해서 엄마가 평생 모 돈 전부 날렸습니다. 엄마에게 집 한 채만 사 드릴 돈만 만들고 싶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야! 이거 안 놔? 바지 벗겨져. 한가한 침대 앞에서 지후는 계속 울며 졸랐다.
제발요. 가르쳐 주십시오. 뭐든지 다하겠습니다. 아씨! 시끄러워 죽겠네. 지후 머리채를 잡고 딱밤을 한 대 때렸다. 딱! 아야야야야! 한가한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은 나 쉴 때 방해하는 거다. 알았어? 네. 무언가를 받을 때 대가 없이 받아가려면 안 된다. 알았어? 그건 도둑질이야. 네. 너는 지금 내가 싫어하는 짓과 도둑질을 같이 하고 있다. 확 그냥!
지후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감고 움찔했다. 한가한의 얼굴에 살짝 웃음기가 돌았다. 오늘 나는 바나나 우우가 먹고 싶다고 말라며 한가한은 다시 자리에 누웠다. 지후는 벌떡 일어나 목발을 짚고 밖으로 나갔다. 한가한이 지후 뒷모습을 실눈 뜨고 바라보고 있었다.
6층 병동에서 편의점 지하층까진 다리 다친 지후에겐 험난한 여정이었다. 힘겹게 바나나 우유를 사서 돌아가는 지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조금만 더 힘내자!
지후는 죽을힘을 다해 병실로 돌어왔다. 한가한이 사라지고 없었다. 지후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이 새끼!
[6화]
아비트리지:
재정 거래. 거래소간에 발생하는 차익을 이용하여 수익 내는 매매법.
한국 거래소가 해외거래소보다 가격이 높다. 김치 프리미엄.
아비트리지는 자금 운용의 한계가 있다. 2천만원 이상 움직이기 힘들다.
트레이딩을 겸해야 한다.
코인은 그냥 살아있는 생물이다. 인간의 탐욕과 공포가 얽히고설켜서 만들어지는 게 자신 시장이다. 변수가 많다.
지표와 상황이 예상대로 딱 맞아 들어가는 데도 문제가 생긴다.
가장 골치 아픈 변수가 바로 인간의 탐욕이다.
이거 앞에선 차트고 경제 상황이고 다 필요없다. 전혀 파악이 안 된다.
인간의 심리가 가장 큰 변수라서 어려운 거다.
탐욕은 버블을 만들고 버블이 꺼지면서 다시 공포가 인간을 집어삼킨다.
[7화]
주식관련 책 쓰는 사람. 엘리엇 파동이론. 피보나치. 와이코프 패턴 같은 지식 떠들며 있어 보이게 해서 돈을 번다. 이런 이론은 다 지워야 한다. 스트리밍 방송하는 애들이 있어 보이려고 서점에서 책 몇권 읽고 떠드는 단순 이론일 뿐이다. 인간 탐욕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데 파동대로 간다고? 그 이론대로 움직인다고? 그러니까 전부 털리는 거야. 탈탈탈 영혼까지 전부다.
대부분 주식 책, 코인 책. 책 팔기위한 마케팅 수단이다.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 차트도 마찬가지고 인간 탐욕과 공포가 모이고 모여 그림을 만든다. 여기서 탐욕의 마음이 강한지 공포가 강한지를 읽어내는 것 그것이 기술이다.
고비트 차트
가장 근접하게 높은 확률로 나타나는 모습이야.
고점과 저기 저점을 연결해 그리고 선을 이렇게 두 개 그어. 뭐가 보이나?
선 아래위로 캔들이 딱 갇혀 있어. 이 추세대로 움직이지.
가격의 변화는 이 아래위의 선을 캔들이 강하게 돌파할 때 나타나.
[8화]
체크카드로 달러 포인트를 충전했다. 해외거래소에 갔다.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고비트로 전송했다. 매도했다. 출금했다.
고비트의 출금에 다소 딜레이가 걸렸다. 해외 거래소의 시스템 점검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루에 최소 10회 이상 거래가 가능했다.
한 번에 50만원. 하루에 최소 10회.
트레이딩 기술
[11화]
아비트리지 거래로 김치 프리미엄 먹는 법만 알려주고 보내야겟다. 진자 질기네. 이예린.
우리나라가 해외보다 코인 가격이 비싼 거 알지?
당연히 그거 거래하려고 해외 원정 여행가는 사람 많잖아요.
제가 가진 시드머니로는 그 짓거리는 불가해요. 비행기 값이 더 나와요.
집에서 송금하고 해외거래소 사용하는 건 송금기간도 오래 걸려요. 외환거래법 때문에 5000만원 이상 거래 못하잖아요.
[12화]
체크카드로 머니 폴더라는 사이트 들어가서 포인트를 충전해. 그런 다음 그 포인트를 달러화 스테이블 코인으로 변경하면 해외사이트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어.
그럼 그렇게 비트코인 구매해서 고비트로 옮겨서 팔면 되는 거군요.
주의해야 할 점은 전송 중에 코인 시세가 급락할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 해. 체크카드니까 고비트에서 출금하면 바로 다시 거래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
머니폴드는 한 달 포인트 충전 금액 제한이 있다. 이번달은 아비트리지도 못 하는데 오늘은 시장도 별로네.
힘들다. 이제 트레이딩은 당분간 쉬면서 포트폴리오 투자로 바꿔야겠어.
PC방에서 이예린에게 가르쳤다.
차트를 주봉으로 바꾸고 가로선 40개를 아무데나 그어봐.
이예린은 지후의 지시대로 마우스를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다시 일봉으로 바꿔봐.
캔들 차트를 일봉으로 바꾸자 가로선 여러개와 캔들차트들이 어지럽게 겹쳐져 있었다.
여기가 지지선이야. 캐들이 여기를 지지하니 바로 올라가지. 그런데 여기를 돌파하니 더 올라가. 여기는 저항선이고. 여기를 못 넘어서서 빠진 거야.
[3화]
오늘은 추세 보는 법이랑 지지선 저항선 긋는 법부터 시작하자.
장기 투자할 것 아니고 트레이딩 할 거라면 언제 사야할지, 언제 팔아야 할지, 기준이 있어야 하잖아. 그 기준을 잡아주는 게 이런 선들이지.
아무 기준 없이 그냥 막 사는 건 뇌동매매고! 적어도 트레이더는 기준을 확실히 세우고 매매를 하는 거야.
100%는 아니더라도 높은 확률로 돈을 잃지는 않을 거야. 기준을 세우고 들어가면 무지 성으로 상투를 잡는 일도 없을 거고. 손절할 타이밍에 물 떠놓고 기도하는 짓은 안 할 테니까.
그렇다고 처음부터 풀시드로 연습하지 말고 진짜 소액으로만.
이예린은 너튜브를 열어 비트코인 햄버거라는 채널을 모니터에 띄웠다.
구독자수가 엄청났다. 영상에는 엘리엇 파동이론에 대한 이야기들이 즐비했다. 말도 안되는 화려한 설명들이 날아들었다. 지후는 역겨운 생각이 들어 영상을 보다 말고 alt +F4키를 눌러버렸다.
전문가인 척 하는 사기꾼들만 거렸다.아무리 목적이 조회수 올리고 구독료 받는 거라고 해도 이건 좀 심한데. 어차피 돈 벌어서 채널 닫으면 끝이니까 사람들은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건가?
[14화]
고비트에 표시되어 있는 100억 가까운 원화를 바라보며 지후는 쓴 웃음을 지었다. 무엇 때문에 돈을 벌고 있나? 돈만 있으면 행복한 줄 알았는데. 그렇게 원하는 돈을 가졌는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예전과 같이 세끼 밥을 먹고 7시간 씩 잤다. 옷은 한 겹만 입었다. 차. 집. 집기류들. 좀 좋으면 뭐가 다른가. 보람이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15화]
2018년 1월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 비트코인 날벼락 속보. 아침 뉴스.
현재 무분별한 가상화폐 투기로 인한 국민들의 재산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법무부는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중이며 이 법안의 목표는 거래소의 전면 폐쇄입니다.
21세기 자유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친 짓거리를 보고 있는 지후는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빨리 해외 거래소로 접속해보니 이미 비트코인을 비롯한 알트코인들은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세계 1위 거래소와 2위 거래소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던 대한민국에서 거래소 폐쇄발표가 나자 전 세계가 출렁거렸다.
순식간에 비트코인의 가격이 반토막이 났고 알트코인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심지어 1위 거래소 고비트와 2위 썬비트는 접속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모든 코인들들이 급락하는 이 상황에서 개미들은 코인을 팔 수조차 없었다.
원래 조정받아야 할 타이밍에 법무부장관이 제데로 트리거를 당겨버렸네.
오후 3시 뉴스 속보가 떴다.
아침엔 법무부 장관이 등장하더니 오후에는 청와대 대변인이 나타나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겠다는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정부 차우너에서 조율된 입장이 아닙니다.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의 입장이며 다른 부처에서는 다양한 입장을 갖고 잇습니다. 법무부는 투기 근절 차원에서 접근한 겁니다. 금융위원회는 유사수신 행위 방지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정보통신부는 가상화폐 핵심 기술육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각 부서들의 입장을 종합 정리해야 합니다. 가상화폐 관련 정책은 시장 상황을 살피면서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최적의 시기를 따져 결정하게 될 겁니다. 법무부 발표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그럼 법무부는 청와대의 부처가 아닌가?
어떻게 아무런 조율도 없이 법무부 단독으로 국민들에게 입장을 발표할 수 있단 말인가?
나라가 미쳐 돌아가도 정도껏 해야지, 이건 뭐 국민을 개 호구로 보는 짓을 버젓이 대놓고 하고 있었다.
[17화]
합동수사단. 국정원 특수 범죄 수사국. 크립토 범죄 수사팀. 이예린. 크립토 범죄 수사국이 생기게 되었다.
두리비트. 시세 조작은 물론 데이터 조작. 거래체결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등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리없는 일반 유저들은 두리비트의 코인 가격 상승에만 열광하며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두리비트는 오픈 3개월 만에 국내 거래소 3위를 달성하는 신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25화]
크립토 범죄 수사팀. 윤지후 합세. 이예린. 공태광-해킹문제 전담.
국가는 암호화폐에 대한 규정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지금의 법률로는 그들의 불법성을 처벌하거나 수사하는 것은 허점이 많았다.
[27화]
댓글 적는 봇으로 계속 따라다니며 적어주는 거지. 여론 조작에 맞서 댓글 조작하는 거지. 아니지. 가스라이팅 당한 사람들 제정신으로 돌려놓는 거지.
[30화]
다파이:
은행과 같이 이자를 모아서 만기날 지급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매일매일 지급해준다. 돈을 받는 게 아니라 토큰으로 예치를 받으니 사람들이 코인을 사서 예치를 한다. 1차로 상승하는 거고 거기에 처음 예치한 사람에게 지급되는 코인의 양은 1년동안 나눠준다. 압도적으로 적은 양이 거래소로 다시 들어온다. 두 번째로 예치할 사람들이 코인을 사들이니까 그 정도의 양이 다시 입금되더라도 가격은 계속 올라간다. 당장에 문제가 없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터지고 만다.
SNS부터 검색엔진까지 전부다 싹 크롤링해서 ZES로 이자 20% 지급해주는 디파이를 찾아나갔다. 스테이크라는 앱을 찾았다.
스테이크의모습은 완벽하게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과 동일하였고 연이율 20%로 ZES를 예치받고 있었다. 추천인 보너스로 사람을 한 명 추천할 때마다 즉시 추천인이 입급한 코인의 20%를 지급해주는 이벤트도 함께 하고 잇었다.
지후가 스테이크 플랫폼을 폰지사기 혐의로 압류해버렸다. 성수만의 디파이 활용하는 전략은 일단 중단하고 말았다. 유저들에게 코인을 전부 일시 환불 처리했다. 국가가 방해했다고 메일을 보냈다.
성일재는 모든 코인을 환불해 버렸고 환불은 일시에 이루어졌다. 이자받기위해 ZES를 샀던 사람들은 환불받은 코인을 동시에 매도했다. 그 결과 이틀만에 ZES의 가격은 처참하게 박살나 버렸다.
돈이 급한 언론을 몇 개 매수해 여론전을 폈다. 여론전은 그럴 듯했다. 이번에는 안심 스테이크라는 이름으로 플랫폼을 다시 만들었다.
지후가 소리쳤다. 이게 뭐야? 어떻게 해야하나? 예린이가 말했다. 저럴땐 죽을 때까지 때린데만 때려야 해요. 때린데 또 땔니다고? 네! 당연하죠.
성수만이 과감하게 나갔다. 스테이크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 안심스테이크를 사전 예약 받았다. 바지 사장을 한명 세우기로 준비했다. 권형도.
[31화]
성일재의 가짜 디파이 플랫폼은 지후의 압류 조치로 오픈과 동시에 정지되고 말았다. 작전을 바꿨다. 권형도 포섭. 30대 초반. 젊은 사업가. 피아폼랩스라는 회사를 설립. M이라는 코인과 U라고 지정한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어 세상에 발표했다.
피아폼랩스는 기존의 달러를 담보로 발행하던 스테이블 코인의 틀을 깨고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시대를 열며 돌풍을 일으켰다.
M과 U를 엮어 U의 가격이 떨어지면 M을 매도하며 U를 사들이고 가격이 오르면 반대로 U를 매도하여 M을 사들이는 방식이었다.
또한 M은 플랫폼에 예치하면 연 20%의 이자를 지급해 주었다. M이 발표되고 관심을 끌자 전 세계의 모든 거래소들이 너도나도 MDMF 사서 예치하기 시작했다.
1000원에 거래를 시작하였던 M의 가격은 빠르게 급등하여 12만원을 달성하였다. 피아폼스는 코인 시총 랭킹 10위안에 들어가는 코인을 보유한 한국의 유일한 회사가 되었다.
권형도는 미국의 한 매체와 온라인 인터뷰를 가졌다. 방송은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로 중개되었다. 앵커-일각에서 폰지사기라고 비판이 있습니다. 권-돈 없는 거지들의 말에 일일이 대답하기 싫습니다. 저의 알고리즘은 완벽합니다. 앵커-발언이 과격하군요. 암호화폐 시장의 전망은요? 권-99% 코인이 사라질 겁니다. 저는 웃으며 그들 멸망을 재미나게 지켜볼 겁니다.
권형도를 비판했던 미국의 헤지펀드 대표 제임스도 그 방송을 보고 권의 거만한 태도에 분노했다. 하찮은 동양 원숭이가 겁을 상실했구나. 네놈이 99%중에 첫 번째로 사라지게 해주마.
제임스는 곧바로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으르통해 10조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조달하고 재무장관에게 전화했다.
스테이블 콩니을 흔들어버릴테니 장관님이 내일 청문회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위험하다고 규제 필요성을 말씀해주세요. 그 타이밍에 맞추어 스테이블 코인 하나를 멸망시키겠습니다.
재무잔관 연설과 동시에 제임스는 대출했던 비트코인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순식간에 10% 이상 급락했다. 알트코인은 더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비트코인이 하락하자 제임스는 비트코인을 팔아치운 천문학적인 돈으로 M에다 숏포지션을 잡기시작했다. 12만원에 거래되던 M은 순식간에 5만원으로 추락했다. 권형도는 성일재에게 부탁해 비트코인 4조원어치를 받아 일시에 시장에다 팔아버렸다. 비트코인은 추가로 10% 더 하락했다. M가격도 하락했다. 3만원에 거래되었다. 권형도는 4조를 전부 시장가 매수주문을 했다. 헤지펀드는 더욱 거세게 매도 공격을 했다. 4조원은 5분도 못버티고 M가격은 2만원까지 하락했다. * 31화로 연재 중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