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客閑談]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작가 이문열이 30여 년 전에 발표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All That Falls Has Wings)"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지요.그리스 신화 '이카루스의 추락'을 빌린 오스트리아 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시집 "놀이는 끝났다(Das spiel ist aus)"의 국내 번역 제목이기도 하고요.신화 속에서 이러저러한 복잡한 사연으로 그리스의 크레타 섬의 동굴 속 깊숙한 미궁(迷宮)에 갇힌 이카루스가 천신만고 끝에 크레타 섬을 탈출하는데 성공합니다.이카루스는 탈출하려고 새들의 날개 깃털을 모아 엮어 자신의 몸에 붙이고 날아오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이륙을 한 것이지요.그러나 이카루스는 날아오르는 데에는 비록 성공을 하였지만 너무 높이 날아 태양열에 깃털을 이어 붙인 밀랍이 죄다 녹아내려 결국은 바다로 추락해버립니다.너무 높이 나르면 안 된다는 당부를 잠시 잊은 겁니다.
밀랍을 이용하여 새들의 날개깃털을 모아 엮어 자신의 어깨죽지에 붙인 행위는 절해고도 크레타 섬의 감옥을 탈출하기 위한 간절함 때문이었겠지요.그러나 추락하는 것이 날개가 없는 꼴이 되었으니 지상으로의 추락은 이상할 게 없습니다.작가 이문열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작품은 당시 베스트 셀러에 이름을 당당히 올렸으며, 시나리오로 각색이 되어 그 당시 인기 절정의 손창민과 얼마 전 세상을 하직한 강수연이 남녀 주연을 맡고, 장길수가 메거폰을 잡아 당시 을지로 4가의 국도극장에서 개봉을 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로도 명성을 남겼습니다.
추락하는 것이 날개가 온전하다면 추락을 하다가 곧바로 날아오를 수가 있겠지요.그러나 날개가 온전하지 못하고 밀랍을 이용하여 임시방편격으로 갖다 붙인 불완전한 상태라면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부탁한 주의 사항을 탈출이 성공할 때까지 가슴에 깊이 새기고 있어야 했습니다.그러나 세상사에는 온전한 날개를 비록 장착하고 있더라도 추락의 위험은 항시 숨어있기 마련이지요.낌새와 눈치가 엿보이고, 이따금씩 징조가 나타나기도 하지요.다만 그것을 이카루스처럼 잠시 잊고 있는 순간에 추락은 천둥번개처럼 들이닥쳐 미처 손쓸 새도 없이 치명적인 사태로 치닫게 마련이지요.'하인리히 법칙'이라고 있습니다.
이 법칙은 미국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쓴 "산업 재해 예방(과학적 접근)"을 통해 처음 알려진 법칙으로,한 번의 큰 재해가 있기 전에 그와 관련된 사고나 징후들이 먼저 일어난다는 이론이지요.즉, 큰 재해로 1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그 전에 같은 문제로 경상자가 29명 발생하며,역시 같은 문제로 다칠 뻔한 사람은 300명 존재한다는 내용입니다.하인리히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큰 재해는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그 전에 사소한 사고 등의 징후가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혀낸 것입니다.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점에서 '1:29:300 법칙'으로 부르기도 하지요.이 법칙은 사소한 문제를 그대로 내버려둘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입니다.
여의도 입법부를 지배하고 있는 국회 다수당 더불어민주당에서 연달아 터져나오는 부정적인 사건들이 세간에 화제로 떠올라 하인리히 법칙을 소환합니다.당 내부에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처럼 부정적인 징후들이 줄을 잇고 있는 거지요.당 정책위의장까지 역임한 중진의 박완주 의원의 성추행 사건이 터지더니 대다수 국민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을 꼼수와 날치기 등을 거쳐 결의안을 통과시킵니다.부정적인 징후는 계속 꼬리를 잇습니다.윤석열 정부의 장관 지명자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의 막간에 발생한 것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최강욱 의원의 **이 발언이지요.**이는 농촌의 경운기의 또 다른 이름인데, 기실 남성들의 수음(手淫)을 일컫는 비속어라고 할 수 있지요.그런 말을 백주대낮 국회의사당에서 동료의원에게 지껄였다고 하더군요.
국회인사청문회에서의 부정적인 사래는 대하드라마처럼 연이어 꼬리를 잇습니다.법무부 장관 지명자에 대한 질문 과정이 연예프로인 개그콘서트(언론의 표현)를 방불케 하였다는 것입니다.그리고 지금 한창 전국적인 지방선거전이 불을 뿜는 데,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인 더불어민주당의 두 명의 공동비대위원장 사이의 불화와 봉합 등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불협화음이 난무하고 있는 거지요.한 차례의 잘못이나 거짓은 대여섯 차례의 용서와 변명이 필요한 법입니다.그리고 애시당초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면 즉시 단추를 풀고 다시 제자리부터 꿰어차는 게 제일 빠르고 성원하는 국민들에게 얼른 사죄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지요.
처음부터 잘못 채워진 단추를 그대로 두고 계속 고집을 피우며 꿰기를 거듭한다면 국민의 성원과 지지를 외면한 꼴이니 깊은 난바다의 바다 속이나 험악한 골짜기로의 추락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대통령 자리를 도전했다가 아쉽게 낙선의 고배를 마신 이재명이 석 달도 채 안 지난 싯점에 다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섰습니다.프로 바둑기사조차도 큰 대국을 마치고 나면 승패에 관련 없이 대국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복기에 복기를 거듭하여 승점은 어느 지점이고, 패착은 어느 점이었는지를 세심하게 살피고 관찰하는 복기(復碁)의 과정을 거스르는 법은 거의 없다고 들었습니다.앞으로 치르게 될지도 모를 큰 대국을 위해서 말이지요.항차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여 0.73% 차이로 안타깝게 낙선을 한 경우라면 더 할 나위 없겠지요.
대통령 자리에 도전하였다가 낙선을 하고 연거푸 국회의원으로 체급을 낮추어 하향지원을 한 것입니다.그러나 여항간에는 성남시 대장동과 백현동 개발사업 의혹. 성남F.C 제3자 뇌물수수의혹,이재명을 위한 변호사비 대납의혹,김혜경 여사의 경기도 법인카드 불법 유용사건 등이 줄을 잇고 있으니, 그에 대한 방탄성 국회의원 출마라는 설(說)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이재명의 전도(前導)를 불안하게 하는 장애물이 여러 겹 놓여 있는 셈이지요.현역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 어느 정도 방어를 담당할 수는 있겠지요.그러나 형극의 가시밭길을 무사히 넘어서고 와신상담의 과정을 오롯이 다 거친다 해도 정치인으로써 대권을 다시 꿈꾸고 있다면 국민들의 성원과 지지를 얻으려는 배전의 노력과 땀이 필요할 겁니다. (2022,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