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바보 만드는 '보험료 납입면제'

[황용하]

보험사들, 적용 여부 안 알려주고 시침 뚝...가입자가 챙기라고?

#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2년 전 난소에 종양이 생겨 양쪽 난소를 제거하고 A보험사로부터 수술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이 씨는 난소 제거 수술 이후 1년이 지나서야 납입면제가 가능한, 즉 보험료를 더 내지 않아도 되는 상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험사에 이를 요청해 뒤늦게 적용받을 수 있었다는 이 씨는 "보험사에서 적극적으로 처리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 경남 통영에 거주하는 박 모(남)씨는 2004년 아버지를 피보험자로 K사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6개월 전 박 씨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져 장해 6급을 진단받자 보험사에 납입면제 처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해당 상품은 1∼3급 장해시에만 보험료 납입이 면제되며 4~6급은 대상에서 제외되는 조건이었다. 박 씨는 “언어장애와 더불어 손발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보험료를 내야한다니...기준이 이렇게 까다로울 줄 물랐다”고 하소연했다.대형 보험사들이 운영 중인 '납입면제 제도'의 적용 방식에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료 납입면제란 사고나 질병 등으로 보험료를 계속 납입하기 어려울 때 보험사가 그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하지만 보험사가 이를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아 '아는 사람'만 누리는 혜택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사례를 겪은 소비자들은 "금융감독원마저 소비자가 장해발생 사실을 금융사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스스로 챙겨야 하는 혜택이라고 말하더라"며 "똑똑한 담당설계사가 없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니..."라며 탄식했다.

◆ '장해율 50% 이상'이면 보험료 납입면제...특약 이용도 방법

납입면제 제도를 통해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장해 50%이상 진단 확정 등 약관상 정의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및 장해지급율 50%이상 진단확정시에는 보험료 납입면제 혜택이 있으나 이밖에 질병은 '납입면제 특약'을 별도로 가입하는 방식으로 보험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통상 2005년 4월 이전 상품은 암, 뇌출혈, 급성심금경색 및 장해지급률 개인형의 경우 계약자가 사망하면 상품별로 정해진 사망보험금 또는 유족연금을 지급한다. 또한 1∼3급 장해때에는 장해연금 지급과 함께 이후 보험료 납입을 면제하고, 4∼6급장해시에는 재해장해급여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2005년 4월 이후 판매한 상품의 경우에는 장해지급율 50%, 80% 이상 등을 기준으로 정해 납입면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 납입면제 받으려면 소비자가 직접 나서야?

하지만 주계약이나 특약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고 해도 소비자가 적용 기준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납입면제 사유에 해당해도 장해발생 사실을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으면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 납입면제 조건이 암 발생 등 보험금 지급 조건과 같은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보험금 지급과 동시에 납입면제를 자동 적용받는다.

그러나 암보험 및 연금보험(납입면제특약 별도 가입시) 등 일부 상품은 보험금 지급 조건 이외의 장해정도에 따라 납입면제를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 장해 50% 또는 80%이상 등 보험상품의 납입면제 제도가 보험회사별, 상품별로 다르다.

사고발생 시점과 장해율 진단 시점이 다르다는 것 역시 걸림돌이다.

하지만 보험사에서 먼저 납입면제 적용 여부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다. 결국 소비자들 스스로 보험납입면제 사유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입된 암보험 납입면제 조건을 보험회사에 우선 확인 후 해당 사항(장해 50%이상 납입면제)이 있으면 신청을 통해 향후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 가입 시 '납입면제'가 있는지 체크하고 어떤 사유시에 제도를 적용받는지 알아두는 게 가장 좋다”며 “암진단으로 50%이상 장해가 발생했을 때 보험금은 나오지 않아도 납입면제는 되는 경우도 있으니 혜택을 놓치지 않도록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대표 김창수), 교보생명(대표 신창재), 한화생명(대표 김연배·차남규), 신한생명(대표 이성락) 등 생보사 및 삼성화재(대표 안민수), 동부화재(대표 김정남) 등 손해보험사는 보장성보험이나 연금보험, 어린이보험 등에서 납입면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2015-05-08 소비자가만드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