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다 지나가는 무더운 날.
아침 일찍 서둘러 따블빽을 둘러메고 수색(水色)으로 향한다.
정문에서 헌병에게 신고를 하니 무척 안됐다는 표정으로 안내를 해 준다.
정문을 통과하여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90연대가 있단다.
지나가는 병사들에게 물어 물어 연대(聯隊) 인사과를 찾아갔다.
대충 20여명이 약간 안될듯한 인원이 모였다.
인사장교인 홍대위가 한명 한명 호출을 해서 얼굴을 한번 보고 뭔가를 기록부에 적는다.
홍대위는 한눈에 봐도 키도 후리후리하게 크고 잘생긴 얼굴이였다.
내 이름을 호명하는데 전화가 왔다.
불길한 느낌은 적중하는 것일까?
'저거 나 때문에 온 전화아닐까?,,,,' 하는 예감은 적중했다.
나는 몰랐지만 한번 본 적도 없는 매형의 먼 친척이 당시 보안대에 있어서 연락을 한 것이다.
전화를 받는 홍대위의 얼굴은 내내 펴지지를 않았다.
"여기 온 놈치고 빽 없는 놈 있는 줄 알아?"
전화를 끊고 한 말이다.
어찌됐던 그 여파인지 아니면 내 기록부때문인지 나는 3대대로 떨어졌다.
신기한 것은 나와 군번 끝이 하나 빠른 "이영호"라는 친구도 같이 3대대로 배속됐다.
그 친구는 훈련소 때에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친구인데 그도 LMG병과였다.
대대에서 온 서무계를 따라 대대 내무반에 들어가니 모두들 박수로 환영을 한다.
??? 신고식이 이런건가?
그리고,
대대 내무반이라니,,,,
대대병력이 한 내무반에서 기거를 한단말인가?
박수로 환영하는 것에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한눈에 덩치도 크고 일 잘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내무반에 있는 고참들을 살펴보니,,,,
이등병은 우리 둘뿐이고,
일병은 거의 없고 상병이 많고, 병장이 더 많았다.
게다가 하사관중에 중사와 상사계급이 더 많은 구조다.
그러면,,,,
이제 일해야 하는 놈은 우리 일등병 둘뿐이라는 말인가?
어찌 됐던 모두 일하러 나가고 우리 둘만 덩그러니 내무반에 앉아 있다가
누가 들어 올라치면 부지런히 일어나 경례를 하느라 바빴다.
편히 앉아 있으라는데 거기서 편히 앉아 있을 쫄병이 몇이나 되겠는가,,,
내무반장은 장기하사인데 중사에게도 반말을 했다.
대체로 내무반 분위기는 엄한 군대라기보다는 친근한 어떤 모임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직은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와중에 저녁이 되었다.
식당에가서 저녁을 먹는데도 우리에게는 아무일도 시키지 않고 잘 대해 준다.
조금 있더니 내게 보초 초번을 나가란다.
처음 왔으니 일찍 초소에 올라가서 주변이 어떤지도 살피고 보초수칙도 익히라고 한다.
9시에 교대를 보낼테니 그때 오라고,,,,,
그러면 저녁 점호도 끝나는 시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