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벨 회원님들, 안녕하세요. 피피입니다.
지난번에 만복이 이야기 1탄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오늘은 2탄으로 돌아왔답니다. 만복이와 수리야님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제 마음대로 뭉뚱그려 쓸 수가 없어서 만복이 이야기는 한 회 더 연재될 것 같아요. 보름이 이야기는 그 다음에 쓰구요. (만약 그때까지 보름이에게 입양 가족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아주 맘씨 좋은 수의사님께서 그 글을 보고 보름이를 입양해주시지 않을까 혼자 상상 중이에요ㅋㅋ)
오늘 이야기는 만복이의 구조 당시 이야기입니다. 재미있게 읽고 만복이와 수리야님에게 따뜻한 응원 보내주셔요. 그럼 시작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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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천사, 만복이(2)
이 이야기는 팅커벨 프로젝트의 회원인 박수연(가명) 씨와
유기견이었던 만복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아무도 만복이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다면….
수연 씨가 집밖으로 달려 나갔을 때, 구조대원들은 마취총을 꺼내고 있었다.
“안 돼요, 쏘지 마세요!”
“개가 주민을 물었다는 신고가 접수됐어요. 사나운 개를 포획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
“그럴 리가 없어요. 만복이가 아니에요. 공격성도 없지만 사람이 무서워서 가까이 오지도 못하는 애라구요.”
만복이는 몇 개월째 밥을 챙겨주는 수연 씨 가족들에게조차 몸을 만지게 허락하지 않았다. 항상 가족들을 기다리고 따라다니고 꼬리를 흔들면서도, 스킨십을 할 만큼 가까이 오진 못하는 겁쟁이였다. 그런 만복이가 사람에게 달려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제가 주인을 찾아줄 거예요. 잃어버린 주인이 있다면 그 사람을 찾아주고, 누군가 유기한 거라면 새 주인을 만나게 해줄게요. 아무도 안 키우겠다면 제가 키울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쏘지 마세요. 네?”
수연 씨의 호소에 대원이 머뭇거렸다. 그 사이 딸아이들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만복아, 빨리 도망가!”
수연 씨는 만복이와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만복이를 보내기 위해 애타게 손을 내젓는 딸들과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도망치는 만복이. 아주 짧은 순간, 수연 씨와 만복이의 눈이 마주쳤다.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흔들리는 눈동자. 만복이는 허겁지겁 도망치면서도 그 눈동자로 몇 번이나 수연 씨를 돌아보았다.

유기견 시절 만복이.
너무너무 겁이 많은 순둥이였어요.
포획이 아닌 구조, 만복이를 위한 새로운 작전
그날 밤 수연 씨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서 만복이의 눈동자가 선연히 떠올랐다. ‘우리가 만복이를 어떻게 키워.’ 만복이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도 수연 씨는 항상 그렇게 되뇌곤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만복이에게 마취총을 겨눴던 그 순간, 수연 씨는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아무도 안 키우겠다면 제가 키울게요!”
긴박했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튀어나온 말이었을까, 아니면 그 말이야말로 수연 씨의 진심이었을까. 그녀는 스스로도 잘 알 수 없었다. 수연 씨가 만복이의 입양처를 구하기 위해 애쓸 때 남편은 말했다.
“어쩌면 유기견이라 사람들이 거절하는 걸지도 몰라. 우리가 만복이를 데려다 건강검진도 해주고, 아픈 데가 있다면 치료도 해주고, 그러고 나면 누군가 입양하겠다고 나서지 않을까.”
그 누군가가 우리가 될 수도 있을까. 수연 씨는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남편은 따뜻하고 연민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수연 씨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을 때 소형견 한 마리만 키우자고 했다. 그렇게 데려온 강아지가 보리였다.
‘일단은 구조가 문제다. 입양은 나중 문제야.’
우선 만복이의 건강상태를 확인하자는 남편의 말은 수연 씨에게 인식의 전환을 주었다. 입양자를 구한 뒤 만복이를 구조하는 게 아니라, 만복이를 구조한 뒤 입양자를 찾는다. 그리고 누군가의 신고로 119가 출동한 이상, 이제는 그 일을 미룰 수 없었다.
다음날 수연 씨는 동물보호단체에 전화를 해 만복이의 구조를 부탁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더 급박한 상황에 처한 동물들이 많기 때문에 나흘 후에나 올 수 있다고 했다. 수연 씨는 다음으로 시청의 동물구조팀에 연락했다. 단순한 포획이 아닌 안전한 구조를 원했지만 구조팀에서는 만복이처럼 경계가 심한 개일 경우, 마취총 말고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태였다.
우리가 직접 잡자.
수연 씨와 남편은 만복이를 무탈하게 구조하기 위해 묘안을 짜냈다. 수연 씨네 건물 1층에 있는 빈 상가로 유인하는 방법이었다.
다음날 두 사람은 상가 안에 애견용 통조림과 맛있는 간식을 준비했다. 그리고 만복이가 오자 보리를 먼저 상가 안으로 들여보냈다. 예상했던 대로 만복이는 사방이 막힌 실내가 낯설고 두려운지 곧장 들어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는데다 보리가 성큼성큼 들어가 간식을 먹는 모습을 보자 이내 보리를 따라 상가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이다!
남편이 문을 닫기 위해 출입구로 향하자 만복이는 간식을 먹다 말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남편이 문을 닫은 것과 만복이가 번개처럼 뛰쳐나간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문이 끝까지 닫히기 전 상가를 빠져나온 만복이는 쏜살같이 달려서 두 사람의 시야를 벗어났다. 수연 씨와 남편은 황망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보리를 좋아했던 만복이.
보리가 있어서 만복이를 잡기 위한 묘안을 세울 수 있었어요.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오다
그날 오후 길거리에서 만난 만복이는 다리를 절뚝거리고 있었다. 닫히고 있는 문을 통과하면서 앞발을 부딪친 모양이었다. 미안한 마음에 만복이가 좋아하던 통조림을 내밀었지만 만복이는 평소처럼 음식을 받아먹지 않았다.
‘우리가 자신을 해치려고 했던 걸로 오해한 건 아닐까. 이대로 우리한테 마음을 닫아버리면 어떡하지.’
수연 씨는 119와 시청구조팀에 연락해두었다. 조금이라도 위험한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가족들의 힘만으로 잡을 수 없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정을 알리고 최대한 안전하게 구조해야 했다.
기회는 나흘 후에 다시 찾아왔다. 수연 씨를 찾아오지 않은 며칠 동안 만복이는 거의 굶주리며 지낸 것이 틀림없었다. 더 마르고 초췌해진 만복이는 빈 상가에서 풍겨 나오는 통조림 냄새에 멈칫거렸다. 수연 씨 부부는 그때처럼 보리를 먼저 상가를 들여보냈다. 지난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출입문을 안쪽이 아닌 바깥쪽으로 열어둔 상태였다. 만복이가 눈치를 챌 겨를도, 도망칠 여유도 없이, 남편은 바깥에서 재빨리 문을 닫았다. 만복이가 갇히자마자 수연 씨는 곧장 시청구조팀에 연락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가둬둔 상태라 해도 겁 많은 만복이를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구조대원이 목줄을 채워보려고 했지만 만복이는 꼬리를 잔뜩 만 채 벌벌 떨면서 상가의 구석구석으로 도망을 다녔다.
“아무래도 올가미를 써야겠어요.”
공포심이 극에 달한 만복이에게 그것은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 될 것이다. 수연 씨는 차마 그 장면을 볼 수 없어 바깥으로 나왔다. 잠시 후 상가 안에서 만복이의 울부짖는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연 씨는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아무리 눈을 꼭 감아도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무리 귀를 꽉 막아도 만복이의 비명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빨리 이 순간이 끝나게 해주세요. 빨리 이 순간이 지나가게 해주세요.’
수연 씨는 만복이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상상하지 않으려 애쓰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출입문이 열렸다. 구조대원들이 나왔다. 수연 씨는 상가 안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만복이는 온데간데없고 대형 케이지가 놓여 있었다. 수연 씨는 케이지 앞으로 다가갔다. 안을 들여다보았다. 눈동자가 보였다. 수연 씨의 눈처럼 눈물이 가득 차오른 만복이의 눈이었다.
<계속>
첫댓글 아 맨날 울면서읽어요 바봉가봉가...
사진보는데 울컥하네요...
만복이 사진보는데 울컥하네요~~
마치 저 자리에 제가 있었던거같이 너무 생동감 있는 피피님 글입니다.. 다음편은 만복이의 해피엔딩이 쓰이겠네요~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ㅎ
ㅠㅠ
첫 몇줄 읽기도 전에 눈물이 흑~
길위의 모든아이들이 만복이와 같이 사랑으로 연결된 인연을 만나 지금의 만복이처럼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2013년 9월12일..
그날 만복이의 비명이 아직도 제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아요.
119가 마취총을 쏜 그날부터 구조되는 그날까지 매일 119로 전화를 했었죠.
혹시라도 제가 모르는 사이 잡혀갈까봐..어디선가 마취총에 맞을까봐..
그리고..우리가 만복이를 입양할 테니 절대 위험에 빠지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
오늘같이 칼바람부는 날, 가족들 사랑가득 먹으며 만복이와 함께 할 수있음에 감사드립니다.
피피님~~힘들었던 만복이와의 만남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피피님의 섬세하고 따뜻함 가득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이땅의 수많은 대형견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만복이를 지금 우리곁에 있게 해 준
보리가 그리워 사진 올려봅니다.
에휴 만복아~
만복이 입장에선 그때 벌어진일들이 위험한지 행복으로가는길인지 알도리가 없었겠죠 그래두 수리야님이어서 정말정말 다행이라는거..^^
두번째 기다리고 있었는데... 볼때마다 맘이 절여옵니다 ㅠㅠ
에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형견이 구조되고 입양되는 매우 드믄 경우라 널리 읽혀졌으면 좋겠습니다 피피님 다음편이 너무 궁금해요 결말을 알면서도~^^
만복이 이야기가 지금은 해피엔딩이니깐~~읽었는데....읽는내내...가슴이 저리네요~~;;
해피엔딩인걸 알면서도 참았던 눈물이 제일 마지막 한줄에서 결국...ㅠ
만복이가 수리야님댁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음을 잘 알면서도 글 읽는 동안 심장이 쫄깃쫄깃해짐을 느낌니다 피피님의 글은 항상 감동 그 자체입니다 고맙습니다
사진속의 만복이 눈빛이 그 당시의 슬픔을 고스란히 담고있네요ㅜ
이제는 수리야님 댁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만복이 일상이 대형견들의 로망이 되었네요^^
피피님, 감동적인 글 감사합니다.